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의 기술

엄지훈2006.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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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의 기술바바라 민토의 '논리의 기술'은 읽기보다는 이해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됐던 책이었다.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웠던 이유를 크게 두 가지 꼽을 수 있는데, 이 이유들은 책을 쉽게 읽지 못했던 나 자신에 대한 변명이기도 하다. 첫번째 이유는 글 중간중간 삽입돼 있는 예시들이 너무 일반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것처럼 예시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이 책의 타겟이 컨설턴트나 정부의 TF 구성원들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그러한 예시들은 너무 산발적으로 자주 등장하고 있기에 책의 맥락을 따라가는게 힘이 들었다. 두번째 이유는 '글은 하나의 생각을 중심으로 한 피라미드 형태를 구성하고 있어야 한다'는 바바라 민토의 역설에도 불구하고 주장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이유들이 너무 멀리 떨어져있기 때문에, 글을 읽다보면 무엇을 말하려는지 잊어버리고 의미없는 예시들 속에서 허덕이게 된다는 점이다. 글의 구성에 있어 완성도는 높을지 모르지만, 독자를 배려한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런 점에서 '카네기 인간관계론'과는 정반대의 기질(?)을 지닌 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전자가 context에 의미를 둔다면, 후자는 contents에 의미를 두고 있는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바라 민토의 '논리의 기술'이 논리적 커뮤니케이션의 신화적 바이블로 꼽히고 있는 이유는 피라미드 형태의 글쓰기의 원전이라는 점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약 1000억개의 뉴런이라는 생체세포를 통해 정보처리를 한다. 이 복잡한 네트워크망에서 발산되는 인간의 사고는 정형화되어 있기보다는 불규칙하고 복잡하다. 문제는 이 두서없는 생각을 그대로 글로 옮기다보면 도무지 독자들은 이해할 수 없는 글이 탄생된다는 점이다. 독자들은 모든 글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관심을 갖고 읽지는 않는다. 첫문장만 읽고, 심지어는 글의 제목만 보고 버려질 수도 있다. 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글을 구성할 때 사람들의 생각 패턴을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 바바라 민토의 논지이다. 여기에서 '마법의 숫자 7'과 '위에서 아래로 top down'이라는 중요한 원칙이 등장한다.

사람들은 사물 혹은 글을 인식할 때 개개의 단위로 기억을 하지는 않는다. Gestalt Psychology와 Balance Theory, Cognitive Dissonance Theory에서 보듯 인간의 사고 구조는 어느 정도 일정한 군집을 이루며 전체를 구성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가령, 흩어진 점들 속에서도 원이나 삼각형을 발견해내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다. 글은 이렇듯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하나의 핵심적 메시지를 중심으로 상위 메시지에 대해 하위 메시지가 보완하는 흐름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글의 도입부는 S(Situation)-C(Complication)-Q(Question)의 구조를 기본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정보를 전달하기보다는 환기시켜야 한다. 또한 이러한 그루핑의 구조는 MECE(Mutually Exclusive and Collectively Exhaustive)라는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