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신용연200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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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직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 (196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