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맥락을 잡지 못하는 방송

전민아2006.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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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을 먹다 MBC 모닝쇼 '생방송 오늘 아침'이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나름대로 시사 교양프로그램이라고 편성한 프로그램인데, 글쎄. 난 우선 제작진의 교양에 의심을 표한다.

 

 8월 28일 오늘 이 프로그램이 전하는 사회문제 중 하나가 아주 가관이었다. '주부들의 탈선현장'을 취재했다는 것이다. 가정이 있는 주부들이 나이트클럽에 출몰한다. 이것이 첫번째 문제. 나이트 클럽에서 소위 '댄스 경영 대회'라는 행사가 막대한 경품을 걸고 열린다,그래서 주부들이 경품에 눈이 멀어 무대 위에서 옷을 벗어제끼기까지 한다. 이것이 문제의 핵심.

 

 가정이 있는 사람이 나이트클럽에 가는 것, 가서 과도한 신체 노출을 하는 것이 탈선의 범주에 속한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송의 구조는 아주 엉망이었다.

 

 탈선하는 주부들이 있을 때, 그럼 그녀들을 탈선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누구인가. '여성할인'에 '우리 나이트에 오시는 여성분께 만원씩 쥐여서 보내드립니다' 따위의 광고를 내는 것이 누구이고, 댄스경영대회를 만든 것이 누구이고, 좀 거시적인 입장에서 '여성이 벗을수록 좋다'는 인식을 만든 것은 누구인가. 언제 주부들이 "난 옷을 벗고 싶으니 댄스 경영대회를 만들어 달라"라고 요구했던가? 지금 지적해야 할 것은 일부 여성들의 탈선이 아니라, 탈선을 방치하고 조장하기까지 하는 대한민국 유흥업체와 유흥문화의 문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댄스 경영대회 자체가 불법인데 그런데서 한 아이의 어머니이며 한 남자의 아내인 사람들이 춤을 추다니 말이죠" 라는 말은 전달한다.그러나 정작 불법인 댄스 경영대회가 버젓이 업체마다 열리고 있는 현실이나, 현수막으로 광고까지 해도 단속하지 않는 정부의 안일함, 여성의 노출을 유발해 남성손님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댄스 경영대회의 경품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사실은 구렁이 담넘어가듯 슬쩍 넘어가버린다.

 

 거기에 '주부들의 일탈은 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낯선 남자와의 만남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솔직히 애엄마들일텐데, 한심하다"는 관계자의 인터뷰까지 실어주는 센스. 자, 상식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낯선 남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마흔 다섯살 아줌마를 상대하는 것이 스무살 어린애겠는가 서른두살 결혼 적령기 남성이겠는가. 아줌마들과 만나는 사람은 역시 아저씨들이고, 유부남들이다. 역시 '한 아이의 아버지이고, 한 여자의 남편'인 사람들인 것이다. 왜 그들에 대한 언급은 단 한마디도 없는가? 너무 많아서 보도할 가치도 느끼지 못하는가? 그 수가 많고 역사가 오래되었다면 정당성을 가지는가? 여성과 남성의 유흥문화에 대한 논란이 아주 오래된 담론이라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남성들의 오래된 룸싸롱문화, '2차' 문화, 남자들끼리 술마시며 직업여성들을 대동하는 것은 아주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참 보기 안 좋다.

 

 방송은 계속해서 자극적인 내용을 만들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단 한명, 그것도 술에 취한 뒤 집으로 귀가하는 길에 인터뷰에 응한 것으로 추측되는 여성 한명의 인터뷰를 반복해서 삽입하는 부분에선 방송의 편협함과 얕음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어지는 패널의 발언을 살펴보면 정말 할말이 없어진다. "스트레스 풀려고 거기가서 춤추는 여성들이 많은데, 스트레스는 다 받는 거다. 하물며 내가 기르는 개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라는 어처구니 없는 발언, 얼토당토않은 논리구조.

 

 게다가 이런 것은 병리적인 현상이라는 전문가의 발언을 적절하게 배합해 주는 센스. 그래, 대한민국 나이트 클럽의 이런 현상은 충분히 병리적이다.  그런데 왜, "이렇듯 여성의 그런 행동은"이라는 말을 그토록 강조하는 것인가.

 

 지금 내 이야기가  '남성도 탈선하니 여성들의 탈선도 정당하다!'라는 이야기가 아닌 것을 잘 알아주기 바란다. 오해하지 말고 들으란 말이다.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사회와 병리적인 대한민국 유흥문화와 탈선하고있는 여성을 비롯한 남성까지를 함께 이야기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문제지적이 된다는 점이다. 큰 맥락을 잡지 못하고 그 중 일부인 여성, 그것도 주부의 문제만 다루는 것은  다만 자극적인 소재로 일부 계층에 낙인을 찍는 일밖에 되지 못한다. 제발, 방송인으로서의 자각, 책임감, 하다못해 어느 한쪽 사실만 부각시키고 왜곡시키지 않는 태도 하나만이라도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