"아니, 키스도 몰라요?" "그... 그게 아니라... 안 해봤다고 했죠." 나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그럼.. 여자 손은 잡아봤어요?" "그럼요!"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뭐 그러시겠지." 시큰둥한 표정을 하고 상대방 여자는 다 식어버린 블랙커피를 홀짝 거렸다. 그리고 핸드백에서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한다. PM 04:30. 만난지 30분이나 지났지만 상대방 여자의 향수냄새에 아직도 코가 얼얼하다. 간간히 현기증이 일어날 정도다. 말이 없어진 분위기를 틈타 몰래 상대방 여자의 손을 봤다. 말라비틀어진 손목 위로 앙상한 손가락 다섯개가 까닥거렸다. '여자를 볼땐 말이야. 손부터 봐야 하는거야.' 찬호가 엊그제 술자리에서 해준 말이 생각났다. 난 아직도 그 이유는 알 수가 없다. 이름이 잘 기억 나지 않는 그 상대방 여자와는 정확히 5시에 헤어졌다. "저기..." "죄송해요. 제가 바빠서 먼저 가볼께요." 여자는 정말 바쁜 듯 저만치 뛰어갔다. 여자가 가고나서야 신림역 앞 거리의 구수한 냄새가 느껴졌다. 가슴이 답답했다. 난 지하철역을 지나쳐 길을 따라 걸었다.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눌렀다. "전화기가 꺼져 있어. 소리샘으로 연결중이오니...." '이 자식 뭐하고 있는거야.' 찬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여자친구랑 만나고 있는게 분명했다. 바로 끊을까 하다가 그냥 휴대폰을 귀에 대고 걸었다. 아까 그 여자 목소리를 듣다가 친절한 상담원과 통화를 하니까 되려 기분이 좋아졌다. 조금 걷다보니 맞은편 화장품가게 부스에서 아까 그 여자가 무언가를 고르고 있는게 보였다. 많이 바빠보였다. 적어도 30분전보다는 더 활기차보였다. 나는 기운이 빠졌다. '소개팅이 뭐 이래...' 나는 친절한 상담원의 목소리를 들으며 계속 걸었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어...." --- 가까스로 연락이 된 찬호에게 술을 얻어마셨다. 아직도 얼얼하다. 깜박거리는 가로등 불빛에 눈이 감겼다. "야, 나 끝냈다." 여자친구랑 헤어졌다는 녀석의 뜬금없는 말 때문에 내 얘기는 꺼내지도 못했다. "사실, 나 혜지랑 만나거든." 고개를 앞뒤로 휘청거리며 히죽거리는 찬호의 얼굴을 기억하다가 속이 뒤집어졌다. 으욱. 깜박임을 멈춘 가로등이 나의 불순물을 낱낱이 보여주었다. 그날 저녁의 기억은 가닥 가닥 끊긴 뚱뚱한 면발처럼 그곳에서 끝났다. --- 아침, 몇신지 모르겠다. 가로등을 붙잡은 것 까지는 기억하는데, 언제 들어왔는지 나는 방에서 잠을 깼다. 속이 너무 쓰렸다. 모처럼 입고 나간 양복 군데 군데 노란 얼룩이 생겼다. 바닥에는 구겨진 종이하나가 오물을 뒤집어 쓴채 버려져 있었다. 이마를 찌푸리며 종이를 잡았다. 쓰레기통을 열고 집어 넣으려다가 문득 그 종이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바지에 묻은 걸 닦느라고 가로등에 붙어있던 종이를 뜯은 거 였다. 구겨지고 눅눅한 종이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 있었다. --- "연애과외" -당신도 솔로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1학년 --- 굵게 써져 있는 전화번호 밑에는 이런 말이 덧붙여져 있었다. --- 연애경험 50번, 과목당 10만원. 속성반 모집.
키스가뭐길래.
"아니, 키스도 몰라요?"
"그... 그게 아니라... 안 해봤다고 했죠."
나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그럼.. 여자 손은 잡아봤어요?"
"그럼요!"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뭐 그러시겠지."
시큰둥한 표정을 하고 상대방 여자는 다 식어버린 블랙커피를 홀짝 거렸다. 그리고 핸드백에서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한다.
PM 04:30.
만난지 30분이나 지났지만 상대방 여자의 향수냄새에 아직도 코가 얼얼하다. 간간히 현기증이 일어날 정도다.
말이 없어진 분위기를 틈타 몰래 상대방 여자의 손을 봤다. 말라비틀어진 손목 위로 앙상한 손가락 다섯개가 까닥거렸다.
'여자를 볼땐 말이야. 손부터 봐야 하는거야.'
찬호가 엊그제 술자리에서 해준 말이 생각났다. 난 아직도 그 이유는 알 수가 없다.
이름이 잘 기억 나지 않는 그 상대방 여자와는 정확히 5시에 헤어졌다.
"저기..."
"죄송해요. 제가 바빠서 먼저 가볼께요."
여자는 정말 바쁜 듯 저만치 뛰어갔다. 여자가 가고나서야 신림역 앞 거리의 구수한 냄새가 느껴졌다. 가슴이 답답했다.
난 지하철역을 지나쳐 길을 따라 걸었다.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눌렀다.
"전화기가 꺼져 있어. 소리샘으로 연결중이오니...."
'이 자식 뭐하고 있는거야.'
찬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여자친구랑 만나고 있는게 분명했다. 바로 끊을까 하다가 그냥 휴대폰을 귀에 대고 걸었다. 아까 그 여자 목소리를 듣다가 친절한 상담원과 통화를 하니까 되려 기분이 좋아졌다.
조금 걷다보니 맞은편 화장품가게 부스에서 아까 그 여자가 무언가를 고르고 있는게 보였다. 많이 바빠보였다. 적어도 30분전보다는 더 활기차보였다. 나는 기운이 빠졌다.
'소개팅이 뭐 이래...'
나는 친절한 상담원의 목소리를 들으며 계속 걸었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어...."
---
가까스로 연락이 된 찬호에게 술을 얻어마셨다. 아직도 얼얼하다. 깜박거리는 가로등 불빛에 눈이 감겼다.
"야, 나 끝냈다."
여자친구랑 헤어졌다는 녀석의 뜬금없는 말 때문에 내 얘기는 꺼내지도 못했다.
"사실, 나 혜지랑 만나거든."
고개를 앞뒤로 휘청거리며 히죽거리는 찬호의 얼굴을 기억하다가 속이 뒤집어졌다. 으욱. 깜박임을 멈춘 가로등이 나의 불순물을 낱낱이 보여주었다.
그날 저녁의 기억은 가닥 가닥 끊긴 뚱뚱한 면발처럼 그곳에서 끝났다.
---
아침, 몇신지 모르겠다. 가로등을 붙잡은 것 까지는 기억하는데, 언제 들어왔는지 나는 방에서 잠을 깼다. 속이 너무 쓰렸다. 모처럼 입고 나간 양복 군데 군데 노란 얼룩이 생겼다. 바닥에는 구겨진 종이하나가 오물을 뒤집어 쓴채 버려져 있었다.
이마를 찌푸리며 종이를 잡았다.
쓰레기통을 열고 집어 넣으려다가 문득 그 종이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바지에 묻은 걸 닦느라고 가로등에 붙어있던 종이를 뜯은 거 였다. 구겨지고 눅눅한 종이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 있었다.
---
"연애과외"
-당신도 솔로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1학년
---
굵게 써져 있는 전화번호 밑에는 이런 말이 덧붙여져 있었다.
---
연애경험 50번,
과목당 10만원. 속성반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