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재준이

이은영2006.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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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양경이 지성이 소원 중의 하나인

"놀이동산가기"를 이루어 주려고 결심을 하고 있던 차에

시댁 큰집 조카 지민이 지원이

내친 김에 친정 조카 소영이, 재용이를 데리고

가까운 어린이 대공원엘 가려고 날을 잡았죠.

 

양경이, 지성이, 지민이, 지원이를 데리고

신내동 부모님집에 가까이 가선 전화를 했는데,

아~ 글쎄

지 아버지 품에 안겨서

재준이란 놈이 떡하니 나와 있는게 아니겠어요.

8월 5일로 만 세살이 되는 이 녀석을

제가 어떻게 감당한단 말입니까?

사실 전 이 녀석, 아니 아기들을 보면

한 순간이 좋지, 이거 언제 크겠냐-하고

걱정부터 앞서는 사람인데

이 무더위에 이 어린 것을 데리고 헤맬 것을 생각하니

절로 불평이 터져 나왔죠.

남동생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야, 난 얘 책임 못진다!!"

아빠 품에 안겨서 눈을 내리깔고 있던 재준이는 그 순간

제 엄마의 시중을 받으며 양말을 신고 있었죠.

 

이 고모의 바람은 아랑곳없이

이 녀석도 할아버지의 품에 안겨 놀이공원으로 향했죠.

사실 우리 아버지, 그 녀석의 할아버지 덕에

제 손은 별로 필요없더군요. 하하.

 

말이 대공원이지, 서울랜드나 에버랜드 같은 곳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소박한(?!)한 시설을 갖추고 있는 놀이동산이었으나

키가 작으면 놀이기구를 몇개 타지 못할 것이라는 잘못된 판단 덕에

자유이용권을 구입하지 않은

꼬마 네 명에게 예상외로 무지하게 돈이 많이 들어가서

가난한 작은 엄마이자 고모인 전 무척 속이 아팠죠. - -;;

 

그래도 어찌나 행복해 하던지.

하긴 빅5로 만족할 수 없었던 꼬마 네 놈은

최선을 다해서 노력봉사하고 있는 제게 툴툴거리다가

훈시를 좀 받기도 했지만..ㅋㅋ

 

그런데 그 다음 그 일이 생긴거죠.

시원하고 근사한 음식점에서 맛난 것까지 사서 먹이곤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미리 에어콘까지 시원하게 튼 자가용에,

그것도 지 놈이 제일 좋아하는 할아버지 품에 안겨서

졸기 시작하던 재준이가 고 쪼그마한 입을 벌려

이렇게 말했습니다.

"고모- 바보!"

 

이런, 이런!

기가 막힌 제가 이렇게 물었죠.

"뭐시라???"

그 다음 순간 그 심술이 가득 들은 볼이 씰룩 움직였습니다.

"고모, 바보!!"

 

얼씨구~

이 더위 속에서 하루를 꼬박 들여 얻은 것이 이런 평가라니...ㅜㅜ

 

"재준아,

고모가 재밌는 것도 태워주고 맛있는 것도 사주고

재준일 얼마나 사랑하는데~!!!

진짜 고모 바보야???"

고모부의 여러 설득 끝에

간신히

"아니."

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죠.

허나,

다시 잠 속으로 떨어지며,

짧게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고모, 바보..."

 

하하.

이젠 인심을 사기 위해

절대 듣는 데 서운한 말을 하지 않기로 결심을 해봅니다.

 

놀이동산에 다녀온 이후에

이 몇일 동안 재준이의 "고모- 바보"하고 말하던

고 자그마한 입이, 통통한 볼살이 자꾸 떠올라서

나도 모르게 미소를 머금게 됩니다.

 

이제 세돌을 지난 재준이가

하나님 안에서

건강하고 지혜롭고 씩씩한 아이로 자라기를 기도합니다.

 

"재준아, 두고 간다고 해서 서운했니?

미안하다. 이젠 고모가 그런 말 안할게.

사랑해, 재준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