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 편지 한장의 효력

차재국200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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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 편지 한장의 효력-- 차 재국 미국 아리조나대학교에 교환교수로 부임한지 약2개월 남짓 되던 때에 한국에서 섬기던 교회의 집사님 내외분이 Tucson(투싼)의 우리집을 방문하여 함께Grand Canyon(그랜드캐년)을 여행하게 되었다. 마침 부활절 휴가라 1박2일 예정으로 우리는 I10(주와 주를 잇는 10번 고속도로)을 따라 끝없이 펼쳐진 방대하고 아름다운 미국의 대 평원과 사구아로(saguaro) 선인장이 빽빽히 늘어선 산의 풍경을 감상하면서, 자연을 만드신 하나님을 찬양하는 찬송을 부르며 즐거운 여행길을 달렸다. 나는 고속도로 제한 속도인 시속 75마일(약 120km) 을 충실히 지키며 아리조나 북쪽 끝에 위치한 그랜드캐년을 향하여 차를 몰았다. 미국의 4대 도시인 Phoenix(피닉스)를 거쳐 붉은 바위(red rock)로 둘러싸인, 신비와 예술의 도시 Sedona(세도나)와 Mt. Snowbowl(눈그릇 산)로 둘러싸인 바람의 도시 Flagstaff(플랙스탭)을 지나, 세계에서 가장 소나무 숲이 울창한 것으로 알려진 코코니노 국립 임야(Coconino National Forest)의 산길을 달리는 즐거움은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코코니노 국립임야 도로는 제한 속도가 65마일이었으며, 지나가는 차량도 드물어 운전하기에 무척 안전하고 쾌적하였다. 차창 밖에서 스며드는 푸른빛 봄의 기운이 우리의 즐거움을 한껏 더해 주었다. 우리 일행이 코코니노 국립임야를 지나 약 30분 가량 차를 몰고가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경찰 차 한대가 내 차뒤에 나타나서 경적을 울리며 따라오는 것이 백미러로 보였다. 그래도 나는 그 경찰차가 내차를 세우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나는 제한 속도를 잘 지켜왔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경찰차는 내 차를 멈추게 하는 게 아닌가. 영문을 모른 채 나는 그 경찰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내가 제한 속도를 초과하여 운전을 하였다는 것이다. 그곳의 제한 속도는 65마일에서 어느새 35마일로 대폭 감소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61마일로 운전을 했으니 무려 26마일이나 초과 된 것이다. 그래서 이른바 스티커(미국에서는 ticket이라 함)를 부여 받게 되었던 것이다. 아내가 가벼운 복통을 일으켜 화장실을 찾느라고 제한 속도를 미쳐 몰랐노라고 설명하였으나 그 경찰은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결국 미국교통법에 규정된 대로 1마일에 약 10달러 가량의 벌금을 계산하여 총 26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경찰은 스티커를 떼 주면서 하는 말이 벌금을 법원으로 지불하던지 아니면 재판 법정에 나와서 변론을 하든지 하라는 것이었다. 우리 일행은 매우 억울한 마음이 들었으나 아무턴 법을 어겼으니 하는 수 없이 꿈의 여행 지 그랜드 캐년을 향하여 계속 길을 진행하였다. 그랜드 캐년의 광경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장엄하고 숭고하기 까지 하였다. 그 웅장함속에 감추어진 하나님의 창조의 신비는 조금 전에 겪었던 유쾌하지 못한 일 조차 까맞게 잊고 오히려 감사찬양을 하기에 충분하였다.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 가슴 뜀박질을 느꼈던 영국의 계관 시인 윌리엄 워즈워드의 감정이 이러하였을 까. 1박 2일의 그랜드 캐년 여행에서 돌아 온 후, 문제의 그 교통위반 스티커가 마음에 걸려 연구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였다. 법정에 가서 그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려고 하니 무려 4시간 가량 떨어진 곳이라 시간을 낼 수가 없었고, 그렇다고 그 거액을 지불하기엔 너무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아내가 고민 끝에 담당판사에게 편지를 써 보낼 것을 제안하였다. 처음엔 그 말이 별로 달갑지 않게 생각되었다. 직접 가서 자세히 설명하여도 될까 말까 한 일인데 그 까짓 편지 한 장이 무슨 효력이 있을 까 하는 마음에서 였다. 그러나 아내가 계속해서 권면 하므로 결국 굴복하고 담당판사에게 한 통의 영문 편지를 써서 그것을 우편으로 부쳤다. 편지를 보낸 지 약 1주일 정도 되었을 때 그 판사에게서 답장이 도착하였는데, 떨리는 손으로 그 편지를 열어 읽었더니, 놀랍게도 100달러만 지불하라는 통보였다. 한 장의 편지가 160달러를 절약하게 만든 것이다. 종이 한 장의 위력을 새삼 느끼며 교환교수 모임에서 이 이야기를 하였더니 거의 모두가 교통위반에 걸렸던 경험이 있는데 이렇게 편지를 보낼 생각을 하지 못하고 돈을 다 지불하였노라고 하면서 내가 쓴 편지를 하나의 견본으로 사용하자는 농담도 주고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그 뒤 미국에 사는 동안 이 견본 편지를 사용할 일이 다시는 내게 일어나지 않았다. 이 일을 계기로 내가 얻은 교훈은, 정직한 한 통의 글이 지닌 위력이 얼마나 강한 가 하는 것이었다. 그 영문 편지의 원문과 번역을 소개하고 자 한다. Williams Justice Court Traffic Division 117 W. RT. 66, #180 Williams, AZ 86046 Most honorable Judge Sutton; My name is Jae Guk Cha, professor at Kosin University, South Korea and currently doing research as a visiting scholar at University of Arizona, Tucson for one year from February 2004 to January 2005. Recently I had a very embarrassing experience on my first trip here, which was a traffic violation of excessive speed (27 miles over speed limit according to what the policeman measured) near the Grand Canyon. I know it is the driver’s fault to violate traffic regulations under any circumstances, so I as a Christian hate to see myself or even others violate traffic regulations. So the traffic violation I committed in America is a sort of dishonor to me. However, I would be very grateful if you are generous enough to take a good consideration of my situation at that time as follows: 1) I did not notice the speed limit reduced so abruptly from 65 down to 35 because my wife had a stomachache then, to which my attention was naturally drawn to find out a toilet. I did not feel that the place I was driving on needed such a big reduction of speed, ie, school zone or residential district or road work area or junction. 2) As a tourist visiting one of the world most famous parks for the first time, I could have been impressed very much if I had got a kind help from someone like policemen who are well-informed of that area, if that place is dangerous enough to have such a abrupt speed reduction. I wish you will accept my apology to give this explanation by letter rather than by appearing at your court because I am living in Tucson far from Williams, and more over I have to go to work every day. God bless you and America. Respectfully yours, Jae Guk Cha -------------------------------------------------------------- [한글 번역 문] 존경하는 사턴 판사님께; 저는 한국 고신대학교의 교수로, 2004년 2월 부터 2005년 1월 까지 아리조나 투산에 위치한 아리조나대학교에 교환교수로 연구 중인 차재국입니다. 최근에 저는 이곳에 온 이후 첫 여행 길에 매우 당혹스러운 일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다름아니라 그랜드 캐년 부근에서 교통 속도를 위반 한 것인데 경찰이 측정한 바에 따르면 무려 27마일을 초과하였다는 것 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것은 운전자의 과실임을 인정하는 바 입니다. 그래서 저는 기독교인으로서 제 자신이 교통법규를 위반하기를 매우 꺼려함은 물론 다른 사람들이 위반하는 것을 보기 조차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제가 이 미국 땅에서 범한 이 교통법규 위반은 저에게는 일종의 불명예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판사님께서 다음과 같은 당시의 제 상황을 해아려 주시면 매우 고맙겠습니다. 1) 저는 속도제한이 65마일에서 35마일로 급속히 줄어든 것을 감지하지 못했습니다. 왜나 하면 그 당시 제 아내가 갑자기 복통을 일으켜 화장실을 찾느라고 속도판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가 운전하던 그 곳은 학교 지역이나 주택지역이나 도로 작업 지역이나 또는 교차로와 같이 속도를 급격히 낮추어야 하는 곳이라고 느끼지 못했습니다. 2) 처음으로 세계적인 관광지인 그랜드 캐년을 방문하던 여행객으로서 저는 그 지역의 지리적 정보를 잘 아는 경찰관과 같은 분으로부터 (화장실 찾는 데) 도움을 받았더라면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만약 그곳이 그렇게 속도를 급락 시켜야 할 만큼 위험한 곳이었다면 말입니다. 제가 투싼에 사는 관계로, 그리고 매일 학교에 근무하여야 하기 때문에 윌리암스까지 재판 법정에 가지 못하여 이렇게 편지로 호소하게 됨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판사님과 미국을 축복하여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존경하는 마음으로 차재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