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고 대가가 많은 것이 양자간 협상, 즉 FTA이다. 그래서 FTA를 선호하고 추진하려는 것"- 노무현 대통령의 7/4일 국무회의 발언
위의 발언을 접하고 무척 답답했었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1. 우리는 얼마나 더 개방해야 하는가
한미FTA를 찬성하는 그럴듯한 논리 중의 하나가 다음과 같은 것이다. '개방을 모토로 하는 신자유주의가 대세이다. 그러므로 어차피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추세라면 아무 대책없이 나자빠질 것이 아니라 이번 한미FTA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우리의 산업수준은, 그것이 제조업이건 서비스 분야건, 아직은 선진국 수준이라고 부르기에는 미흡하다. 개방이 몰고 올 경쟁을 두려워만 하지말고 자기발전의 기회로 활용하자.'
이 주장이 논리적으로 성립하기 위해서는 여기에 숨어있는 네 가지 가정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 (1) 신자유주의가 대세임, (2) 양자간 자유무역협정 (FTA)이 개방을 구현하는 첩경임, (3) 우리경제는 개방이 덜 된 상태임, 그리고 (4) 개방의 시기는 우리가 마음대로 정하기 어려움. (1)과 (2)는 제3항에서 다루기로 하겠다. (4)는 경제적 요인 이외에도 다른 종류의 한미간 역학관계도 관계하는 사안이므로 본 알바의 능력을 넘어선다. 그래서 패쓰~. (3)번 항목에 대해서 썰을 풀겠다.
어떤 시장에 국적이 다른 경제주체가 들어와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상행위를 영위할 수 있다면 그 시장은 제도적으로 개방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말로 하면 관세라든가 이중적 인허가와 같은 차별적 제도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자면 우리 시장은, 산업별로 다소 차이가 나겠지만, 상당한 정도로 개방되었다고 볼 수 있다. 우리생활 곳곳에서 외국기업의 영향력을 체감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이 알바의 주장이 미덥지 못한 분들을 위해 다음의 발언들을 인용한다. 대외경제연구원장이란 분의 2005년 인터뷰 발언이다 (참고로 대외경제연구원은 이번 보고서 조작파문의 당사자이자 개방론자들이 득실거리는 곳이다).
Q: 한국경제는 개방이라는 거대한 변화 앞에 서 있습니다. 현재 한국 경제와 산업의 개방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평가하십니까. A: 정책적 개방 정도는 선진국 수준에 근접해 있습니다. 관세를 일례로 들면 한국의 관세율이 6%대인데 선진국은 4% 내외로 차이가 없습니다. 도하개발아젠다(DDA)와 자유무역협정(FTA)이 본격적으로 타결되기 시작하면 5년 이내에 5%대로 내려앉을 겁니다. 관세는 더 이상 수입장벽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또 금융시장은 너무 개방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죠. 외국자본의 진출 수준이 선진국을 능가합니다. 하지만 교육, 의료, 법률 등 서비스 부문의 개방은 아직 미흡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알바는 무엇보다도 한미FTA를 개방 대 쇄국의 프레임으로 보는 시각이 참으로 안타깝다. 노통이 대국민설득을 위해 설정한 프로파겐다 구도로 생각되는데... 우리 시장은 전체적으로 (특히 제조업과 금융 부분은) 우리의 경제수준을 생각해보면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을 만큼 충분히 개방되어 있다고 본다. 물론 일부 서비스 부분은 지금보다 더 개방이 필요할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작금의 어려운 상황이 개방을 덜 해서 발생한 것으로 생각할 수는 없다. FTA가 경제난 타개의 돌파구가 되기는 어렵다.
2. 한미FTA 협상의 결렬은 곧 쇄국을 의미하는가
우리나라의 경제규모가 커지고 대미무역역조가 심해지면서 미국측으로부터 각종 통상압력이 있었다. 이러한 일련의 통상압력에 대응하면서 우리는 점차로 우리시장을 개방해왔다. 한미FTA도 그 실질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미국의 통상압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물론 그 상징적 의미는 개별통상협상의 합 이상이다). 쉽게 말하자면 하나씩 협상하기 귀찮으니 패키지로 한꺼번에 처리하자는 주문인 것이다.
누차 강조하였지만 우리경제는 어느 정도 개방된 상태이다. 이번에 한미FTA가 이루어지면 더 높은 수준의 개방 (완전개방수준)으로 가는 것이다. 따라서, 협상이 결렬된다고 해서 우리 경제가 쇄국의 길로 들어서는 것은 결코 아니다. 비록 다소의 보복이 있겠지만 어느 정도의 냉각기를 거쳐 개별협상을 진행하든가 아니면 다시 FTA를 추진할수도 있고. 국제환경의 변화에 따라서는 우리에게 훨씬 유리한 방식인 다자간 무역협상에 올라탈 수도 있는 것이다.
협상결렬이 쇄국의 길을 택하는 일이라고 호들갑을 떨 필요도 없고 떨어서도 안된다. 실무적으로 보아 한미FTA 협상의 결렬은 기존의 통상협상 수십개가 한꺼번에 진행되다 결렬된 것에 불과하다. 국가간의 통상협상은 한번 떠나면 다시는 오지 않는 버스가 아니다. 오히려 한번에 타결되는 것이 이상하다.
3. 미국은 왜 도하라운드를 포기하고 FTA로 선회하였는가
이제 신자유주의가 대세라는 주장을 생각해보자 (신자유주의=개방경제체제로 동치함). 중단기적 관점에서 이 경향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의 본사에서 네트웤 서버를 설계하고 인도네시아의 Contract Manufacturer에 제조를 위탁하여 일본의 종합상사를 통해 제품을 팔고는 필리핀에 있는 콜센터에서 고객관리와 A/S/업무를 수행하는 디지털경제의 시대에 문 닫아걸고 산다는 것은 멸망을 의미할 뿐이다. 살기 위해서는 '개방'해야 한다.
좋다. 개방이 대세라면 따르자. 그런데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어떤 식으로 개방해야 하는가? 개방하기 위해 우리가 택해야 할 절차는 무엇인가? 이제 주제넘게 정치부분을 좀 건드려야 할 것 같다. 미국도 일찌감치 이러한 경향을 파악하고 있었다. 따라서, 헌팅턴의 고립주의-팽창주의 주기반복설이 무색하게도, 미국은 브레튼우즈 체제 이후 민주, 공화당을 가리지 않고 팽창주의 (개방주의) 노선을 고수해 왔다. 미국은 세계무역기구 (WTO)를 창설하고 농업, 서비스, 및 공산품에 대한 무역장벽 축소와 개도국의 경제성장 지원을 위한 무역자유화를 목적으로 하는 도하개발의제협상 (DDA)을 2001년 11월 시작하였다.
개방을 위한 통상협정을 추진하는 방법은 둘로 나뉜다 - 다자주의와 일방주의. 도하라운드라 불리우는 DDA는 다자간 무역협상이다. 즉, 많은 나라가 동시에 참가하여 표준적인 통상안을 만들어 낸다. 이 안은 표준안을 만들기 용이하고 일괄타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개별 국가의 특수성을 반영하기는 어렵다. 반면 FTA는 일방주의적 협상이다. 두 무역당사자가 자기 실정에 맞는 안을 도출하는 방식이다 (실제로는 두 나라 중 힘의 우위에 있는 국가의 의도대로 협상이 진행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만약 미국이 협상력의 우위에 서게 된다면 상대방 별로 지입맛에 딱 들어맞는 복수개의 개방표준을 강요할 수 있는 제도이다.
자 이제 서두에서 언급한 노통의 국무회의 발언을 생각해보자.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고 대가가 많은 것이 양자간 협상'이라는 주장은 우리가 협상상대자인 미국보다 힘의 우위에 서 있을 때만 가능하다. 한쪽이 보다 많은 선택지와 대가를 가진다면 다른 한쪽은 상대적으로 손가락이나 빨고 있어야 한다. 이것이 양자간 협상의 본질이다. 이런 연유로 많은 전문가들이 도하라운드에 기대를 걸었었다. 농산물 분야의 타격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일방적 통상압력을 글로발 스탠다드라는 방패로 막을 수 있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진정 디지털시대에 맞는 개방적인 경제환경을 원한다면 FTA와 같은 일방주의보다 DDA라는 다자주의적 접근방법을 택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이야말로 국내의 개방주의자들이 입에 달고 다니는 글로발 스탠다드한 무역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만약 국가별로 개방의 정도와 내용이 다르다면 국경을 초월하는 Interprise는 생겨날 수 없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DDA는 좌초하고 말았다. 당초 2004년이던 협상기한을 2006년까지로 연장했지만 타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를 일찌감치 감지한 미국은 DDA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주요 통상국과의 개별적 FTA에 주력하기로 방향을 선회한다.
도하라운드의 결렬원인으로는 여러가지가 지목되고 있으나 미국이 자국의 농산물보조금을 고집하면서 타국가들에 무리한 개방을 요구했다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라는 중론이다. 즉, 자유무역을 하자고 판을 벌여놓고 막상 손님들이 오니까 하기 싫다고 버팅긴 꼴이다. 여하튼, 다자간 무역협상인 도하라운드는 물 건너 가고 말았다.
말이 길어졌지만 정리해보자. 개방경제를 표방한 신자유주의는 대세로 보인다 (적어도 중단기적으로는). 그런데 이 대세에 충실히 순응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개방이 필요하다. 현 단계에서의 제대로 된 개방전략은 다자간 무역협상으로 보인다. 최소한 일방주의적 FTA보다는 낫다. 도하라운드에서 시도된 다자간 무역협상은 미국측의 이기주의로 좌초하고 말았다. 미국은 자기들의 기호에 맞는 개방을 이끌어내기 위해 지들이 폈던 도하라운드라는 멍석을 버리고 일방주의적 개별협상 (FTA)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FTA=개방=경제보약이란 주장을 아무렇게나 할 수 있단 말인가?
[한미FTA]FTA=개방=경제보약이라는 공식의 문제점
[한미FTA]FTA=개방=경제보약이라는 공식의 문제점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고 대가가 많은 것이 양자간 협상, 즉 FTA이다. 그래서 FTA를 선호하고 추진하려는 것"- 노무현 대통령의 7/4일 국무회의 발언
위의 발언을 접하고 무척 답답했었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1. 우리는 얼마나 더 개방해야 하는가
한미FTA를 찬성하는 그럴듯한 논리 중의 하나가 다음과 같은 것이다. '개방을 모토로 하는 신자유주의가 대세이다. 그러므로 어차피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추세라면 아무 대책없이 나자빠질 것이 아니라 이번 한미FTA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우리의 산업수준은, 그것이 제조업이건 서비스 분야건, 아직은 선진국 수준이라고 부르기에는 미흡하다. 개방이 몰고 올 경쟁을 두려워만 하지말고 자기발전의 기회로 활용하자.'
이 주장이 논리적으로 성립하기 위해서는 여기에 숨어있는 네 가지 가정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 (1) 신자유주의가 대세임, (2) 양자간 자유무역협정 (FTA)이 개방을 구현하는 첩경임, (3) 우리경제는 개방이 덜 된 상태임, 그리고 (4) 개방의 시기는 우리가 마음대로 정하기 어려움. (1)과 (2)는 제3항에서 다루기로 하겠다. (4)는 경제적 요인 이외에도 다른 종류의 한미간 역학관계도 관계하는 사안이므로 본 알바의 능력을 넘어선다. 그래서 패쓰~. (3)번 항목에 대해서 썰을 풀겠다.
어떤 시장에 국적이 다른 경제주체가 들어와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상행위를 영위할 수 있다면 그 시장은 제도적으로 개방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말로 하면 관세라든가 이중적 인허가와 같은 차별적 제도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자면 우리 시장은, 산업별로 다소 차이가 나겠지만, 상당한 정도로 개방되었다고 볼 수 있다. 우리생활 곳곳에서 외국기업의 영향력을 체감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이 알바의 주장이 미덥지 못한 분들을 위해 다음의 발언들을 인용한다. 대외경제연구원장이란 분의 2005년 인터뷰 발언이다 (참고로 대외경제연구원은 이번 보고서 조작파문의 당사자이자 개방론자들이 득실거리는 곳이다).
Q: 한국경제는 개방이라는 거대한 변화 앞에 서 있습니다. 현재 한국 경제와 산업의 개방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평가하십니까.
A: 정책적 개방 정도는 선진국 수준에 근접해 있습니다. 관세를 일례로 들면 한국의 관세율이 6%대인데 선진국은 4% 내외로 차이가 없습니다. 도하개발아젠다(DDA)와 자유무역협정(FTA)이 본격적으로 타결되기 시작하면 5년 이내에 5%대로 내려앉을 겁니다. 관세는 더 이상 수입장벽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또 금융시장은 너무 개방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죠. 외국자본의 진출 수준이 선진국을 능가합니다. 하지만 교육, 의료, 법률 등 서비스 부문의 개방은 아직 미흡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알바는 무엇보다도 한미FTA를 개방 대 쇄국의 프레임으로 보는 시각이 참으로 안타깝다. 노통이 대국민설득을 위해 설정한 프로파겐다 구도로 생각되는데... 우리 시장은 전체적으로 (특히 제조업과 금융 부분은) 우리의 경제수준을 생각해보면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을 만큼 충분히 개방되어 있다고 본다. 물론 일부 서비스 부분은 지금보다 더 개방이 필요할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작금의 어려운 상황이 개방을 덜 해서 발생한 것으로 생각할 수는 없다. FTA가 경제난 타개의 돌파구가 되기는 어렵다.
2. 한미FTA 협상의 결렬은 곧 쇄국을 의미하는가
우리나라의 경제규모가 커지고 대미무역역조가 심해지면서 미국측으로부터 각종 통상압력이 있었다. 이러한 일련의 통상압력에 대응하면서 우리는 점차로 우리시장을 개방해왔다. 한미FTA도 그 실질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미국의 통상압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물론 그 상징적 의미는 개별통상협상의 합 이상이다). 쉽게 말하자면 하나씩 협상하기 귀찮으니 패키지로 한꺼번에 처리하자는 주문인 것이다.
누차 강조하였지만 우리경제는 어느 정도 개방된 상태이다. 이번에 한미FTA가 이루어지면 더 높은 수준의 개방 (완전개방수준)으로 가는 것이다. 따라서, 협상이 결렬된다고 해서 우리 경제가 쇄국의 길로 들어서는 것은 결코 아니다. 비록 다소의 보복이 있겠지만 어느 정도의 냉각기를 거쳐 개별협상을 진행하든가 아니면 다시 FTA를 추진할수도 있고. 국제환경의 변화에 따라서는 우리에게 훨씬 유리한 방식인 다자간 무역협상에 올라탈 수도 있는 것이다.
협상결렬이 쇄국의 길을 택하는 일이라고 호들갑을 떨 필요도 없고 떨어서도 안된다. 실무적으로 보아 한미FTA 협상의 결렬은 기존의 통상협상 수십개가 한꺼번에 진행되다 결렬된 것에 불과하다. 국가간의 통상협상은 한번 떠나면 다시는 오지 않는 버스가 아니다. 오히려 한번에 타결되는 것이 이상하다.
3. 미국은 왜 도하라운드를 포기하고 FTA로 선회하였는가
이제 신자유주의가 대세라는 주장을 생각해보자 (신자유주의=개방경제체제로 동치함). 중단기적 관점에서 이 경향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의 본사에서 네트웤 서버를 설계하고 인도네시아의 Contract Manufacturer에 제조를 위탁하여 일본의 종합상사를 통해 제품을 팔고는 필리핀에 있는 콜센터에서 고객관리와 A/S/업무를 수행하는 디지털경제의 시대에 문 닫아걸고 산다는 것은 멸망을 의미할 뿐이다. 살기 위해서는 '개방'해야 한다.
좋다. 개방이 대세라면 따르자. 그런데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어떤 식으로 개방해야 하는가? 개방하기 위해 우리가 택해야 할 절차는 무엇인가? 이제 주제넘게 정치부분을 좀 건드려야 할 것 같다. 미국도 일찌감치 이러한 경향을 파악하고 있었다. 따라서, 헌팅턴의 고립주의-팽창주의 주기반복설이 무색하게도, 미국은 브레튼우즈 체제 이후 민주, 공화당을 가리지 않고 팽창주의 (개방주의) 노선을 고수해 왔다. 미국은 세계무역기구 (WTO)를 창설하고 농업, 서비스, 및 공산품에 대한 무역장벽 축소와 개도국의 경제성장 지원을 위한 무역자유화를 목적으로 하는 도하개발의제협상 (DDA)을 2001년 11월 시작하였다.
개방을 위한 통상협정을 추진하는 방법은 둘로 나뉜다 - 다자주의와 일방주의. 도하라운드라 불리우는 DDA는 다자간 무역협상이다. 즉, 많은 나라가 동시에 참가하여 표준적인 통상안을 만들어 낸다. 이 안은 표준안을 만들기 용이하고 일괄타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개별 국가의 특수성을 반영하기는 어렵다. 반면 FTA는 일방주의적 협상이다. 두 무역당사자가 자기 실정에 맞는 안을 도출하는 방식이다 (실제로는 두 나라 중 힘의 우위에 있는 국가의 의도대로 협상이 진행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만약 미국이 협상력의 우위에 서게 된다면 상대방 별로 지입맛에 딱 들어맞는 복수개의 개방표준을 강요할 수 있는 제도이다.
자 이제 서두에서 언급한 노통의 국무회의 발언을 생각해보자.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고 대가가 많은 것이 양자간 협상'이라는 주장은 우리가 협상상대자인 미국보다 힘의 우위에 서 있을 때만 가능하다. 한쪽이 보다 많은 선택지와 대가를 가진다면 다른 한쪽은 상대적으로 손가락이나 빨고 있어야 한다. 이것이 양자간 협상의 본질이다. 이런 연유로 많은 전문가들이 도하라운드에 기대를 걸었었다. 농산물 분야의 타격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일방적 통상압력을 글로발 스탠다드라는 방패로 막을 수 있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진정 디지털시대에 맞는 개방적인 경제환경을 원한다면 FTA와 같은 일방주의보다 DDA라는 다자주의적 접근방법을 택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이야말로 국내의 개방주의자들이 입에 달고 다니는 글로발 스탠다드한 무역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만약 국가별로 개방의 정도와 내용이 다르다면 국경을 초월하는 Interprise는 생겨날 수 없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DDA는 좌초하고 말았다. 당초 2004년이던 협상기한을 2006년까지로 연장했지만 타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를 일찌감치 감지한 미국은 DDA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주요 통상국과의 개별적 FTA에 주력하기로 방향을 선회한다.
도하라운드의 결렬원인으로는 여러가지가 지목되고 있으나 미국이 자국의 농산물보조금을 고집하면서 타국가들에 무리한 개방을 요구했다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라는 중론이다. 즉, 자유무역을 하자고 판을 벌여놓고 막상 손님들이 오니까 하기 싫다고 버팅긴 꼴이다. 여하튼, 다자간 무역협상인 도하라운드는 물 건너 가고 말았다.
말이 길어졌지만 정리해보자. 개방경제를 표방한 신자유주의는 대세로 보인다 (적어도 중단기적으로는). 그런데 이 대세에 충실히 순응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개방이 필요하다. 현 단계에서의 제대로 된 개방전략은 다자간 무역협상으로 보인다. 최소한 일방주의적 FTA보다는 낫다. 도하라운드에서 시도된 다자간 무역협상은 미국측의 이기주의로 좌초하고 말았다. 미국은 자기들의 기호에 맞는 개방을 이끌어내기 위해 지들이 폈던 도하라운드라는 멍석을 버리고 일방주의적 개별협상 (FTA)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FTA=개방=경제보약이란 주장을 아무렇게나 할 수 있단 말인가?
ⓒ 니미럴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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