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총(?) 싸움

신재향200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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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기부터 아이들과 약속했던 물총싸움을 오늘에야 하게 되었다.

갈아입을 모든 옷과 수건까지 준비한 우리반 아이들은 점심시간이 끝나고 잠깐 교실을 비운 사이 어느새 모두 운동장에 있었다.

 

옷을 갈아입고 운동장으로 나온 나를 발견한 아이들은 이미 반쯤은 젖은 옷으로 의기양양하게 나를 공격할 준비를 하기에 바빴다.

 

교사가 가진 아이들에대한 엄청난 권력(?)을 빌어 겨우 아이들을 모아 주의사항을 전한 나는 아이들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뭘 의미하는지 알았기에 시작부터 위기의식에 움찔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쩌랴.... 저녀석들은 다른 누구보다 나에게 물을 뿌릴 때 가장 즐거울 것이 분명할 터인데...

 

평화지역으로 선포한 운동장 수돗가 주변를 빙 둘러 아이들이 나를 포위했다. 내가 평화지역을 벗어나는 즉시 공격할 준비를 마친 것이다... 이녀석들... 생각만으로도 즐거운가보다 다들 입이 귀에 걸렸다. ㅡ.ㅡ;;;

 

물총으로 쏘는 녀석... 뚜껑도 없는 팻트병으로 오로지 나만 쫒아다니며 물을 뿌려대는 녀석... 심지어는 바가지에 물을 가득담아 나의 공격을 무시하며 성큼성큼 다가오는 녀석까지...

 

5분정도 지났으려나...

머리부터 운동화까지... 난  예상보다 포기가 빨라졌다.

 

교실에 들어와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온 녀석을 얼굴에서 빛이난다... 아직도 즐거움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나보다.

 

수건으로 아이들 머리의 물을 닦아주며

이 녀석들의 이런 표정들 때문에 난 참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