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와 흥사단에 거는 기대

이태복2006.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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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와 흥사단에 거는 기대




일본인들이 패전일이라고 부르는 8․15에 일본의 현직 총리가 보란 듯이 전범들의 위패에 참배했다. 일본의 의도는 분명하다. 한국과 중국이 어떤 항의를 해도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사실 일본으로서는 지금처럼 국제적 환경이 좋은 때가 없다. 흡사 1차 국공합작이 깨지고 중국의 공산세력이 확대되자 중국의 공산화를 우려한 미․일 등이 일본의 만주침략을 용인해주었듯이,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려는 미국이 일본의 군사적 역할을 확대하는 데 앞장서는 것과 같다. 거기에다 경제발전 수준이 한 단계 낮은 한국과 중국은 기술의 순환고리에 묶여 있어 수출을 늘릴수록 일본의 핵심부품을 끊임없이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정치․군사적 긴장이 어떻든 연간 250억 달러에 달하는 무역역조의 경제관계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바꿔 말하면 아쉬울 게 없다는 것이다.




일본의 이런 오만한 태도와 아시아의 평화를 위태롭게 하는 움직임을 목격해야 하는 한국인들은 8․15를 맞으면서도 벅찬 감격과 기대를 품기보다 우려와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다.




우리 경제는 갈수록 꼬여가고, 나라는 사사건건 충돌로 시끄러우며, 지도층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해 있다. 자라나는 청소년조차 조국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 조국을 지키겠다는 애국심을 낡은 생각으로 치부하고 있기까지 하다.




남쪽 일본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지만, 북쪽 중국은 이미 예전의 중국이 아니다. 중국의 중화주의는 한국고대사를 빼앗아갈 뿐 아니라 한반도를 언제든 덮칠 수 있다.




61주년의 8․15에 나라 안팎의 현실을 우려하면서 이 상태를 어떻게 돌파해야할 것인지에 생각이 미치자 불연 듯 흥사단이 떠올랐다. 최근 몇 달 『도산 안창호 평전』 집필에 전력을 기울였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사실 조국과 겨레를 위하여 ‘온몸과 온마음을’ 바치기로 다짐한 조직은 흥사단과 그 단우들이 아닌가. 그것도 1913년부터 민족 전도대업의 기초를 만든다는 각오로 시작된 조직이기 때문에 오늘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난제들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 지 가장 고민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흥사단을 모른다. 더군다나 무엇을 하는 단체인지는 더욱 모른다. 그런 실상이 단적으로 드러난 통계수치가 나왔다.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거나 신뢰할만한 조직을 묻는 질문에 흥사단은 아예 처음부터 대상도 못됐다. 어느 누구도 93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애국자들의 집단에 대해 신뢰는 고사하고, 기억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고작 10여년 된 시민단체의 수준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면 흥사단의 역사적 무게에 따른 역할과 인적 자원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물론 흥사단이 한국사회가 부딪친 여러 현안문제에 대해 대안을 갖는다는 것은 무리한 요구이다. 하지만 명망가 중심의 다른 단체들과는 차별적으로, 도산 안창호의 정신을 승계한다면 그리고 ‘온몸과 온마음을’ 나라를 위해 바치기로 다짐한 각오가 진정이라면, 의례적인 모임과 공론만 되풀이하는 잘못된 풍토를 벗어던지고 도산 안창호 선생의 가르침대로 줄기차게 국정의 현안문제에 대해 학습하고 토론해야 한다. 진정한 총체적인 자기혁신, 새로운 인물 키우기 프로그램, 대국민 메시지작업과 전문적인 연구,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들의 고통과 불행을 더불어 함께 하는 인격훈련과 인물육성을 일상화해야 신뢰가 싹튼다. 정치투기꾼과 출세분자, 명예욕과 제 잇속만 챙기는 지도층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온몸과 온마음을’ 바치는 인물들이 이 땅의 지도층이 돼야 한국의 전도는 빛날 수 있다.




만약 내년의 8․15를 우리가 지금 이 조건으로 맞이한다면 일본과 중국의 틈바구니에 낀 한반도의 미래는 암운이 더욱 짙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