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하는 저녁 -에쿠니 가오리 에쿠니 가오리의 작

송지훈200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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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하는 저녁 -에쿠니 가오리   에쿠니 가오리의 작   낙하하는 저녁 -에쿠니 가오리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중 '반짝반짝 빛나는' 에 이어 두번째로 접하게된 낙하하는 저녁..   섬세한 유리구슬 같지만 강직한, 리카... 사랑을 잃었다. 한없이 따뜻하고 다정했었지만, 다케오... 사랑을 버렸다. 춤추듯 밝고 경쾌하지만 건조한, 하나코... 사랑을 뺏었다.   책 겉표지에 적혀있는 실연을 담은 소설이란 말이 정확하다.   리카가 겪는 실연 후 15개월이란 시간. 그 동안 실연의 여러가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처음에 리카는 정말 다케오가 떠난것인지 인정하지 못한다. (8년이라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짧지 않은 시간이니까..)

 

  어느 순간 헤어졌음을 자각하지만 그에게 매달리고 집착하게 되고, 또 아무렇지 않은척 하지만 혼자됨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있어서 하나코가 다케시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아 힘들어하는 그의 슬픔에 가슴이 아프다.

  하나코의 등장부터 이상한 긴장감이 돌기 시작하는데, 처음 등장부터 참 독특한 여자였다. 리카와 다케오의 8년 사랑이 무색하게 만난지(물론 시간이 중요한건 아니지만) 사흘만에 두 사람을 갈라놓고서, 리카의 다케오를 뺏어가 놓고서는 자신때문에 리카가 어떤 심정일지 생각조차 하지 않는듯 다케오가 나간 자리를 식대와 방값을 내며 합당하게 함께 살겠다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이지 넌덜머리가 났다.  이기적인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짝반짝 빛나는을 읽으면서도 처음엔 게이인 남편을 사랑하고 거짓된 현실을 지켜가려는 쇼코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었는데 이 캐릭터도 처음엔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생활에 의미도 없고 일도 하지 않고, 하는 일이라곤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들을 만나고, 관계를 가지고.. 게으름만 피우고 라디오 듣는것이 유일한 취미인 하나코가 참 싫었다.   왜 이런 여자가 모든 남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걸까?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어서 격앙돼있는 타락한 나르시즘에 빠져들어서? 아니면 서로 구속하려 안달이난 관계들 속에서 탈출하고 싶어서? 그것도 아니면 존재하지 않는 사람인듯한 존재감과 어떤 것에도 집착과 애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 비현실적인 모습에 사랑에 빠져버리고 갖고 싶어 지는걸까? 결국 소유하지 못하면 사랑도 집착으로 변한다는 말을 작가는 하고 싶었던 걸까?

  읽는 내내 모든 내용의 중점은 리카였지만 글을 읽고 난 후 드는 생각은 하나코에 대한 것들 뿐이었다. 그녀는 진정으로 사랑하고 믿고싶은 한 남자를 사랑할수도 증오할 수도 없는 상태였다. 그는 하나코의 친남동생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지만 정작 사랑받고 싶고 사랑하고 싶은 사람을 세상의 눈과 귀와 입때문에 표현할 수 없어서 그녀는 사랑을 믿지 않았다. 아니 사랑의 영원을 믿지 않았다.

 

하나코를 사랑하는 아니, 집착으로 변해버린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는 다케시때문에 리카의 상심도 커지지만 결국 하나코와 함께하는 시간동안 그의 기억을 지워가고 자신을 그 자리에 다시 맞춰가며 찾아가는 그녀의 모습도 답답하긴 했지만 현명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 하나코의 죽음은 다케시와 리카의 이별을 현실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어쩌면 하나코의 죽음은 모두가 편안해 질 수 있는 모두를 위한 최선이었을지 모른다.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하는것.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는건 자신의 삶을 포기할 정도로 힘든거니까..   낙하하는 저녁의 엔딩이 참 마음에 들었다. unhappy.. 어쩌면 하나코의 죽음으로 두 사람이 다시 서로를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란 생각은 참 어리석었다. 처음으로 리카가 다케시의 집에 찾아가 8년간의 사랑과 이별에 종지부를 찍고 '이사를 가야겠어'라고 말하는 그 장면은 내 머리속에 마치 내가 직접 보았던것 처럼 선명하게 보여진다.

  리카는 실연의 기간을 정리하고 자신의 삶에서 새로운 사랑을 찾게 될 것이고, 다케시와의 만남속에 있던  자신의 순종적이고 억지스러운 사랑을 버리게 될것이다. 그를 사랑하지만 자신도 사랑하게 되겠지.. 다케시는 보수적이고 책임감있는 사람이었지만 하나코를 만난뒤 자신의 삶을 팽개치고 그녀에게 집착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왜 리카를 사랑할때 저러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에 내가 더 가슴이 아프고 미웠다. 하지만 그도 이로인해 자신의 삶을 다시 찾을것이고, 그 전보다는 조금 더 유쾌한 사람이 되겠지.. 하나코를 사랑했던 사랑받았던 동생은 하나코의 자살 뒤 어떻게 됐을까? 해방감을 느꼈을까? 안도감? 아니 죽었을지도. 육체는 살아있더라도 감정은 죽었을거야. 어찌보면 이 소설은 리카만의 실연 이야기가 아니라 모두의 실연 이야기다. 리카도, 다케시도, 하나코도, 하나코의 동생도...
  새벽한시부터 읽기 시작한 책을 세시쯤에 다 읽고 잠을 자려고 누웠지만 이런 생각들때문에 잠이 오질 않았다.   사랑이란 어쩌면 happy한것이 아니라 unhappy 한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조금 더 사랑을 알게되면 이해할 수 있겠지.. 사랑...   그 곱지 못한 마음의 하늘에 조용한 저녁이 내리기를….   

 

며칠 전, 학원에서 한 학생이 남자하고 여자하고

어떻게 하면 연인 사이가 될 수 있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나오토란 열 살짜리 남자애, 작은 나무 상자에 마무리 니스 칠을 하고 있을 때였다.

 

"글쎄, 잘 모르겠는데. 나오토가 알면 가르쳐줄래?"

나오토는 나를 올려다보면서 득의양양한 표정이었다.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페로몬이죠."

라고 말했다.

 

"남자나 여자나 이때다 싶을 때,

 상대방에게 페로몬을 바바바방 뿜어내서,그래서 연인이 되는거래요."

 

바바바방.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정말이에요. 우리 아버지가 그랬어요."

알루미늄 새시 창틀에 턱을 괴고 있어서 팔꿈치가 아팠다.

빨갛고 긴 흔적이 남았다.

 

이것이 현실이다.객관적인 나의 현실.

그리고 이제 곧 다케오가 이리로 온다.

하나코에게 페로몬을 바바바방 뿜어내기 위해서

 

-낙하하는 저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