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억지로 삼키면 짜지 않고 '쓰다' 내 오랜 친구여. 자네를 생각하며 이 이야기를 되새김질 하기란 자네를 떠나보낸 내게 얼마나 괴로운 상상인가. 자넨 아는가? 1985년. 아니면 그 근처의 과거. 내가 그렇게 아주 어렸을 적. 자네와 내가 살던 우리 동네앞엔 뚝방길이 있었지. 가을이면 파란 하늘을 가득 덮는 잠자리떼가 날아다니던... 빨간색 독수리 오형제 자전거를 타고 독수리 그림이 그려진 그 고물 자전거의 앞 창에 바램개비를 달고 또래 친구 녀석인 너와 페달을 밟을 때마다 눈앞으로 달려드는 잠자리 떼를 피해 그 뚝방길을 함께 달리던 아련한 기억. 툭하면 그 망할놈의 고물 자전거의 체인이 빠져서 너와 난 둘이 끙끙대며 체인을 끼워놓고 다시 달리던... 자전거의 페달을 밟을 때마다 바퀴 밑에서 피어오르는 뽀얀 먼지. 2004년의 찌든 매연과는 틀리게 달콤하게만 느껴지던 그 1985년의 먼지오른 뚝방길. 검 붉은 해가 앞 산 뒤로 뉘엿뉘엿 저물어갈때 노을을 바라보며, 땅거미가 지는 자네와 나의 발 아래의 흙을 보며, 저녁이 되자 자그마한 돌맹이의 그림자가 내 키만큼 길어져가는 것을 보며, 하늘위의 잠자리들이 조금씩 어디론가 가버려 그제서야 하늘이 보이기 시작할때...... 하느님이 실수를 하시기 시작한걸까. 천둥이 치고,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예고없는 세상의 종말처럼 온 천지의 나무가 흔들리듯 비바람의 폭풍은 어른들에게 들었던 6.25 전쟁의 폭풍보다 더 격렬했지. 가을하늘의 평화롭던 잠자리떼는 온데 간데 없고, 그 모습은 순식간에 벌어진 생 지옥의 종말 이였다. 얕은 개천을 건너 집으로가는 반대편의 지름길을 택한, 무섭다며 건너지 말자는 나를 뒤로하고 이미 개천의 중간쯤에 다다른 너란 녀석. 난 어려서 몰랐단다. 좁은 물길에 폭우가 범람하면 세상에서 가장 큰 파도가 되어 모든것이 휩쓸린다는 것을. 눈 깜짝할 사이에 앞에 있던 네 녀석이 사라지고 없었다. 며칠이 지나 뉴스에서 네 녀석의 소식을 들었다. 네 녀석이 무사히 돌아왔나 궁금해 자전거를 타고 너의 집에 갔었다. 너의 집 대문앞엔 호박색 기다란 등이 걸려 있었지. 그 등이 죽은 자에게 작별을 고하는, 저승으로 여행을 떠날때 밝히는 등이라는 것을 난 조금 더 커서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조금 더 커서는 죄책감을 깨닫게 되었다. 같이 따라가던가, 못가게 말리지 못한 죄책감. 친구의 죽음이 두려웠던 나머지 관을 붙들고 울며불며 통곡하는 네 녀석의 부모님에게 그 자리에 나도 함께였다고 말하지 못했다. 너무나 단순한 이유때문에. '혼날까봐....' 난 아직도 죄인이다. 미안하다는 사죄도 단 한번 없었다. 녀석.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 악마처럼 몰아치는 물에 휩쓸려 숨이 막혀 익사하는 고통. 얼마나 무섭고 무서웠을까. 그 어린 나이게 겪었던 그 죽음의 숨막힘이 얼마나 처절히도 무서웠을까...... 어린아이의 정의가 이기는 세상은 그때부터 이미 없던 것 같다. 연탄공장이 그 가운데에 자리잡아 그 뚝방길의 개천물은 언제나 검은 색이였다. 넌 그 검은 물을 죽을때까지도 삼키고 또 삼키며 누군가를 원망했을테지... 내가 눈물을 삼키면 짜지 않고 쓴 이유가 네 녀석이 쓰디 쓴 연탄물을 마시며 죽어가서 였을지도 모른다.
어린 모습으로 내 기억에 남은 친구야
눈물을 억지로 삼키면 짜지 않고
'쓰다'
내 오랜 친구여.
자네를 생각하며 이 이야기를 되새김질 하기란
자네를 떠나보낸 내게 얼마나 괴로운 상상인가.
자넨 아는가?
1985년. 아니면 그 근처의 과거.
내가 그렇게 아주 어렸을 적.
자네와 내가 살던 우리 동네앞엔 뚝방길이 있었지.
가을이면 파란 하늘을 가득 덮는 잠자리떼가 날아다니던...
빨간색 독수리 오형제 자전거를 타고 독수리 그림이 그려진
그 고물 자전거의 앞 창에 바램개비를 달고
또래 친구 녀석인
너와 페달을 밟을 때마다 눈앞으로 달려드는
잠자리 떼를 피해
그 뚝방길을 함께 달리던 아련한 기억.
툭하면 그 망할놈의 고물 자전거의 체인이 빠져서
너와 난 둘이 끙끙대며 체인을 끼워놓고 다시 달리던...
자전거의 페달을 밟을 때마다 바퀴 밑에서 피어오르는
뽀얀 먼지.
2004년의 찌든 매연과는 틀리게 달콤하게만 느껴지던
그 1985년의 먼지오른 뚝방길.
검 붉은 해가 앞 산 뒤로 뉘엿뉘엿 저물어갈때
노을을 바라보며,
땅거미가 지는 자네와 나의 발 아래의 흙을 보며,
저녁이 되자 자그마한 돌맹이의 그림자가
내 키만큼 길어져가는 것을 보며,
하늘위의 잠자리들이 조금씩 어디론가 가버려 그제서야
하늘이 보이기 시작할때......
하느님이 실수를 하시기 시작한걸까.
천둥이 치고,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예고없는 세상의 종말처럼 온 천지의 나무가 흔들리듯
비바람의 폭풍은 어른들에게 들었던
6.25 전쟁의 폭풍보다 더 격렬했지.
가을하늘의 평화롭던 잠자리떼는 온데 간데 없고,
그 모습은 순식간에 벌어진 생 지옥의 종말 이였다.
얕은 개천을 건너 집으로가는 반대편의 지름길을 택한,
무섭다며 건너지 말자는 나를 뒤로하고
이미 개천의 중간쯤에 다다른 너란 녀석.
난 어려서 몰랐단다.
좁은 물길에 폭우가 범람하면
세상에서 가장 큰 파도가 되어 모든것이 휩쓸린다는 것을.
눈 깜짝할 사이에 앞에 있던 네 녀석이 사라지고 없었다.
며칠이 지나 뉴스에서 네 녀석의 소식을 들었다.
네 녀석이 무사히 돌아왔나 궁금해 자전거를 타고
너의 집에 갔었다.
너의 집 대문앞엔 호박색 기다란 등이 걸려 있었지.
그 등이 죽은 자에게 작별을 고하는,
저승으로 여행을 떠날때 밝히는 등이라는 것을
난 조금 더 커서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조금 더 커서는
죄책감을 깨닫게 되었다.
같이 따라가던가,
못가게 말리지 못한 죄책감.
친구의 죽음이 두려웠던 나머지
관을 붙들고 울며불며 통곡하는 네 녀석의 부모님에게
그 자리에 나도 함께였다고 말하지 못했다.
너무나 단순한 이유때문에.
'혼날까봐....'
난 아직도 죄인이다.
미안하다는 사죄도 단 한번 없었다.
녀석.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 악마처럼 몰아치는 물에 휩쓸려
숨이 막혀 익사하는 고통.
얼마나 무섭고 무서웠을까.
그 어린 나이게 겪었던 그 죽음의 숨막힘이
얼마나 처절히도 무서웠을까......
어린아이의 정의가 이기는 세상은
그때부터 이미 없던 것 같다.
연탄공장이 그 가운데에 자리잡아
그 뚝방길의 개천물은 언제나 검은 색이였다.
넌 그 검은 물을 죽을때까지도 삼키고 또 삼키며
누군가를 원망했을테지...
내가 눈물을 삼키면 짜지 않고 쓴 이유가
네 녀석이 쓰디 쓴 연탄물을 마시며
죽어가서 였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