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간 위를 걷던, 그 여자.

김나라2006.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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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애인과 헤어져서 그렇다 하고, 누구는 그 애인과의 관계가 불륜이었다 하고, 또다른 누구는 원래 우울증이 있었다고하고, 모르는 말 말라고 가족간의 문제라고도 하고, 첫사랑이 죽어서 따라갔다는 말도 하는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녀 스스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 선택이라는 것이 정말 자발에 의한 것인지 어쩔 수 없는 상황 앞어서의 선택이었는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한참이 지난 후였다. 안개가 짙게 깔린 날이나, 그렇지 않으면 비가 그친 밤이라던지 폭풍이 오기 전이라 사람들이 거리에 별로 없는 그런날 호수에 가면 그 여자를 볼 수 있었다. 물론 멀리서 숨어서만 볼 수 있었다. 그런 날씨만 되면 나도 모르게 나는 그녀생각을 했고, 머리 속에 호수의 난간 위를 걸어가는 그녀의 모습이 떠올라 곧장 그 호수로 갔다. 세차게 비가 몰아치다가 한 밤중이 되어서야 그친 날에는 잠옷바람으로 호수로 뛰어나간 적도 있으니 나도 그녀에게 적당히 미쳐있었나보다. 그리고는 동생의 결혼문제도 있고 이런저런 일들이 많아서 그녀를 생각만 할 뿐 보러 간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일이 생기고야 말았다.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비겁한 방조자가 되는 셈인가. 사람들이 너무 흔히들 하는말, 그럴줄 알았다는 말, 그럴 줄 알았으면 왜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인지. 나역시 그녀가 그럴 줄 알았지만 섣불리 나설 수는 없었다. 실제로 그녀가 실재했던 인물인지도 모르고, 또 그 여자가 난간위를 걷던 바로 그 여자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그저 이 작은 도시에 얼마전 호수에서 일어났던 사고에 대해서 말들이 많고 그 주인공이 여자라고 하니까 내 머리속에는 바로 그 여자가 떠오른 것이다. 난간위를 걷던 그 여자. 그 둘이 일치한다는 내 생각은 정황상의 근거일 뿐, 객관적이거나 또는 논리적인 연관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말은 참 무서운 말이다. 그럴 줄 알았다면 왜 행동하지 않는가. 왜 행동하지 않았는가. 어떤 이유에서건 행동하지 않았다면 적어도 그럴줄 알았다는 말은 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지나간 사람에 대한, 모독이요, 염치없는 말이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누구에게도 난간 위를 걷던 여자 이야기를 한 적도 없고, 그럴줄 알았다는 말을 한 적도 없다. 나 혼자 '왠지 그럴 것 같았다..'는 생각만 할 뿐인데도 이렇게 죄스러운 마음이 든다.

 

 

그 여자는 왜 그랬을까.

누구도 알 수 없겠지. 아마 그 여자도 자신이 왜 그랬어야 했는지는 몰랐을 것이다. 단지, 그렇게 되어 있다는 것만 알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