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에 대해서 크게 할 말은 없다. 전국에서 1천2백만 명이나 본 영화에 대해 내가 또다시 왈가왈부할 필요도 없을 것이고,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봉준호 감독의 치열한 비판의식에 대해 공감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이 사회의 진짜 '괴물'이 누구인지 깊이 고민해보게 만든 것만으로도 참 의미있는 영화라 생각한다. 이렇게 영화를 급진적으로 만들어도 폭발적 흥행을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너무도 신기할 따름.
영화에 대한 이야기 대신에, 이 영화를 좀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몇가지 팁을 알려주고자 한다. 비운동권을 위한 (운동권이 전해주는) 괴물 가이드! 본 좌, 비록 지금은 대학원생이지만 5년 넘는 운동권 생활이 뼈에 박힌지라 <괴물>이 주는 상큼한 운동권 코드에 매료되었으니...
1. 주한미8군의 한강 독극물 방출 사건
2000년 주한미군의 포름알데히트(포르말린) 방출 사건은 당시 주한미군의 범죄행위에 대한 강력한 반발을 낳는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전의 주한미군 범죄가 강간, 폭행 등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개별 병사들의 우발적 행동이었던 반면, 독극물 방출 사건은 지시에 의한 체계적인 범죄였고, 미군 본부 측이 이 사실을 조직적으로 무마하려 개입한 흔적이 발각돼 주한미군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이 사건이 계기가 되어 SOFA 개정 요구가 번지게 되었고, 2002년 여중생 타살 항의 시위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당시 독극물 방출을 명령한 군무원 앨버트 맥팔랜드는 한국법원에서 궐석재판으로 유죄판결을 받았으나 미국으로 도피한 뒤 오리무중이다.
2. '도바리'를 아시나요?
통신회자에 취업한 남일(박해일)의 운동권 선배가 남일을 현상수배사냥꾼들에게 팔아넘기며 '조심하세요. 쟤가 도바리의 천재거든요'라는 말을 한마디 남긴다. 대체 '도바리'가 뭐길래? 지금보다 훨씬 엄혹했던 시절, 운동권들에게 수배를 피해 도망다니던 생활은 일상이었다고 볼 수 있다. 경찰을 따돌리며 은거생활을 하다가 경찰이 닥치면 도망가는 생활을 수차례 경험한 자만이 남일과 같은 과감한 노하우를 얻을 수 있는 법(그의 의미심장한 "ㅈㄲ"라는 한마디가 어짜니 호소력이 있던지). 이렇게 도피생활을 밥먹듯이 하는 사람을 일컬어 '도바리'라고 부르곤 했다. 도바리에는 수배생활자만 포함돼있는 것이 아니라 '군도바리'처럼 징집을 피해 도망다니던 사람들도 부지기수였다. 이러한 '도바리'들을 집단 수용(?)하기 위해 총학생회실에는 항상 '생활방'이란 거취공간을 두어서 바쁜 총학생회 간부들과 '도바리'들이 기거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관례였으며, 이들은 집단 생활을 하며 경찰탄압을 피하고 단결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경찰이 교내에까지 침탈하는 것은 87년 이후에는 드문 일이었으므로 '생활방'은 안정한 공간이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경찰은 늘 운동권 조직원 내에 프락치를 두었으며 수배자의 동선을 점검하고 그가 동료들과 떨어져 있거나 학교 밖으로 외출했을 때 순식간에 검거할 수 있었다. 심지어는 (특히 우리 학교의 경우) 1998년 경찰이 학생회관까지 난입해 수배자들을 대거 연행해갔다고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도바리'기술은 필수라 하지 않겠는가? 다만 도바리칠 때도, "ㅈㄲ" 한 마디는 남겨주는 정도의 센스는 필수.
3. 화이어볼(일명 '꽃병')에 대해서
워크래프트에서 마법사가 사용하는 화이어볼만큼이나 화려한 화염병. 그래서 '꽃병'이란 닉네임도 가지고 있는 화염병은 주로 무장경찰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사용한다. 일부의 오해와는 달리, 화염병은 그닥 위험한 무기가 아니다. 화염병은 주로 바닥에 꽂아주는 무기다. 전경이 방패를 들고 시위대열이나 점거중인 공장 내로 진격하면 현실적으로 시위대가 대열을 방어하기 어렵게 마련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미리 대치중에 화염병을 던질 경우 경찰의 이동에 지장을 줄 수 있다. 화염병은 이처럼 방어적 무기다. 영화장면 중에 남일이 화염병으로 괴물을 잘 맞추지 못하는데, 아마도 화염병을 타겟에 맞게 조준하기보다는 바닥에 꽂아주던 옛 버릇때문이었을 것이다. 화염병을 건물이나 경찰차(일명 '닭장차')에 던져서 폭발시키는 것은 시위가 거의 준내전 상황처럼 치달을 때에서나 볼 수 있을 것이고 이런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요즘은 화염병 자체를 볼 수가 없다).
화염병을 던지고, 돌맹이도 던져서 경찰의 접근을 어렵게 만든 뒤에 쇠파이프를 든 무장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게 마련이다. 진짜 위험한 무기는 바로 이 쇠파이프다. 쇠파이프로 경찰 헬멧을 직격하면 경찰의 머리가 바로 터져버릴 것이다. 쇠파이프로 방패를 가격해도 그 울림이 경찰의 손끝에 전해져서 엄청 고통스럽다. 물론 그래봤자 경찰의 무장을 이기긴 현실적으로 힘들지만(경찰들이 사용하는 방패와 곤봉이 훨씬 잔인하기 때문에) 쇠파이프는 단기적으로 경찰과 대치했을 때 가장 유용한 무기라 할 수 있다.
화염병의 원리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빈 소주병 내부에 신나를 3분의1에서 2분의1 사이 가량 넣고 휴지를 말아서 신나에 닿게 만든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휴지를 꾹꾹 눌러서 절대 꼭지만 쏙 하고 빠지지 않게 하는 것. 화염병을 던졌는데 휴지만 쏙 하고 빠지면 무용지물이다. 신나는 페인트 지울 때 사용하는데, 엄청난 발화력을 가지고 있다. 화염병을 길바닥에 던지면 소주병이 깨지면서 충격과 함께 휴지에 붙여놓은 불이 신나에 옮겨붙어 화염이 발생한다. 화염병을 던질 때 빙빙 돌려주는 이유는 원심력을 이용해 불이 신나에 닿아 손에 쥐고 있을 때 터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원래 이 화염병은 제국주의 군대에 맞서 저항하던 민병대 게릴라들이 정규군대의 탱크와 맨몸으로 맞서 싸우기 위해 개발한 혁명적 무기다(장이모우 감독의 영화 <붉은수수밭> 참조). 탱크 맨홀을 열고 직접 화염병을 넣는 방식으로 게릴라들이 싸웠다고 한다. 다만 개인적으로 본좌는 이 화염병 때문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는데, 나폴레옹이 네잎클로버덕에 목숨을 건졌듯이, 본좌는 풀어진 운동화끈 덕에 화염병이 머리에 박히는 사태를 피할 수 있었으니(자세한 대화는 본좌와의 술자리에서 듣기 바람) 화염병, 잘 쓰면 안전하지만 멋모르고 던지면 살상 무기가 될 수 있는 놈이렸다.
더 하고싶은 얘기가 많아 입이 근질근질 하지만, 이쯤에서 그만 하기로 하자. 원래 이런 주제들은 술먹으면서 해야 제법인지라. 어쨌든 <괴물>덕에 별 생각이 다 드는구먼. 재밌었다.
비운동권을 위한 <괴물> 가이드
<괴물>에 대해서 크게 할 말은 없다. 전국에서 1천2백만 명이나 본 영화에 대해 내가 또다시 왈가왈부할 필요도 없을 것이고,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봉준호 감독의 치열한 비판의식에 대해 공감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이 사회의 진짜 '괴물'이 누구인지 깊이 고민해보게 만든 것만으로도 참 의미있는 영화라 생각한다. 이렇게 영화를 급진적으로 만들어도 폭발적 흥행을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너무도 신기할 따름.
영화에 대한 이야기 대신에, 이 영화를 좀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몇가지 팁을 알려주고자 한다. 비운동권을 위한 (운동권이 전해주는) 괴물 가이드! 본 좌, 비록 지금은 대학원생이지만 5년 넘는 운동권 생활이 뼈에 박힌지라 <괴물>이 주는 상큼한 운동권 코드에 매료되었으니...
1. 주한미8군의 한강 독극물 방출 사건
2000년 주한미군의 포름알데히트(포르말린) 방출 사건은 당시 주한미군의 범죄행위에 대한 강력한 반발을 낳는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전의 주한미군 범죄가 강간, 폭행 등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개별 병사들의 우발적 행동이었던 반면, 독극물 방출 사건은 지시에 의한 체계적인 범죄였고, 미군 본부 측이 이 사실을 조직적으로 무마하려 개입한 흔적이 발각돼 주한미군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이 사건이 계기가 되어 SOFA 개정 요구가 번지게 되었고, 2002년 여중생 타살 항의 시위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당시 독극물 방출을 명령한 군무원 앨버트 맥팔랜드는 한국법원에서 궐석재판으로 유죄판결을 받았으나 미국으로 도피한 뒤 오리무중이다.
2. '도바리'를 아시나요?
통신회자에 취업한 남일(박해일)의 운동권 선배가 남일을 현상수배사냥꾼들에게 팔아넘기며 '조심하세요. 쟤가 도바리의 천재거든요'라는 말을 한마디 남긴다. 대체 '도바리'가 뭐길래? 지금보다 훨씬 엄혹했던 시절, 운동권들에게 수배를 피해 도망다니던 생활은 일상이었다고 볼 수 있다. 경찰을 따돌리며 은거생활을 하다가 경찰이 닥치면 도망가는 생활을 수차례 경험한 자만이 남일과 같은 과감한 노하우를 얻을 수 있는 법(그의 의미심장한 "ㅈㄲ"라는 한마디가 어짜니 호소력이 있던지). 이렇게 도피생활을 밥먹듯이 하는 사람을 일컬어 '도바리'라고 부르곤 했다. 도바리에는 수배생활자만 포함돼있는 것이 아니라 '군도바리'처럼 징집을 피해 도망다니던 사람들도 부지기수였다. 이러한 '도바리'들을 집단 수용(?)하기 위해 총학생회실에는 항상 '생활방'이란 거취공간을 두어서 바쁜 총학생회 간부들과 '도바리'들이 기거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관례였으며, 이들은 집단 생활을 하며 경찰탄압을 피하고 단결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경찰이 교내에까지 침탈하는 것은 87년 이후에는 드문 일이었으므로 '생활방'은 안정한 공간이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경찰은 늘 운동권 조직원 내에 프락치를 두었으며 수배자의 동선을 점검하고 그가 동료들과 떨어져 있거나 학교 밖으로 외출했을 때 순식간에 검거할 수 있었다. 심지어는 (특히 우리 학교의 경우) 1998년 경찰이 학생회관까지 난입해 수배자들을 대거 연행해갔다고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도바리'기술은 필수라 하지 않겠는가? 다만 도바리칠 때도, "ㅈㄲ" 한 마디는 남겨주는 정도의 센스는 필수.
3. 화이어볼(일명 '꽃병')에 대해서
워크래프트에서 마법사가 사용하는 화이어볼만큼이나 화려한 화염병. 그래서 '꽃병'이란 닉네임도 가지고 있는 화염병은 주로 무장경찰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사용한다. 일부의 오해와는 달리, 화염병은 그닥 위험한 무기가 아니다. 화염병은 주로 바닥에 꽂아주는 무기다. 전경이 방패를 들고 시위대열이나 점거중인 공장 내로 진격하면 현실적으로 시위대가 대열을 방어하기 어렵게 마련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미리 대치중에 화염병을 던질 경우 경찰의 이동에 지장을 줄 수 있다. 화염병은 이처럼 방어적 무기다. 영화장면 중에 남일이 화염병으로 괴물을 잘 맞추지 못하는데, 아마도 화염병을 타겟에 맞게 조준하기보다는 바닥에 꽂아주던 옛 버릇때문이었을 것이다. 화염병을 건물이나 경찰차(일명 '닭장차')에 던져서 폭발시키는 것은 시위가 거의 준내전 상황처럼 치달을 때에서나 볼 수 있을 것이고 이런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요즘은 화염병 자체를 볼 수가 없다).
화염병을 던지고, 돌맹이도 던져서 경찰의 접근을 어렵게 만든 뒤에 쇠파이프를 든 무장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게 마련이다. 진짜 위험한 무기는 바로 이 쇠파이프다. 쇠파이프로 경찰 헬멧을 직격하면 경찰의 머리가 바로 터져버릴 것이다. 쇠파이프로 방패를 가격해도 그 울림이 경찰의 손끝에 전해져서 엄청 고통스럽다. 물론 그래봤자 경찰의 무장을 이기긴 현실적으로 힘들지만(경찰들이 사용하는 방패와 곤봉이 훨씬 잔인하기 때문에) 쇠파이프는 단기적으로 경찰과 대치했을 때 가장 유용한 무기라 할 수 있다.
화염병의 원리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빈 소주병 내부에 신나를 3분의1에서 2분의1 사이 가량 넣고 휴지를 말아서 신나에 닿게 만든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휴지를 꾹꾹 눌러서 절대 꼭지만 쏙 하고 빠지지 않게 하는 것. 화염병을 던졌는데 휴지만 쏙 하고 빠지면 무용지물이다. 신나는 페인트 지울 때 사용하는데, 엄청난 발화력을 가지고 있다. 화염병을 길바닥에 던지면 소주병이 깨지면서 충격과 함께 휴지에 붙여놓은 불이 신나에 옮겨붙어 화염이 발생한다. 화염병을 던질 때 빙빙 돌려주는 이유는 원심력을 이용해 불이 신나에 닿아 손에 쥐고 있을 때 터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원래 이 화염병은 제국주의 군대에 맞서 저항하던 민병대 게릴라들이 정규군대의 탱크와 맨몸으로 맞서 싸우기 위해 개발한 혁명적 무기다(장이모우 감독의 영화 <붉은수수밭> 참조). 탱크 맨홀을 열고 직접 화염병을 넣는 방식으로 게릴라들이 싸웠다고 한다. 다만 개인적으로 본좌는 이 화염병 때문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는데, 나폴레옹이 네잎클로버덕에 목숨을 건졌듯이, 본좌는 풀어진 운동화끈 덕에 화염병이 머리에 박히는 사태를 피할 수 있었으니(자세한 대화는 본좌와의 술자리에서 듣기 바람) 화염병, 잘 쓰면 안전하지만 멋모르고 던지면 살상 무기가 될 수 있는 놈이렸다.
더 하고싶은 얘기가 많아 입이 근질근질 하지만, 이쯤에서 그만 하기로 하자. 원래 이런 주제들은 술먹으면서 해야 제법인지라. 어쨌든 <괴물>덕에 별 생각이 다 드는구먼. 재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