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家 엄한 시집살이…노현정도 벙어리3년?

김영종2006.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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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정주영 창업주, 밥상머리 교육 `특별`
- 예전엔 `벙어리3년 귀머거리3년 장님 3년`
- 요즘은 현대가 여자들 사회활동 적극..노현정 새며느리상?
- 정몽구 현대차 회장, 사실상 노현정 `시아버지`

[이데일리 문주용 선임기자] 정몽준 의원의 아내 김영명씨가 현대가 며느리가 된지 얼마안됐을 때 얘기라고 한다. 그때만해도 시아버지(정주영 현대그룹창업주)가 주도하는 엄숙한 집안 분위기를 채 익히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김씨는 식사중에 어른들 대화에 불쑥 불쑥 끼어드는 버릇이 있었다. 하루는 시아버지인 왕 회장이 조용히 이르더란다. `얘야, 밥 먹을때는 말을 많이 안하는게 좋은 거다`

노현정 KBS아나운서가 현대가의 며느리가 된다는 소식이 재계와 방송계의 화제다. 재벌가 집안의 호쾌남과 방송계 인기아나운서의 결혼소식이라 더욱 눈길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현대가의 며느리`가 되는 것이 갖는 의미도 유별하다.

`현대가의 며느리`는 어찌보면 골동품 갖기도 하고, 어찌보면 재벌가에선 보기드문 `진짜사랑`을 품고 사는 여인들이기도 하다. 물론 요즘은 `골동품`에서 완전 변신, 억눌렀던 `활동 본능`을 마음껏 펼치고 있다.

◇왕회장의 특별했던 `며느리 밥상머리교육`

왕회장이 의욕적인 경영활동을 할 당시, 현대 정씨 집안의 며느리는 흔히 말해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 생활을 해야했다. 정확히 하자면 그 이상이다.

왕 회장은 아들들의 혼사에 관해서는 자유 방임이었다. 아들이 스스로 배필을 데려오면 오케이 할 만큼 자유연애를 허용했다. 현정은 씨만 본인이 직접 찍었다한다. 며느리든 딸이든, 손녀든 여대출신을 선호했다. 며느리가 될 사람의 집안 배경은 신경쓰지 않는, 소박한 혼인관을 갖고 있어서, 정략 결혼과는 거리가 있었다.

대신 현대가 여인으로 들어오면, 며느리들은 사회활동은 생각지도 못한다. `살림에만 신경쓰라`는 왕회장의 엄명으로, 며느리들은 골프장근처조차도 가지 못하게 했다.

이런 집안 분위기 탓에 현정은 현대그룹회장이 현대그룹 총수로 오르는 것을 현대가 남성들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싶을 정도. 현대가 남자들은 `솥뚜껑 운전사 밖에 더 했나`며 불신했고, 현 회장도 한동안은 이 컴플렉스에 시달렸다. 정몽헌 회장이 작고하기 전까지 현 회장은 주부 일외에는 한국걸스카웃연맹, 대한적십자사등 사회사업에 오갔다하는 정도였다.

왕 회장 아래서 현대家 며느리들은 매일 새벽마다 남편들과 청운동 자택을 찾아가 아침밥을 같이 해야했다. 물론 남자들 밥상과 며느리들 밥상은 따로였고 한참이 지난후에야 겸상이 허용됐다.

한번은 아들들이 `작전`을 짜서 아침 식사시간에 몇번 빠진 적이 있었다. 그때 왕 회장은 `다들 들어와서 살아라`라고 불호령을 내렸고, 아들내외들은 1년동안 들어가서 살아야했다.

식사때마다 오르는 반찬은 나물들이 대부분이었다. 시아버지가 나물을 좋아하는데다 검소하기 이를때 없었기 때문.

현대가 며느리들은 4월을 `제사의 달`이라 불렀다. 시아버지가 제사를 꼭꼭 챙기기를 즐기는데다, 4월에 집안제사가 다 몰려있었기 때문이다. 며느리들은 새벽 4시부터 청운동 시댁을 찾아가 제사상을 차렸다.

◇정몽구 회장, 사실상 노현정의 `시아버지` 역할

현대그룹이 아나운서 출신으로 며느리를 맡는 것은 노현정이 두번째다. 왕 회장의 첫 아들로, 일찍 교통사고로 일찍 사망했던 정몽필 씨의 부인 이양자씨도 아나운서 출신이었다. 그녀는 91년 암으로 사망했다.

노현정씨의 시어머니가 될 이행자씨(고 몽우씨 부인)은 노현정 만큼이나 당대에 빼어난 미모를 자랑했다. 이씨는 숙명여대를 떠들썩하게 했던 `미인` 으로 알려져 있어 고부간 미모 경쟁도 볼 만하게 됐다.

노현정은 우울증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시아버지의 부재를 아쉬워할 필요가 없을 듯싶다. 현대家 집안의 장자인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일찌감치 몽우씨 집안을 건사해왔고, 이번 결혼식도 정몽구 회장이 혼주 역할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몽구 회장은 몽우씨의 유족인 조카 3명을 모두 현대차그룹의 계열사인 BNG스틸(옛 삼미특수강)에 입사시켰다. 그중에 제일 윗 조카인 장남 일선씨는 최근 BNG스틸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현대가에서는 정 회장이 BNG스틸을 몽우씨 유족들을 위해 배려해놓은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노현정은 이 집안의 세째인 대선씨랑 결혼을 한다.

◇현대家 여인들, 최근 외부 활동 활발..노현정은?

엄한 시아버지였던 왕회장이 세상을 뜬후 현대家 여인들에게도 많은 변화가 왔다. `여자들은 집안에서 살림만 해라`라는 엄명은 그야말로 빛바랜 `유언`이 됐다.

당장 정몽헌 회장의 부인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경영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시숙관계인 KCC, 시동생인 정몽준 의원의 현대중공업이 현대상선 경영권을 노리고 있어 힘겹지만 차츰 경영인으로서의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정몽구 회장의 부인 이정화 씨의 활동도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003년 해비치리조트 이사로 처음 경영에 참여한 이 씨는 지금은 대주주이자 최고경영자가 됐다.

해비치리조트는 제주도에 해비치컨트리클럽(골프장)과 해비치오션사이드(콘도)를 운영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레저회사다. 이 씨는 27홀짜리인 해비치 골프장을 36홀로 넓히는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의 큰 딸 정성이씨도 현대차 그룹의 광고대행사인 이노션의 고문을 맡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현대家 며느리중 경영 활동을 일찌감치 시작했던 이는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부인 우경숙씨(현대백화점 고문)다. 현대그룹 비서실에 근무하다 정몽근 회장과 결혼했다. 한동안은 전형적인 전업주부의 길을 걷다가 지난 90년 현대백화점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한후 왕성한 활동을 하며 그룹내 최고 의사결정권자 역할을 했다. 지금은 장남 정지선 현대백화점 그룹 부회장이 경영을 맡으면서 한발 물러선 상태다.

옛날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의 엄한 시집살이를 감당했던 현대가의 여인들은 뒤늦게 자신들의 `끼`를 발산하느라 여념이 없다.


정몽구 회장을 비롯한 현대家의 남자들이 여인들의 사회진출 문호를 활짝 열었기 때문이다. 노현정에게도 `자유분방한 현대家 며느리`의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