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FTA 협상 의혹 ''눈덩이''

김영종200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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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뮤역협정(FTA)의 최대 장애물로 여겨졌던 '약제비적정화방안'을 미국이 수용함에 따라 의약품 관련 협상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그러나 미국이 2차 FTA 협상을 중단할 정도로 강하게 반발해온 기존 입장을 갑자기 접은 배경은 여전히 의문 투성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할때 미국이 아무런 조건 없이 의약품 포지티브제를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한미가 공개하지 않은 모종의 '이면 합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21~22일 이틀동안 싱가포르에서 별도 협상을 가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딜' 없었나=정부 발표대로라면 미국에서 지난주 '포지티브제 연내 도입을 수용하겠다'는 내용의 전문을 보내와서 별도 협상이 성사될 수 있었다.

가격 대비 효능이 뛰어난 약품만 선별적으로 건강보험에 등재시키는 이 제도 추진 자체를 거부해온 기존 입장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제안이다.

그렇다고 미국에서 한국 정부의 논리대로 '국민건강 주권에 해당되는 사안이어서 협상 대상 자체가 아니다'는 뜻을 순수하게 받아들였을리는 만무하다.

통상협상 자체가 '주고 받는' 형식임을 감안할 때 한국도 무엇인가를 미국에 내주기로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는 하지만 "포지티브제 수용을 조건으로 양보한 것은 전혀 없다. 향후 협상 과정에서 구체적인 부분을 논의할 것이다"고 사전합의설을 부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포지티브제 골격은 놔두고 세부 사안에서 미국측 의견이 최대한 수용될 공산이 크다고 점치고 있다.

벌써부터 한국 정부의 의약품 선별등재에 미 다국적제약사들이 이의를 신청할 수 있는 독립적인 기구 설치 등이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시민단체들은 이 부분이 수용되면 허울 뿐인 포지티브제로 전락될 소지가 농후하다고 보고 있어 커다란 진통이 예견되는 지점이다.

최근 대통령 직속으로 FTA 추진을 지원하기 위한 위원회를 설립하는 등 한미 FTA에 사활을 건 정권 상층부 차원에서 협상의 걸림돌을 치우기 위해 미국과 막후 거래를 했을 수도 있다는 의혹도 존재한다.

◇사전 각본 의혹=미국의 포지티브제 수용으로 한미 FTA 반대파에서 협상 초반부터 주장해온 '사전각본' 의혹도 커지고 있다.

반대파들은 애초부터 포지티브제 자체가 협상의 장애물이 아니었다고 주장했었다. 한미 양국이 공통의 이해관계 속에서 포지티브제 자체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에 끌려다니지 않는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줄 수 있고, 미국도 포지티브제를 수용하는 대신 실익을 챙길 수 있다는 측면에서 양국이 일종의 '쇼'를 했다는 시각이다. 심지어는 미국에서 포지티브제 추진을 빌미로 2차 협상을 깬 것도 준비된 '시나리오'라고 판단하고 있다.

물론 정부는 "FTA협상을 음해하기 위한 말도 안되는 소설에 불과하다"고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포지티브제 수용발표 이전부터 통상팀에서 '포지티브제는 수용될 것'이라고 느긋한 태도를 보인 점,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약제비 개혁방안 입법예고 직전 유시민 복지부 장관을 면담할 때 이미 포지티브제 수용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점 등의 정황으로 봐서 사전각본 의혹도 협상 내내 따라다닐게 분명해 보인다.

지난달에는 2차 협상 말미에 미국에서 포지티브제 수용 의사를 밝혔음에도 우리 정부에서 이를 숨겼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었다.

여한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