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땡전 한푼 안들이고 크게 챙기는 것

김미정200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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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주 전 경찰로 근무하는 후배 Y군과 터팬 동네 근방인 화정역 먹자거리에서 연탄갈비를 지글거리면서 곡주 대작을 하고 있었다.

터팬은 수년 전부터 내공이 소진되어버려서 한병도 못 비운채 깨작깨작하는데 반해, 그 녀석은 오랜만에 선배를 접대한답시고 혼자 신나서 벌컥거리다가 이내 두병을 넘어서면서부터는 약간 흥분되어서 묵히고 쌓였던 불평을 쏟아 붓는다.  

 

터팬 : 요즘 경찰의 수사권 독립 어쩌구, 인권보호 어쩌구 해서 포도청사업하기 힘들지??

Y군 : 터팬 엉아! 요즘 우리에게 제일 골치아픈 게 뭔지 알어?

 

터팬 : 글쎄.. 검찰? 아니면 땡깡부리는 취객들? 추저분대는 기자? 방구 깨나 뀐다는 지역 유지들?

Y군 : 땡! 땡! 땡! 다 틀렸어. 다른 署의 포졸들은 어쩔지 몰라도 우린 네티즌들이야. 뻑하면 고발한답시고 인터넷게시판에 도배질하고, 경찰청에 탄원 올리고… 그 중에서 제일 두드려 패주고 싶은 놈들은 경찰이 정당하게 처리한 사건, 이를테면 총기사건 같은 것에 대해서 인권 어쩌구하며 나부랑거리는 놈들이야.

 

터팬 : 글치만 아무리 공권력있는 포졸들이라도 총기 같은 건 함부로 쓰지 말아야 하는 건 맞쟎아? 미국넘들처럼 백성들이 총기휴대를 하지도 못하는데 말야.

Y군 : 이 아저씨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네? 사시미는 안무섭나? 양아치들이 야구빠따나 사시미 들고 설쳐대면 뭘로 제압하냐? 범인들 만나면 도망가? 아마 도망가면 네티즌들은 또 뭐라고 지랄지랄하겠슈? 권총말고 태권도이단옆차기와 경찰봉으로 맞짱뜨다가 사망하면 누가 내 처자식을 감당해주나?

 

터팬 : 하기사… 나 같아도 다음부턴 그런 넘들을 오히려 피해다니겠네. 경찰들마저 그렇게 도망다니면 시민들은 어쩌냐?

Y군 : 알아서들 하라지 뭐. 자기들이 자초한 건데… 현실적으로 권총은 장식품이나 마찬가지니깐… 내 배때지에 사시미 꽂히는 건 싫고, 그냥 조용히 살아야지… 나도 비명횡사하기 싫은 건 마찬가지인데 어쩌겠어?

 

 

이런 대화를 하다보니 깝깝한 마음이 들었다.

터팬도 한때 은행에서 근무하면서 고객센터의 카드관련 게시판을 담당한 적이 있었다. 대개가 은행측의 잘못인 경우가 많지만, 어거지생떼性의 게시물도 많다. 예컨대,

 

- 왜 사은품이 안 오죠? 다시 보내주세요~  (지가 주소를 잘못 써놓고서는…T_T )

- 가맹점 OO레스토랑의 스테이크가 너무 맛없어요. 환불해 주세요.  (너 죽고잡니?)

- 제 카드는 왜 교통카드가 안되죠?  (현금카드인데 당연히 안되지. 븅신아…)

 

지금 근무하는 모네타의 게시판은 또 안 그런가? 무료 상담코너에서 일부 신청자들은 자신의 투자성향과 자산상황 그리고 원하는 질문요지를 성실하게 적어두지만,

간혹 어떤 이들은…

 

- 앞으로 5년 내에 3억을 빨리 모으려면 어떻게 하지요? (그거 알면 내가 이 짓 하겠니?)

- 경매를 공부하고 싶은데, 괜찮은 책 좀 소개해주세요.~ (서점갈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쁘다면 옥황상제가 추천해준 책이라도 당신은 경매하긴 글렀다)

 - 이사를 가려고 하는데, 청담동이 좋아요? 이촌동이 좋아요? (당신한테 오줌누고 똥싸는게 좋아요? 아니면 똥 먼저 싸고 오줌 누는게 좋아요? 라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하실라우?)

- 매달 50만원씩 저축하려고 하는데 좋은 상품이 뭐가 있을까요? (바로 옆에 상담사례 검색해보면 아마 날밤을 까더라도 다 못 보실거유)

 

따위의 질문을 한다.

 

그걸 보면 괄호속 같은 생각을 아니할 수 없게 된다. 당연히 답변도 없을 것이다. 상담료 받는 것도 아닌데 그 따위 무성의한 질문에 뭣하러 해주겠는가? 답변해주는 수십 명의 모네타 상담전문가들도 아마 터팬과 같은 생각이리라.

 

바야흐로 인터넷을 이용해서 자동차나 파출부 구매도 가능하고, 각종 어지간한 공문서도 뽑아내며, 주식, 예금, 대출거래는 물론이거니와 심지어는 유언장까지도 만들 수 있는 세상이다.

 

거듭된 기술과 혁신의 업그레이드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정보는 넘쳐흐르지만, 이것들을 제대로 활용하는 누리꾼들의 예의범절과 판단력은 오히려 형편없어진 듯 하다. 위 Y군과의 대화에서 엿볼 수 있듯이, 누구나 인터넷 게시판에 자기 의견은 올릴 수 있다. 허나 그로 인해서 상처 받을 누군가를 배려해야 하는 것은 누리꾼의 도리이자 의무이다.

 

또 한 예로… 어느 잘 나가는 중견기업의 인사과장이 이런 말을 한다.

 

“요즘 젊은이들이 취업난이 최악이라고 한탄하고, 기업과 정부가 방관만 한다고는 하지만, 잘못된 말이야. 요즘 애들 인터넷이력서를 보면 개나 소나 어학연수 정도는 다녀오고 자격증도 삐까뻔쩍 해도, 한글 철자도 부지기수로 틀리고, 짙은 화장의 뽀삽질은 기본이고, 면접을 보면 자기들이 무슨 대단한 인재인 줄 착각하고 있어. 난 이런 애들에게 우리 회사의 미래를 맡기고픈 마음 추호도 없어"

라고 강변한다.

 

비단 누리꾼 중에 젊은이들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대부분을 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부류가 서로 통한다고 보겠다.

 

경찰 Y군도 그렇고, 게시판운영자도 그렇고, 그 인사과장도 그렇듯… 먼저 인터넷을 향유하는 우리들 자신들이 모자란 부분이 많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모자라는 사람은 늘 겸손해야 한다. 익은 벼도 스스로 고개를 숙이는데 하물며 잘나지도 못하고 아쉬운 입장이면서 성의도 없고 고개 뻣뻣이 들고 권리만 주장하려들면 결국 되돌아오는 것은 오직 냉대와 무관심 뿐이다.

 

재테크 칼럼을 쓰면서 이런 사회문제를 언급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최근 재테크 포탈사이트 운영자로서 느낀 소회를 적자니 이런 저런 사례가 떠오른 것이다.

 

어차피 모네타도 거의가 무료로 제공되고 있으니, 그만큼 많은 분들에게 자그마한 혜택을 주고 있다고 믿는다. 그 어느 사이트와도 비교될 수 없는 수천개의 금융상품 과 투자전략, 그리고 백만 명이 넘게쓰고 있는 미니가계부, 뿐만 아니라 시간과 공간에 구애 받지 않고 공짜로 볼 수 있는 온라인 재테크특강 (쪽집게특강), 재테크 계산기…. 하다못해 수 십여 가지의의 토론게시판까지…

 

사뭇 사명감마저 머금고서 성심껏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곳에 대고 낯바닥 안 보인답시고 서로 욕짓거리나 하고, 무성의한 질문을 도배하고, 쪽집게 생방송 강의참석예약은 매주 1,500명이 넘어도 정작 10%밖에는 참석 안하고… 이런 행태가 계속되면 그 누구인들 신나게 그 서비스를 운영하고 싶겠는가?

 

부처님 가운데토막 같은 위인일지라도 경찰Y군 같은 심뽀가 안 들래야 안 생길 수가 없는 것이다.

 

터팬은 현대사회의 질서유지와 법 집행을 위해서 ‘경찰’이라는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경찰이 범인과 맞서 싸워 잡으려 하지 않고, 오히려 도망을 간다면? 그 피해는 결국 누구에게 돌아갈까? 계속 경찰 탓만 해야 할까? 로보캅이라도 만들어야 할까?

 

재테크라는 것을 해보려는 사람들에게 MONETA 라는 재테크사이트는 비록 경찰만큼 인간사회에 필수적인 존재는 아닐지언정 350여만 회원들에게는 적지 않은 도움을 줬다고 감히 자부한다.

그런데 일부 無식하고 無성의하고 無절제한 누리꾼으로 인해 사이트가 오염되고, 운영자들이 일할 맛을 잃는다면 그 폐해는 누구에게 돌아갈까? 지금부터라도 생각 없이 쓴 자신의 게시물로 인해 속상해 하고 사기를 잃고 우울해 하는 누군가가 있지않을지 돌아보자.

 

앞으로는 이 글을 보는 누리꾼 만이라도 어떤 사이트던지 약간의 매너와 성의를 가지고 이용해주고, 혹시 여유가 있다면 가벼운 격려의 메시지라도 남겼으면 좋겠다.

 

길을 걷다가 순찰 도는 경찰들을 만나면 가볍게 웃어주면서 “아따~ 수고많으쇼잉” 라고 인사해보자. 돈 한푼 안 든다.

그러면 머지않아 결국 수십, 수백배가 되어 다시 여러분들에게 돌아온다.

 

 (주)팍스넷 재테크팀 과장 - 구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