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수리점, 그러나 내일은 로봇 박물관

최용일200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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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로봇 박물관


 

오늘은 수리점, 그러나 내일은 로봇 박물관  

전남 강진군 작천면의 한 마을에 가면 무려 40여 점의 로봇을 한꺼번에 관람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이른바 로봇 박물관이라 할까? 30년간 농기계 수리점을 운영해온 주복동씨가 지난 해부터 각종 폐농 기계의 부품으로 로봇들을 만들어 전시하고 있는 작업장이다. 박물관이라 하면 움직이지 않는 전시물이 연상되지만 이곳에 전시중인 로봇들은 움직이고 실제 타고 놀기도 할 수 있으니 체험박물관인 셈이다. 동네 꼬마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놀이터이며 학습장이기도 하다. 폐농기계의 재활용장이기도 하다.

 


“길가에 버려진 고철도 혼을 불어 넣으면 작품이 됩니다.” 농기계 수리점을 하는 주복동(56)씨는 손재주가 좋기로 소문나 있지만 로봇 제작에 나선 것은 다소 의외였다고 본인도 말한다. 그전까지 주씨는 30년이상 농기구 수리점을 하면서 틈틈이 생활 골동품을 수집해온 수집가였을 뿐이다. 100년은 족히 됨직한 축음기부터 호롱불, 옛 레코드판까지 500여점 이상의 생활 골동품을 전시할 공간을 갖는 것이 아직도 주씨의 꿈이라고 한다.


강진청자문화제에서 그간 수집한 호롱불과 축음기 등 골동품을 전시하던 중 어린이 관람객들에게 흥미를 끌 수 있는 생활용품 이외에 어린이들에게 뭔가 특색있고 재미있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것이 폐농기계 로봇 제작이었다.


고장 난 농기구와 고철도 주씨의 손을 거치면 훌륭한 로봇이나 개미, 메뚜기 등으로 변신한다. 주씨의 작업실에는 로봇태권 V, 마징가 Z, 농기계를 수리하는 로봇, 농약을 뿌리는 로봇, 닭 기린 말 타조 등 동물 로봇 25점이 진열돼 장관을 이루고 있다. 주변에서는 이런 주씨를 ‘맥가이버’나 ‘농기계 박사’라고 부른다. 용접기와 절단기만 있으면 작은 소품은 3-4일 정도면 가능하고 말처럼 큰 작품은 한 20일쯤 걸린다. 작품의 무게는 40~70㎏로 다소 무거운 편이지만 농기계 부품을 모아 전기용접기와 산소절단기로 뚝딱거리면 금새 새로운 작품이 탄생한다.


주씨는 "앞으로도 더 다양한 로봇을 만들어볼 계획"이라며 "우리 어린이들에게 폐농기계도 이처럼 멋진 로봇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게 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로봇에 사용된 재료는 이앙기와 양수기, 예초기, 경운기, 트랙터 등 고장나고 못쓰게 된 각종 폐농기계에서 나온 부품들이다.


조용한 농촌 마을의 정적을 깨는 요란한 엔진소리는 주복동씨의 애마, 일명 엉금이가 내는 소리다. 시속 20킬로미터! 타나 안타나 별반 차이없는 스피드 때문에 엉금이라는 별칭이 불긴했지만 이 오토바이가 모두 폐농 기계의 부품으로 재활용되었다는 사실을 알면 누구나 깜짝 놀라곤 한다.


오늘은 수리점, 그러나 내일은 로봇 박물관

첫 작품은 동심을 자극하는 로봇태권 V. 어린이들의 동심을 자극하는 '마징가 Z' 몸체는 농약을 살포하는 분무기 압력탱크에다 다리는 모를 들어 올리는 이양기 의 스큐류 부분을 이용해 만들었다.


오늘은 수리점, 그러나 내일은 로봇 박물관

이앙기와 예초기 등 폐농기계를 이용해 만든 '말 로봇' 위에 올라탄 채 활짝 웃고있다. 특히 주씨가 애착을 갖고 있는 폐 농기계의 집합체인 말 로봇은 트랙터 체인과 대형 톱니바퀴로 갈기까지 정교하게 표현했으며 말 등에는 오토바이 안장을 얹어 어린이들이 올라타고 놀면서 사진촬영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워낙 손재주가 좋아 관리기 엔진에다 쇠막대기를 달아 직접 사용이 가능한 지게차와 세발 오토바이도 만들었다. 로봇의 관절부위에는 폐 베어링을 넣어 팔, 다리, 허리, 목 등이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등 섬세함도 더해졌다.

 

오늘은 수리점, 그러나 내일은 로봇 박물관

 

이앙기 등을 활용해 만든 '메뚜기 로봇'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경운기 핸들을 이용해 뒷다리를 만들고 집게발은 이앙기로, 더듬이는 와이어줄을 활용해서 멋진 메뚜기도 탄생시켰다. 동물이나 곤충의 허리나 목 등 관절은 베어링 등을 넣어 구부리거나 움직일 수 있도록 해 실물과 같은 섬세함을 살렸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일본에서 농기계 수리 기술을 배워 온 아버지를 따라 다니며 손재주를 익혔다”고 비결을 밝혔다.

 

오늘은 수리점, 그러나 내일은 로봇 박물관

   주복동씨가 최근 제작한 이운재 선수 로봇 앞에서 V자를 그리며 월드컵 선전을 기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월드컵 축구 대표팀의 골키퍼인 이운재  선수의 로봇을 만들었다. 경운기 핸들과 폐부품을 활용해 만든 작품의 이름은 '가자! 월드컵 4강으로'.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국민의 희망을 담기 위해 만들었다”고 주씨는 말했다.


특정 동물의 생김새뿐만 아니라 실제 움직이기까지 하는 로봇들은 이미 마을의 명물이 된지 오래인데요. 가장 인기있는 작품은 리모콘으로 직접 조작하면 앞뒤로 슬금슬금 움직이는 메뚜기, 그리고 아이들을 태우고 수동으로 조작하면 로데오처럼 뛰는 소로봇이다. 


옆집 이앙기 엔진, 뒷집 경운기 팬! 따지고 보면 온 마을 사람들의 손떼가 묻은 엉금이다 보니 읍내에 등장하는 날엔 너도나도 타보겠다는 사람으로 인산인해, 인기폭발이다.


30년간 농기계 수리점을 운영해오면서 취미삼아 한 두 개 만들기 시작한 로봇은 이제 40여점! 한 작품당 열흘 이상의 시간이 소비되는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동네 사람들의 격려에 절로 힘이 난다는 주복동씨는 "다른 사람들이 구경을 와서 내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소다, 말이다, 완전히 메뚜기네 그렇게 하면 보람을 느낀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후원인이자 조수인 아내도 주씨의 원동력이다. 전종화(주복동씨 부인)씨는 "자기 취미대로 살라고 그 이야기는 자주해요. 이래라 저래라 안하거든요. 작가 마음이니까... "라고 다소곳이 말한다. 속이 얼마나 타겠는가마는...



로봇 제작자 주씨가 가장 아끼는 로봇은 과연 무엇일까? 주씨는 "이것은 공약하는 로봇이요. 공약하면서 노래도 부르고..."라며 말하는 로봇을 가르킨다. 작품에 대한 구상과 영감이 잘 떠오르지 않을 때 공약 로봇과 함께 신나는 노래를 부르며 머리를 식히곤 한다는 주씨. 앞으로도 로봇 제작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주씨의 바램은 바로 로봇 박물관 개관이라고 했다. "구경하는 사람들이 박물관 차려보면 좋겠다, 박물관 한번 차려보소, 맨날 그런 소릴해서 나도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박물관을 차리고 싶은 마음도 또 생겨요."라고 다른 사람의 권유처럼 말하지만 그것이 그의 속내일 듯하다.


주씨는 “로봇과 소장품을 한데 모은 규모 있는 전시관을 갖는 게 꿈”이라며 “자라는 학생들을 위해 시작했으니 모든 작품을 어린이 교육자료로 활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농기구점 하켠에는 40여점의 로봇외에도 20여년 동안 출장 수리를 다니면서 모아뒀던 생활 골동품 600점이 전시돼 있다. 100년은 족히 넘은 축음기부터 호롱불, 논을 고르는 써레, 불 지피는 데 사용하는 풍로 등 주변에서 사라져가는 옛 생활용품과 오래된 레코드 판, 생활자기 등이 주를 이룬다. 시골 마을의 명물로 자리잡은 농기계 수리점이 이제 곧 로봇 박물관으로 변신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로봇제작의 동기가 됐던 골동품 전시관도 작업장 바로 옆에 꾸며져 있으니 두 가지 테마를 가진 멋진 박물관이 탄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