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괴물’은 진짜 괴물이다. 지난 7월 27일 개봉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이 오늘 38일만에 '왕의 남자'를 제치고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에 오르며 한국영화의 흥행역사를 새로 썼다. '왕의 남자'가 가지고 있던 최다 관객 동원 기록을 다섯 달 만에 깬 것이다. 개봉 8일 만에 누적 관객 400만, 9일째 500만, 12일째 700만, 16일째 800만, 18일째 900만, 21일째 천만 돌파까지 괴물은 무서운 속도로 게걸스럽게 관객들을 먹어 치웠다. 그 자체가 연일 최단기간 신기록이었다. 개봉 전부터 각종 흥행신기록을 갈아치운 기세답게 800만 돌파, 900만 돌파, 천만 돌파기간이 각각 역대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짧았다.
괴물이 개봉 16일만에 세운 800만 돌파의 종전 최고기록은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2004)가 보유하고 있던 25일이었고(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2005)는 개봉 33일,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2003)는 37일, '웰컴 투 동막골'은 89일), 개봉 18일 만에 세운 900만 돌파 기록은 ‘태극기 휘날리며’(31일), ‘왕의 남자’(39일), ‘실미도’(45일)을 절반 가까이 단축했다. 천만 관객 돌파일(개봉 21일) 역시 '태극기 휘날리며'(39일)보다 절반 가까이 단축했고 지금까지 한국 영화 사상 최고 흥행기록을 가지고 있는 ‘왕의 남자’(45일)나 '실미도'(58일)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괴물’은 그야말로 신기록을 먹어치우는 괴물의 모습이었다. ‘괴물’이 이처럼 저돌적으로 관객을 모을 수 있었던 원인과 한국 영화계에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괴물의 흥행 파워는 무엇보다 영화 구성과 내용, 여기에 마케팅에서의 차별성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영화 구성과 내용에 있어서 할리우드 블럭버스터에 뒤지지 않는 CG, 그리고 여기에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와는 다른 새로운 상상력과 안정된 연출, 그리고 송강호, 변희봉, 박해일, 배두나 씨 등 배우들의 열의에 찬 연기까지 재미를 더했다. 여기에 괴물 캐릭터를 개봉 직전까지 베일에 쌓아 놓은 채 해외 영화제 돌풍을 선전에 이용한 호기심 유발성 신비주의 마케팅 전략도 흥행 성공에 한몫했으며, 무엇보다도 개봉 스크린 620개라는 막강한 배급력이 초단기 흥행기록 돌파의 힘임을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제작에서 마케팅까지 괴물에서 배울 수 있는 경영학적 교훈을 되짚어본다. 마케팅 전략에 있어서 첫째, 타켓 마케팅 전략과 크로스 오버 전략의 성과라고 할 것이다. 괴물은 전형적인 괴수 영화지만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오락영화나 사회비판 영화 등 여러 장르의 장점만을 끌어다 영화를 제작했다. 크로스 오버의 강점은 그 하나하나 크로스 오버되는 부분에 있어서 다소 질적인 문제가 있더라도 결합상승에서 오는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괴물은 괴수영화에만 머물지 않고 주한미군이 버린 오염물질로 인해 괴물이 탄생했다는 설정을 통한 미묘한 민족감정, 그리고 소시민의 고통을 애써 외면하는 거대권력과 맞서 힘없고 소외된 계층간의 연대를 끌어내는 설정으로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 근본적으로는 정치보다 오락을 택했다. 전체적으로는 괴물과 외롭게 사투하는 눈물겨운 가족애에 초점을 맞추면서 타켓층을 가족 관객으로 잡은 가족영화라는 강점을 이용하여 12세 관람가를 통해 역대 '1000만 영화'중 관람 등급이 가장 낮은 강점을 얻어냈을 뿐만 아니라 개봉 전의 반미영화일 것이라는 예상을 일축하고 반미 논쟁을 사전에 봉쇄한 채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시각을 주입시켰다는 점이 또 다른 성공요인이었다. 반일 민족자주 메시지를 노골화한 '한반도'가 흥행에서 고전한 것과 상반된 양상이다.
둘째, 브랜드 띄우기 전략과 신비주의 마케팅 전략을 채택했다. 극장용 예고편과 방송용 광고에는 괴물이 아니라 '봉준호'라는 감독을 브랜드로 내세웠다. 영화계에 있어서 브랜드 효과를 논할 때 대표적인 감독이 스티븐 스필버그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제작한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많은 관객은 개봉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브랜드 감독을 한국에서 꼽으라면 강제규, 강우석, 박찬욱 정도가 될 것이다. 따라서 괴물을 만든 봉준호 감독의 브랜드 파워는 아직 이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괴물의 배급을 맡은 쇼박스는 영화를 봉준호 감독의 것으로 만드는데 주력했다. 괴물 예고편은 "어렸을 적 한강에서 괴물을 봤다"는 봉 감독의 멘트로 시작된다. 영화 주요 장면만을 보여주는 다른 예고편과 달리 괴물은 이 한마디로 영화가 봉 감독 작품임을 각인시키고 있다. 해외 영화제 평가를 여기에 채색시켰음은 물론이다. 사람들이 '봉 감독이 대체 무얼 봤기에 이 영화를 만들었지?' 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쇼박스의 의도는 그대로 적중했다. 여기에 신비주의가 한몫 거들었다. 공식 부문이 아니라 감독주간에 초청된 것이지만, 해외의 호평이 국내에 확대되면서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을 때 제작사는 이를 신비주의 전략과 연계시켜 스틸사진의 비공개는 물론 일반관객 시사회를 자제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셋째, 글로벌 소싱을 통한 명품주의 전략이다. 요즘 들어 대부분의 제조업체들은 글로벌 차원의 아웃소싱을 이용한다. 이 경우 그 목적은 대체로 비용절감에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공장을 국외에 세우거나 부품을 외국에서 도입해 품질 향상을 시키는데도 목적이 있다. 괴물은 비용 때문이 아니라 명품전략 차원에서 글로벌 소싱방식을 적극 동원했다. 한국 영화사상 가장 정밀한 괴물 CG를 완성하기 위해 '반지의 제왕' CG를 맡은 '웨타'에 작업을 의뢰했다. 그러한 글로벌 소싱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CG명품으로서의 괴물을 각인시켰다면 실제로는 극장주들에게 멤버십 할인, 초대권 등 무료 관람행사를 줄이라고 권고했다. 품질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이른바 명품 마케팅 전략을 괴물 역시 동원한 것이다. 쇼박스 관계자는 "다소 거만해 보일 수 있겠지만 관객들에게 영화 내용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기는 구실을 했다"고 설명했다.
네 번째 원인은 사전제작 방식과 마케팅 전략의 연결인데, 이 점은 향후 다른 영화들도 마케팅 전략에서 배울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개봉 직전에야 완성되는 다른 영화들과 달리 ‘괴물’이 지난 4월 거의 마무리돼 개봉 전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마케팅을 펼칠 수 있었다. 특히 이 충분한 마케팅 기간동안 프랑스 칸 영화제에 출품하여 시사회에서 호평을 받아낸 것은 우연의 일치였을지라도 이 호기를 마케팅에 활용함으로써 관객에 신뢰감을 줬다는 점이다. 여기에 올 상반기 할리우드 영화의 독주 속에서 수준 높은 한국 영화를 목말라한 관객 심리와 개봉 시점도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던 것이다.
다섯째는 ‘괴물’의 흥행에 620개라는 스크린수의 힘을 빼놓을 수는 없다는 점이다. 전국적 배급망을 장악한 배급사는 전국 스크린수(1,648개)의 절반에 육박하는 데다 멀티플렉스들이 좌석수가 많은 극장을 대거 ‘괴물’에 배정해 좌석수로는 전체의 68%까지 점했다. 이러한 독점적 배급망을 통한 무제한 배포는 관객의 쏠림현상을 통해 기록적인 관객을 동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점은 특히 극장을 찾는 많은 관객이 ‘괴물’을 택한 이유에 영화를 보지 않으면 대화에 낄 수가 없다고 털어놓고 있는 현상을 초래했으며, “큰 영화,흥행영화에 대한 쏠림 현상”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영화계 일부에서 독과점 폐해 내지는 다양성 침해라는 반발을 보였고 이런 쏠림현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다양한 중소영화의 제작을 막아 궁극적으로 영화 산업적 측면이나 문화적인 측면에서 부정적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의 예술영화 내지는 작가주의 영화에 대한 스크린 쿼터 논쟁이 일기도 했다. 아울러 스크린 독과점 문제와 관련한 비판 여론과 함께 중소 규모 영화들, 특히 작가주의나 예술영화에 대한 스크린 쿼터제 도입 등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 것은 영화진흥위원회 등 정부기관이나 영화 관련 협회들에게 제도적 장치를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제시한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최단기간내 국내 흥행신기록을 달성했다는 점은 괴물에 대한 어떤 부정적 관점을 가진 사람이라도 부인할 수 없는 영화사의 한 획을 그은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흥행은 기록이라는 점에서 볼 때 그렇다. 겨울여자가 한국 영화사에 남은 것이 그 작품성 때문인가 아니면 기록성 때문인가? 더욱이 괴물은 해외 영화제의 호평을 바탕으로 이미 70억원이상의 해외판매수익을 올림으로써 내수 시장의 파이에 연연하던 한국영화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던졌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어떤 감독은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괜찮은 영화를 관객들이 봐주지 않는다고 섭섭해 하지만 관객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냉정하고 솔직하고 단순하다. 잘 만든 작품이라면 언제나 자신의 솔직함을 내비치고 마음을 열고 지갑을 연다. 고도의 예술성만으로도, 지극히 말초적인 자극성만으로도, 독과점식의 배급망 장악만으로도 그런 관객을 끌어들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괴물'이 결국 관객에게 가장 솔직한 반응을 이끌어낸 대표적 문화 상품이 된 데는 배급망 장악이라든가 쏠림현상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업계 제작 관계자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운칠기삼'이라고도 하지만 최소한 3의 기는 있어야 운도 따르는 게 아닐까? 괴수영화라는 신선한 소재, 반미, 코미디 등을 가족이라는 큰 틀 안에서 무겁지 않은 오락영화로서 풀어낸 봉준호 감독의 마술같은 연출과 관록있는 배우들의 열연이 기존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고 성공의 공식을 만들어 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괴물, 드디어 흥행 신기록을 달성하다. 그것도 게걸스럽게...
괴물. 드디어 흥행기록을 갈아치우다
영화 ‘괴물’은 진짜 괴물이다. 지난 7월 27일 개봉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이 오늘 38일만에 '왕의 남자'를 제치고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에 오르며 한국영화의 흥행역사를 새로 썼다. '왕의 남자'가 가지고 있던 최다 관객 동원 기록을 다섯 달 만에 깬 것이다. 개봉 8일 만에 누적 관객 400만, 9일째 500만, 12일째 700만, 16일째 800만, 18일째 900만, 21일째 천만 돌파까지 괴물은 무서운 속도로 게걸스럽게 관객들을 먹어 치웠다. 그 자체가 연일 최단기간 신기록이었다. 개봉 전부터 각종 흥행신기록을 갈아치운 기세답게 800만 돌파, 900만 돌파, 천만 돌파기간이 각각 역대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짧았다.
괴물이 개봉 16일만에 세운 800만 돌파의 종전 최고기록은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2004)가 보유하고 있던 25일이었고(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2005)는 개봉 33일,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2003)는 37일, '웰컴 투 동막골'은 89일), 개봉 18일 만에 세운 900만 돌파 기록은 ‘태극기 휘날리며’(31일), ‘왕의 남자’(39일), ‘실미도’(45일)을 절반 가까이 단축했다. 천만 관객 돌파일(개봉 21일) 역시 '태극기 휘날리며'(39일)보다 절반 가까이 단축했고 지금까지 한국 영화 사상 최고 흥행기록을 가지고 있는 ‘왕의 남자’(45일)나 '실미도'(58일)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괴물’은 그야말로 신기록을 먹어치우는 괴물의 모습이었다. ‘괴물’이 이처럼 저돌적으로 관객을 모을 수 있었던 원인과 한국 영화계에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괴물의 흥행 파워는 무엇보다 영화 구성과 내용, 여기에 마케팅에서의 차별성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영화 구성과 내용에 있어서 할리우드 블럭버스터에 뒤지지 않는 CG, 그리고 여기에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와는 다른 새로운 상상력과 안정된 연출, 그리고 송강호, 변희봉, 박해일, 배두나 씨 등 배우들의 열의에 찬 연기까지 재미를 더했다. 여기에 괴물 캐릭터를 개봉 직전까지 베일에 쌓아 놓은 채 해외 영화제 돌풍을 선전에 이용한 호기심 유발성 신비주의 마케팅 전략도 흥행 성공에 한몫했으며, 무엇보다도 개봉 스크린 620개라는 막강한 배급력이 초단기 흥행기록 돌파의 힘임을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제작에서 마케팅까지 괴물에서 배울 수 있는 경영학적 교훈을 되짚어본다. 마케팅 전략에 있어서 첫째, 타켓 마케팅 전략과 크로스 오버 전략의 성과라고 할 것이다. 괴물은 전형적인 괴수 영화지만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오락영화나 사회비판 영화 등 여러 장르의 장점만을 끌어다 영화를 제작했다. 크로스 오버의 강점은 그 하나하나 크로스 오버되는 부분에 있어서 다소 질적인 문제가 있더라도 결합상승에서 오는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괴물은 괴수영화에만 머물지 않고 주한미군이 버린 오염물질로 인해 괴물이 탄생했다는 설정을 통한 미묘한 민족감정, 그리고 소시민의 고통을 애써 외면하는 거대권력과 맞서 힘없고 소외된 계층간의 연대를 끌어내는 설정으로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 근본적으로는 정치보다 오락을 택했다. 전체적으로는 괴물과 외롭게 사투하는 눈물겨운 가족애에 초점을 맞추면서 타켓층을 가족 관객으로 잡은 가족영화라는 강점을 이용하여 12세 관람가를 통해 역대 '1000만 영화'중 관람 등급이 가장 낮은 강점을 얻어냈을 뿐만 아니라 개봉 전의 반미영화일 것이라는 예상을 일축하고 반미 논쟁을 사전에 봉쇄한 채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시각을 주입시켰다는 점이 또 다른 성공요인이었다. 반일 민족자주 메시지를 노골화한 '한반도'가 흥행에서 고전한 것과 상반된 양상이다.
둘째, 브랜드 띄우기 전략과 신비주의 마케팅 전략을 채택했다. 극장용 예고편과 방송용 광고에는 괴물이 아니라 '봉준호'라는 감독을 브랜드로 내세웠다. 영화계에 있어서 브랜드 효과를 논할 때 대표적인 감독이 스티븐 스필버그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제작한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많은 관객은 개봉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브랜드 감독을 한국에서 꼽으라면 강제규, 강우석, 박찬욱 정도가 될 것이다. 따라서 괴물을 만든 봉준호 감독의 브랜드 파워는 아직 이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괴물의 배급을 맡은 쇼박스는 영화를 봉준호 감독의 것으로 만드는데 주력했다. 괴물 예고편은 "어렸을 적 한강에서 괴물을 봤다"는 봉 감독의 멘트로 시작된다. 영화 주요 장면만을 보여주는 다른 예고편과 달리 괴물은 이 한마디로 영화가 봉 감독 작품임을 각인시키고 있다. 해외 영화제 평가를 여기에 채색시켰음은 물론이다. 사람들이 '봉 감독이 대체 무얼 봤기에 이 영화를 만들었지?' 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쇼박스의 의도는 그대로 적중했다. 여기에 신비주의가 한몫 거들었다. 공식 부문이 아니라 감독주간에 초청된 것이지만, 해외의 호평이 국내에 확대되면서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을 때 제작사는 이를 신비주의 전략과 연계시켜 스틸사진의 비공개는 물론 일반관객 시사회를 자제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셋째, 글로벌 소싱을 통한 명품주의 전략이다. 요즘 들어 대부분의 제조업체들은 글로벌 차원의 아웃소싱을 이용한다. 이 경우 그 목적은 대체로 비용절감에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공장을 국외에 세우거나 부품을 외국에서 도입해 품질 향상을 시키는데도 목적이 있다. 괴물은 비용 때문이 아니라 명품전략 차원에서 글로벌 소싱방식을 적극 동원했다. 한국 영화사상 가장 정밀한 괴물 CG를 완성하기 위해 '반지의 제왕' CG를 맡은 '웨타'에 작업을 의뢰했다. 그러한 글로벌 소싱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CG명품으로서의 괴물을 각인시켰다면 실제로는 극장주들에게 멤버십 할인, 초대권 등 무료 관람행사를 줄이라고 권고했다. 품질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이른바 명품 마케팅 전략을 괴물 역시 동원한 것이다. 쇼박스 관계자는 "다소 거만해 보일 수 있겠지만 관객들에게 영화 내용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기는 구실을 했다"고 설명했다.
네 번째 원인은 사전제작 방식과 마케팅 전략의 연결인데, 이 점은 향후 다른 영화들도 마케팅 전략에서 배울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개봉 직전에야 완성되는 다른 영화들과 달리 ‘괴물’이 지난 4월 거의 마무리돼 개봉 전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마케팅을 펼칠 수 있었다. 특히 이 충분한 마케팅 기간동안 프랑스 칸 영화제에 출품하여 시사회에서 호평을 받아낸 것은 우연의 일치였을지라도 이 호기를 마케팅에 활용함으로써 관객에 신뢰감을 줬다는 점이다. 여기에 올 상반기 할리우드 영화의 독주 속에서 수준 높은 한국 영화를 목말라한 관객 심리와 개봉 시점도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던 것이다.
다섯째는 ‘괴물’의 흥행에 620개라는 스크린수의 힘을 빼놓을 수는 없다는 점이다. 전국적 배급망을 장악한 배급사는 전국 스크린수(1,648개)의 절반에 육박하는 데다 멀티플렉스들이 좌석수가 많은 극장을 대거 ‘괴물’에 배정해 좌석수로는 전체의 68%까지 점했다. 이러한 독점적 배급망을 통한 무제한 배포는 관객의 쏠림현상을 통해 기록적인 관객을 동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점은 특히 극장을 찾는 많은 관객이 ‘괴물’을 택한 이유에 영화를 보지 않으면 대화에 낄 수가 없다고 털어놓고 있는 현상을 초래했으며, “큰 영화,흥행영화에 대한 쏠림 현상”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영화계 일부에서 독과점 폐해 내지는 다양성 침해라는 반발을 보였고 이런 쏠림현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다양한 중소영화의 제작을 막아 궁극적으로 영화 산업적 측면이나 문화적인 측면에서 부정적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의 예술영화 내지는 작가주의 영화에 대한 스크린 쿼터 논쟁이 일기도 했다. 아울러 스크린 독과점 문제와 관련한 비판 여론과 함께 중소 규모 영화들, 특히 작가주의나 예술영화에 대한 스크린 쿼터제 도입 등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 것은 영화진흥위원회 등 정부기관이나 영화 관련 협회들에게 제도적 장치를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제시한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최단기간내 국내 흥행신기록을 달성했다는 점은 괴물에 대한 어떤 부정적 관점을 가진 사람이라도 부인할 수 없는 영화사의 한 획을 그은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흥행은 기록이라는 점에서 볼 때 그렇다. 겨울여자가 한국 영화사에 남은 것이 그 작품성 때문인가 아니면 기록성 때문인가? 더욱이 괴물은 해외 영화제의 호평을 바탕으로 이미 70억원이상의 해외판매수익을 올림으로써 내수 시장의 파이에 연연하던 한국영화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던졌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어떤 감독은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괜찮은 영화를 관객들이 봐주지 않는다고 섭섭해 하지만 관객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냉정하고 솔직하고 단순하다. 잘 만든 작품이라면 언제나 자신의 솔직함을 내비치고 마음을 열고 지갑을 연다. 고도의 예술성만으로도, 지극히 말초적인 자극성만으로도, 독과점식의 배급망 장악만으로도 그런 관객을 끌어들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괴물'이 결국 관객에게 가장 솔직한 반응을 이끌어낸 대표적 문화 상품이 된 데는 배급망 장악이라든가 쏠림현상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업계 제작 관계자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운칠기삼'이라고도 하지만 최소한 3의 기는 있어야 운도 따르는 게 아닐까? 괴수영화라는 신선한 소재, 반미, 코미디 등을 가족이라는 큰 틀 안에서 무겁지 않은 오락영화로서 풀어낸 봉준호 감독의 마술같은 연출과 관록있는 배우들의 열연이 기존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고 성공의 공식을 만들어 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