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ut Up!

김현식2006.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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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거친 어투로 많은 편집을 당한 이번 스풋 기사

아이러니하게도 그동안 쓴 글들 중 가장 맘에 들었던 글.

 

성격이 이상해서 그런지, 덩크에 대해 꼭 한마디 하고 싶었다. 과장하자면 스니커를 신고 있는 사람들의 태반은 덩크하이 아니면 로우 컷을 신고 있다. 특정룩(look)에 일말의 관심도 없는 내가 보기에도 이번 시즌 최대의 화두는 아무래도 스트릿룩과 덩크인가보다.

 

내가 사는 인천 변두리에서도 덩크의 포스가 이 정도이니 나름대로 최신 유행에 목을 맨다는 이들이 주로 출현하는 곳은 더하지 않을까. 하긴, 몇몇 패션 커뮤니티의 거리패션 페이지를 봐도 덩크의 숫자와 그 컬러는 헤아릴 수가 없더라. 누군가 말하길, 스트릿 룩의 화룡점정이 덩크란다. 특정 룩의 완성이 알량한 하나의 신발이라니. 패션에 무지한 나에게도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이것은 잡지 기사다. 그러나 나는 그런 말을 지껄여대는 무리들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보여주고 이렇게 묻고 싶다.


“덩크가 어떤 신발인지 아는가?”


유치한 역사 놀이 따위는 하고 싶지 않지만 나이키의 ‘농구화’ 덩크는 1986년 발매되었다. 첫 번째 에어 조던이 발매된 해에 모습을 드러낸 덩크는 그 누구도 따라하지 못한 컨셉을 가지고 있었다. “Be True To Your School." 덩크는 발매당시에도 매우 다양한 컬러베리이이션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오늘날처럼 중구난방 아무거나 막 골라 신으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학교 팀 컬러에 맞춰 신으라는 것이었다. 지금처럼 팀 한정판, 선수 한정판이라는 개념이 희박했던 시절이었지만 덩크는 그 시절에 이미 그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무슨 의미? 바로 Team Sprit이다. 덩크는 Team Sprit을 가지고 있는 농구화였단 말이다.

 

그 덩크가 이제는 완전히 썩어버렸다. Team Sprit을 가장 큰 장점으로 가지고 있던 농구화가 Team Sprit을 버리고 무난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누구 제안 컬러, 어디어디 한정판이라는 역겨운 수식어를 붙이고 비싼 값에 팔려나가고 있다.

 

덩크의 중창에서 에어가 삭제되었다는 사실을 아는가? 덩크는 에어조던1과 거의 쌍둥이로 봐도 무방한 농구화였다. 따라서 원래의 덩크에는 중창 삽입 에어가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새로 발매된 덩크의 중창에는 에어가 없다. 박스에도 표기 되어 있을 것이다. Nike Air Dunk Hi가 아니라 Nike Dunk Hi라고. 그래. 나이키 본인마저도 덩크의 아름다운 Team Sprit는 버렸고 농구화로써의 의미 또한 멋대로 삭제해버렸다. 다양한 컬러에 역겨운 수식어를 붙여 여러분의 열광을 유도했고 여러분들은 안타깝게도 나이키의 상술에 곧이곧대로 ‘유도당했다’. 그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얼마 전 모 샵 별주 덩크가 발매되었을 때, 많은 마니아들이 샵 오픈 훨씬 전부터 줄을 서서 발매를 기다렸다는 기사가 언론 매체에서도 보도된 적이 있다. 새로운 문화가 등장했다고, 신발의 의미가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나는, 아니꼽기 그지없었다. 물론, 우리나라는 아직 아니지만 미국에서는 새로운 에어조던이 발매되는 날은 새벽부터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선다. 그러나 그 줄과 덩크의 줄은 그 성격 자체가 다르다. 에어조던 시리즈는 그 시리즈 자체에 큰 의미가 있고 거기에 줄을 서있는 사람들은 에어조던을 좋아하는 것이지, 에어조던의 검/빨 컬러나 흰/빨 컬러에 열광하는 것이 아니다. 덩크를 사기위해 세워진 줄은 어떤가? 일반 덩크가 발매될 때도 나이키의 오피셜 매장 앞에서 볼 수 있었던 줄이던가? 한정판 덩크를 사기 위해 모여든 인파는 그 한정판에서 오는 더 높은 가치 때문에 거기 서있지 않았던가? 발매되자마자 몇 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은 매물들이 쏟아져 나왔던 것을 봐서 거기 서있는 사람들이 과연 바람직한 스니커 마니아였는지 의심스럽다. 당신이 덩크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당신이 올해 열광했던 덩크는 내년 이맘때 어디에 있을 것인가? 장담컨대, 내년 이맘때 당신의 덩크는 신발장 안에 처박혀 있거나 일찌감치 중고장터에 올라갈 것이다.

 

편집장님께서 소개하셨던, 릭 클로츠의 덩크에 대한 멘트1) 중 일부분처럼, 학교 일진의 똘마니마냥 도대체 왜들 그러는가? 개성? 그게 개성인가? 특정컬러를 신는다는 것이 개성인가?

여러분들의 덩크에 대한 열광은 나이키의 상술에 그대로 놀아나고 있는 것임을 잊지 말라. 덩크라는 것이 뭔가 Legend를 가질 수 있을만한 신발이라면 이 덩크에 대한 열정을 표출하는 사람들이 적어도 1990년대 중후반부터는 있어왔어야 했다. 그런데 그때는 에어맥스 95와 97시리즈더니 이번엔 덩크? 2001년도에 99000원이라는 가격으로 잠깐 발매됐었던 검/노 컬러의 덩크 하이가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 기억하는 사람 있는가? 가끔 볼 수 있는 여러분들의 덩크에 대한 예찬은 유행에 민감하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 안달난, 개성없는 존재의 무의미한 외침으로 들린다. 적어도 난 덩크의 Team Sprit은 이해하고 있다. 당신은 덩크의 팀 스피릿을 이해하고 있는가?

 

대한민국이 채택하고 있는 자유경제체제하에서 여러분이 덩크에 대해 쏟는 노력과 돈에 대해 말릴 수는 없다. 예뻐 보여서 신는다면, 남들 다 하니까 나도 해야 한다면 그걸 누가 막겠는가. 다만 그걸 신더라도 덩크라는 신발에 대해 모두 아는 것처럼 떠들지는 말라. 지금의 시각으로 덩크를 농구화 카테고리로 묶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그 신발은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던 팀 스피릿의 개념을 전면에 도입한 최초의, 그리고 역사적인 농구화다. 그것을 신는 것이 유행의 최첨단을 달리는 것처럼 행세하지 말라. 흐름에 휘둘리지 말라. 덩크라는 신발이 스트릿 룩을 완성하는 포인트라는 것을 강조하는 그런 소리는 제발 닥쳐라. 정말로 개성을 추구하고 싶고 덩크를 신고 싶다면 현재의 덩크를 죽이고 덩크라는 신발에 대해 눈을 떠라. 그것이 덩크를 Team Sprit을 살리고 여러분의 개성을 살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