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랜만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홈피에 장문의 글을 꼭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순간 말이다. 2004년에 dvd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보고 주체 못할 감정에 주절주절 게시판에 글을 쓴 이후로 처음이니 한 2년 반 만이다. 쓰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머릿속이 터져버릴 것 같지만 지면의 한계가 있고 적은 분량에 깊은 생각을 담아낼 수 있는 것도 글 쓰는 이의 미덕이기에 조심스레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1. 살인의 추억, 그리고 괴물 감독의 특성 상 전작과의 비교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하기에 먼저 전작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아는 사람들은 다 알겠 지만 살인의 추억 제목이 들판의 파란하늘을 배경으로 한 획 한 획 쓰여질 때 글씨체와 한강을 배경으로 드러나는 괴물의 제목 글씨체 는 동일하다. 우연의 일치는 분명 아닐테고 봉준호 감독의 브랜드화 정도로 볼 수 있었다.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를 보지 못해서 성급한 일반화로 보일 수 있겠지만 분명 봉준호 감독은 다음 작품도 같은 글씨체를 등장시킬 것으로 확신된다. 살인의 추억은 연극 '날 보러와요'를 기반으로 한 영화다. 유명한 실제 사건인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연극을 모태로 만든 영화이니 요즈음 흔히들 말하는 팩션 정도로 볼 수 있겠다. 이에 반해 괴물은 S.F 공상 과학 가족 사투극 정도로 볼 수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와 얼토당토하지도 않은 상상을 바탕으로 한 영화. 누가뭐래도 분명 극과 극의 모습을 보여야 함에 불구하고 두 영화는 배우들, 특히 한 배우 덕분에 매우 흡사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 바로 송.강.호 때문에. 2. 내가 생각하는 이 시대 최고의 배우, 송강호 송강호는 영화를 미친듯 사랑한다고 한다. 들은 얘기라 신빙성이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영화 촬영이 없을 때도 친한 감독과 배우가 있는 촬영장에 기웃거리며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하고 밥도 사고 직접 다른 영화에 투자하기도 하는 영화에 미친 사람이라고 한다. 연극배우 경력이 그의 연기력을 전부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그의 연기는 살아있다. 최민식이 올드보이에서 보여준 연기력 역시 훌륭했지만 최민식은 그런 가상의 인물을 마치 경험한 사람처럼 연기하는 일은 뛰어날 지 모르겠지만 '꽃 피는 봄이 오면'을 봤을 때 우리 곁에서 함께 숨쉬는 소시민적 연기는 뭔가 나사 한 두개 정도 빠져있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인지 최민식이 출연했던 '취화선'이나 '쉬리'에서의 캐릭터는 다들 반(半)가상의 인물들이다. 결국 영화도 삶의 투사물이라고 생각했을 때 송강호는 최민식과는 다른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긴다. 영화의 발단 부분으로 볼 수 있는 한강에 한가로이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송강호가 오징어 다리 중 가장 긴 다리를 뜯어 먹는다든지 입고 있는 트레이닝복 이라든지 먹고 난 컵라면 용기에 딸의 휴대전화를 바꿔주기 위해 100원짜리 동전을 모으는 모습에서 나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자식이라면 죽음도 불사하는 부모의 안쓰러울 정도로 무조건적인, 바보같을 정도로 일방적인 그 모습을 담고 있었기 때문에. 개런티 10 억원을 줘도 그런 연기는 송강호를 뺀 어느 누구도 못해낼 것이 라고 장담한다. '살인의 추억'에서 "내 눈 쳐다봐봐." 하면서 수사 하면서 무당의 부적까지 사가면서 범인을 기필코 잡고 싶어하던 그 모습이 오버랩 되어 나타났다. 평범한 소시민이지만, 나약한 이 시대 중년 남성이지만 괴물을 죽이고 딸을 구하고 싶어하고, 연쇄 강간 살인범을 어떻게든 잡고 싶어하는 그런 열정이 있는 사람을 송강호는 평점을 매기면 다섯 칸의 별 모양이 모자랄 정도로 잘 표현 해낸다. 3. 미군 부대 - 주한미군 하사 - 미국 질병통제 본부 언론을 통해 몇 해 전 밝혀졌던 미군 부대의 포름알데히드 하수구 방류 사건. 봉준호 감독이 민주 노동당이라서 이 포름알데히드 무단 방류 사건을 괴물 탄생의 주범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일부 수구꼴통언론들을 그렇다 떠들어 대지만) 있었던 사실이다. 분명 다이내믹하고 모두가 행복하다고 떠들어 대는 아름다운 금수 강산 21세기의 대한민국의 젖줄인 한강에 분명 일어났던 일이다. 아이러니하게 그 괴물에 장렬히 맞서 싸우다 부상을 입은 외국인은 주한 미군의 하사다. 영화 속에서의 언론은 신이 났다. 주한미군이 아무 관련도 없는 한국 사람들 구하려고 '살신성인'하다가 바이러스 오염되어 죽어가고 있다고. 영웅의식이건 인도주의 정신이건 간에 괴물에 용감히 맞서 싸운 주한미군 하사의 장렬한 죽음에 슬슬 고개가 갸웃 거려지기 시작했다. 여기 분명 어떤 메시지가 있을 것! 한강 진입을 죄다 틀어막은 채 결국 미국의 질병통제본부가 특수 약품인 'Agent yellow'를 뿌린다고 발표한다. '결자해지'도 이런 '결자해지'가 따로 없다. 며칠 째 신문을 들여다 보니 괴물이 미국을 의미한다는 말도 있고 우리 사회의 고칠 수 없는 병폐라는 말도 있고 온갖 추측이 난무하 더라. 내가 조심스레 생각해 봤을 때 우리나라에 미국을 비롯한 외래 문물들에 의해 오염된 우리 사회 내부의 독특한 문제점을 괴물로 드러내려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아! 영화 그냥 재밌고 괴물은 그냥 괴물이지, 니가 뭔데 멋대로 이거다 저거다 가치 개입시키냐 라고 하신다면 할 말은 없지만 봉준호 감독은 결코 그냥 괴물을 만들 사람이 아니다. '살인의 추억'에서 군홧발 형사 '조용구'가 그렇게 발로 찬 '백광호'의 회심의 녹슨 못 공격 한 번에 그 자랑스 러운 군홧발은 잘라내야 되고 만다.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지독하 게 탄압해내던 군사 권력의 종말을 '조용구' 형사의 수술을 통해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괴물'에 가치 개입 시키는 건 용납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4. 사회적 약자, 병든 사회를 구하다. 괴물을 잡아내는 건 소심하고 느려터져 실력 발휘 제대로 못하는 패배자 동메달(올림픽 때 뉴스에서 아쉽게도 동메달에 '그쳤습니 다'한다. 우리 사회에서 동메달은 빛나는 3위가 아닌 그치고 만 그저그런 성적일 뿐이다) 막내 딸 '배두나'와 4년제 대학 보내놨더 니 데모만 실컷하다가 실업자 신세로 소주병 나발만 불어대는 둘째 '박해일', 그런 박해일을 아무 이유없이 구해준 노숙자와 어릴 때 과 일 서리 하다가 심하게 맞아 아직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송강호'다. 우리 사회 어딜가도 이들을 반겨 맞아줄 곳은 없는 듯 보인다. 하지 만 이들은 괴물에 어느 누구보다 용감히 맞서 싸워 이겨낸다. 군인과 경찰이 대변하는 공권력, 바이러스 찾아내겠다고 생사람 머리에 구멍내는 의료권력은 속된 말로 '뻘짓'만 해댄다. 그렇다고 공권력과 의료권력이 필요 없느냐? 이건 아니다. 허나 영화가 전달 하는 메시지는 분명 공권력과 의료권력에 완전히 기대어 앞으로 등장할 모든 문제에 대처할 수 없다는 경고다. 'Agent wellow' 맞아서 귀에서 피를 흘려가며 오로지 사랑하는 딸, 세상 누구보다 귀여운 조카를 잡아먹은 괴물을 죽이기 위한 노력, 내가 생각할 때 그건 바로 '사랑'이 아닐까 싶다. 북한의 미사일도 인도의 핵(核)도 미국의 항공모함도 아닌 바로 우리네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보통사람들의 사랑이 바로 괴물을 잡아내고 만다. 5. 새로운 세대의 교체, 새로운 가족 형태의 등장 박희봉 역을 맡은, 봉준호 감동의 세 작품에 모두 출연한 '변희봉' 씨는 괴물과의 첫 전투에서 아들이 총알을 잘못 계산해서 건내준 총알 없는 총을 들고 맞서다 장렬히 전사한다. 죽기 전 괴물이 뛰어 올 때 아들들을 향해 그 누구보다 편안한 표정으로 도망가라는 손짓을 하면서 말이다. 괴물은 괘씸했던지 잡아 먹지도 않고 그냥 죽이고 달아난다. 자신의 실수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얼굴에 신문지 를 덮어주는 장면은 기성세대의 퇴보로 보여진다. 하지만 병원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것, 하수도 지도를 구할 수 있었던 것, 공무원의 뇌물 요구에 기지를 발휘해 능수능란하게 한강으로 진입할 수 있었 던 것이 누구 때문이었던가? 이 대답을 안다면 기성세대 대해 우리 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라는 해답도 쉽게 나올 것이다. 딸은 죽으면서 생면부지 하수구에서 괴물의 소개(?)로 알게된 노숙자 아이 한 명을 꼭 껴안아 자신은 죽으면서 구해낸다. 그 아이 를 송강호는 키운다. 혈연 가족의 붕괴와 비혈연 가족의 대두를 읽어내면 너무 비약인가? 앞으로 우리 사회에 수많이 등장할 비혈연 가족(입양, 동성부모 등)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가정이 아닐까 싶다. 세대교체는 분명 자연스레 이뤄지는 일이고 혈연가족의 붕괴 역시 자연스레 일어날 일임을 예상해 볼 때, 이 영화 소름 돋는다. 정말 대단하다. 6. 역시 문제는 '먹고 사는' 것이다. 영화의 엔딩 장면으로 볼 수 있는 눈 내리는 한강 매점 안의 송강호 와 딸이 구한 아이와의 씬에서 결국 이 시대를 살아가는 소시민의 주된 관심사는 '먹고 사는' 것이라는데 초점이 맞춰진다. 밥상을 차려놓고 "밥 먹어야지?"하니까 벌떡 일어나는 아이나 TV에서 미 백악관에서 이번 사고에 관한 조사 결과 발표를 해대는데 아이가 시끄럽다고 하자 송강호가 발가락으로 꺼버리는 행위 모두 서민은 괴물이 죽고 살고, 괴물이 어떤 이유로 등장했느냐에 관심이 있는게 아니라 잘 먹고 잘 사는데 있다는 걸 보여준다. 수천년 간 우리나라에 침입한 외적들을 물리치려 일어났던 그 많은 의병들이 그랬고, 최근에는 6.29 선언을 이끌어냈던 80년대의 보통 월급쟁이, 넥타이 부대 민주화 전사들이 그랬다. 사회의 문제를 풀 때 큰 힘을 발휘해 내지만 문제가 사그라지면 먹고 사는 문제에 그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뛰어들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살아갔던 이름 모를 수많은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들이었다. 영화는 이런 사람들의 사회 문제 해결에 대한 헌신에 공을 돌리고 이들의 삶에 열띤 응원을 보내는 장면을 통해 막을 내리는 것이다. 7. epilogue -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며 다시 한 번 이 영화를 보러 갈 것이다. 한국 영화 살리기도 아니고 잊을 수 없는 감동을 다시 느끼기 위함도 아니다. 단지 이런 영화를 만들어 준 사람들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고 또 이런 작품을 영화를 만들어 달라는 당부의 마음에서 다시 보러 갈 것이다. 총평을 굳이 하자면 '살인의 추억'보다 분명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사회적 메시지 전달은 전작을 뛰어 넘는다. 그래서 오히려 이 영화가 9일 만에 500만명을 훌쩍 넘겼다는 사실에 의문이 간다. 혹평이 난무하는 이유에는 이해가 간다. 마지막 괴물이 죽는 장면의 CG가 어설프다, 스토리가 긴장감이 없다는 식의 혹평들에 나의 글을 보여주고 싶다. 나는 괴물이 '티라노의 발톱'에 나왔던 그 수준이라도 다시 '괴물' 을 보러 갔을 것이다. 중요한 건 외형이 아니라 내면이니까, 허울이 아니라 현실을 통찰할 수 있는 날카로운 시선이니까. 너무나 벅찬 가슴에 쓴 이 글을 마무리 지으며 이 글을 읽고 '이건 뭐야?'라고 하실 분들에게 심심찮은 사죄의 마음을 미리 전달하며 영화 '괴물'에 손바닥 모세혈관이 다 터져버릴 만큼의 박수를 보낸다. ⓒ all rights reserved by Heo Seong-Jin a.k.a(also known as) John the Baptist Heo, 허춘삼 and 혀 shout out copyleft against copyright !
[8월 4일] '괴물'을 보고
참 오랜만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홈피에 장문의 글을 꼭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순간 말이다. 2004년에 dvd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보고
주체 못할 감정에 주절주절 게시판에 글을 쓴 이후로 처음이니 한
2년 반 만이다. 쓰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머릿속이 터져버릴 것
같지만 지면의 한계가 있고 적은 분량에 깊은 생각을 담아낼 수
있는 것도 글 쓰는 이의 미덕이기에 조심스레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1. 살인의 추억, 그리고 괴물
감독의 특성 상 전작과의 비교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하기에 먼저
전작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아는 사람들은 다 알겠
지만 살인의 추억 제목이 들판의 파란하늘을 배경으로 한 획 한 획
쓰여질 때 글씨체와 한강을 배경으로 드러나는 괴물의 제목 글씨체
는 동일하다. 우연의 일치는 분명 아닐테고 봉준호 감독의 브랜드화
정도로 볼 수 있었다.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를 보지 못해서
성급한 일반화로 보일 수 있겠지만 분명 봉준호 감독은 다음 작품도
같은 글씨체를 등장시킬 것으로 확신된다.
살인의 추억은 연극 '날 보러와요'를 기반으로 한 영화다. 유명한
실제 사건인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연극을 모태로 만든
영화이니 요즈음 흔히들 말하는 팩션 정도로 볼 수 있겠다. 이에
반해 괴물은 S.F 공상 과학 가족 사투극 정도로 볼 수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와 얼토당토하지도 않은 상상을 바탕으로 한 영화.
누가뭐래도 분명 극과 극의 모습을 보여야 함에 불구하고 두 영화는
배우들, 특히 한 배우 덕분에 매우 흡사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 바로 송.강.호 때문에.
2. 내가 생각하는 이 시대 최고의 배우, 송강호
송강호는 영화를 미친듯 사랑한다고 한다. 들은 얘기라 신빙성이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영화 촬영이 없을 때도 친한 감독과 배우가
있는 촬영장에 기웃거리며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하고 밥도 사고
직접 다른 영화에 투자하기도 하는 영화에 미친 사람이라고 한다.
연극배우 경력이 그의 연기력을 전부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그의
연기는 살아있다. 최민식이 올드보이에서 보여준 연기력 역시
훌륭했지만 최민식은 그런 가상의 인물을 마치 경험한 사람처럼
연기하는 일은 뛰어날 지 모르겠지만 '꽃 피는 봄이 오면'을 봤을
때 우리 곁에서 함께 숨쉬는 소시민적 연기는 뭔가 나사 한 두개
정도 빠져있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인지 최민식이 출연했던 '취화선'이나 '쉬리'에서의 캐릭터는 다들 반(半)가상의 인물들이다.
결국 영화도 삶의 투사물이라고 생각했을 때 송강호는 최민식과는 다른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긴다. 영화의 발단 부분으로 볼 수 있는
한강에 한가로이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송강호가 오징어
다리 중 가장 긴 다리를 뜯어 먹는다든지 입고 있는 트레이닝복
이라든지 먹고 난 컵라면 용기에 딸의 휴대전화를 바꿔주기 위해
100원짜리 동전을 모으는 모습에서 나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자식이라면 죽음도 불사하는 부모의 안쓰러울 정도로 무조건적인,
바보같을 정도로 일방적인 그 모습을 담고 있었기 때문에. 개런티
10 억원을 줘도 그런 연기는 송강호를 뺀 어느 누구도 못해낼 것이
라고 장담한다. '살인의 추억'에서 "내 눈 쳐다봐봐." 하면서 수사
하면서 무당의 부적까지 사가면서 범인을 기필코 잡고 싶어하던
그 모습이 오버랩 되어 나타났다. 평범한 소시민이지만, 나약한
이 시대 중년 남성이지만 괴물을 죽이고 딸을 구하고 싶어하고,
연쇄 강간 살인범을 어떻게든 잡고 싶어하는 그런 열정이 있는
사람을 송강호는 평점을 매기면 다섯 칸의 별 모양이 모자랄 정도로
잘 표현 해낸다.
3. 미군 부대 - 주한미군 하사 - 미국 질병통제 본부
언론을 통해 몇 해 전 밝혀졌던 미군 부대의 포름알데히드 하수구
방류 사건. 봉준호 감독이 민주 노동당이라서 이 포름알데히드
무단 방류 사건을 괴물 탄생의 주범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일부 수구꼴통언론들을 그렇다 떠들어 대지만) 있었던 사실이다.
분명 다이내믹하고 모두가 행복하다고 떠들어 대는 아름다운 금수
강산 21세기의 대한민국의 젖줄인 한강에 분명 일어났던 일이다.
아이러니하게 그 괴물에 장렬히 맞서 싸우다 부상을 입은 외국인은
주한 미군의 하사다. 영화 속에서의 언론은 신이 났다. 주한미군이
아무 관련도 없는 한국 사람들 구하려고 '살신성인'하다가 바이러스
오염되어 죽어가고 있다고. 영웅의식이건 인도주의 정신이건 간에
괴물에 용감히 맞서 싸운 주한미군 하사의 장렬한 죽음에 슬슬
고개가 갸웃 거려지기 시작했다. 여기 분명 어떤 메시지가 있을 것!
한강 진입을 죄다 틀어막은 채 결국 미국의 질병통제본부가 특수
약품인 'Agent yellow'를 뿌린다고 발표한다. '결자해지'도 이런
'결자해지'가 따로 없다.
며칠 째 신문을 들여다 보니 괴물이 미국을 의미한다는 말도 있고
우리 사회의 고칠 수 없는 병폐라는 말도 있고 온갖 추측이 난무하
더라. 내가 조심스레 생각해 봤을 때 우리나라에 미국을 비롯한
외래 문물들에 의해 오염된 우리 사회 내부의 독특한 문제점을
괴물로 드러내려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아! 영화 그냥 재밌고 괴물은
그냥 괴물이지, 니가 뭔데 멋대로 이거다 저거다 가치 개입시키냐
라고 하신다면 할 말은 없지만 봉준호 감독은 결코 그냥 괴물을
만들 사람이 아니다. '살인의 추억'에서 군홧발 형사 '조용구'가
그렇게 발로 찬 '백광호'의 회심의 녹슨 못 공격 한 번에 그 자랑스
러운 군홧발은 잘라내야 되고 만다.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지독하
게 탄압해내던 군사 권력의 종말을 '조용구' 형사의 수술을 통해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괴물'에 가치 개입 시키는 건 용납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4. 사회적 약자, 병든 사회를 구하다.
괴물을 잡아내는 건 소심하고 느려터져 실력 발휘 제대로 못하는
패배자 동메달(올림픽 때 뉴스에서 아쉽게도 동메달에 '그쳤습니
다'한다. 우리 사회에서 동메달은 빛나는 3위가 아닌 그치고 만
그저그런 성적일 뿐이다) 막내 딸 '배두나'와 4년제 대학 보내놨더
니 데모만 실컷하다가 실업자 신세로 소주병 나발만 불어대는 둘째
'박해일', 그런 박해일을 아무 이유없이 구해준 노숙자와 어릴 때 과
일 서리 하다가 심하게 맞아 아직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송강호'다.
우리 사회 어딜가도 이들을 반겨 맞아줄 곳은 없는 듯 보인다. 하지
만 이들은 괴물에 어느 누구보다 용감히 맞서 싸워 이겨낸다.
군인과 경찰이 대변하는 공권력, 바이러스 찾아내겠다고 생사람
머리에 구멍내는 의료권력은 속된 말로 '뻘짓'만 해댄다. 그렇다고
공권력과 의료권력이 필요 없느냐? 이건 아니다. 허나 영화가 전달
하는 메시지는 분명 공권력과 의료권력에 완전히 기대어 앞으로
등장할 모든 문제에 대처할 수 없다는 경고다. 'Agent wellow'
맞아서 귀에서 피를 흘려가며 오로지 사랑하는 딸, 세상 누구보다
귀여운 조카를 잡아먹은 괴물을 죽이기 위한 노력, 내가 생각할 때
그건 바로 '사랑'이 아닐까 싶다. 북한의 미사일도 인도의 핵(核)도
미국의 항공모함도 아닌 바로 우리네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보통사람들의 사랑이 바로 괴물을 잡아내고 만다.
5. 새로운 세대의 교체, 새로운 가족 형태의 등장
박희봉 역을 맡은, 봉준호 감동의 세 작품에 모두 출연한 '변희봉'
씨는 괴물과의 첫 전투에서 아들이 총알을 잘못 계산해서 건내준
총알 없는 총을 들고 맞서다 장렬히 전사한다. 죽기 전 괴물이 뛰어
올 때 아들들을 향해 그 누구보다 편안한 표정으로 도망가라는
손짓을 하면서 말이다. 괴물은 괘씸했던지 잡아 먹지도 않고 그냥
죽이고 달아난다. 자신의 실수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얼굴에 신문지
를 덮어주는 장면은 기성세대의 퇴보로 보여진다. 하지만 병원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것, 하수도 지도를 구할 수 있었던 것, 공무원의
뇌물 요구에 기지를 발휘해 능수능란하게 한강으로 진입할 수 있었
던 것이 누구 때문이었던가? 이 대답을 안다면 기성세대 대해 우리
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라는 해답도 쉽게 나올 것이다.
딸은 죽으면서 생면부지 하수구에서 괴물의 소개(?)로 알게된
노숙자 아이 한 명을 꼭 껴안아 자신은 죽으면서 구해낸다. 그 아이
를 송강호는 키운다. 혈연 가족의 붕괴와 비혈연 가족의 대두를
읽어내면 너무 비약인가? 앞으로 우리 사회에 수많이 등장할 비혈연 가족(입양, 동성부모 등)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가정이 아닐까 싶다. 세대교체는 분명 자연스레 이뤄지는 일이고
혈연가족의 붕괴 역시 자연스레 일어날 일임을 예상해 볼 때,
이 영화 소름 돋는다. 정말 대단하다.
6. 역시 문제는 '먹고 사는' 것이다.
영화의 엔딩 장면으로 볼 수 있는 눈 내리는 한강 매점 안의 송강호
와 딸이 구한 아이와의 씬에서 결국 이 시대를 살아가는 소시민의
주된 관심사는 '먹고 사는' 것이라는데 초점이 맞춰진다. 밥상을
차려놓고 "밥 먹어야지?"하니까 벌떡 일어나는 아이나 TV에서 미
백악관에서 이번 사고에 관한 조사 결과 발표를 해대는데 아이가
시끄럽다고 하자 송강호가 발가락으로 꺼버리는 행위 모두 서민은
괴물이 죽고 살고, 괴물이 어떤 이유로 등장했느냐에 관심이 있는게
아니라 잘 먹고 잘 사는데 있다는 걸 보여준다.
수천년 간 우리나라에 침입한 외적들을 물리치려 일어났던 그 많은
의병들이 그랬고, 최근에는 6.29 선언을 이끌어냈던 80년대의 보통
월급쟁이, 넥타이 부대 민주화 전사들이 그랬다. 사회의 문제를 풀
때 큰 힘을 발휘해 내지만 문제가 사그라지면 먹고 사는 문제에 그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뛰어들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살아갔던
이름 모를 수많은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들이었다. 영화는 이런
사람들의 사회 문제 해결에 대한 헌신에 공을 돌리고 이들의 삶에
열띤 응원을 보내는 장면을 통해 막을 내리는 것이다.
7. epilogue -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며
다시 한 번 이 영화를 보러 갈 것이다. 한국 영화 살리기도 아니고
잊을 수 없는 감동을 다시 느끼기 위함도 아니다. 단지 이런 영화를
만들어 준 사람들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고 또 이런 작품을 영화를
만들어 달라는 당부의 마음에서 다시 보러 갈 것이다. 총평을 굳이
하자면 '살인의 추억'보다 분명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사회적 메시지
전달은 전작을 뛰어 넘는다. 그래서 오히려 이 영화가 9일 만에
500만명을 훌쩍 넘겼다는 사실에 의문이 간다. 혹평이 난무하는
이유에는 이해가 간다. 마지막 괴물이 죽는 장면의 CG가 어설프다,
스토리가 긴장감이 없다는 식의 혹평들에 나의 글을 보여주고 싶다.
나는 괴물이 '티라노의 발톱'에 나왔던 그 수준이라도 다시 '괴물'
을 보러 갔을 것이다. 중요한 건 외형이 아니라 내면이니까, 허울이
아니라 현실을 통찰할 수 있는 날카로운 시선이니까.
너무나 벅찬 가슴에 쓴 이 글을 마무리 지으며 이 글을 읽고 '이건
뭐야?'라고 하실 분들에게 심심찮은 사죄의 마음을 미리 전달하며
영화 '괴물'에 손바닥 모세혈관이 다 터져버릴 만큼의 박수를 보낸다.
ⓒ all rights reserved by Heo Seong-Jin
a.k.a(also known as) John the Baptist Heo, 허춘삼 and 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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