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문】Je t" aime(쥬땜므)

최지만200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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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문】Je t" aime(쥬땜므)

 

그 때는 그랬다. 너에게로부터 도망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 때는 너를 잊고 떠날 수 있을 줄로만 알았다.

시간이 덧없이 흐른 지금, 나는 그것이 나의 오만이었음과 동시에 불가능이었음을 인정하고, 또한 어쩌면 이 세상에서 너를 가장 아끼며 사랑하는 사람임과 동시에 자신을 가장 미워하고 증오하는 한사람이 있다면 그것이 ‘나’라는 존재임을 시인한다.  

끝없이 나 자신에게 너에게서 멀어질 수 있을까하는 자신 없는 물음에 나는 수없이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 속단하며 막상 그 가능성을 타진해보지 못했다.

요컨대 그것은 너라는 의미를 내 안에서 완전히 배제하지 못했던 나의 유약함에 대한 극단적 한 단면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단 일각이라도 너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다면 나는 날갯죽지에서 나의 나래를 가차 없이 잘라 내버릴 요량도 있었다. 그것은 내가 가없이 더 자유로워질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도 잔인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혹여 내가 너를 조금만 덜 사랑했거나, 내가 나를 조금만 덜 미워했거나, 그랬다면 나는 정녕 너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당키나 할까, 내가 너를 조금만 덜 사랑하고, 내가 나를 조금만 덜 미워할 수 있었던 것이. 다직해야 상한 마음 네게 털어놓지도 못하고 속으로만 울 거면서.

바람에 나부끼며, 사람에 부대끼며, 세상에 곱살끼며 너로부터 멀리 떠나오길 바랐다. 언젠가 함께 갔던 바다에 너만의 비밀을 병 속에 고이 담아 바다로 띄워 보낸 것처럼 나도 너만의 의미가 되어 수평선 멀리 떠나가고 싶었다. 해안선에서 멀어지는 병 속에 간직된 너만의 비밀처럼 나도 그렇게 살아가는 동안 너만의 비밀이 되어 세상을 떠돌다 너의 반대편에 도착해 마법의 봉인이 풀리듯 너를 비워내고 뿌리를 내리고 싶었다. 꽃도 피우고 향기도 품어 나의 향기를 마음 반대편에 살고 있는 네게 보내어 다시 그 향기가 너의 향기를 머금고 돌아오면 열매도 맺으리라 했었다.

너는 나를 비움과 채움의 사이라 했었다. 네 마음속에서 나를 더 이상 비워낼 수도, 더 이상 채워낼 수도 없다며 나는 네게 딱 그만큼이다 했다. 조널이 너를 연모함은 늘 내가 감당해야 하는 몫이었기에 아무 대꾸 없이 홀로 짊어지고는 가겠으나 그러한 끝없는 나의 다짐 속에서도 아프고 쓰라린 마음은 참으로 애왇브고 어엿브다.

그런 내 모습으로 인해 나는 거울을 보지 않는다. 어두운 골목길에 외로운 가로등 하나, 바람이 불지 않는 언덕에 혼자 돌고 있는 바람개비, 망망대해 위해 홀로 떠 있는 작은 별 하나, 그런 나를 보는 것은 나를 더욱 휘청거리게 할 뿐이기에 나는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이 아쳗브다.

어쩌면 얼키설키 우곡한 너와 나의 인연이 언젠가는 맞닿아 있을지도 모른다며 어리석은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기차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차창 밖의 수많은 풍경처럼 너는 그렇게 스쳐지나가는 바람일지도 모른다. 잡으려 손을 뻗치면 손가락 사이를 유유히 빠져 나가는 유체처럼 어쩌면 그런 너는 나에게 하나의 환영일지도 모르겠다. 너는 그렇게 일생동안 하나의 전설이 되어 내 안을 떠돌 것이다. 망혼이 되어 멀리 떠나지 못하고 나를 지배할 것이다.

내가 너를 떠나고자 말했을 때 넌 내게 너무 멀리는 가지 말라고 했었다. 가슴길을 따라 걸어 손닿으면 있을 거리는 아니되 행여 나를 부르는 너의 절절한 메아리가 마지막으로 당도하는 고개는 넘어가지는 말라고, 너의 메아리마저 닿지 아니하는 곳까지는 멀리 가지 말라고. 하여 나는 언제나 그 가슴재 능선 언저리서 텃밭과 화전을 일구며 살았다. 너에게서 멀어지기는 했으나 늘 가슴밭 한 귀퉁이에 너를 심고 가꾸며 보살폈다. 어떠한 확신으로 너를 떠나온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어쩌면 너를 더 사랑하기 위한 나만의「실천」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시간이 막연히 흐르고 흘러 너를 향한 시퍼런 칼날 같은 나의 마음이 무뎌졌다고 단정 지었던 그날 밤, 나는 가슴재를 넘어 너의 메아리가 미치지 않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잊고자 잊고자하면 잊을 수도 있을 것인데, 가고자 가고자하면 갈 수도 있을 것일 진데 나는 정녕 그러지 못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한번도 네게 말은 안했지만 나는 너를 늘 사랑했었다. 

그때는 그랬다. 너를 떠나 온 길이 결국 네게 이르는 길임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