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

김주일2006.08.29
조회22

내 남편이 될 사람은

 

월급은 많지 않아도 너무 늦지않게 퇴근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퇴근길에 동네 슈퍼 야채코너에서 우연히 마주쳐 '핫~'하고

웃으며 저녁거리와 수박 한 통을 사들고 집까지 같이 손잡고

걸어갈 수 있었음 좋겠다

 

집까지 걸어오는 동안 그 날 있었던 열받는 사건이나

신나는 일 들부터 오늘 저녁엔 뭘 해 먹을지.,..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말하고 들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들어와서 같이 후다닥 옷 갈아입고 손발 씻고,

한사람은 아침에 먹고 난 설겆이를 덜그럭 덜그럭 하며

또 한사람은 쌀을 씻고 양파를 까고 "배고파~"해가며

찌게 간도 보는 싱거운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다 먹고나선 둘 다 퍼져서 서로 설겆이를 미루며 왜 니가

오늘은 설겆이를 해야 하는지.. 서로 따지다가 결판이 안 나면

가위바위보로 가끔은 일부러, 그러나 내가 모르게 져주는..

너그러운 남자였으면 좋겠다

 

주말 저녁이면 늦게까지 티브이 채널 싸움을 하다가

오 밤중에 반바지에 슬리퍼를 끌고 약간은 서늘한 밤 바람을

맞으며 같이 비디오 빌리러 가다가

포장마차를 발견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뛰어가

떡볶이에 오뎅국물을 후룩후룩~"너 더 먹어~"

"나 배불러~" 해가며 게걸스레 먹고 나서는 비디오 빌리러

나온 것도 잊어버린채 도로 집으로 들어가는 가끔은 나처럼

단순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어떨 땐 귀찮게 부지런하기도 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일요일 아침...

아침잠이 쥐약인 나를 깨워 반바지 입혀서 눈도 안 떠지는

나를 끌고 아차산으로 조깅하러가는 자상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오는길에 베스킨라빈스에 들러 파스타치오 아몬드나.

체리 쥬빌레나...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콘을 두개 사들고

"두개 중 뭐 먹을래?"묻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약간은 구식이거나 촌스러워도 너그러운 마음을 가진

어머님의 아들이었음 좋겠다

 

가끔 당신 아들때문에 속상해 하면 흉을 봐도 맞장구치며

들어주는 그런 시원시원한 어머니를 가진 사람

 

피붙이같이 느껴져 내가 살갑게 정 붙일 수 있는

그런 어머니를 가진 사람

 

나처럼 강아지와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를 닮은 듯 나를 닮고 날 닮은 듯 그를 닮은 아이를

같이 기다리고픈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을 던져버리지 않는

고지식한 사람이었음 좋겠다

 

술자리가 이어지면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 할 줄 아는 사람

 

내가 그의 아내임을 의식하며 살듯.

그도 나의 남편임을 항상 마음에 새기며 사는 사람

 

내가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사람

 

 

 

 

내가 늘 바래오던 그런 남편이 내 옆에 있습니다..

그런  남편이 되어줘서 고마워 여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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