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로즈마리 화분에 대한 보고

최희진2006.08.24
조회36

 

어느 로즈마리 화분에 대한 보고

 

 

 

 

 

어느 로즈마리 화분에 대한 보고



 

사건은
날씨부터가 그랬다.

 

장마가 시작되려는 어느 늦은 봄.. 그리고 밤.
비가 내리고 있었다.
동대문 시장을 가려고
동국대 후문 밑에 자리잡고 있는
충무로 애견 센터 골목을 지나는데
하필 신호에 걸렸다.
내 시선은 당연히 쇼윈도 너머에 있는
어린 강아지들에게 쏠릴 수 밖에..

 

오랜 기억속에
강남역에서 박스에 담아 팔던 싸구려 강아지를
두마리 샀다가 아프게 죽는 걸 지켜봐야 했고
강아지를 너무 좋아하는 나는,
이외에도 많은 강아지들을 길러봤고
사랑했고 불가피하게.. (숙명처럼)
죽는 것도 여러차례 보아야 했다.
특히 충무로는
몇해 전, 공중파 방송에서 문제로 다룰 만큼
강아지들에 대한 위생관리나 건강상태가
아주 저급인 거였다.
(장담하건데, 충무로에서 구입한 강아지나 고양이는 백프로 다
장염 바이러스나 홍역등에 감염된 거라고 보면 된다)

 

이런 경험으로 하여,
나는 신호가 바뀌자마자 그 거리를
휙 지나쳐야 했는데 때마침 어떤 녀석들과
눈이 마주쳐 버린거다.
그래서 구입하게 된 게 와 였다.
속으로 불안했지만, 내 두려움이 그냥 스쳐 지나가는
조우이길.. 나는 맘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그러나 내 홈피 사진첩에 올렸듯이
작은 천사같은 이 두마리는
이미 손쓰기에 너무 여러가지 병에 노출되어
결국엔 죽고 말았다.
이들을 묻고 돌아오는데
무슨 영화처럼 천둥 번개가 치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치명적인 강아지 장염에는 코로나 장염과
파보 장염이 있는데, 이들은 이 두가지 다 걸리고
홍역에, 심한 영양실조까지..
게다가 너무 어리고 체력이 안되는 애들이라
그냥 고통스럽게 울부짖다 죽는 수밖에..
안 아프게 진통제를 놔줄 수 없냐고?
이들은 너무 어린데다, 강아지 전용 주사나 약이
아직 제대로 계발되지 않은 상태여서
사람 유아들 약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 부작용이 사망에 이를수도 있어서
진통제는 사용하지 못한다.
이들을 그저 편하게 보내주려면 안락사 밖에는..

 

암튼 나는 병든 강아지를 건강하다고 속여서 판매한
뻔뻔스런 충무로 애견 센타 사장을 찾아 갔다.
그러나 내 예상대로
이미 그 바닥에서 굴러 먹을대로 굴러 먹은 그들은
강아지기 죽든 말든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그들의 하소연을 들어보니,
문제 될 거 뻔히 알면서 자기들은 좋아서 병든 강아지를
팔겠냐며.. 생물을 취급하는 거라
육안으로 보아서는 어떤 놈이 병들었고 아닌지를
판단하기 어려울 뿐더러
수백마리 강아지를 다 건강 검진 할수도 없으며(비용상)
또 모든 병이 잠복기가 있어서(5일~15일)
정확한 건강 검진이 불가능 하단다.

그래서 내가 "그럼 가게에 있는 강아지를 다 처분하고
가게를 소독한 후 장사를 다시 하면 안되겠냐?"
라고 했더니,
그래봤자 손님들이 다른 가게에서 병든 강아지 만지고 와서
자기네 강아지 만지면 바로 감염이라고,
또한 그들도 그 개장사가 밥줄인데
며칠씩 문 닫아 놓을수도 없으며,
손님들에게 '강아지를 만지지 말고 보기만 하라'고 하면
기분 나빠서 안 사고 가버린다 하니,
나도 말문이 막힐 수 밖에 없었다.

키가 작고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그 주인은
담배를 하나 꺼내 물며,
개 장사 하면서 개에 개에 대한 동정심이나 측은지심은
버렸다 했다.
그러면서 자기는 씻지 못할 죄를 지고 있으므로
언젠가 천벌을 받을거라며 스스로를 죄인 취급하는데..
나는 도대체 먹고 사는 일이 무엇이간데,
인간을 스스로 인간 이하로 만들면서 까지
'먹고 살아'야 하는지.. 머리가 복잡해졌다.
사는 게 지옥이고 세상이 지옥인것을......

 

어느 날 이 사장에게 전화를 받았다.
미안해서 그러니 재분양을 받으라는 것이였다.
나는 지레 겁이 나서 싫다고 하고 끊었는데
그날 밤 난 감기로 열이 끓고 몹시 아팠다.
혼자 침대에 누워 낑낑대면서
문든 강아지가 떠올랐다.
한 마리라도 거기서 구출해 와야 한다..라는 생각이
내가 안 데려오면 그 녀석도 지금 나처럼
아니 지금 나보다 더 백배 천배 아플텐데..
나랑 인연이 닿을려고 온 애를.. 구해와야 해..

나는 한밤중에 차를 밟아 애기를 데려 왔다.
충무로 가게는 12시까지 장사 하므로
다행히 박스안에서 어린 애기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날 보자마자 뽀뽀부터 하는 그 녀석이
만금이.. 이다

 

만금이를 데려오며 가슴 속으로 되뇌였다.
'아픈 네가 내게 온 것도 운명
아픈 널 돌봐야 하는 내게도 운명'
그냥 순리에 따르기도 했다.
어차피 반항하고 거슬러 봤자 나만 손해인 게
세상의 섭리이고 이치 아니던가.
물 흐르듯 순리대로.. 흘러 가는대로..
그러나 마음 한 편으론,
만금이가 죽을거라고.. 난 알고 있었다.

데려 온 며칠 동안은 밥도 잘 먹고 잘 논다.
이게 바로 '잠복기'이다.
애기 몸에 도사리고 있는 모든 병들이
기세등등하게 애기 몸을 장악하려고
숨어서 힘을 기르는 시기.
만금은 그런 것도 모르고 순수한 애기일 뿐
그저 내게 입맞추고 이뿐 짓 하고 만복이 뿌뿌와 으르렁 대고
그렇게 행복한 며칠을 보냈다.

 

처음 양성이 나온 건 코로나 장염 바이러스.
코로나는 다행히 파보 장염보다 가볍고 치료율도 높다.
또 장염은 발병 후 일주일 이내에
죽던지 살던지 여부가 결정 난다.
만금이는 가뿐하게 코로나를 물리쳤다.
그러나 그건 시작에 불과 했어..
 
8월5일 심한 기침을 하던 만금은 홍역 양성 판정을 받았다.
홍역은 '완치'라는 게 없을 뿐더러
기적적으로 산다해도 죽을때까지 문제를 일으킬지 모르는
무서운 병이다.
만금은 800그람도 안되는 체력으로 홍역과 사투하기 시작 했다.
그러나 만금은 8월23일 죽었다.

 

발병 후 20여일.. 내 곁에서 살다가 갔다.
매일 항생제와 백신으로 살았고
맛있는 거 한번 먹어보지 못했다.
한강 고수부지 한번 달려 보지 못하고
이기적인 인간들의 희생물이 되어
원치 않는 병에 걸려 그렇게 아프게 갔다.
엄마 젖을 조금만 더 먹고 분양 했더라도,
(강아지는 1달반이 넘어가면 분양가격이 떨어지므로
젖떼기 무섭게 다들 팔아 치움)
충무로 애견 장사꾼들이 조금만 더 강아지를 생각했더라도,
죽지 않아도 될 수 많은 어린 강아지들이
지금도 쇼윈도 안에서
마냥 천진난만하게 장난치며 뒹굴며 놀고 있다.
다 피똥싸며 창자가 녹아내리는 고통을 느끼며
죽을지도 모르고..

 

선진국에는 개홍역이라는 병 자체가 없다고 한다.
홍역 걸린 개는 무조건 격리 시키며
예방 접종 및 강아지들 새끼 때부터 철저히 관리하여
판매하지 않으면 애견 샆 허가 자체가 안 나온다는데
우리나라는 개가 진짜 '개값' 취급 당한다.

 

강아지 죽는 걸로 호들갑이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한번만 강아지를 키워보라.
아니 단 며칠만이라도..
자연에 사는 동물을 길들여 그들을 인간 곁으로 불러온 게
바로 우리이다.
그만큼 강아지들은 인간과 친밀해졌으며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 되었는데
정작 우리 인간들은 아직도 그들을 죽이는 거 살리는 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강아지들이 왜 불쌍한지 알아?
강아지는 사람이 죽여도 그냥 죽어야 하기 때문이야.
내게 왜 그러냐고 말 한마디 못하고
아프다고 소리치지지도 못하고
이뻐하면 이뻐 하는대로
죽이면 죽이는대로
그냥.. 묵묵히.. 죽어야 하기 때문이야....

 

만금이를..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만금이를
하루 동안 고민하다가 화분에 묻었다.
병원 치료 중 신경계에 바이러스가 퍼져
경직되어 죽은 만금이는 눈을 감지 못하고 죽었다.
집에 죽은 만금이를 데려 와 항클어진 털을 빗질하는데
눈이 감겨 있었다.
눈물이.. 만금이 작은 몸위로 쉴새없이 떨어졌다.
이게 꿈이길.. 제발 다시 깨어나길..

만금이 젤 좋아하던 노란 꽃무늬 내 파자마에
(내가 벗어놓으면 꼭 그 파자마위에서 잠듦)
싸늘한 만금이를 돌돌 싸서 일단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

23일 정오 즈음이다.
나는 너무 슬프고 고통스러워서 수면제를 먹었다.
그리고 간절히 바랬다.
'만금아, 꿈에서라도 한번만 엄마 만나줘.. 제발'
이번에도 우연일까? 소나기가 내렸다.

 

거짓말처럼 꿈을 꾸었다.
노랗게 햇볕이 잘드는 방에 방석위에
만금이 옆으로 누워 있었다.
난 꿈에서도 이게 꿈인 걸 알아 차리고
곧 꿈에서 깰테니까,
만금이를 맘껏 안아봐야 한다고
맘껏 쓰다듬고 만져보고 입맞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깨끗하고 예쁜 만금이를 품에 안았다.
얼굴도 몸도 씻긴 것처럼 눈부시게 이뻤다.
아파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 녀석이.. 사람처럼 울고 있었다.
내 무릎에서 검고 커다란 눈망울에 눈물이 그렁그렁..
울고 있었다.
'우리 만금이 왜 울어, 누가 우리 만금이를..'
애기 눈물을 닦아주다가 잠에서 깨었다.

 

너무 빠른 이별에 만금이도 서럽고 서운 했을거야..
잠에서 깨어 나도 울었다.
아무리 입을 틀어 막아도 엉엉 소리가 터져 나왔다.

난 끝내.. 이번에도
애기를 지켜주지 못했다.
내 곁에서 한 달여.. 내게 행복과 즐거움을 주고 간
그 애기를 나는 지켜주지 못했다.

 

24일 낮,
나는 만 하루를 자다가 울다가 보내고
만금을 화분에 묻어서 영원히 곁에 두리라 결심 했다.
화얗고 큰 화분을 사왔다.
불고기버거랑 새우버거도 사왔다.
아무것도 먹지 못한 나는,
불고기버거를 먹으며 또 울음이 욱- 올라오면 울며
(만금이는 내가 먹기를 원할 테니까)
만금이를 위해 힘내야 한다고 믿으며
만금이를 화분에 곱게 묻었다.
내 파자마와 함께..
그리고 향 좋은 로즈마리를 꺽꽂이 해서 심어 주었다.
그 옆에는 영원히 만금이를 지켜 주라고,
얼지만 않으면 평생 사는 를 두었다.

오늘밤엔 울지 않는 만금이를 만나고 싶다.

 

인간은 어떤것을 사랑하지만
어떤것은 쉽게 잊혀지고
어떤것은 죽도록 잊혀지지 않는다.
내게 만금은 후자쪽 사랑이다.

 

 

어느 로즈마리 화분에 대한 보고어느 로즈마리 화분에 대한 보고"만금아, 엄마가 너 많이 사랑해"어느 로즈마리 화분에 대한 보고어느 로즈마리 화분에 대한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