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7월 「윙크」의 창간과 더불어 『Summer Time』이라는 단편으로 데뷔한 박희정은 첫 연재물로 배구를 소재로 한 학원물인 『I can't stop』을 그렸다. 『호텔 아프리카』는 두 번째 연재물로서 서울문화사에서 단행본 5권으로 출판했다. 『호텔 아프리카』는 연재 당시 내용과 형식 모두의 의미에서 새로운 것이었고, 그래서 90년대 순정만화의 변화된 경향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장편이면서도 단편과 같은 호흡을 유지할 수 있는 옴니버스 형식의 이 작품에서 박희정은, 그에 알맞는 시공간을 창출해내었다. 즉 전체적으로는 이어지지만 매회 독립적인 옴니버스에서 시간은 주인공 엘비스의 회상에 의해 배열되고, 그 회상에 따라 현재의 뉴욕에서 과거의 호텔 아프리카로 공간도 자유롭게 배열된 것이다. 게다가 주된 공간인 호텔 아프리카는 말 그대로 호텔이기에 어떠한 종류의 사람도 들를 수 있고, 따라서 어떠한 종류의 사건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자칫 복잡해 보이는 시공간을 작가는 엘비스의 회상으로 매끄럽게 연결하면서 각 에피소드가 단편으로 발표되어도 손색없을 정도로 고른 수준을 유지해내었다.
총 25회(1회 'Hotel 아프리카'에서 25회 '끝의 시작-New York Story & Hotel Africa'까지)에 걸친 이야기는 시공간을 기준으로 세 부분으로 나뉘어질 수 있을 것이다. 즉 아델의 젊은 시절과 트란을 만나 사랑하는 이야기․ 아델과 어린 엘비스가 호텔 아프리카에서 겪는 이야기․대학을 졸업한 엘비스와 동창 에드, 쥴의 뉴욕생활, 이렇게 나눌 수 있다. 가장 비중이 큰 부분은 호텔 아프리카에서의 생활이고, 작품을 시작하고 끝맺는 것은 현재의 엘비스가 살아가는 뉴욕 생활이다. 이런 방식으로 여러 개의 시공간과 시점이 뒤섞인 이야기는 하나의 완결적인 고리를 이루고, ‘끝의 시작’이라는 말처럼 단선적인 시간의 시작과 끝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작품 전편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아마도 소외받고 상처입은 사람들에 대한 작가의 일관된 관심과 사랑일 것이다. 이 작품에는 무엇보다도 사회에서 소외되거나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 우선 주인공인 엘비스부터가 흑인과 백인의 혼혈이고, 지요는 인디언과 중국인 혼혈이며 아델도 결혼이라는 형식을 거치지 않고 엘비스를 낳은 미혼모인 셈이다. ‘사회적 다수’에 속하는 화자가 ‘사회적 소수’를 바라보는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이 작품에서 박희정은 화자 자체를 이미 ‘사회적 소수’에 속하는 인물로 상정했다. 게다가 기타 등장인물들도 어머니를 잃은 사람, 연인이 죽은 사람, 게이, 히피 등 각자 인생에서 어느 정도의 슬픔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로 상정했다는 점에서 작가의 의도를 확연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은 살아가면서 가질 수 밖에 없는 상처를 서로 이해하고 보듬는 것, 바로 사랑, 그것이 이 작품의 주제인 것이다. 그렇지만 지요가 인디언의 혈통이라고 해서 그가 자연과 교감하고 말없이 상대를 읽어내는 능력이 있다는 점 등은 지나치게 낭만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1989년부터 아마추어 만화 동호회에서 활동하고, 에니메이션 회사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작가의 그림체는 매우 감각적이었고 순정만화를 읽는 독자들에게 만화를 ‘보는’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새삼 느끼게 해 주었다. 섬세하게 잔주름이 지는 옷처리나 인물의 표정을 표현하는 풍부한 능력, 그리고 개그컷의 적절한 사용은 이 작품의 매력이다.(글. 만화규장각)
[추천! 우리만화]호텔 아프리카 - 박희정작가님
1993년 7월 「윙크」의 창간과 더불어 『Summer Time』이라는 단편으로 데뷔한 박희정은 첫 연재물로 배구를 소재로 한 학원물인 『I can't stop』을 그렸다. 『호텔 아프리카』는 두 번째 연재물로서 서울문화사에서 단행본 5권으로 출판했다. 『호텔 아프리카』는 연재 당시 내용과 형식 모두의 의미에서 새로운 것이었고, 그래서 90년대 순정만화의 변화된 경향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장편이면서도 단편과 같은 호흡을 유지할 수 있는 옴니버스 형식의 이 작품에서 박희정은, 그에 알맞는 시공간을 창출해내었다. 즉 전체적으로는 이어지지만 매회 독립적인 옴니버스에서 시간은 주인공 엘비스의 회상에 의해 배열되고, 그 회상에 따라 현재의 뉴욕에서 과거의 호텔 아프리카로 공간도 자유롭게 배열된 것이다. 게다가 주된 공간인 호텔 아프리카는 말 그대로 호텔이기에 어떠한 종류의 사람도 들를 수 있고, 따라서 어떠한 종류의 사건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자칫 복잡해 보이는 시공간을 작가는 엘비스의 회상으로 매끄럽게 연결하면서 각 에피소드가 단편으로 발표되어도 손색없을 정도로 고른 수준을 유지해내었다.
총 25회(1회 'Hotel 아프리카'에서 25회 '끝의 시작-New York Story & Hotel Africa'까지)에 걸친 이야기는 시공간을 기준으로 세 부분으로 나뉘어질 수 있을 것이다. 즉 아델의 젊은 시절과 트란을 만나 사랑하는 이야기․ 아델과 어린 엘비스가 호텔 아프리카에서 겪는 이야기․대학을 졸업한 엘비스와 동창 에드, 쥴의 뉴욕생활, 이렇게 나눌 수 있다. 가장 비중이 큰 부분은 호텔 아프리카에서의 생활이고, 작품을 시작하고 끝맺는 것은 현재의 엘비스가 살아가는 뉴욕 생활이다. 이런 방식으로 여러 개의 시공간과 시점이 뒤섞인 이야기는 하나의 완결적인 고리를 이루고, ‘끝의 시작’이라는 말처럼 단선적인 시간의 시작과 끝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작품 전편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아마도 소외받고 상처입은 사람들에 대한 작가의 일관된 관심과 사랑일 것이다. 이 작품에는 무엇보다도 사회에서 소외되거나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 우선 주인공인 엘비스부터가 흑인과 백인의 혼혈이고, 지요는 인디언과 중국인 혼혈이며 아델도 결혼이라는 형식을 거치지 않고 엘비스를 낳은 미혼모인 셈이다. ‘사회적 다수’에 속하는 화자가 ‘사회적 소수’를 바라보는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이 작품에서 박희정은 화자 자체를 이미 ‘사회적 소수’에 속하는 인물로 상정했다. 게다가 기타 등장인물들도 어머니를 잃은 사람, 연인이 죽은 사람, 게이, 히피 등 각자 인생에서 어느 정도의 슬픔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로 상정했다는 점에서 작가의 의도를 확연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은 살아가면서 가질 수 밖에 없는 상처를 서로 이해하고 보듬는 것, 바로 사랑, 그것이 이 작품의 주제인 것이다. 그렇지만 지요가 인디언의 혈통이라고 해서 그가 자연과 교감하고 말없이 상대를 읽어내는 능력이 있다는 점 등은 지나치게 낭만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1989년부터 아마추어 만화 동호회에서 활동하고, 에니메이션 회사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작가의 그림체는 매우 감각적이었고 순정만화를 읽는 독자들에게 만화를 ‘보는’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새삼 느끼게 해 주었다. 섬세하게 잔주름이 지는 옷처리나 인물의 표정을 표현하는 풍부한 능력, 그리고 개그컷의 적절한 사용은 이 작품의 매력이다.(글. 만화규장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