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찌는 듯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려나... 다

박영기200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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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찌는 듯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려나...

다행히도 오늘의 하늘은 바람과 구름도 태양과 친하더이다.

우리가 들이댄 곳은 이름하야 淸溪山...(무지무지 높은산...^^)

 

여기서 잠시 청계산에 대해서 소개를 하자면...

주봉인 망경대(望景臺...해발 618m...서울이 한눈에 보인다하여 지은이름)를 비롯하여 옥녀봉, 청계봉(일명 매봉)등의 여러 봉우리로 이루어져 이따. 서쪽에 관악산, 남쪽에 국사봉이 솟아 있으며 이들 연봉과 더불어 서울의 남쪽 방벽을 이루며 풍수지리학적으로는 관악산을 백호, 청계산을 청룡이리하여 좌청룡 우백호의 개념으로 해석하기도 함돠. 조선 태조 이성계에 의해 고려가 멸망하자, 고려말 충신이었던 조윤이 송도를 떠나 입산했던 곳이라고 전해지고 청룡이 승천했던 곳이라고 해서 청룡산으로 불리기도 함돠.

서울대공원과 서울랜드, 국립현대미술관을 둘러싼 푸른 산자락이 바로 청계산으로서 서울 양재동과 과천시, 성남시, 의왕시의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관악산 산자락이 과천 시내를 에둘러 남쪽으로 뻗어내리고 산맥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서남쪽으로 뻗어나가 의왕시의 백운산, 모락산, 오봉산으로 이어지고 울창한 숲과 아늑한 계곡, 공원, 사찰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가족산행의 명소로서 수 많은 등산로가 다양하게 형성되어 이따. 정상인 망경대는 출입이 통제되어 있어 북쪽의 쳥계봉(매봉)이 정상을 대신하고 이따. 과천쪽에서 바라보는 청계산은 산세가 부드럽고 온화해서 토산처럼 보이지만 서울대공원쪽에서 보이는 망경대는 바위로 둘러싸여 있어 거칠고 당당하게 보이며 남서쪽 중턱에는 신라때에 창건된 청계사가 있고 동쪽 기슭에는 경부고속도로가 동남방향으로 지나고고고...

주암동쪽에서 망경대쪽으로 오르다 보면 추사 김정희의 생부 김노경의 묘터가 있던 옥녀봉이 나타난다. 조선시대의 학자인 정여창이 피눈물을 흘리며 넘었다는 혈읍재를 지나 망경대 바로 밑으로 가면 정여창이 은거했다는 금정수가 있는데 이 약수는 정여창이 사사되자 핏빛으로 변했다가 이내 금빛으로 물들었다는 말이 전해지고...

 

오전 아홉시...

배낭에는 알칼리이온수 얼음물 두병, 오이 네개를 넣고 광명사거리역에서 지하철을 탔다. 냉방시설이 잘 된 지하철내에서 꾸벅꾸벅 졸며 비몽사몽간에 도착한 곳은 양재역...간단한 요깃거리를 찾아 두리번두리번하는 찰나에 눈에 띄는 것이 있었으니...바로 김빱과 떡...뭔 아쉬워하던 배낭은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언능언능 요깃거리를 집어삼키더이다...ㅎㅎ

7번출구로 나오니 언제부터 기둘렸는지 청계산을 여러번 등산하신 지인 한 분이 벌써 나와 방갑게 맞아주셔따. 도란도란 야그꽃으로 시간을 달래다보니 어느새 함께 등반하기도 약속했던 모든 분들이 모였고 4432번 버스를 타고 곧바로 청계산 입구로 향해따...

버스안에는 청계산 정기를 받고자 서울 인근에서 온 등산매니아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청계산 입구에 도착하니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집에서 손수 키운 토마토, 오이, 참외, 고추, 가지...등등의 갖은 과일과 채소를 팔며 생계를 꾸려가는 굴다리밑 노점상 할매와 할배, 아자씨, 아지매...들이어따...^^

산전수전...공중전...희노애락을 모두 겪으며 수놓아진 쭈글쭈글한 인생 주름살과 거무티티한 손을 하고서도 환하게 웃으시며 덤으로 한줌 더 쥐어주는 넉넉하고 소박한 인심을 보며 짧은 순간이지만 왠지모를 한국인의 자부심과 情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의 청계산 정복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급할 것이 없는 우리 일행은 이런저런 인생야그하며 느긋하게 찬찬히 걷기 시작해따...간간히 마련되어 있는 벤치와 마주칠때마다 그냥 지나치지 않고 동무가 되어주어따...이마에 구슬땀이 송송송 맺힐 무렵 배낭을 열어 알칼리이온수 얼음물과 오이를 나눠먹으면서 잠시 휴식...그리고 또 다시 정상을 향한 몸부림을 계속해서 고고고...

오르는 곳곳에 쉼터가 많고 이정표 시설이 잘 되어있어서 산을 처음타는 초보자도 무난하게 오를 수 있는 산으로 강추할 만한 산이 바로 청계산...이라고 자부함돠...ㅎㅎ

오르다보니 모회사의 광고 아이디어가 신선해따. 청계산은 계단이 많은데 계단마다 층수를 셈해서 회사로고와 함께 표시를 해서 광고를 하다보니 계단이 몇 개로 되어있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역시 일상에서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는 대목...)

오르다 지치면 쉬고 또 오르고를 여러번...정상이 얼마남지 않은 지점에 청계산 정기를 받는 바위가 있었다. 묘하게도 커다란 바위와 바위사이에 공간이 있어서 시원한 바람도 머물고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바위 주위를 뱅글뱅글 돌고 돌며 소원도 빌고 청계산 정기도 온몸으로 받고자 북적북적...

(여기서 썰렁한 개그 한가지...한꼬마가 열씨미 바위를 돌며 청계산 정기를 받고 있길래 약먹을시간 왈왈왈..."얘, 꼬마야 조금만 돌아야돼. 넘 만니 돌면 내일 아침에 일어났을때 하룻밤사이에 나이를 너무 많이 먹어서 폭삭 늙어버리니까 쬠만 돌아라..."라고 하자 꼬마가 하는 말..."에이 아저씨...거짓말쟁이..."라고 해따...그래서 약먹을시간 다시 왈왈왈..."꼬마야, 농담아냐...어제까지 아자씨도 너처럼 꼬마였는데 그 바위 주위를 세바퀴만 돌았는데도 잠을 자고 일어나니 이렇게 어느새 아자씨가 되어불어따...꼬마야 너 이제 큰일나따...넘 마니 돌았으니...ㅋㅋ"...그러자 꼬마는 뾰루퉁한 얼굴표정을 하였고...꼬마 아빠가 왈왈왈..."허참, 재미있는 친구네..."라며 깔깔깔...허허허...썰렁썰렁(?)...)

우리 일행들도 나를 쳐다보며...하하하깔깔깔히히히크크크헤헤헤호호호...그렇게 즐거운 등정은 시간이 해결사인양...

결국 정상인 청계봉(매봉)에 올라따...동서남북 탁 트인 전망을 바라보면서 탑탑한 가슴이 후련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희뿌연 매연으로 뒤덮인 서울 하늘이 안타깝기도 해따...

매바위에는 해발 582.5m라고 표시되어 있었고 '내 아무것도 가진것 없건마는 머리 위에 항시 푸른 하늘 우러렀으며 이렇듯 마음 행복되노라."라는 유치환 시인의 시...'행복'중에서 일부가 곱게 새겨져 있었다. 시 문구가 마음에 들어 글자수를 세어보니 서른 일곱자...'청계산'세글자를 넣어서 80byte를 채워 지인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날려따...그리고 또 다른 문구...'바람은 산에 들러도 흔적을 남기지 않는데 다만 사람이 문제로다. 좋지 않은 흔적을 여기저기 남기나니...'라고 되어있는 글을 읽으면서 나 자신을 한번 돌아보게 되어따. 정상에서 시원한 곳에 자리를 잡고 각자의 배낭을 열어서 갖가지 음식을 꺼내었다...이심전심이라 했던가?

서로 떡을 마니 가지고 와서 다른 등산객들에게 나눠주었다. (돈받고 파는 것보다 그냥 주기가 더 힘들었슴...^^)

준비해간 점심을 먹다보니 어느새 낌새를 챘는지 개미들이 빠글빠글 모여들었다. 그래도 초대하지 않은 불청객이 얄밉지 않아서 개미들과 더불어 맛있게 점심식사를 끝내고 적당한 휴식을 취한 뒤에 하산을 시작해따...가파르지 않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은 여유로운 산행이라 천천히 하산하면서 자연이 정성껏 가꾸고 있는 소나무, 바위, 다람쥐, 청솔모, 까치, 매미, 잠자리, 이름모를 잡초와 꽃...들을 기억속에 차곡차곡쌓으면서 처음 등반을 입구까지 무사히 내려가따...다들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서 한 음식점에 들러 컬컬한 막걸리 한사발과 시원한 냉콩국수로 마무리...(긴긴 야그꽃을 피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