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 이야기

이덕형2006.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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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언덕 위로 뛰어 올라갑니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뱃속이 뒤집어지는 같았고, 가냘픈 다리는 어느샌가부터 굳어지며 더이상 가는 건 무리라고, 더이상 가는건 힘들다고 아우성을 칩니다. 아이는 독불장군이에요. 세차게 그리고 빠르게 두근대는 심장과, 뻐근한 발목이 말을 듣지 않아도 무작정 꼭대기를 향해 뛰어올라갑니다. 단내나는 입김 사이로 끙끙 신음소리가 나기도 하지만 아이는 달리고.. 또 달립니다. 그곳에서 팔을 벌려 품을 열고 기다리는 엄마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사를 갔던 정겨운 친구가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닌데.. 아이는 말도 없이 뛰어 올라갑니다. 저 위에 있어 저 위에 마침내 아이는 꼭대기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에서 막대기를 찾아 땅을 긁어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땅은 메말라 쉽게 파지지 않았죠. 긁고 또 긁고.. 막대기가 부러지자 아이는 손끝에 힘을 주어 땅을 파기 시작합니다. 손톱사이로 마른 흙이 들어가고, 손끝의 여린 살이 터져 빠알간 피가 송글송글 맺힐때에도 아이는 파고..또 파고 있네요. 겨우 주먹이 들어갈만큼 땅에 구멍이 뚫리자 아이는 바지춤을 뒤적거립니다. 아이의 손에 쥐어져 있던 것은 '꿈'이라는 작은 씨앗이었죠. 가뭄이 심했던 그 해 여름.. '꿈'은 그렇게 메말라 있었습니다. 아이는 생각했던 것입니다. 메말라 쪼그라들어가는 '꿈'에게 마지막으로 양분을 주자. 이곳에는 없는 그런 흙으로.. 아이는 그런 생각으로 '꿈'이 더 마를세라 그 작은 몸이 부서져라 언덕을 뛰어올랐던 것입니다. '꿈'을 묻고 흙을 정성스레 덮으며 아이는 뿌듯했습니다. 이미 자기가 한뼘은 커버린 것 같았으니까요. 내가 할 수 있는건 다 했어. 아이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끝날것 같지 않던 기나긴 여름의 끝자락에 비의 계절이 찾아왔습니다. 대지를 뚫어버릴 듯 강렬하게 내리쬐던 태양의 위력은 물기를 가득 머금은 먹구름 앞에 기운을 잃고 말았죠. 그렇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비의 계절도 끝나고, 아이도 그 사이 부쩍 자라났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민둥산이었던 언덕 위에 나무 한 그루가 자라나고 있다는 것이었죠. '꿈'은 어느새 자라나 열매를 맺고 있었습니다. '희망', '사랑','행복', '행운', '우정' ... 아이는 '사랑'이라는 열매를 땄습니다. 이제 다시 시작될 기나긴 메마른 여름을 이겨낼 용기를 얻기 위해서 였대요. 여름이 시작되면, 대지에 뿌리를 박고 있던 나무들은 그 색을 잃어갈 겁니다. 그때가 되면 아이는 다시 언덕 위로 올라가 '사랑'을 심을 거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