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전시작통권을 사셨군요. 바가지는 쓰셨겠지만

최용일2006.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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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보다 미국을 더 잘 아는 노 정권이 무섭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이 한반도 전시 작전통제권을 오는 2009년 한국군에 넘기겠다는 입장을 공식통보해왔다고 한다. 대통령이 오늘 당장이라도 환수해도 좋다고 큰소리를 치긴 했지만 전시 작통권 단독행사에 따른 필수전력 확보 등을 이유로 2012년을 환수 목표연도로 설정하고 있는 한국 정부는 미국이 그렇게 선선히 나올 줄을 몰랐을 것이다. 그렇기에 전시 작통권 환수와 관련해 미국 국방 최고 책임자인 럼즈펠드 장관이 이양 목표연도로 2009년을 공식 제시한 것이나 그 직전 부시대통령이 전시작통권 문제를 한국측이 원하는 대로 해주라는 지시가 있었던 것이라는 점에서 크게 당혹해 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노 대통령을 위시한 한국정부의 내심을 정확히 꿰뚫고 가한 일격인데다 용산기지를 평택기지로 이전하는 시기와 연합사 해체 시기 등을 고려하면서 공대지사격장 확보와 반환 미군기지 환경오염치유 문제가 이른 시일내 해결되길 강력히 희망한다는 메시지까지 함께 보내옴으로써 현 정권을 완전히 코너로 몰아가는 느낌이다. 따라서 환수 목표연도를 놓고 한미간 진통이 예상되며, 작통권 환수를 반대해온 야당 및 보수우익의 반발로 인해 치열한 여야 공방이 시작되고 국론분열이 극에 달할 전망이다.


게다가 미국은 한술 더 떠서 작통권 반환과 함께 방위비 공동분담을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꿩먹고 알먹겠다는 속셈을 보였고, 자주국방 운운하며 마치 독립운동이라도 하는 것처럼 위풍당당하던 노정권에 대해 돈 주고 자존심을 살 필요가 있었느냐는 비난이 쏟아지게 생겼으니 이를 놓고 보수우익만이 아닌 대다수 국민들의 반발이 또한 드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나라당은 즉시 “럼스펠드 서신이 작통권 환수는 결국 돈의 문제라는 것을 분명히 드러냈음에도 노무현 정권은 이를 자주와 주권 문제로 호도했고, 그 결과 안보불안과 과중한 국민부담만 초래하고 있다. 안보불안과 세금폭탄으로 되돌아 올 것인데 과연 무엇 때문에 허울뿐인 이런 자주를 고집하는 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에 '2009년 작통권 이양은 결코 안된다'는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하면서 또한 ”미국도 한국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2009년 이양 방침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다음 달 한미정상회담에서도 작통권 문제를 의제에서 제외시킬 것을 요구했다.



한국정부의 당혹감은 국방부의 발표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전시 작통권 이양 시기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든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도 지난 14일 전군 야전지휘관회의에서 '한국의 입장을 고려해 지원하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는 한미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원만히 해결될 것으로 판단한다"는 입장 표명, "서한 내용에는 '50대 50'이란 표현은 없으며 'equitable'(공평한.공정한)이라는 용어가 사용됐다"는 주장등은 어지간한 낙관론이 아니다. 미국측보다 미국의 마음을 더 잘알고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인 듯 하지만 뒷맛이 전혀 개운치 않으며, 전문가들의 의견과는 동떨어진 사태 무마용으로 보인다. 



이런 한나라당의 확신에 찬 공세와 대통령과의 영수회담 촉구 속에서도 정부는 사태 무마용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발표로 사태를 호도하려는 가운데, 열린당은 "한나라당이 안보 불장난으로 국민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는 역공을 펼침으로써 청와대를 지원사격하고 있으나 그다지 여론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열린당은 “작통권 환수 이후 주한미군이 주둔을 지속한다는 점 등이 미 국방부 등에 의해 확인되고 있는데도 한나라당이 안보 불안을 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이 같은 태도야말로 우리 정부의 대미 협상력을 약화시켜 국민의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다. 최근 한나라당이 자행하고 있는 안보 불장난은 한미 당국 간 협상에서 우리 정부의 협상력을 떨어뜨리고 국민의 부담을 늘릴 뿐”이라며 “작통권 환수 문제에 대해 한국과 미국 간에는 큰 이견이 없다. 한나라당은 무책임한 정치공세를 중단하라"고 촉구했지만 양치기 소년의 놀란 목소리처럼 공허한 메아리만 치고 있을 뿐이다.


전시 작통권 행사 능력을 갖추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2012년이 환수시기로 적합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정부로서는 미국이 계속 조기 이양을 고집할 경우 반대급부를 제공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방위비 분담이 50%까지 증액되고 반환 미군기지 환경오염치유 문제에 있어서 미국의 부담이 최소화될 경우 평택기지 이전 부담과 맞물려 한국 정부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재정 부담을 떠안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도 안보불장난 운운하는 여당과 정부의 행태는 그야말로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정부 여당의 낙관론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노 대통령이 얼마전 북한의 군사력을 과소 평가하고 우리의 군사력을 과대평가한 일이 있었는데, 오늘 럼즈펠드도 같은 말을 한 것에 대해 정부 여당이 고무된 것일까? 럼즈펠드는 “북한은 남한에 솔직히 말해 당면한 군사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다. 북한 조종사들의 연간 비행시간이 미군의 1/4인 50시간에도 못미칠 만큼 군상황이 낙후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럼즈펠드의 이같은 발언은 북한의 군사적인 위협을 가장 우려하고 있는 한국(물론 노 정권의 시각은 제외한 전문가)과 일본과는 시각차가 있는 것이다.



국방부는 2007년부터 5년 동안 151조원의 국방 예산 가운데 약 50조원을 투입해 공중조기경보통제기(E-X), 다목적 실용위성, F-15K 전투기, 214급 잠수함 등 첨단 무기체계를 갖추겠다는 '국방 중기 계획'을 세워 놓고 있지만 이 같은 계획은 전작권 환수 시기를 2012년으로 맞췄을 때의 얘기다. 2009년으로 앞당겨질 경우 재정 부담은 우리 정부가 소화하기 힘들다. 한나라당과 일부 전직 국방장관들은 한.미 동맹 구도가 헝클어진 상황에서 주한미군을 대체할 역량을 우리 군이 갖추려면 장기적으로 1100조~1300조원의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드디어 전시작통권을 사셨군요. 바가지는 쓰셨겠지만


이러한 주장은 정부여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안보불장난을 위한 야당의 어거지가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국내 군사전문가들의 대다수 일치된 견해이기도 하다. 오늘 중국의 관영 국제방송이 미국이 전시 작전통제권을 이양하려는 5가지 이유를 제시하였는데, 그 분석도 대체로 일치한다. 이 방송은 "미국이 시급히 전시 작전지휘권을 인계하는 것은 일석오조의 효과를 본다고 분석된다"고 말하면서, 첫째 전략적 유연성 개념이다. 전시 작전통제권 인계후 주한미군은 미국의 전략적 수요에 따라 동북아 지역의 군사충돌에 수시로 간섭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 주한미군의 감축과 주한미군 주둔 비용 증액 요구가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셋째, 한국에 대량의 무기를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넷째, 미국이 중동에 모든 능력을 올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섯째, 한국 내 반미감정을 피해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방송은 "한국은 전시 지휘권을 인수한 후 예산을 증가해야 하고 자주적인 국방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한국은 2020년 전으로 6천460억 달러에 달하는 무기와 장비를 구입해야 하고 그중 대부분은 미국에서 구입해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다섯가지 이유 중에서도 세 번째 이유를 가장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세상은 다 미국측의 전시작통권 인계에 조속히 동의하는 이유를 나름대로 이해하고 설명하고 있음에도 정부와 여당만이 그 이유를 모르는가 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여당과 일부 언론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면서 여전히 자주자주 하는 그들의 무책임성이 확연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들은 국가존립의 문제에 자존심을 외치다 돈을 처발라서 막을 것이다. 그에 소요될 천문학적인 돈은 자기들이 책임질 일이 아니라 차기정권의 몫이라는 뜻일지도 모른다. 자기들은 자주와 민족공존의 선한 자로 남고 그것에 반대한 악한 자는 그 덤태기를 또한 써야 할 것이다. 조그마한 양심도 대세판단 능력도 없는 양아치 집단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슬퍼해야 하는 신세가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