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엇과 이별을 한다는 것은

김주아200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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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25일 목요일 구름가득 비가 하늘에서 터질 것만 같은 날.

 

그리움이 한없이 밀려오는 날이다. 일요일이면 이집을 완전히 떠난다.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집을 싸게 될 것이고, 내일 오전까지 가스렌지에 찌개를 데워 먹으면 우리집과의 즐거운 조리도 정말 마지막이 된다.

 

오전에 중고가게에서 가스렌지와 세탁기를 가져가기로 했다. 나의 집이 조금씩 분열되는 순간인 것이다.

 

내게 있어선 완전하기만 했던 보증금 300에 월세 20, 하늘과 가장 가까웠던 나의 옥탑방은 정확히 내일 오전부터 나의 것이 아닌 것이 되어가는 것이다.

 

처음 내가 자취를 하기로 결정했던 2002년 3월이 생각난다. 나는 정상적으로 2001년 대학졸업을 했어야만 했지만 내 신념이 학교에서 더 활동할 것을 결의하면서 집안과의 마찰이 시작됐다. 큰언니의 잔소리와 신경질을 견뎌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결국 집을 나오기로 결심했다. 다행히 나를 반겨줄 집이 있었고 딱 그만한 돈이 있었다. 삼박자가 맞아 떨어져서 시작한 나의 자취생활은 즐겁지만은 않았다. 분명. 1년 동안 이 집과 적응하기 위한 나와의 사투가 존재했었다.

 

한 겨울 갑자기 보일러가 고장나서 지난 밤 옷차림 그대로 씻지도 못한 채 방 한구석에 굳어서 잠을 자야만 했던 계절이 있었고, 더위를 전혀 타지 않는 내가 새벽에 잠을 이루지 못해 괴로워하던 여름도 있었다.

 

강풍과 함께 비바람이 쏟아지던 날, 쿵쿵 거리던 창문 소리에 한 숨도 잠을 못 잤던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은 밤이 있었고, 누군가가 나 몰래 우리 집에 들어올 것 같은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식은 땀 흘리며 악몽에 시달렸던 시간도 있었다.

 

3년동안 밤에 불을 끄고 자지를 못했다. 하지만 나는 어느 순간 이 집이 나의 일부로 느껴지면서 좁다랗고 여름에 찜통인 이 옥탑방이 너무 사랑스러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것 같은 짝사랑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하루 종일 피곤한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나를 재워 줄 수 있는 나의 집이 있다는 것이 나의 공간이 있다는 것이 나를 얼마나 아늑한 천국으로 잠시나마 보내줬는지 모른다. 내 신념이 송두리째 뽑혀져 내 심장도 뛰지 않을 것만 같던 고통스러운 밤에도 이 공간은 나와 함께 소리 없이 내 넋두리를 들어주며 술 한잔에 눈물 흘리는 나를 고요히 지켜주었다.

 

이 근처에선 가장 높은 옥탑이기에 내 사생활이 잘 보장되는 면도 고마운 일이였다.(ㅋㅋ) 서울에선 가지기 힘든 마당도 내겐 마련해줬던 철없었지만 알짜배기 나의 공간. 이였던 곳에서 나는 오늘밤 한없는 그리움에 나를 적셔본다.

 

별 것 아닐 것 같은 ‘내 집과의 작별’ 하지만 막상 끝으로 향하는 내 마음은 왠지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지는 이 집과의 추억들로 조금은 머리가 아프기도 하는 듯 하다.

 

 나는 쉽사리 ‘정’을 배신하지 않는 편이다. 그렇기에 받았던 시린 상처들로 수년간 아파하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한번 정을 준 사람과 사물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다시 한번은 이 집을 와 보고 싶다. 바람에겐 팍팍한 인심이라 환기가 힘들었지만 햇볕에겐 인심이 후해 늘 방안이 밝을 수 있었던 그래서 방안에 햇볕 냄새 그득했던 나의 집이여, 나만의 첫 번째 공간이여,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