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 비도 오는데 치킨에 맥주나 먹을까?” “치킨과 맥주 좋지. 그런데 그게 비와 무슨 관계가 있지?” “관계? 음. 그건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가 치킨을 꽤나 좋아한다는 건 확실해.” “그래. 네가 치킨을 남달리 좋아한다는 사실은 우리 사이에서도 꽤 유명한 편이지.” 청년A는 고개를 끄덕이며 방금 전 청년B의 말에 동의했다. “그럼 우린 치킨을 먹기로 결정 한 건가?” 청년 A는 다시 한번 사실을 확인하고는 냉장고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냉장고에 자석으로 부착 된 치킨집의 홍보용 병따개를 눈 앞으로 가져와 그 번호대로 전화를 걸었다. 청년A는 전문가다운 말투로 치킨과 맥주를 배달시키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안경까지 내려온 웨이브 진 앞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고 으시대듯 청년B를 쳐다봤다. 청년B는 헛기침을 한번 했다. 청년 A는 말했다. “이 집 치킨은 맛이 꽤 좋은 편이야. 하지만 그 옆 블록의 치킨집 만큼은 못하지.” “아니 그런데 왜 거기서 치킨을 시켰지?” “말하자면 도박을 한 거야.” “도박?” “그래. 대부분 배달은 주인 아저씨가 하지. 하지만 아주 가끔은 그 집 딸내미가 배달을 올 때가 있어. 그 딸내미는 확실한 미소녀야.” 미소녀 관련 까페의 운영자를 맡고 있는 청년B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금요일 늦은 밤엔 특히나 배달 주문이 쇄도하지. 그래서 주인 아저씨 혼자서는 주문량을 쫓아갈 수가 없어.” “아! 그래서 딸이…” “그렇지.” “그런데. 그녀가 그 집 딸이라는 걸 어떻게 확신하지?” “주인 아저씨와 아주 붕어빵이거든.” “닮았다고? 그럼 주인 아저씨도 미소녀인가?” “이런 머저리 같은 녀석. 주인 아저씨는 절대 미소녀가 아니야. 오히려 못생긴 편이라고 해도 좋아.” “그런데 어째서..?” “그건 아주 미묘한 문제야. 분명히 닮았지만…그녀는 그 아저씨의 단점이라면 단점이랄 수도 있는 얼굴의 특징들을 아주 잘 소화해 내고 있어. 그녀는 젊고 싱그러워.” “음. 그녀를 꼭 보고 싶군.” “그래 우린 아저씨가 아닌 그녀가 이곳으로 배달을 오라고 기도해야 돼.” 얼마 지나지 않아 초인종이 울렸다. 청년 둘은 현관까지 이어지는 길목의 장애물들 양말, 옷가지, 책, 담배 갑 등을 발로 밀어내며 문 앞에 섰다. 그리고 문을 여는 순간 그들은 눈 앞의 천사를 목격 할 수 있었다. 그녀는 아주 순식간이긴 하지만 분명 빛을 뿜어냈고 그들은 그 순간 눈을 찡긋 감았다. 치킨 집 딸내미는 한 손에 포장된 치킨을 들고 있었고 한 손엔 오토바이 헬멧을 들고 있었다.
청년 B는 그녀가 하얀 잠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는 점과 등 뒤에 하얀 깃털로 감싸진 날개가 없다는 사실에 서글픔과 동시에 굉장한 분노를 느꼈고 그것은 곧 하나님에 대한 원망으로 이어졌다. 그는 청년A가 돈을 지불하는 동안 고개를 숙인 채 암담한 기분에 휩싸여 있었다. 그리고 그녀를 제외한 세상모든 것에 대한 분노와 조롱을 담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왜 날개가 없는 거죠?” 치킨 집 딸내미는 당황하며 “그럴리가요. 날개는 분명히 들어있어요.” 라고 반박했다. 그 순간 청년B의 의식은 현실로 빠르게 전환됐다. “아..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청년A는 청년B를 무슨 벌레 보듯 인상을 찌푸리며 쳐다봤다. 치킨 집 딸내미는 허둥지둥 거스름돈을 꺼내어 청년A에게 건내주고 자연스럽지 못한 미소를 띈 채, “맛있게 드세요.” 라고 말하고는 서둘러 복도로 사라져 버렸다. 그녀의 발걸음소리가 들리지 않게 멀어지자 청년A는 청년B에게 아까 도대체 무슨 소릴 한 거냐고 다그쳤다. “그게…그러니까 아깐 참 열이 받았어.”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녀는 분명히 천사야. 그런데 왜 천사가 이런 늦은 시간에 그것도 비까지 오는 날에 힘들게 오토바이를 몰면서 닭 배달을 해야 하는 거지?!” 청년A는 잠자코 듣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천사의 상징인 날개조차 달고 있지 않잖아! 내 분노는 도대체 누구를 향해야 하는 거지? 치킨 집 주인인가 아니면 하나님인가!” 청년 A는 청년B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그리고 그를 달래며 방까지 겨우 데리고 올 수 있었다. 청년A는 포장을 풀고 치킨을 상 위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눈에 띄는 닭 날개를 하나 집어 올리고는 청년B에게 말했다. “여기 있잖아. 바로 천사의 날개야.” 청년B는 눈물이 가득 고인 커다란 눈으로 노릇노릇하게 잘 튀겨진 닭 날개와 청년A의 얼굴을 번갈아 가며 보았다. 청년 A는 닭 날개를 청년B를 향해 내밀며 우정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자, 먹어.” 청년B는 날개를 받아 “아그작.” 한입 베어 물었다. “천사의 날개야.” 청년A는 말했다. 청년B는 이내 울음을 터뜨렸으며 입안 가득 고기를 씹으며 외쳤다. “바로 이 맛있는 튀김을 위해 그녀는 매일 수십 개의 날개를 떼어내야만 해!” 청년A는 받아쳤다. “치킨 집 주인은 그녀를 팔아먹는 걸로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어! 그는 자신의 딸을 창녀로 만든 거나 마찬가지야!” 그 둘은 각자의 손에 들린 치킨을 씹어가면서 자신들과 천사와 치킨을 제외한 세상 모든 것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곧 치킨도 바닥 나 버리자 청년B는 비장한 말투로 말했다. “치킨이 더 필요해.”
청년 A는 치킨을 주문하면서 마지막에 이 말을 빠트리지 않았다. “배달은 딸을 시키시오. 그렇지 않으면 당장 쳐들어가 거기에 튀겨진 모든 닭들의 껍질만을 발라 먹어 버릴 테니까.” 전화를 받은 아줌마는 사무적인 말투로 “네 알겠습니다.” 하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자신의 가시 박힌 언행에 의한 어떤 통쾌감을 기대했던 청년A는 아줌마의 너무도 대수롭지 않은 반응에 적잖이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 후, 초인종이 울렸고 문 앞에는 천사가 다시 치킨 봉지를 들고 서 있었다. “네, 구 천원 입니다.” 청년A는 돈을 지불하고 나서 말했다. “들어오셔서 잠시 쉬다 가세요.” “그래요. 당신은 지금 너무 지쳐 보여요.” 치킨 집 딸내미는 말했다. “전 정말로 지쳤어요. 그 이유는 바로 당신들이 두 번씩이나 치킨을 시켰기 때문이에요. 왜 한번에 두마리를 주문하지 않은 거죠?” 청년 둘은 당황했다. 잠시 후 청년B가 겨우 입을 열었다. “하지만 저흰 당신을 동정하고 있어요. 그것만은 알아주세요. 저희는 당신편이에요. 그리고 당신이 천사라는 것도 알아요.” “뭐요? 천사라고요? 말도 안돼. 당신들은 미쳤어요.” 그때 현관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바로 청년A가 닫은 것이었다.
“왜 이러시죠? 전 나가겠어요.” “안돼요. 당신은 지금 천사라는 걸 부정했어요. 저흰 그걸 용납 할 수 없어요.” 청년B가 청년A의 말을 받으며 나섰다. “그래요. 당신은 우릴 속이려 하고 있어요. 이유가 뭐죠?” “이유요? 전 당신들이 도대체 저한테 왜 이러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군요. 전 천사 같은 게 아니에요. 아! 그걸 증명할 수만 있다면…” “증명?” 청년A는 순간 귀가 솔깃해졌다. “천사님 지금 증명이라고 하셨나요? 그렇다면 좋아요. 당신이 천사가 아니란 걸 증명한다면 순순히 당신을 보내드리겠어요.” “증명..” 치킨 집 딸내미는 잠시 생각 한 후에 말했다. “전 날개가 없어요. 날개가 천사의 상징인 건 물론 알고 있겠죠?” 청년 B는 바닥에 내려져 있던 치킨 상자 안에서 닭 날개 하나를 꺼내들고는 말했다. “날개라면 여기 있어요. 이건 바로 천사의 날개에요. 곧 당신이 천사라는 증거도 되죠.” “당신들은 미쳤어요.” 청년B는 치킨 날개를 한 입 뜯어 먹었다. 그리고 그는 말했다. “한가지 방법이 있어요. 천사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단 한가지 방법이.” 치킨 집 딸내미는 단 번에 “그게 뭐죠! 뭐든 지 하겠어요!” 라고 말했고 청년B는 잠시 뜸을 들인 후에 입을 열었다.(그의 입술은 기름기 때문에 반짝거렸다.)
“천사는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죠. 그러므로 성기가 없어요. 그건 인간과 천사를 구분하는 결정적인 증거이자 외계인과 인간을 구분 짓는….콜록, 어쨌든 당신의 성기를 보여주세요.” “제정신이에요?” “그걸 보지 않고는 절대로 당신이 인간이라는 걸 믿을 수 없어요.” “훗, 좋아요. 까짓 거 뭐 보여주죠. 대신에 제가 천사가 아니라는 것만 입증되면 절 보내줄 거죠? 약속해요.” “물론이에요.” 치킨 집 딸내미는 그때까지도 손에 들고 있던 헬멧을 바닥에 내려놓고 다리를 꽉 조이고 있던 청바지를 벗어 내리기 시작했다. 하얗고 매끄러운 다리를 보며 청년 둘은 침을 꿀꺽 삼켰다가 곧 후회했고 잠시나마 천사를 여자로 착각했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했다. “이제 마저 벗을 거에요.” 치킨 집 딸내미는 말과 동시에 팬티를 내렸다. 그러자 그곳엔 그 두 청년이 이제껏 보아왔던 어느 여성보다도 탐스럽고 고운 음모가 다소곳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음모는 꼬부라지지도 않았고 거칠거나 두꺼워 보이지도 않았다. 청년B는 여자에게 다가가 음모 아래로 손을 쑤욱 밀어 넣었다. “지금 뭐 하는 거에요?” “확인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면서 그는 꽤 뜸을 들이며 여자의 은밀한 부위를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만지작거렸다.
청년A는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청년B는 여자의 나머지 옷을 벗기려고 노력했다. “뭐에요! 약속이 틀리잖아요!” 여자는 외쳤다. 청년B는 발가벗겨진 여자를 번쩍 들어올려 침대로 데리고 가면서 말했다. “천사와 한 약속과 사람과 한 약속이 같나요? 전 단지 하나님의 벌이 두려울 뿐이에요.” “그런 말도 안 되는…”
예전의 유머감각이 그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