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는 세상, 망가진 배우들

신용연200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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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는 세상, 망가진 배우들

 

요즘 `웃기는 배우"가 많아졌습니다. 중견배우들이 잇달아 코믹연기자로 변신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 TV 프로들이 가벼워져서 그런 모양입니다. 중견연기자들이 속칭 `뜨려면" 망가져야 한답니다. 철저하게 망가져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내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고 또 호들갑입니다. 정말 웃겨야 살아남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망가진 배우들. 물론 그들은 실제 인생까지 망가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은 한때 우리들의 우상이었습니다. 그들이 내뱉는 대사를 외우며 세상 끝까지 그들을 따라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런 우상들이 어느 날 갑자기 TV에 나타나 코를 후비고, 익살스런 표정을 짓고, 불룩 솟은 뱃살을 드러내며 막말을 쏟아냅니다. 제발 웃어달라고 애원합니다. 나이 먹어 그 어디에 끼지 못하고, 이제 가벼운 세태에 아부를 해서 다시 얻은 몇 푼어치의 인기로 살아가야 한다면, 그 처지가 매우 곤궁한 듯합니다.

 

"자, 보세요, 그토록 우아하고 기품 있는 배우가 이렇게 망가졌답니다." TV는 이렇게 웃음을 강요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웃습니다. 웃다 보면 `저 사람도 이제 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젊은 날의 꿈과 야망과 고뇌 속에 들어있는 스타들인데…. 저들의 망가짐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어떤 때는 우리 청춘까지 망가지는 기분이 듭니다. 웃다보면 왠지 공허할 때가 많습니다. 이건 순전히 제 개인 생각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쌓아올린 성에서 조금은 도도하고, 조금은 베일에 싸여 그때 그 주인공으로 남을 수는 없을까요?

 

〈김택근/시인〉 경향신문 아침글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