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전차관의 결질에서 현 정권의 밑바닥을 본다!

최용일200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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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차관급 인사가 있었다. 이 때 취임 6개월 만에 경질된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은 자신이 경질된 이유는 청와대의 인사청탁을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해서 파문이 일었다. 유 전차관은 인사청탁 거부와 관련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강도 높은 직무감찰을 받았고 직무태만을 이유로 경질됐다고 폭로했다. 경질 직후 청와대를 향해 각종 폭로를 쏟아내던 유 전 차관은 12일 오전 가족과 지방 모처로 여행을 떠난 채 외부와의 연락을 끊었지만, 청와대가 유 전 차관의 주장과 상반되는 해명을 내놓으면서 파문은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유 전 차관의 경질 이유를 둘러싼 청와대와 당사자의 주장이 정면으로 엇갈리면서 언론과 여야가 공방전에 끼어들었고 사태가 진실게임의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평상시 마당발처럼 끼어들기를 좋아하던 李수석-梁비서관 등이 평소와 달리 '침묵'을 지키고 있고, 역시 말발이라면 두 번째 가기 서러워했던 청와대는 아무런 해명도 없이 발을 뺌으로써 유 전차관의 주장에 신빙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다급해진 청와대는 부랴부랴 유진룡 전 차관 감찰내용 공개를 검토하는 등 사건의 진화에 나서고 있다고 하는데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문화부 전차관의 결질에서 현 정권의 밑바닥을 본다!

첫째, 차관경질을 가져온 민정수석실의 감찰(내지는 조사)을 놓고 청와대는 "직무관련 감찰"이라고 하고, 유씨는 "청탁거절 집중조사"라고 하는데, 민정수석실 조사 내용은 무엇일까? 유 전 차관은 이백만 홍보수석이 6월 아리랑TV 부사장과 한국영상자료원장 자리에 이해찬 전 총리의 측근들을 청탁했으나 자신이 이를 거절하자 홍보수석실의 직무감찰 의뢰를 받은 민정수석실 조사관이 찾아와 인사청탁 거절과 관련해 집중 조사를 벌였다는 것이다. 유 전 차관은 "신문유통원 직무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조사항목이 왜 인사청탁을 들어주지 않았는지 묻는 것이었다. 당시 민정수석실에 이메일로 보낸 답변서를 증거로 보관하고 있고, 조만간 공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유 전 차관의 감찰조사 목적은 여러 언론단체들로부터 진정이 들어온 신문유통원 문제와 유 전 차관을 둘러싼 이런 저런 얘기들 때문이다. 당시 조사의 핵심은 신문유통원 운영 문제였고 인사 관련 부분은 전체의 30분의 1이나 될까 말까 한 극히 지엽적인 문제였다. 우리 쪽에서 보내라고도 안 했는데 본인이 인사문제 때문에 조사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과민하게 받아들여 인사 청탁에만 무게를 둔 이메일을 보내온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조사든 감찰이든 아리랑 TV 부사장 인사 관련 문제가 핵심 조사 대상이었음을 청와대측도 부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 밖에 신문유통원 운영문제가 핵심이더라도 신문유통원의 설립 목적이 과연 무엇이며 타당한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논란꺼리가 되고 있기 때문에 청와대측이 자신의 비정상적인 밀어붙이기식 정책 추진에 걸림돌이 되는 차관을 제거하기 위해 감찰을 실시했다는 점을 주정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둘째, 청와대측도 인사에 개입했다는 점을 부정하지는 못하고 있다. 청와대측은 "정상적 인사협의"라고 주장하는 반면, 유 전차관은 "인사압력“을 받았다고 강력히 항변하고 있다. 유 전 차관의 인사청탁 주장에 대해 정상적인 인사협의였다고 해명해온 청와대는 13일 "민정수석실이 신문유통원 문제로 유 전 차관을 조사할 때 청와대 홍보수석실과의 인사 갈등 문제도 다뤘다. 유 전 차관뿐 아니라 홍보수석실 인사들에 대해서도 아리랑TV 부사장 직에 대한 인사 청탁 여부를 조사했고 정당한 인사협의로 결론내렸다. 이 수석이 인사 문제를 협의하면서 대학 동기동창인 유 전 차관에게 말을 편하게 하다 보니 유 전 차관이 청탁 내지 압력으로 과민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동갑내기인 이 수석과 유 전 장관은 각각 서울대 경제학과와 행정학과 출신으로 절친한 관계는 아니지만 학창시절부터 안면을 익혀온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셋째, 청와대의 주장대로 유 전차관이 신문유통원의 직무를 태만히 했는가 아니면 유 전차관의 말대로 덮어씌우기에 불과한 것인가? 청와대는 유 전 차관이 경질된 것은 부도 위기에 처한 신문유통원 경영난 등 신문법 후속조처를 태만히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신문유통원 경영 문제는 명백한 문화부의 잘못이고, 김명곤 현 장관이 3월 교체됐기 때문에 정무직인 차관이 책임져야 한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유 전 차관은 "예산 권한을 갖지 못한 문화부에 책임을 지울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반박하고 있다.


신문유통원 예산은 신문사들의 모럴 해저드를 방지하기 위해 신문사도 정부와 함께 일정 부분 투자를 해야 하는 '매칭펀드' 형식으로 운용된다. 하지만 경영상황이 어려운 신문사가 투자에 나서지 않자 기획예산처가 예산 집행에 난색을 보였고, 분기별로 기획예산처의 심의를 받아 예산을 받는 문화부는 2분기 예산을 제때 지급받지 못했다. 유 전 차관은 "애초에 정치권이 매칭펀드 방식으로 결정한 것이 잘못인데도 문화부에 책임을 덮어씌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볼 때 유 전 차관과 청와대가 등을 돌리게 된 것은 현 정부가 강한 애착을 갖고 있는 언론관계법을 둘러싼 양측의 누적된 갈등이 폭발한 것이라는 의견이 팽배하다. 유 전 차관은 2004년 말 신문법이 제정될 당시부터 신문법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왔고, 이로 인해 청와대 및 열린우리당과 갈등을 빚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신문법 후속조처에 대한 직무해태를 유 전 차관의 경질 사유로 지목한 것은 신문법에 반대하는 유 전 차관이 이 법에 의해 출범한 신문발전위원회와 신문유통원 등에 대해 고의적으로 어깃장을 놓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유 전 차관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비리 의혹 등 각종 음해공작을 펴면서 나를 '보수꼴통'으로 몰고 있다"며 반발했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로 서로 대립각을 세우던 중 청와대측이 내세운 낙하산 인사를 유 차관이 승인 거부함으로써 청와대의 감정을 자극했고, 이를 계기로 직무감찰을 실시하여 경질을 결정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여진다. 신문유통원에 대한 비판도 많지만 그 추진에 책임을 물어 경질했다면 문제가 이처럼 심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낙하산 인사에 대한 거부가 경질의 결정적 이유였고, 감정적인 감찰을 통해 비신사적이고 불명예스럽게 퇴진 시킨 것이 당사자의 반발을 샀다는 점일 것이다.


청와대 비서관이 낙하산 인사 압력을 거부한 유진룡(사진) 당시 문화관광부 차관에게 "배를 째드리지요"라고 협박했다는 발언이 알려지면서 "그런 말을 한 사람이 누구냐"는 궁금증이 증폭되었고, "어떻게 그런 '막말'을 할 수 있느냐"는 개탄과 분노로 이어지면서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협박 발언자로는 아리랑TV 부사장과 한국영상자료원 원장직에 인사 압력을 넣은 것으로 거명돼온 청와대의 이백만 홍보수석과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이 거론되고 있으나 문화부 내에선 이 수석이 아닌 양 비서관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이유는 협박 어조가 경어체라는 점으로 이 수석과 유 전 차관은 서울대 동창(두 사람은 동갑내기로 이 수석은 경제학과, 유 전 차관은 무역학과 출신이다)이라 서로 말을 놓는 사이라는 것이다.


문화부의 한 과장은 "말투가 평소 유 전 차관에게서 전해들은 양 비서관의 것과 비슷하니  아마 그 사람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 직원은 ”어이가 없고 황당하다. 공무원을 바라보는 청와대의 인식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말 자체가 지금까지 해 온 청와대 측 행태와 언행의 연장선에서 나온 것으로 본다. 그들이 능히 할 수 있는 일로 개인적으로 놀라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직원은 "차관이라면 행정 부서 실무의 최고위직이다. 일개 비서관에게서 이런 막말을 들을 급이 아니다"고 지적하고 "그들이 일반 공무원을 얼마나 우습게 보고 있을 것인가"하고 언성을 높였다.


여론의 비난에 당혹스럼을 느낀 청와대는 "그런 말을 한 사람이 없다"는 반응이지만 자신이 없는 듯했다. 중앙일보가 이를 보도한 11일(금요일) 정태호 대변인은 '발언이 사실이냐'고 묻는 기자들에게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가 13일에서야 "내부적으로 양 비서관 등을 상대로 확인한 결과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는 답변을 얻었다"고 해명에 나섰다. 이에 반해 유 전 차관은 그 이전인 8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나는 청와대의 낙하산 인사 압력을 거부해 '괘씸죄'로 경질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유 전차관의 경질은 언론관계법 갈등이 폭발한 것과 코드 인사를 내세운 낙하산 인사의 거부 결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며, 현 정권의 무리하고 무원칙한 밀어붙이기식 정책이 정부 사이드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자 시범케이스로 날린 것이며, 그 과정에서 무례하고 야만적인 방법으로 당사자의 인격을 무시하는 등 최소한의 원칙과 상식도 지켜지지 않는 등 현 정권의 총체적 부실을 드러낸 것이어서 앞으로 청문회 등의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