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우 200승 금자탑을 쌓다.

최용일200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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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도 5수 하셨네요? 감축드립니다!


일본에서는 이승엽 선수가 한일통산 400호 홈런의 금자탑을 쌓은 가운데, 국내에서는 그에 못지 않은 세계적인 대기록이 달성되었다. 오늘 기아전에서 대망의 개인 통산 200승 고지를 넘어선 송진우 선수(40, 한화)는 ‘영원한 회장님’, ‘늘 푸른 소나무'로 불리는 그야말로 기록의 사나이다. 것이다. ‘살아있는 기록'을 만들어가는 기록의 사나이답게 그는 오늘 한국프로야구 출범 후 가장 빛나는 대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지난 5일 홈구장 대전에서 벌어진 삼성과 홈경기에 선발투수로 등판한 송진우는 자신의 프로 무대 576번째 등판 경기에서 200승 고지에 오를 것을 자신했으며, 팀에서도 승리를 확신하며 축포와 기념 세레모니를 준비했다. 이날 경기는 송진우의 올 시즌 첫 삼성전이었지만 직전 5경기에서 자신의 시즌 방어율 2.87보다 훨씬 낮은 방어율 1.57로 호투하는 등 컨디션이 잘 관리되고 있었다. 직전 경기인 지난 30일 두산전에서 특유의 완급조절을 자랑하며 6⅔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는 등 변함없이 좋은 컨디션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소속 팀 한화의 배려도 남달랐다. 등판 일정을 하루 늦춰주는 조치로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그때까지 6연승을 달리고 있는 다이너마이트 타선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200승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전인미답의 금자탑이자 대기록인지라 쉽게 정복을 허락하지 않았다. 상대팀 삼성도 200승이라는 대기록의 제물이 되고자 하지 않았다. 삼성측은 선발투수로 내정된 파워피처 배영수(25)도 이틀 전부터 대비태세에 돌입했다. 배영수는 지난 6월6일 LG전에서 승수를 쌓은 뒤 두 달 동안 1승도 못 올려 승수에 대한 갈증이 심했고, 직전의 SK전에서 중간계투로 나와 결승 홈런을 맞은 탓에 자존심 회복을 노리고 있었다.


역시 문제는 200승이라는 대기록이 주는 부담감이었나 보다. 피말리는 투수전이 예상됐던 삼성전에서 6이닝동안 송진우는 2홈런을 포함 6안타을 얻어 맞고 4실점하여 패전 투수가 됐다. 이어 두 번째 도전인 10일 KIA전에는 ⅔이닝동안 5안타 5실점으로 조기 강판당했다. 게다가 운도 따르지 않았다. 17일 SK전에서는 5⅓이닝 동안 9안타 3실점으로 역투했으나 그가 강판된 뒤 타선이 뒤늦게 터지는 바람에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리고 22일 현대전에서는 호투를 이어가다 전 팀동료였던 송지만에게 뼈아픈 한방을 허용하기도 했다. 경기가 지독하게 안 풀리자 그동안 겉으로 태연함을 유지했던 송진우도 답답했는지 22일 현대전 이후 인터뷰를 자청해 "이토록 1승을 거둔다는 것이 어려운 줄 몰랐다"며 한탄섞인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송진우 200승 금자탑을 쌓다.

 

이렇게 연속 4차례 등판에서 승수를 못 쌓아 지독한 ‘아홉수'에 걸렸다는 소리를 들어왔다. 속 끓이면서 속내를 감추어야 하는 인고의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 지독한 아홉수도 4전5기도 극적인 피날레를 위한 서막이라고 했던가? 오늘(29일) 광주구장에서 벌어진 KIA와의 원정경기에서는 운도 따랐다. 그동안 송진우가 등판할 때 마다 침묵하던 팀 타선도 일찌감치 대폭발했고 수비도 최고의 묘기를 보여줌으로써 그의 200승 고지 등정을 도왔다. 5이닝을 4피안타 1실점으로 막는 동안 8점을 보태준 공격진 덕분에 8-1로 앞선 6회 무사 1루에서 중간계투 서민욱에게 마운드를 넘길 수 있었다. 마침내 승리투수가 되고 대기록을 달성하게 된 것이다. 지독한 아홉수에 4전5기가 그의 대기록에 양념을 더해 주었다.


그의 200승 기록이 갖는 의미는 어느 정도일까? 송진우가 1989년 빙그레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입문한 뒤 18시즌 동안 580경기에서 땀으로 쌓은 금자탑이다. 개인 통산 200승이 미국에서는 사이 영을 비롯해 108명, 일본은 가네다 마사이치를 포함해 23명이 배출됐기 때문에 흔해 보이지만 한국에서는 송진우가 처음일 정도로 대기록이다. 현재 최다승 2위와 3위는 한일 양국에서 15년간 뛰었던 선동열 현 삼성 감독(156승: 한국 146승, 일본 10승)과 해태에서 16년간 선수 생활을 했던 이강철 현 기아 코치(152승)로 2위와는 무려 40승 이상 차이가 나는 독보적인 기록인데다 2,3위 기록 선수들이 이미 은퇴한지라 그 차이가 더 벌어질 전망이고 현역 선수 가운데는 팀 후배인 정민철(34)이 142승에 불과할 정도의 대기록으로 당분간 송진우가 수립한 금자탑은 깨지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미일에 비해 프로야구의 역사가 일천하고 경기수가 절대적으로 적은데다 20년 이상 안정된 투수생활을 하는 선수가 많지 않은 한국에서는 대단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200승이라고 하면 20년 투수 생활을 하면서 매년 두 자릿수 승수를 올려야만 달성이 가능한 기록이기 때문에 앞으로 송진우 선수의 기록을 깨는 투수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아울러 송진우 선수는 오늘 200승을 달성하면서 국내 개인 최다승 기록 뿐만 아니라 각종 투수부문의 기록을 대거 갈아치웠다. 송 선수는 그동안 구원투수로도 활약하며 102세이브를 기록함으로써 200승-100세이브 동시기록을 갖게 됐는데, 이 기록은 일본 선수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 째로 기록한 더욱 대단한 기록인 것이다. 이 기록은 선발과 구원의 능력을 동시에 갖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으로 대투수도 쉽지 않은 기록이다. 송진우 선수는 1990년에 최우수 구원투수상(11승7패27세이브, 38세이브포인트)을 수상하였을 뿐 아니라 1992년에는 다승왕(19승)과 구원왕(19승8패17세이브, 36세이브포인트)을 동시 석권한 보기 드문 기록의 소유자였기에 가능했다고 보여진다.

 


또한 그는 이날 만 40세6개월13일의 나이로 승리를 기록함으로써 종전에 40세 5개월 23일로 박철순 선수가 갖고 있던 국내 최고령 승리투수 기록마저 갈아치웠으며, 39세 6개월 23일로 기록된 최고령 완봉승 역시 그가 가지고 있는 기록이다. 이 밖에도 송진우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통산 기록은 최다 경기 출장(560경기), 최다 탈삼진(1,913개), 최다 이닝 투구(2,685이닝), 최다 시즌 10승 이상 기록(11시즌) 등이다. 올 시즌 최고령 투수로 등록돼 있는 송진우 선수는 한화와 내년 시즌까지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이들 분야의 기록들 모두 던질 때마다 신기록이 만들어지는 현재 진행형이 될 것으로 보이며, 최고령 투수 승리 기록은 특히 그럴 가능성이 가장 커보인다.

 

"이젠 3천이닝을 향해 가겠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 처럼 꾸준하게 한 걸음씩 나가겠다."는 그의 말에서 겸손함과 실력으로 무장한 기록제조기의 진면목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