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혁이가 아팠었다. 1년에 두 번 정도 아프다. 한 번은 감기, 또 한 번은 과로에 의한 기절초풍. 그런데 이번엔 왠일인 지 감기도 아니면서 열이 펄펄 끓었다. 눈만 마주치면 밥밥밥밥 밥타령하던 놈이 물 한모금 안 마시고 잠속으로만 기어들어가니 덩달아 숨이 막히고 피가 멈췄다. 자식이 아프면, 간호하는 시간 보다 아프도록 방치한 부모 자신을 질책하고 반성하는 시간이 더 길고 따가운 법이다. 일곱살 나이에 스스로 의식주를 거뜬히 해결해온(실상 훈련받은) 민혁이여서, 늘 별 걱정 없을 거라 과신해온 데 대한 벌을 받는 시간. 불에 타는 듯한 가슴을 쓸어내리며 곁에서 지켜보고 있는데, 어느 새 민혁이가 스르르 눈을 뜨며 말했다. "엄마.......있잖아........... 기념촬영해줘......." 뭐어????????? 다 죽어가는 와중에, 왠 기.념.촬.영인가 싶어서 다시 물었더니 대꾸하는 말. "있잖아..... 아프니까 좋아서...." "뭐? 아퍼서 좋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있잖아.. 난 잘 안 아프니까 아퍼서 좋다고... 엄마도 있고.." 자긴 잘 안 아프니까 아파서 좋다는 말. 민혁이의 그 말이 가슴을 콕 찔러왔다. 아프니까 바쁜 엄마가 옆에 있어주고, 아프니까 친구같던 엄마가 아기처럼 품어주고, 아프니까 냉정했던 엄마가 오냐오냐해주는 게 퍽이나 황송했던 모양이다. "알았어 알았어. 찍어줄테니까 최대한 아프게, 포즈 취해봐!" "그냥 찍어.... 지금 아프단 말야......" "알았다." 찰칵!! 좋아? 그 와중에도 좋았는 지, 힘 없는 얼굴에 봉숭아 꽃물같은 미소가 슬며시 번진다. 그리고 반나절 후, 약을 먹고 한숨 자고 일어나더니 배고파.... 한다. 밥을 차리면서, 이렇게 동작이 빠르고 신이 났던 게 언제였는 지 모르겠다. "야 임마, 맛 있어?" "......................" "맛 있냐고?!" "말 시키지마!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못 먹은 거 몰라?" 민혁이가 밥을 찾으면, 민혁이가 시건방을 떨면, 그제야 괜찮아진 거다. 그제야 벌을 서던 마음을 내려놔도 되는 거다. "민혁아, 너무 과식하지마. 굶다가 먹는 거 안 좋아." "언제 과식하게 소고기 사줘봤어? 이건 밥이니까 괜찮아." 건방진 새끼. 내 새끼. 조금 살만하니까 또 입만 살아서는. 엽기 포즈라고, 너무 얼굴들 찌푸리지 마시라! 하루 종일 얼마나 그리워했던 민혁이의 모습인 지 모른다. 괴물같은 시건방에 괴물같은 엽기춤에 괴물같은 식욕이지만...... 이게 진짜 민혁이다. 그 괴물같은 에너지를 내게 뿜어, 괴물같은 삶을 기꺼이 버티고 맞짱뜨게 해주는! "아싸! 나 이제 기분 좋아졌으니까 엄마도 맥주 한잔 해!" 기분 좋아졌으니까 엄마도 기분 좋아해, 도 아니고.. 기분 좋아졌으니까 엄마도 춤 춰, 도 아니고.. 맥주라니. 늘 이 딴 식이다. 그래도........................... 에라, 기분이다. 오늘은 한 잔 땡겨야 겠다. 자고로 스님의 행복은 사리를 낳아야 완성되고, 여자의 행복은 자식을 낳아야 완성된다고 했던가. 맞는 말인 거 같다. 자식은, 희노애락의 결정체. 슬픔인 채로 행복이다. 가장 독하디 독한, 생의 희망이다.
자식
민혁이가 아팠었다.
1년에 두 번 정도 아프다.
한 번은 감기, 또 한 번은 과로에 의한 기절초풍.
그런데 이번엔 왠일인 지 감기도 아니면서 열이 펄펄 끓었다.
눈만 마주치면 밥밥밥밥 밥타령하던 놈이
물 한모금 안 마시고 잠속으로만 기어들어가니
덩달아 숨이 막히고 피가 멈췄다.
자식이 아프면,
간호하는 시간 보다 아프도록 방치한 부모 자신을 질책하고
반성하는 시간이 더 길고 따가운 법이다.
일곱살 나이에 스스로 의식주를 거뜬히 해결해온(실상 훈련받은)
민혁이여서, 늘 별 걱정 없을 거라 과신해온 데 대한
벌을 받는 시간.
불에 타는 듯한 가슴을 쓸어내리며 곁에서 지켜보고 있는데,
어느 새 민혁이가 스르르 눈을 뜨며 말했다.
"엄마.......있잖아........... 기념촬영해줘......."
뭐어?????????
다 죽어가는 와중에, 왠 기.념.촬.영인가 싶어서 다시 물었더니
대꾸하는 말.
"있잖아..... 아프니까 좋아서...."
"뭐? 아퍼서 좋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있잖아.. 난 잘 안 아프니까 아퍼서 좋다고... 엄마도 있고.."
자긴 잘 안 아프니까 아파서 좋다는 말.
민혁이의 그 말이 가슴을 콕 찔러왔다.
아프니까 바쁜 엄마가 옆에 있어주고,
아프니까 친구같던 엄마가 아기처럼 품어주고,
아프니까 냉정했던 엄마가 오냐오냐해주는 게
퍽이나 황송했던 모양이다.
"알았어 알았어. 찍어줄테니까 최대한 아프게, 포즈 취해봐!"
"그냥 찍어.... 지금 아프단 말야......"
"알았다."
찰칵!!
좋아?
그 와중에도 좋았는 지,
힘 없는 얼굴에 봉숭아 꽃물같은 미소가 슬며시 번진다.
그리고 반나절 후,
약을 먹고 한숨 자고 일어나더니 배고파.... 한다.
밥을 차리면서,
이렇게 동작이 빠르고 신이 났던 게 언제였는 지 모르겠다.
"야 임마, 맛 있어?"
"......................"
"맛 있냐고?!"
"말 시키지마!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못 먹은 거 몰라?"
민혁이가 밥을 찾으면,
민혁이가 시건방을 떨면,
그제야 괜찮아진 거다.
그제야 벌을 서던 마음을 내려놔도 되는 거다.
"민혁아, 너무 과식하지마. 굶다가 먹는 거 안 좋아."
"언제 과식하게 소고기 사줘봤어? 이건 밥이니까 괜찮아."
건방진 새끼. 내 새끼.
조금 살만하니까 또 입만 살아서는.
엽기 포즈라고, 너무 얼굴들 찌푸리지 마시라!
하루 종일 얼마나 그리워했던 민혁이의 모습인 지 모른다.
괴물같은 시건방에
괴물같은 엽기춤에
괴물같은 식욕이지만......
이게 진짜 민혁이다.
그 괴물같은 에너지를 내게 뿜어,
괴물같은 삶을 기꺼이 버티고 맞짱뜨게 해주는!
"아싸! 나 이제 기분 좋아졌으니까 엄마도 맥주 한잔 해!"
기분 좋아졌으니까 엄마도 기분 좋아해, 도 아니고..
기분 좋아졌으니까 엄마도 춤 춰, 도 아니고..
맥주라니. 늘 이 딴 식이다.
그래도...........................
에라, 기분이다. 오늘은 한 잔 땡겨야 겠다.
자고로
스님의 행복은 사리를 낳아야 완성되고,
여자의 행복은 자식을 낳아야 완성된다고 했던가.
맞는 말인 거 같다.
자식은,
희노애락의 결정체.
슬픔인 채로 행복이다.
가장 독하디 독한, 생의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