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반쪽은

정희경2006.08.25
조회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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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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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쪽은


 

월급은 많지 않아도

너무 늦지않게 퇴근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퇴근 길에 동네 슈퍼 야채코너에서

우연히 마주쳐 '히~~~' 하고 웃으며

저녁거리와 수박 한 통을 사들고 집까지

같이 손잡고 걸어갈 수 있었음 좋겠다.

 

집까지 걸어오는 동안 그 날 있었던

열받는 사건이나 신나는 일들부터

오늘 저녁엔 뭘 해 먹을지...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말 하고

들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들어와서 같이 후다닥 옷 갈아입고 손만 씻고,

한사람은 아침에 먹고 난 설겆이를 덜그럭덜그럭 하고

또 한사람은 쌀을 씻고 양파를 까고

"배고파~" 해가며 찌게 간도 보는

싱거운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다 먹고나선 둘 다 퍼져서 서로 설겆이를 미루며

왜 니가 오늘은 설겆이를 해야하는지...

서로 따지다가 결판이 안나면 가위바위보로

가끔은 일부러, 그러나 내가 모르게 져주는...

너그러운 남자였으면 좋겠다.

 

주말 저녁이면 늦게까지 TV 채널 싸움을 하다가

오 밤중에 반바지에 슬리퍼를 끌고

약간은 서늘한 밤 바람을 맞으며

같이 비디오 빌리러 가다가

포장마차를 발견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뛰어가

떡볶이에 오뎅국물을 후룩후룩~

"너 더 먹어~" "나 배불러~" 해가며

게걸스레 먹고나서는

비디오 빌리러 나온 것도 잊어버린 채

도로 집으로 들어가는

가끔은 나처럼 단순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어떤 땐 귀찮게 부지런하기도 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일요일 아침...

아침잠에 쥐약인 나를 깨워 반바지 입혀서

눈도 안 떠지는 나를 끌고 공원으로 조깅하러가는

자상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약간은 구식이거나 촌스러워도

너그러운 마음을 가진

어머님의 아들이었으면 좋겠다.

 

가끔 친 엄마한테하듯 농담도 하고,

장난쳐도 버릇없다 안 하시고,

당신 아들때문에 속상해하며 흉을 봐도

맞장구치며 들어주는

그런 시원시원한 어머니를 가진 사람.

피붙이같이 느껴져 내가 살갑게 정 붙일 수 있는

그런 어머니를 가진 사람.

 

나처럼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를 닮은 듯 나를 닮고 날 닮은 듯

그를 닮은 아이를 같이 기다리고픈

그럼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아이의 의견을 끝까지 참고 들어주는

인내심 많은 아빠가 될 수 있는 사람이었음 좋겠다.

어른이 보기엔 분명 잘못된 선택이어도

미리 단정지어 말하기 보다

아이가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줄 수 있는 사람.

 

가끔씩 약해지기도 하는 사람이었음 좋겠다.

아이들이 잠든 새벽 아내와 둘이 동네 포장마차에서

꼼장어에 소주 따라놓고 앉아

아직껏 품고있는 자기의 꿈 얘기라든지

그리움 담긴 어릴적 이야기라든지

십 몇년을 같이 살면서도 몰랐던

저 깊이 묻어두었던 이야기들을...

 

이젠 눈가에 주름잡힌

아내와 두런두런 나누는 그런

소박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을 던져버리지 않는

고지식한 사람이었음 좋겠다.

무리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지켜나가는 사람.

술 자리가 이어지면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할 줄 아는 사람.

 

내가 그의 아내임을 의식하며 살 듯,

그도 나의 남편임을 항상 마음에 새기며 사는 사람,

내가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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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