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카프카』

박형자200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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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무라카미 하루키가 7년 만에 내놓은 대 장편소설 《해변의 카프카》

무라카미 하루키가 《태엽 감는 새》 이후 무려 7년 만에 내놓은 대 장편소설 《해변의 카프카》는 우선 그 제목이 주는 묘한 고독감과 서정성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일본에서도 많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이 제목에 대해 하루키는 한 인터뷰에서 “‘해변의 카프카’라는 제목은 뭔가 독특한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데가 있다”면서 “문득 생각난 후 머리 속에서 한참 그 울림을 굴려보다가 ‘자, 이걸로 하자’고 생각한 이후엔 도무지 다른 제목이라는 게 생각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변의 카프카》라는 제목에서 ‘해변’은 이 소설의 주제를 이루기도 하는 ‘경계(境界)’를 의미하는 메타포로서 매우 강렬한 이미지를 품고 있다. 제목이 암시하듯 갖가지 경계가 숱하게 펼쳐진다. 우선 제목에 쓰인 ‘해변’부터가 육지와 바다의 경계이고, ‘카프카’ 또한 일본어로 ‘카(可)후카(不可)’-즉 ‘옳으냐, 그르냐’ 또는 ‘되나, 안 되나’의 의미를 나타낸다. 그리고 삶과 죽음, 선과 악, 어른과 아이, 남자와 여자, 의식과 무의식, 현실세계와 환상의 세계 등 상반된 두 세계의 경계를 넘나드는 삶의 모습과 그 의미를 작품 전체를 통해서 세밀하게 그리고 있는 것이다.

또한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1883~1924)는 체코에서 태어난 유태계 독일인 작가로 《변신》, 《성》, 그리고 《해변의 카프카》에도 등장하는 <유형지에서> 등의 소설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 다른 작가들과는 확연하게 구분되는 그의 작품의 특징은 ‘섬뜩한, 우연히 등장하는, 실제를 넘어서는, 초현실적인’ 분위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작품의 특징은 ‘kafkaesque’이라는 단어로 정리되어 '카프카적인, 부조리하고 악몽 같은‘ 이라는 뜻을 갖는 형용사로 영어사전에 실려 있다.

이러한 카프카의 이미지는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가 갖는 이미지와도 연결된다. 어른들이 빚어놓은 갑갑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삶의 원형을 찾아 끊임없이 방황하는 한 소년의 내면의 여행을 그린 이 작품 속에서 하루키는 ‘부조리의 파도가 밀려오는 해변을 방황하고 있는 외톨이인 영혼. 아마 그것이 카프카라는 말이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제목의 의미를 밝히고 있다.

《해변의 카프카》의 주인공은 왜 15세인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내가 지닌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작품이며 지극히 만족스러운 작품”이라고 표현한 《해변의 카프카》의 주인공이 15세 소년이라는 점은 의미가 깊다. 15세 소년소녀는 ‘아이의 종점’이며 ‘어른의 출발점’에 선 인간의 순수한 원형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원형’이란 프란츠 카프카가 말한, 세상의 상식과 궤도에 맞춰진 ‘다스 만’(세상사람)이 아닌, 세상의 때가 묻지 않고 부조리에 물들지 않은, ‘다스 제루프스트’, 즉 ‘본래의 자기’라고 볼 수 있다.

예부터 “15세면 성인을 상징하는 호패를 찬다”고 했으며, 만고의 열녀 성춘향도 15세였고, 2차 세계대전의 비극을 50여 년간 전 인류에게 고발하고 있는 안네 프랑크도 15세였다. 《해변의 카프카》는 그런 15세의 순수한 인간상을 지닌 소년 카프카의 눈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사회의 부조리를 극복하면서, 삶은 비록 공허하지만 그래도 살아가야 한다는 주제를 숱한 메타포를 동원해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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