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비아범은 거울 앞에 서서 어깨를 으쓱했습니다. 빨간 넥타이가 똑바로 매졌는지 몇 번 만지작거렸습니다. 이년 전 며느리가 시집 올 때 맞춰 준 양복입니다. 하얀 와이셔츠와 넥타이도 며느리가 직접 골라 사온 것이에요. 돌아서서 뒷모습도 거울에 비쳐봅니다. 노가다 판을 전전하는 목수가 양복 입을 일이야 없습니다. 이제 겨우 상조회 김회장 아들의 결혼식장에 가려고 세 번째 입어보는 양복이에요. 어제 팔천 원을 주고 머리도 싹 손질했습니다.
개비아범은 지갑에서 십만 원을 꺼내어 봉투에 넣었어요. 보통 삼만 원내지 오 만원을 축의금으로 내지만 김회장은 절친한 친구고, 또 개비가 결혼할 때에 십만 원을 냈거든요. 시계를 보니 거의 두시가 다 되어 갑니다. 시장이 모두 문 닫는 정기휴일에 큰 길 건너편에 있는 웨딩홀에서 결혼식을 올리는데, 에프터 이벤트라고 해서 노래방을 빌려서 동네사람끼리 친목도 다지기로 했거든요. 반질반질한 구두를 꺼내 신고 개비아범은 집을 나섰어요.
대문을 잠그고 돌아서서 골목을 빠져나오는데 마침 결혼식장에 가려고 문을 나서는 복실엄마와 딱 마주쳤어요. 개비아범은 깜짝 놀랐어요. 매일 꼬랑지모양 뒤로 조맨 머리를 웨이브파마로 구불구불 아래로 흘러내리게 하고, 눈썹도 그리고 뽀얀 분도 발랐어요. 그리고 빨간 립스틱도 야하게 칠했습니다. 또 복실엄마가 입은 옷은 정말 상큼했어요. 엷은 레이스가 가슴에 새겨진 연두색 윗도리와 젊은 아이들이 입는 청바지를 입었는데, 탄탄한 엉덩이의 탄력이 그대로 눈에 들어왔습니다. 개비아범이 어흠 하며 모른 척 하자 복실엄마도 샐쭉 돌아보더니 휙 앞서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복실엄마도 놀랬어요. 홀아비티를 풀풀 내면서 꽁치나 후딱 집어가는 개비아범이 양복을 차려입으니 전혀 딴 사람 같았거든요. 복실엄마는 갸웃했습니다. 역시 옷이 날개라더니......
개비아범은 이쪽 길가로 걸어갑니다. 복실엄마는 건너편에서 잰걸음으로 앞서갑니다. 두 사람 사이로 오락가락 하는 텔레파시가 좀 껄끄러웠어요. 그래서 개비아범이 앞서가려고 걸음을 빨리 옮기니깐, 뚜벅뚜벅하는 잰 발소리를 들은 복실엄마의 걸음도 또닥또닥 빨라졌어요. 개비아범의 걸음이 더 빨라졌어요. 복실엄마의 걸음도 뒤질 새라 토닥토닥 더 빨라집니다.
아니 저 여편네 걸음이 왜 저렇게 빨라? 속으로 꿍얼거리는 개비아범, 아니, 저 홀아비가 왜 자꾸 쫓아오는 거야, 하는 복실엄마, 둘 만의 신경전이 오후의 텅 빈 시장통에서 벌어진 것이죠.
“아유, 꽁치승리 아줌마~ 식장에 가는 거유?”
옆길에서 모습을 드러낸 수다쟁이 땡칠엄마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개비아범과 신경전을 벌이던 복실엄마는 반가웠습니다. 땡칠엄마도 한복을 차려입고 양복을 입은 땡칠아빠와 같이 결혼식장에 가는 중이었어요.
땡칠아빠,
개비아범 또래인 이분은 종칠이의 아빠입니다. 아들 이름이 종칠인데 이 이름에는 참 사연이 깊어요. 땡칠아빠는 원래 유명한 노름꾼이었어요. 땡칠아빠가 소백산에서 은거하는 도리짓고땡 도사에게 노름기법을 배우고 한참 명성을 날리던 젊은 날에, 사기도박에 걸려 논밭 이십 마지기를 날린 노인에게 재산을 찾아 달라는 부탁을 받았어요. 그 재산을 찾으면 반씩 나누자는 약속을 받고 노인이 대준 돈으로 전국의 유명한 노름꾼과 한 판 붙었어요.
경상도의 털보, 전라도의 뱁새, 충청도의 기리빠시, 그리고 땡칠아범이 모여앉아 화투를 돌렸어요. 노름이란 정상적으로 하면 따지 못해요. 타짜선수라고 불리는 이 사람들은 모두 제 나름의 손기술, 즉 사기 치는 법을 터득하고 있었죠. 손 안에 있는 화투를 투닥투닥 치면서 패를 계획적으로 섞거든요. 그리고 특정의 상대방과 모의해서 한 명을 거덜 내기도 해요. 이 십대의 신출내기 노름꾼을 앞에 둔 타짜선수 세 사람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어요. 그러나 땡칠아범은 끈질겼어요. 이틀 동안 꼬박 판을 돌린 끝에 드디어 새벽녘 땡칠아범이 상대방의 손기술을 능가하는 기술을 발휘했어요.
화투를 쓱쓱 섞으며 잽싸게 화투의 순서를 기억하면서 손으로 탁탁 치다가 내려놨습니다. 상대방이 반쯤 화투를 덥석 잡아서 순서를 바꾸어놓았습니다. 그 옆에 있던 사람도 역시 화투의 순서를 바꾸었어요. 그러나 소백산도사에게 단련된 땡칠아빠의 날카로운 눈매였어요. 그 순서를 한꺼번에 기억하더니 상대에게 화투를 쭉쭉 돌렸는데, 언 듯 보기에는 위에서 빠져 나오는 화투 같았지만, 때로는 아래에서 잽싸게 빼서 돌리는 화투였어요.
경상도 털보가 화투패를 쫙 쪼니깐 6땡이 살픗 보였습니다. 전라도 뱁새는 7땡이죠. 충청도 기리빠시에게는 국진 두장 9땡이 쫙 펼쳐집니다. 서로 먹을 수 있는 판이라고 앞에 놓인 돈뭉치를 다 밀어 넣었습니다.
“6땡 꽃분이 아줌마다. 다 내놔.”
경상도 털보가 쾌재를 부르며 돈을 끌어오려 하자,
“어허, 뭔 말을 고러콤 무식하게 한다냐? 7땡은 숨넘어간 줄 아시는감?”
전라도 뱁새가 패를 펼치며 경상도 털보의 손을 탁 가로막았습니다. 그러자,
“냅 둬~ 국진이 쌍쌍으로 왔그만유~”
하면서 충청도 기리빠시가 빙긋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돈뭉치를 잡았어요.
“어허, 암행어사 출두입니다. 여기 장땡이요.”
하더니 이번에는 땡칠아범이 풍을 두 장 쫙 내려놨어요.
이렇게 해서 땡칠아범은 노인의 재산을 거의 다 찾아 주고 자기도 부자가 되었는데, 노인은 손녀딸과 단 둘이 살고 있었거든요. 매일 노름판에만 다니는 땡칠아범의 집이 있을 리 만무했어요. 그래서 노인의 문간방에서 기거했어요. 그러다가 손녀딸인 지금의 땡칠엄마, 그때는 꽃다운 19세였는데, 얼렁뚱땅 발길 걸어 넘긴 거죠.
노름꾼의 아내,
이처럼 한스럽고 한심한 아내도 드물 거예요. 완전히 도깨비 살림이었어요. 많던 전답을 몽땅 다 털어놓고 집안에는 숟가락 하나 변변한 것이 없어요. 사방팔방에 거짓말을 하며 돈을 꾸어서 집안에는 빚쟁이만 득실거립니다. 그것만이면 양반입니다. 뻑 하면 형사들이 들이닥쳐 땡칠아빠를 잡아가니 정말 눈에서 피눈물이 나올 지경이었어요. 아마 십 년은 속을 썩였을 거예요. 땡칠아빠가 상습도박죄로 1년간 옥살이를 할 때에 땡칠엄마가 바로 이 시장통에 흘러들어와 장사를 하기 시작했어요. 감옥에서 나온 땡칠아빠는 딸아이 하나를 안고 가게 안에 들인 구들장에서 겨울을 지내는 아내의 모습에 눈물까지 흘렸어요.
이제는 정말 노름을 안 하겠다. 다 끊었다. 하고 마음을 돈독히 가지고 같이 열심히 장사를 한지 일년 만에 번듯한 전세방이라도 얻어 갈 수 있었어요. 그러나 좀 살림이 풀리는가 싶더니 땡칠아빠가 다시 도박에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땡칠엄마는 뱃속에 아이를 가지고 있었어요. 바로 종칠이입니다.
노름판에서 밤을 새던 땡칠아빠에게 전화가 왔어요.
땡칠엄마가 진통을 느끼고 병원으로 갔으니 얼른 가보라는 형님의 목소리였습니다. 이때 땡칠아빠는 전셋돈을 몰래 빼왔고, 또 아내가 출산할 때에 들 병원비까지 몽땅 앞에 놓고 전투를 벌이고 있었거든요.
아내가 출산한다는 말과 함께 손 안에 날아든 7땡,
분명히 길조입니다.
홍싸리 두 장이 빙긋 웃으며 움켜쥔 손안에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앞에 놓인 돈을 몽땅 걸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어요. 옆에 있던 광주의 타짜와 그 옆의 부산타짜가 죽었다고 투덜대면서 패를 내려놓았습니다. 이제 맞은편에서 버티고 있는 안양브루스만 처치하면 됩니다. 안양브루스는 땡칠아범이 내민 돈을 보더니 한참 고민했어요. 그러다가 자기 앞의 돈도 몽땅 들이 밀었습니다.
“어흠, 나 칠땡이유, 이만하면 먹을만 하지?”
땡칠아빠가 돈을 끌어 오려하자 안양브루스가 담배연기를 푹 내뿜으면서 패를 내려놨습니다.
“나 구땡인데, 칠땡은 종 치슈,”
땡칠아빠는 눈앞이 캄캄했어요. 전셋돈뿐만 아니라 병원비까지 모두 날렸으니 아내가 출산한 병원에도 못 갈 형편이었어요. 손을 털고 나와 거리에 서니 정말 갈 곳이 없습니다. 후회가 막심하죠. 땅에 침을 탁탁 뱉던 땡칠아빠는 빈둥빈둥 친구 집에서 이틀을 숨어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친구의 연락을 받고 온 형에게 딱 멱살을 붙잡혔어요.
“이 새끼가 나이가 몇 살인데 또 그 짓을 하고 다녀?”
대뜸 주먹이 날아왔어요. 얻어터지며 질질 병원으로 끌려간 땡칠아빠는 아기를 품에 안은 아내 앞에서 또 후회의 눈물을 흘렸죠. 이 삼일이 지난 후에 아이 이름을 지어오라고 아내가 말했어요. 그때 땡칠아빠의 입에서 불쑥 튀어나온 말이 바로 종칠이었어요.
정종칠,
정말 종치리...... 정말 종 친다는 뜻이죠. 칠땡 잡고 전세방과 병원비 날렸어요. 그래서 망신당했습니다. 아들이 세상에 태어났으니 노름은 정말 종 치겠다는 땡칠아빠의 의지가 담긴 이름이에요. 그 후부터 가끔 노름이 생각나면 땡칠아빠는 종칠아~ 종칠아~ 하고 아들을 불렀어요. <계속>
글 / 은하철도
(매일 써서 올리려니 좀 힘드네요. ㅎㅎ... 사실 제가 문학잡지에 연재하는 글이 있어요. 그 글을 쓰려면 책도 많이 보고 공부도 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매일 올리기가 벅차요. 하여튼 하는데까지 해 보죠. 가끔 하루 건너 올릴 수도 있습니다.^^)
[연재] 앞집 과부와 뒷집 홀아비 6
앞집 과부와 뒷집 홀아비
6
개비아범은 거울 앞에 서서 어깨를 으쓱했습니다. 빨간 넥타이가 똑바로 매졌는지 몇 번 만지작거렸습니다. 이년 전 며느리가 시집 올 때 맞춰 준 양복입니다. 하얀 와이셔츠와 넥타이도 며느리가 직접 골라 사온 것이에요. 돌아서서 뒷모습도 거울에 비쳐봅니다. 노가다 판을 전전하는 목수가 양복 입을 일이야 없습니다. 이제 겨우 상조회 김회장 아들의 결혼식장에 가려고 세 번째 입어보는 양복이에요. 어제 팔천 원을 주고 머리도 싹 손질했습니다.
개비아범은 지갑에서 십만 원을 꺼내어 봉투에 넣었어요. 보통 삼만 원내지 오 만원을 축의금으로 내지만 김회장은 절친한 친구고, 또 개비가 결혼할 때에 십만 원을 냈거든요. 시계를 보니 거의 두시가 다 되어 갑니다. 시장이 모두 문 닫는 정기휴일에 큰 길 건너편에 있는 웨딩홀에서 결혼식을 올리는데, 에프터 이벤트라고 해서 노래방을 빌려서 동네사람끼리 친목도 다지기로 했거든요. 반질반질한 구두를 꺼내 신고 개비아범은 집을 나섰어요.
대문을 잠그고 돌아서서 골목을 빠져나오는데 마침 결혼식장에 가려고 문을 나서는 복실엄마와 딱 마주쳤어요. 개비아범은 깜짝 놀랐어요. 매일 꼬랑지모양 뒤로 조맨 머리를 웨이브파마로 구불구불 아래로 흘러내리게 하고, 눈썹도 그리고 뽀얀 분도 발랐어요. 그리고 빨간 립스틱도 야하게 칠했습니다. 또 복실엄마가 입은 옷은 정말 상큼했어요. 엷은 레이스가 가슴에 새겨진 연두색 윗도리와 젊은 아이들이 입는 청바지를 입었는데, 탄탄한 엉덩이의 탄력이 그대로 눈에 들어왔습니다. 개비아범이 어흠 하며 모른 척 하자 복실엄마도 샐쭉 돌아보더니 휙 앞서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복실엄마도 놀랬어요. 홀아비티를 풀풀 내면서 꽁치나 후딱 집어가는 개비아범이 양복을 차려입으니 전혀 딴 사람 같았거든요. 복실엄마는 갸웃했습니다. 역시 옷이 날개라더니......
개비아범은 이쪽 길가로 걸어갑니다. 복실엄마는 건너편에서 잰걸음으로 앞서갑니다. 두 사람 사이로 오락가락 하는 텔레파시가 좀 껄끄러웠어요. 그래서 개비아범이 앞서가려고 걸음을 빨리 옮기니깐, 뚜벅뚜벅하는 잰 발소리를 들은 복실엄마의 걸음도 또닥또닥 빨라졌어요. 개비아범의 걸음이 더 빨라졌어요. 복실엄마의 걸음도 뒤질 새라 토닥토닥 더 빨라집니다.
아니 저 여편네 걸음이 왜 저렇게 빨라? 속으로 꿍얼거리는 개비아범, 아니, 저 홀아비가 왜 자꾸 쫓아오는 거야, 하는 복실엄마, 둘 만의 신경전이 오후의 텅 빈 시장통에서 벌어진 것이죠.
“아유, 꽁치승리 아줌마~ 식장에 가는 거유?”
옆길에서 모습을 드러낸 수다쟁이 땡칠엄마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개비아범과 신경전을 벌이던 복실엄마는 반가웠습니다. 땡칠엄마도 한복을 차려입고 양복을 입은 땡칠아빠와 같이 결혼식장에 가는 중이었어요.
땡칠아빠,
개비아범 또래인 이분은 종칠이의 아빠입니다. 아들 이름이 종칠인데 이 이름에는 참 사연이 깊어요. 땡칠아빠는 원래 유명한 노름꾼이었어요. 땡칠아빠가 소백산에서 은거하는 도리짓고땡 도사에게 노름기법을 배우고 한참 명성을 날리던 젊은 날에, 사기도박에 걸려 논밭 이십 마지기를 날린 노인에게 재산을 찾아 달라는 부탁을 받았어요. 그 재산을 찾으면 반씩 나누자는 약속을 받고 노인이 대준 돈으로 전국의 유명한 노름꾼과 한 판 붙었어요.
경상도의 털보, 전라도의 뱁새, 충청도의 기리빠시, 그리고 땡칠아범이 모여앉아 화투를 돌렸어요. 노름이란 정상적으로 하면 따지 못해요. 타짜선수라고 불리는 이 사람들은 모두 제 나름의 손기술, 즉 사기 치는 법을 터득하고 있었죠. 손 안에 있는 화투를 투닥투닥 치면서 패를 계획적으로 섞거든요. 그리고 특정의 상대방과 모의해서 한 명을 거덜 내기도 해요. 이 십대의 신출내기 노름꾼을 앞에 둔 타짜선수 세 사람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어요. 그러나 땡칠아범은 끈질겼어요. 이틀 동안 꼬박 판을 돌린 끝에 드디어 새벽녘 땡칠아범이 상대방의 손기술을 능가하는 기술을 발휘했어요.
화투를 쓱쓱 섞으며 잽싸게 화투의 순서를 기억하면서 손으로 탁탁 치다가 내려놨습니다. 상대방이 반쯤 화투를 덥석 잡아서 순서를 바꾸어놓았습니다. 그 옆에 있던 사람도 역시 화투의 순서를 바꾸었어요. 그러나 소백산도사에게 단련된 땡칠아빠의 날카로운 눈매였어요. 그 순서를 한꺼번에 기억하더니 상대에게 화투를 쭉쭉 돌렸는데, 언 듯 보기에는 위에서 빠져 나오는 화투 같았지만, 때로는 아래에서 잽싸게 빼서 돌리는 화투였어요.
경상도 털보가 화투패를 쫙 쪼니깐 6땡이 살픗 보였습니다. 전라도 뱁새는 7땡이죠. 충청도 기리빠시에게는 국진 두장 9땡이 쫙 펼쳐집니다. 서로 먹을 수 있는 판이라고 앞에 놓인 돈뭉치를 다 밀어 넣었습니다.
“6땡 꽃분이 아줌마다. 다 내놔.”
경상도 털보가 쾌재를 부르며 돈을 끌어오려 하자,
“어허, 뭔 말을 고러콤 무식하게 한다냐? 7땡은 숨넘어간 줄 아시는감?”
전라도 뱁새가 패를 펼치며 경상도 털보의 손을 탁 가로막았습니다. 그러자,
“냅 둬~ 국진이 쌍쌍으로 왔그만유~”
하면서 충청도 기리빠시가 빙긋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돈뭉치를 잡았어요.
“어허, 암행어사 출두입니다. 여기 장땡이요.”
하더니 이번에는 땡칠아범이 풍을 두 장 쫙 내려놨어요.
이렇게 해서 땡칠아범은 노인의 재산을 거의 다 찾아 주고 자기도 부자가 되었는데, 노인은 손녀딸과 단 둘이 살고 있었거든요. 매일 노름판에만 다니는 땡칠아범의 집이 있을 리 만무했어요. 그래서 노인의 문간방에서 기거했어요. 그러다가 손녀딸인 지금의 땡칠엄마, 그때는 꽃다운 19세였는데, 얼렁뚱땅 발길 걸어 넘긴 거죠.
노름꾼의 아내,
이처럼 한스럽고 한심한 아내도 드물 거예요. 완전히 도깨비 살림이었어요. 많던 전답을 몽땅 다 털어놓고 집안에는 숟가락 하나 변변한 것이 없어요. 사방팔방에 거짓말을 하며 돈을 꾸어서 집안에는 빚쟁이만 득실거립니다. 그것만이면 양반입니다. 뻑 하면 형사들이 들이닥쳐 땡칠아빠를 잡아가니 정말 눈에서 피눈물이 나올 지경이었어요. 아마 십 년은 속을 썩였을 거예요. 땡칠아빠가 상습도박죄로 1년간 옥살이를 할 때에 땡칠엄마가 바로 이 시장통에 흘러들어와 장사를 하기 시작했어요. 감옥에서 나온 땡칠아빠는 딸아이 하나를 안고 가게 안에 들인 구들장에서 겨울을 지내는 아내의 모습에 눈물까지 흘렸어요.
이제는 정말 노름을 안 하겠다. 다 끊었다. 하고 마음을 돈독히 가지고 같이 열심히 장사를 한지 일년 만에 번듯한 전세방이라도 얻어 갈 수 있었어요. 그러나 좀 살림이 풀리는가 싶더니 땡칠아빠가 다시 도박에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땡칠엄마는 뱃속에 아이를 가지고 있었어요. 바로 종칠이입니다.
노름판에서 밤을 새던 땡칠아빠에게 전화가 왔어요.
땡칠엄마가 진통을 느끼고 병원으로 갔으니 얼른 가보라는 형님의 목소리였습니다. 이때 땡칠아빠는 전셋돈을 몰래 빼왔고, 또 아내가 출산할 때에 들 병원비까지 몽땅 앞에 놓고 전투를 벌이고 있었거든요.
아내가 출산한다는 말과 함께 손 안에 날아든 7땡,
분명히 길조입니다.
홍싸리 두 장이 빙긋 웃으며 움켜쥔 손안에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앞에 놓인 돈을 몽땅 걸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어요. 옆에 있던 광주의 타짜와 그 옆의 부산타짜가 죽었다고 투덜대면서 패를 내려놓았습니다. 이제 맞은편에서 버티고 있는 안양브루스만 처치하면 됩니다. 안양브루스는 땡칠아범이 내민 돈을 보더니 한참 고민했어요. 그러다가 자기 앞의 돈도 몽땅 들이 밀었습니다.
“어흠, 나 칠땡이유, 이만하면 먹을만 하지?”
땡칠아빠가 돈을 끌어 오려하자 안양브루스가 담배연기를 푹 내뿜으면서 패를 내려놨습니다.
“나 구땡인데, 칠땡은 종 치슈,”
땡칠아빠는 눈앞이 캄캄했어요. 전셋돈뿐만 아니라 병원비까지 모두 날렸으니 아내가 출산한 병원에도 못 갈 형편이었어요. 손을 털고 나와 거리에 서니 정말 갈 곳이 없습니다. 후회가 막심하죠. 땅에 침을 탁탁 뱉던 땡칠아빠는 빈둥빈둥 친구 집에서 이틀을 숨어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친구의 연락을 받고 온 형에게 딱 멱살을 붙잡혔어요.
“이 새끼가 나이가 몇 살인데 또 그 짓을 하고 다녀?”
대뜸 주먹이 날아왔어요. 얻어터지며 질질 병원으로 끌려간 땡칠아빠는 아기를 품에 안은 아내 앞에서 또 후회의 눈물을 흘렸죠. 이 삼일이 지난 후에 아이 이름을 지어오라고 아내가 말했어요. 그때 땡칠아빠의 입에서 불쑥 튀어나온 말이 바로 종칠이었어요.
정종칠,
정말 종치리...... 정말 종 친다는 뜻이죠. 칠땡 잡고 전세방과 병원비 날렸어요. 그래서 망신당했습니다. 아들이 세상에 태어났으니 노름은 정말 종 치겠다는 땡칠아빠의 의지가 담긴 이름이에요. 그 후부터 가끔 노름이 생각나면 땡칠아빠는 종칠아~ 종칠아~ 하고 아들을 불렀어요. <계속>
글 / 은하철도
(매일 써서 올리려니 좀 힘드네요. ㅎㅎ... 사실 제가 문학잡지에 연재하는 글이 있어요. 그 글을 쓰려면 책도 많이 보고 공부도 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매일 올리기가 벅차요. 하여튼 하는데까지 해 보죠. 가끔 하루 건너 올릴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