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에 전투병 파병해야…

안철2006.08.22
조회41

레바논에 전투병 파병해야…

 

1.
UN안보리의 레솔루숀 1701이 결의됨에 따라, 남부레바논에서의 이스라엘군 철군과 헤즈볼라와의 교전이 잠시 진정세로 돌아섰다. 이스라엘과 인접한 남부레바논이 헤즈볼라에 의해 장악되고, 레바논 정부는 이들에 대한 통제를 사실상 포기함으로써 대 이스라엘 지하드가 잦은 충돌을 일으켜왔었다.
사실 친이스라엘의 서방과 반이스라엘의 회교국간의 각축장이었던 레바논은 시리아의 간섭으로부터 여전히 완전한 독립을 이루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무장 민병대들에 의한 종교간 충돌이 아주 시끄러운 곳이다. 20세기 초반 두 차례의 세계대전 동안, 친서방 괴뢰정권을 통해 멋대로 국경선을 획책한 결과가 21세기 지역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음을 상기한다면, 레솔루숀 1701에 대한 서방의 미온적인 태도는 무척이나 아쉬울 수밖에 없다.
마크 말로흐 브라운 UN 사무차장의 발언에 따르면, 레솔루숀 1701이 정상적인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레바논 남부 지역에 1만 5천명 규모의 다국적군이 파견되어야 한다고 한다. 특히나 종교적 갈등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 다국적군의 구성 역시 회교국가와 가톨릭국가와의 균형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는 다시 서방국가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레솔루션 1701에 시큰둥하며 친이스라엘 정책을 노골화하고 있는 미국과 영국은 이미 이라크에 대규모 병력을 파병한 터이기에 추가 파병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불란서마저도 1,700명 선의 추가 파병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긴 했으나 확약된 것은 아닌 상태이다. 그렇다고 독일이 전투병을 파병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자칫 독일군과 이스라엘군과의 교전도 이루어질 수 있는 상황이 예견되기 때문-에, 나토군의 핵심을 이루는 국가들은 대규모 파병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적극적인 파병의사를 표시하고 있는 나라는 회교국가들이 많다. 이들만을 대상으로 다국적군을 구성했을 때 반이스라엘 공동전선의 형성이 우려된다는 것이 UN사무국의 우려이기도 하다.
또한 일본의 자위대 파병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일본은 PKO활동으로 아이티, 서사하라, 라이베리아, 코트디부아르, 콩고민주공화국, 브룬디, 에티오피아/에트루리아, 골란고원, 코소보, 사이프러서, 레바논, 이라크, 캬슈미르 등 전세계 분쟁지역에 자위대를 파견해오고 있다. 특히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리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서방이 꺼리고 있는 전투병 파병을 대규모로 고려해 볼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게다가 임기말의 고이즈미 총리는 최근 종전일 야스쿠니 신사 참배 강행 등 강수를 두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에 어필하기 위한 대규모 파병을 실행에 옮길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2.
동티모르와 이라크를 제외하곤 본격적인 전투병 파병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의 PKO활동은 한마디로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의 해외 파병이라는 것이 죄다 미국 주도 침략전쟁의 들러리 서기-베트남전과 이라크전에 그 대표적인 예-에 불과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굳혀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50년 넘게 계속되어온 남북간의 군사적 긴장 상태 완화도 이루지 못해 우리가 국제 사회의 감시를 받는 마당에 국제 평화에 공헌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의 해외 파병의 근거는 헌법 제5조에 근거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전투병을 파병하기보다는 의무/공병 위주의 파병을 주로 하고 있다. 하긴 피스 키핑이라는 프로파간다와 썩 어울리는 조합이기는 하다.
그러나 지금까지와 같은 형태의 PKO활동으로는 국제사회로부터의 인정을 받기 힘들다. 특히나 시급을 다투는 PKO활동에 있어서, 이슈화가 끝난 지점에 이르러서야 배 태워 보내는 센스를 보여주는 정부의 활동에는 ‘마사루의 원츄 싸인’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대대급의 전투병 파병을 적극 추천한다.
무엇보다 국제평화에 공헌하는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톨릭/이슬람의 대립적 구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제3자적 입장의 극동아시아 국가로서 보다 공정한 활동을 보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특히나 서방국가들이 저어하는 상황에서 대차게 밀어부치면, 일본의 국제적 역량을 약화시킬 수 있지 않겠느냐는 다소 유치한 생각도 해 본다.
물론 교전으로 인한 사망자 발생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는 국군이 왜 남의 땅에 가서 피를 흘려야 하냐는 반론이 있을 수도 있다. 썩 난감한 반론이다. 똑 같은 논리로 국제사회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아무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다는 매우 비정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3.
가열차게 이라크에 여단 병력-자이툰부대장이 사단장급인 소장이 아니던가-을 파병한 이 정권에서 레바논에 의무병과 공병을 파견할 것을 검토 중에 있다고 한다. 이제서야 어디에 군대를 보내야할지 제대로 아는 것 같아 다행스럽기도 하지만, 조금 아쉬움이 남긴 한다.
현재 레바논 현지에는 ‘편견없는 군대의 조속한 배치를 통한 지역 장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같은 실질적 억지력을 보여주려면 독자적 작전능력을 갖춘 규모 있는 전투병 파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 동의와 소모적 논쟁이 배제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레바논 파병이 결국 시효를 넘긴 후 김빠진 사이다마냥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
이미 청와대와 틀어질대로 틀어져버린 여당은 이전 이라크 파병 때 보여주었던 찬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또한 무조건적인 반전 논리가 ‘물리력에 대한 절대적 반대’의 양태를 보여주었던 것이 어제 오늘의 일만이 아니기 때문에 제법 어려운 일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기도 하지만, 대 이스라엘 제제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적 수준의 배타성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기독교인들이 보여줄 반대도 심각한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불길한 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뿐만 아니라, 빠듯한 국방예산에서 무슨 돈으로 이들을 중동까지 보낼 것인가도 문제로 남는다. 이라크에 있는 자이툰부대만으로도 부담스러운 상황에 그 규모 이상의 부대를 파병하기도 힘든 노릇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