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참 좋아하던 노래가 나와서, 화창한 날씨에도 괜시리 싱숭생숭 해진 마음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서영은의 "내안의 그대" 라는 노래인데, 예전에는 그저 가사는 사랑을 말하는데 참 슬프게 부르는 노래구나, 라는 정도.. 그저 좋다고 느꼇을 뿐이었는데.
'어떻하죠 사랑만도 너무 아픈데 이별은 난 모를래요.'
예전엔 몰랐는데, 오랜만에 나온 좋아하는 노래에 귀기울여 듣다보니, 느낌이 오는가사랄까, 쉽게 말하면 필이 꽂히는 가사가 이 노래에 있었다.
왜일까. 예전에는 그저 들으면서 흥얼거렸던 노래일 뿐인데.
저 가사가 많이 공감이 되고,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예전과 지금이 다른점은, 난 한 사람을 만나고 있고, 그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하고, 많이 생각하고 있다는 것.
사랑이 아프단 소리, 예전엔 몰랐다.
사람은 몇 만나봤지만, 사랑이란 감정은 느껴본적이 없었고, 그저 같이 놀고 웃고, 그러다보니 좋아하는 감정 정도는 생기는 정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은 확실하게 마음속으로 구분지어 버리는편이라, 겉으로 확실히 싫다고 말하거나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천천히 나에게서 멀어지게 만든다. 아니면, 내가 멀어져 준다.
적어도, 예전에 만났던 사람들에게는 그런 싫은 감정은 없었고, 만나서 놀고 웃었다는건, 적어도 좋아하는 감정은 있었던 것이랄까.
성희는 내가 세번째 만나는 사람이다.
솔직히 말하면, 성희를 만나고, 성희에게 사귀자고 했던건, 약간의 좋아하는 감정과, 호기심, 욕심정도.
나는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쉽게 좋아하게 되버리는 편이고, 게다가 성희는 내가 중학교때 좋아했던 사람이고, 사귀기 전에 만나지 못했던 몇년동안에도 가끔씩 떠오르고, 어릴적임에도 그나마 이성에 대한 좋아함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됀 첫 여자랄까.
사귀기 전, 몇번을 만나보고 연락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쉽게 사람을 좋아하게 되버리는 내 성격때문인지 금방 좋아하게 돼었다.
-약간의 좋아하는 감정..
이 사람에겐, 이 여자에겐 뭐가 있어서 내가 중학교때 좋아하고, 그나마 혼자 제대로 짝사랑을 해 봤던 여자를 말해보라면 이 사람의 이름이 나오는지 궁금했다. 또, 어떤 인연이길래 이렇게 6년이 지나서도 우연히 연락이 되고 만나게 된걸까.
-호기심..
개인적으로 욕심이 많은 편이다. 성희를 만나다보니, 성희 주위엔 많은 남자들이 있었고, 그런 가운데에도 성희는 혼자였다.
이 사람을 한번 내 옆에 두고싶었다.
내 첫 짝사랑을 내 옆에 한번쯤은 두고싶었다.
-욕심..
그 외에도 여러가지 감정이 많았겠지만, 100일도 더 지난 예전의 일이라 다른 감정은 어땟었는지 잘 생각이 나질않는다.
그리고, 만나자고 말해야지, 사귀자고 말해야지, 기회를 잡아야지.
라고 생각을 하고 있던 하루하루, 기회는 준비하는 자의 것이라고.
결국 기분 좋을 정도로 술을 마신 밤. 난 성희에게 사귀자고 말했고.
결국 우리는 연인사이가 돼었다.
그리고 하루하루, 행복했다.
사귄다는 것 자체가 행복했고,
문자에도, 전화에도, 만나는 일에도 행복했다.
그런데, 성급했던 걸까.
친구로 지낼때와 연인사이로 지낼때는 달랐다.
다른 사람과 사귈때와도 달랐다.
친구 사이일때는, 성희에게 연락이 오질 않아도 신경쓰이지 않았고, 다른 남자들을 만나러 다녀도 신경쓰이지 않았다. 툭툭 내뱉는 한마디에도 신경쓸 필요가 없었다.
그저 친구였으니까.
그런데, 연인 사이가 되니 신경이 쓰였다.
내가 연락을 안하면 먼저 연락오는 일도없었고, 술은 얼마나 많이 마시는지, 다른 남자들은 주위에 왜 그리 많은지, 툭툭 내뱉는 말은 날 왜그리 신경쓰이게 하는지.
다른 사람과 사귈때와 많이 달랐다.
성희를 만나기 전의 두사람. 그 두사람과는 달랐다.
그 사람들은 내가 보기에 내가 그사람들을 좋아했던 것보다는 훨씬 더 나를 좋아했다. 도끼병일지도 모르겠다.
가끔씩은 지겨울 정도로 문자가 왔고, 연락도 오고, 주위 남자들은 알아서 정리도 하고, 그 사람들은 그저 친구일뿐이라는 걸 확실히 보여주거나 신경쓰이지 않게했다. 술자리도 그렇게 많이 가지는 편이 아니었고, 술자리를 같이 가지는 지인들은 전부 내가 아는 사람들이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도 날 좋아한다는게 느껴질 정도였다.
지금까지 사람을 사귄다는 거, 쉽게보고 있었는데.
아니었다.
처음엔 신경이 쓰였다.
그리고는 짜증이 났다.
그 짜증들은 쌓이고 쌓여 불만이 되었다.
그렇게 쌓인 불만들은 나를 힘들게 했다.
나를 좋아하는지가 궁금했다.
사귀기 전날밤 성희에게 들었던 말들이 떠올랐다.
"나 사겨서 오래간적 없어. 100일넘어 간적없어"
"헤어지기 힘들기 전에 사귀지 말자"
상관없다고 했다. 내가 행복하게 해주겠다고했다. 나만 믿으라고했다. 내가 오래가게 하겠다고 했다. 왜 사귀기 전부터 헤어지는 걸 전제로 하느냐고 다그쳤다. 그냥 행복하게 사귀면 되는것 아니냐고했다.
그런데, 힘들었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지 모르면서 사귄다는것.
힘든일이었다.
처음 시작할떈 그저
"나만 좋아하면 돼.
좋아하게 만들면돼.
얘는 나 좋아하든 말든 상관없어"
철없는 소리었다. 뭣 모르는 소리였다.
정말 힘들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사귀는게,
하루하루 힘든것을 버티는 일이돼었다.
아무런 불만도 말하지 않고,
전혀 힘들지 않은 것처럼, 그저 웃으면서 버텼다.
그 힘든것들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다른 여자들과 모임, 미팅이나 소개팅,
성희가 알게도, 모르게도 가졌다.
나이트도 성희 모르게 자주갔다.
클럽에 가서 춤추고 와서 다음날 모른 척 전화한적도 많았다.
그렇게 벗어났다가도.
또다시 힘들어졌다.
벗어나는건 잠시 뿐일뿐,
내가 항상 만나고 있는 사람은 성희였으니까.
그런데, 그렇게 벗어나고 싶고, 힘들었는데.
문득 궁금했다.
왜 이렇게 힘든걸까. 왜 힘든데 헤어지자고 말해버리지 않는걸까.
처음 사귀기 시작할땐 약간의 좋아하는 감정, 호기심, 욕심이었는데. 그저 헤어지자고 말하면 편할텐데.
다른 여자들 만나는 것은 쉬운데.
만나서 마음 먹고 작업 들어가면, 안넘어 오는 여자가 거의없었다.
역시나 도끼병일지도 모른다고 요즘 자주 생각하고있다.
왜일까. 왜이렇게 신경쓰이고. 왜 헤어지자고 못말하는걸까.
어느새 성희를 많이 좋아하고있었다.
왜인지는 알수 없다.
.외모?
솔직히.. 내 이상형은 아니다. 중학교 졸업하고 나서 처음 만났을때, 약간이나마 실망했었다.
.성격?
... 말이 필요없다. 우선 나를 좋아하는지조차 모를정도로, 좋아한다는 감정 표현따윈없다. 고집도 세고, 잘토라지고, 까다로웠다. 무슨 말하기가 무서울 정도였다. 자기 혼자 가슴에 담고는, 어느날 폭발해서는 연락을 끊어버리니까.
.항상 연락하고 만나서?
아니다. 난 싫은 사람은 싫은 주의라서, 우선 싫은 사람과는 연락도 안해버리고, 만나는 것도 싫어한다.
물론 연락오면 웃어주고, 만나면 잘 놀아주지만, 결국엔 멀어진다.
그런데, 어느새 많이 좋아하고있었다.
항상 성희 생각뿐이었다.
뭘했는지, 뭘하는지, 뭘할껀지.
함께 했던일들이 떠올랐다.
좋은 곳이 소개되면, 가장 먼저 성희가 떠올랐다.
다른 여자들을 만나고있거나, 놀고있는데도 성희가 떠올랐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얘는 일어났나?
밥을 뭐 먹을지 고민하다가, 얘는 밥을 먹었나?
술 마시고 집에 들어가는길에, 얘는 자나?
왜 좋아하는걸까.
한참 생각했다. 궁금했다.
그렇게 생각하다가.
생각에 끝에서 잡은 결론은.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건,
결코 외모나 성격을 좋아하는게 아니다.
아무런 이유가없다.
"난 얼굴만 이쁘면 돼"
이건 우선 좋아하는지 안좋아하는지 말할 가치조차 없다.
"난 얼굴안봐. 성격이 중요해"
이건 말하기 애매하지만, 이것도 아니다.
그럼, 결국엔 무조건 착한 사람만 좋아할꺼란 소리인지.
아니면 참 취향이 특이해서 도도하고 성격까다로운 여자 정복하겠단 소리인지.
외모와 성격을 빼면 남는게 뭐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그저 끌리는 거다.
그저 내내 생각나는거다.
그게, 인연인지, 운명인지는 모르겠찌만.
그저, 아무런 이유없이 좋아하는거다.
그렇게 힘들면서.
그렇게 좋아하면서.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어느새 50일이 되었다.
그동안 많은 일이있었고, 많이 다투고 많이 싸우고, 나도 힘들었지만, 나도 성희를 많이 힘들게 했다.
50일을 맞아, 이제 앞으로는, 성희 힘들게 하지말아야지, 행복하게 해줘야지. 이렇게 생각하는 찰나에.
우린 헤어졌다.
겉으로 보기엔, 어처구니 없는 일로 깨져버린것 같았지만.
사실은,
알고 있었다.
서로가 확신이 없었다.
나도 성희가 나를 좋아하는지 몰랐지만,
성희도 내가 자신을 좋아하는지 몰랐다.
그렇게, 서로 힘들었고.
어처구니 없는 일이, 기름에 불씨를 당기듯, 그렇게 헤어졌다.
많이 아프고, 힘들었다.
"아. 속 시원하다. 이제 고민할 필요도 신경쓸 필요도없어."
정말, 1초 정도 이렇게 생각해보려했지만.
슬펐다.
화가 났다.
눈물이 흘렀다.
하느님을 믿지 않겠다고했다.
힘들었다.
죽으려고도 마음먹었지만, 부모님꼐 편지 쓰다가, 부모님께 미안해서, 차마 눈물이 나서 그렇게는 못했다.
아직도 내 책꽂이엔 그때 내 방에 가져왔던 칼이 남모르게 꽂혀서 그날을 나에게 떠오르게 해준다.
그렇지만, 슬픈것도, 화나는것도, 힘든것도 모래가 옅은 바람에 날아가듯 조금씩 사라져갔다.
그렇게 힘든채로, 조금씩 잊어가면서 조금씩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그러다가, 어느 날 미팅이 있었다.
이제 힘든것도 차츰줄고, 기분전환이나 할겸. 하고 미팅을 잡았다.
그런데, 그렇게 놀고 2차를 가게될무렵.
갑작스레 성희에게 전화가 왔다.
말이없다.
무슨일이냐고 물었다.
말이없다.
무슨일이냐고 재차물었다.
말이없다.
전화가 끊어졌다.
이젠 내가 다시 걸었다.
무슨일이냐고 물었다.
성희가 울고있었다.
어디냐고 물었다.
성희가 울고있었다.
무슨일이냐고 물었다.
성희가 말했다. 미안하다고 했다.
어디냐고 물었다.
성희가 말했다. 노원인디오라고 했다.
달려갔다. 돈이없었는데, 돈을 꿔서 달려갔다.
오늘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오늘이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또다시 하느님을 저주했다.
누군가가 있었다.
성희와 예전에 사겼던 사람이란다.
할 말이없어졌다.
그저 성희를 데리고 나오려고했다.
성희는, 술에 한참 취해, 정신이 없었다.
역시나, 그 사람이 막는다.
내일 군대 복귀란다. 이제 안나올꺼란다.
자기가 집에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원래 나 같았으면, 남자답게. 태연하게.
"아.. 그러세요" 했을텐데.
그게 아니었다. 마지막 기회였는데, 마지막으로 잡을수 있는 기회였는데 그 기회를 그렇게 보낼 수 없어서, 안된다고했다.
...
그리고는 그 남자와 시비가 붙었다.
솔직히, 평소 같았으면, 성희가 없었으면, 마지막으로 성희를 잡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그 남자. 벌써 병원에 실려보냈다.
성희랑 잘 풀었냐고 문자가 왔는데,
"친구부르냐? 그래 불러. 일진 친구들 잔뜩불러"
"..."
"그래. 넌 친구 불러. 난 경찰부를테니까"
정말,, 저런 같잖은 녀석따윈 병원에 벌써 실려보냈다..
성희 앞이니까, 마지막 기회니까, 성희가 말리니까,. 마지막 잡을 수 있는 기회니까.
욕한마디, 주먹질 한번 하지 않았다. 그저 참았다.
그러다가, 성희가 먼저 가버렸다.
정말 화가 났지만, 참았다. 망연자실해서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리고 성희의 집앞에서 성희를 만났다.
성희가,
내 가슴을 찢어놓는다,
자존심 떄문에,
하찮은 자존심 때문에,
그렇게 싸워야 했냐고 말했다.
...
난 그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는데.
자존심 따윈
성희 앞에서 버린지 오래인데.
그리고는 또다시 아파지고, 힘들어졌지만, 또다시 괜찮아져갔다.
그리고, 친구가 군대에서 휴가나오고, 클럽에 가게된날.
여자친구 한번 보고 싶었는데 벌써 깨졌냐면서 웃는 녀석의 말에 나도 웃으면서 인연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문자가 왔다.
와주면 안되겠냐는 성희의 오타 투성이 문자.
무슨일인지 전화기록을 살펴보니 전화가 몇통이나 와있었다.
연락 안하고, 받지도 않겠다는 마음에 수신거부를 해놓았는데, 문자까지 올정도면 안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얼른 전화를했다.
그런데 또다시 성희가 울고있었다.
무슨일인지 말도 제대로 못할정도로 슬프게, 서글프게 울고있었다.
지금간다고, 울지말라고, 무슨일이냐고. 어디냐고.
성희는 계속 말도 못하고 울고있었다.
왠 아주머니가 전화를 받아서, 침착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길을 가다가 안좋은 일을 당했단다.....
눈앞이 깜깜하다는게 무슨 뜻인지 그때 알았다.
다리에 힘이 빠진다는게 무슨 뜻인지 그때 알았다.
달려갔다.
속도 모르는 친구녀석들이 원망스러웠다.
이미 헤어진 여잔데, 뭐 그렇게 신경쓰냐고, 돈까지 꿔가면서 그러냐고 하는 녀석들이 원망스러웠다.
항상 입이 거칠어 성희욕을 자주하던 영서가,
헤어진 여자가 부르면 맨날 달려갈꺼냐고 했다.
군대에서 오랜만에 휴가 나온 재영이가,
이렇게 오랜만에 만났는데 분위기 꺨꺼냐고했다.
성희가 자상하다고 했던 경진이가,
뭘 그렇게 목매다냐고 했다. 짜증을 냈다.
원망스러웠다.
한마디 했다.
너네들도, 좋아하는 여자가, 아무리 헤어졌다지만 정말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는 여자가, 울면서 전화를 하면, 이유야 어쨋든지간에, 하계동이든 땅끝까지든 안달려갈꺼냐고했다.
성은이가, 유미가, 아영이가 부르는데 안달려갈꺼냐고했다.
그리고는 달려나왔다.
택시를 타고 가는데, 또다시 하느님이 방해를 하는건지.
추월을 열심히 하시던 운전기사가 실수를 했는지 사고가 날뻔했다.
차가 멈췄다. 마음은 급한데.
상대편 차에서, 왠 조폭 덩치큰 아저씨가 하나 내린다.
마구 욕을하고, 사람 죽일일 있냐 그러고, 경찰 부른다고 하고.
시간은 자꾸만 흘러가고.
마음은 너무 급한데.
지금 성희가 울고 있는데.
빨리 가야하는데.
급한마음에 태어나서 선생님과 부모님을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남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자존심따위는 생각나지 않았다.
남자는 함부로 무릎 꿇는게 아니라는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두 손을 모으고 빌었다.
제발, 제발 보내달라고.
지금 너무 급하니까 제발 보내달라고.
이유를 말해보라는 욕질에도 그저 제발 보내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
고속도로 한 한가운데서, 주위에 차들이 지나가면서 무슨 일인지 다들 쳐다보면서 지나가는데, 그저, 빌고 또 빌었다.
그 아저씨도 내 모습에 질렸는지, 욕만 몇마디 더 하고 가버린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무릎꿇고 빌었던 일따윈 생각도 않고.
그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택시 아저씨가 한마디 하신다.
"학생. 너무 인생 착하게만 살지말게..나도 그렇게 착하게 살다가 힘들었어.."
급한마음에도 살짝 웃음이 나왔다. 나 전혀 안착한데, 항상 사고만 치고 다니는데. 웃으면서 그저 알았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우여곡절끝에 도착하니, 성희가 울고있다.
펑펑 울고있다. 스스로 바보란다. 왜이렇게 늦게 왔냐고한다.
할말이 없었다.
안아줬다. 울지말라고 했다. 네 잘못 아니라고했다. 늦게 와서 미안하다고 했다.
그리고는, 잘 걷지도 못하는 성희를 집에 데려다 주고, 부모님께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고 또다시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가는데.
힘들었다.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들었다.
너무 뛰어서 다리도 아프고,
너무 두근대서 가슴도 아팠다.
정말, 내가 수신거부만 안해놨으면 더 빨리 갈 수 있었는데.
내가 성희를 힘들게 하지만 않았으면 헤어지는 일도 없었고 이런 일도 없었을텐데.
미안한 마음만 들었다.
내 자신이 미워졌다.
하느님이 미워졌다.
더러운 세상도 미웠다.
그런데.
전화위복이라고 해야하는 건지.
이 일로 성희와 다시 연락이 됐다.
그리고.
또다시 첫날 했었던 약속을 그대로 되풀이 하고.
또다시 우리둘은 사귀기 시작했다.
또다시 행복해졌다.
하지만.
다시 힘들어졌다.
행복한데, 힘들어졌다.
헤어지고 나서 많은 생각을 했었다.
사귀는 동안의 우리의 관계, 내가 가진 성희에 대한생각, 변해야 할 내 모습이나 성희에 대한 마음 등등.
그렇게 많은 생각을 했었던 덕분인지.
다시 사귀는 우리 관계는 헤어지기 전보다 훨씬 좋았고, 친구에서 연인으로 많이 다가간 느낌이었다.
그런데, 불만은 또다시 생겨났다.
성희의 행동은 변한게 없었다.
여전히 연락은 안오고, 연락하기도 힘들고, 만나기도 힘들고, 술자리는 더 많아지고, 주위의 남자들도 여전히 많았다.
그리고,
여전히 성희가 날 좋아한다는건 느낄수 없었다.
문제는,
내가 성희를 좋아하는 마음은 더 깊어져서,
더 힘들어졌다.
저런것에 신경쓰는 내 모습이 집착같았다.
저런것에 신경쓰는 내 모습이 소심해보였다.
저런것에 신경쓰는 내 모습이 짜증났다.
내가 바보 같았다. 그게 내 마음에 상처 입히고, 그게 아팠다.
그런데,
그렇게 마음에 쌓이고 쌓이던 불만이 굳은살이 돼었다.
그렇게 마음에 상처 입히던 불만들에 딱지가 앉았다.
그 굳은살과 딱지들의 이름은.
적응이었다.
그저 적응하기로했다.
연락이 안오면 내가 연락을 하면된다.
연락을 받을 수 있는 시간에 맞춰서 약속 없는 이른 아침과 약속 끝난 밤에만 하면된다.
만나려면 그냥 성희 약속 없는 시간에 집앞에 찾아가면 된다.
술자리는 나도 자주 가진다.
주위 이성들은 나도 많다.
그런데,
저렇게 약속 없는 시간을 피하고,
나도 그렇다고 위안을 하다보니,
내가 작아졌다.
그래도 항상 옆에 있다는 남자친구인데,
다른 일보다 우선이 되지 못하고,
그저 약속 없는 시간을 피해 연락하고,
그저 약속 없는 시간을 피해 만나는,
다른 일 없을때 만나는 그런 존재가 됐다는게.
약간은 서글펐다.
...
그런데,
내가 작아져서 그런건지,
내 안에 있던 성희도 작아졌다.
약속이 있는 시간엔 연락하지 않으려 아예 생각도 하지않고,
그렇게 성희생각 하지않고 친구들하고 놀다가 또 잊어버리고,
아침과 밤엔 꼬박꼬박 하던연락이,
이젠 아침이나 밤중 한번만 연락하게 되고,
하루쯤 성희 생각안하고 연락안하고 지내도 혼자 잘 지내는 애니까, 얘도 내 생각안하고 잘 지내고 있겠지 라고 생각하게됐다.
만나서 놀자는 말도 잘 하지 않게 됐다.
그저 약속이나 술자리 없는 밤에 한시간 정도 살짝 불러서 같이 얘기하거나 걷는것이면 충분했다.
어차피 만나서 놀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술마신다는 밤이면 집에 잘들어갔냐는 문자한통이면 됐다.
누굴만난다면 그저 잘 놀다오라는 문자한통이면 됐다.
그렇게, 항상 생각나고 항상 내 일상의 전부였던 성희가.
조금씩 작아졌다.
내가 작아지고, 내 안의 성희가 작아지다가,
결국엔 내 불만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내가 미팅에 보충으로 나가게 된날 밤이었다.
성희는 술약속이 있단다.
그래, 너는 술마셔라, 나는 미팅나간다.
나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죄책감이 많이 들었지만,
커플링을 빼고 나갔다.
어차피 한쪽은 끼지도 않는 반지 나라고 꼬박꼬박 낄 필요없다.
이런 생각하는 내가 정말 미웠고, 죄책감이 들고, 스스로 소심하다고 생각하며 화가 났다..
반지를 빼는데, 내내 빼지않았더니 손가락에 자국이 남았다.
자국을 지우려고 손가락을 몇번 문지르는데, 문지르면서 서서히 없어지는 자국이, 마치 내가 성희를 지워버리고 있는것 같았다.
슬펐다.....
나간 미팅자리엔, 우연히도 내가 전에 지하철에서 보고 이상형이라고 느꼇던 여자가 있었다.
성희는 잊어버린채 열심히 놀아 버렸다.
그러다 시계를 보니 12시. 지금쯤은 집에 들어갔으려나 싶어서 성희에게 잘 들어갔냐고 문자를 보냈다.
그러자 왠일인지, 1분도 지나지 않아 전화가 왔다.
평소엔 먼저 연락하던 일이 없었는데, 뭔가 눈치챈걸까 싶기도 하고, 미팅 분위기를 꺠고 싶지 않아 무시해버렸다.
전화는 두번 울리고 더 이상 울리지 않았다.
뭔가 나쁜일이 생긴건 아닐까, 살짝 그런생각이 들었지만, 그러면 문자보냈겠지 라는 생각이 들어 무시하고 넘어갔다.
그리고 미팅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길, 새벽 1시가 넘어간 시간이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걸게 되었다.
"전화기가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불안했다. 뭔가 나쁜일이 생긴건 아닐까.
나쁜일이 생겼다고 연락한건데, 술마시고 논다고 전화 무시해버린거면 어쩌나 싶었다.
전화기는 다음날 오후까지도 꺼져있었다.
난 불안한 마음에, 성희 어머니 폰에도 전화를했지만, 어머니도 받지 않으셨다.
답답했다.
그러던 중에 드디어, 성희와 통화가 되고, 아무일도 없었다는 말에,긴장이 풀리면서 나도 모르게 화를 내버렸다. 그리고 끊어버린 전화.
끊고났지만, 여전히 마음의 답답함은 풀리지 않았다.
적어도 문자라도 한통해줬으면 이렇게 불안하고 답답한 일은 없었을텐데, 친구와 같이 있었다면서 핸드폰을 빌려서라도 문자 못했던 걸까. 내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았겠지. 그저 생각도 안하고 신나게 놀았겠지.
짜증이 나고, 답답하고, 불만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번 일로 그냥 헤어지라고, 이런 일 지겹지도 않냐고 했다.
연락안하고 자기 마음대로 노는게 하루 이틀이냐고 했다.
이제 이런일로 짜증내고 답답해 하지 말고 헤어지라고 했다.
잠시, 한동안 생각을 했다.
그동안 있었던 일을 생각했다.
그동안 작아지던 나와 내속에 있던 성희.
이렇게 작아지기만 하고 계속 불만이 쌓일 바엔, 그냥 헤어져 버리는게 낳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귀면서 기쁜일들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불만들만 떠올랐다.
뭔가 결론을 지을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문자를 보냈다.
어제오늘 있었던 일 한번 생각해보라고, 걱정 그렇게 하는 사람 맘은 생각도 안하고 연락 한통도 없냐고.
그러자, 성희도 성희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배터리가 다 되고, 시간이 없어서 연락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그 이유를 들어도 답답함과 짜증은 풀리지가 않았다.
그리고, 성희의 문자에서, 헤어지자는 듯한 느낌이 느껴졌다.
"서로 다른 곳을 향하고 있는것 같다.."
가슴이 아팠다. 슬펐다.
또다시 이렇게 내 마음을 모르고, 이렇게 멀어지고 작아지다가 헤어지는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
정말, 정말 헤어질꺼면 차라리 내 마음이라도 알고 헤어지자는 생각에, 예전에 싸이에 혼자 써뒀던 편지를 보라고 했다.
정말 답답한 마음에, 그동안 쌓이고 쌓이던 불만에 썻던 편지를, 내 마음도 몰라주는 성희가 미워서 혼자 몰래 썻던 그 편지를 보라고 하고 나니 차라리 후련했다.
그런데, 후련한데, 계속.
가슴이 떨렸다.
자꾸만 가슴이 물었다.
정말 이렇게 헤어질꺼냐고.
정말 좋아하면서 왜그러냐고.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불만들때문에 힘든것보다도,
성희가 내 속에서 작아져 가는 게 너무 슬프고 힘들다고.
그렇게 좋아하던 사람이 이렇게 작아져가는게 보고 있기가 싫다고.
그러다가,
성희에게 문자가 왔다.
문자가 왔다는 알림에, 가슴이 떨렸다.
이렇게 끝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봤어. 미안해. 힘들게 해서. 헤어지자.
이런 문자일까봐 무서웠다.
힘들어서 헤어질꺼라고 속여봐도, 내 마음은 속지 않았다.
여전히 좋아하고 있었다...
편지 잘봤어, 힘들게 해서 미안해, 나 변할께. 노력할께.
기뻣다. 행복했다.
변한다는 저 문자의 내용보다,
그저 헤어지자는 말이 안나왔다는게,
정말, 끝이 아니라는게,
너무 행복했다.
내가 결론을 짓자고 문자를 보내놓고는,
헤어지자는말 없는 문자에,
그저 미안하고 변한다는 문자에,
행복했다.
하지만
변한다는 문자의 내용.
날 불안하게 만들었다.
변하기 힘들텐데,
힘겨움에 그냥 떠나버리면 어쩌나.
그냥 변하지 않고 내 옆에만 있어줬으면 좋겠는데.
이미 적응 할대로 다해서 힘들지 않은데...
정말 좋아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한번 당해서 그런지,
정말 그리던 사람과 다시 만나게 되서 그런지.
내 마음은 이별을 너무나 무서워해서.
그저 바라는 것 없이 내 옆에 있어줬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
설사 내 존재가 작아지고, 내 안의 그사람이 작아진다 해도.
그 사람이 작아지는걸 보고 있는게 힘들다고 해도.
그저 내 옆에만 있어줬으면 하는 바램뿐이었다.
그 다음날부터 성희는 달라지려고 했다.
그리고 그 달라지려는 모습에,
난 행복을 느꼇지만,
이 행복이 상대방이 변하면서 느끼는 행복이란것에,
이기적인 행복이라고 생각해서,
여전히 가슴이 아팠다.
그 이기적인 행복안에서,
성희는 조금씩 내 마음안에서 커져갔다.
그런데,
정말 좋아한다면,
상대방의 모습이 변하지 않더라도,
그 변하지 않는 모습에도,
내가 힘들어도,
그저 해바라기 같이 바라보기만 하면서도,
자신안에 있는 상대방을 작아지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들었다.
성희의 생각은 다른것 같았다.
상대방을 정말 진심으로 좋아한다면,
그 사람을 위해서는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도 성희를 위해서라면
내 스스로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그래야 한다.
그런데, 성희의 말이 맞는데,
난 성희가 변하면서 힘들어 하고,
내 눈치를 보는게,
싫다..
이런걸 이기적이라고 하는걸까...
그리고 그런 일들이 지나가면서, 100일이 다가왔다.
행복했다. 어느새 100일이라는 생각에 행복했다.
그런데, 불안했다. 고민이 많아졌다.
이런 관계로 계속 가도 되는걸까, 이렇게 100일이 지나서 200일 300일이 가도되는걸까.
차라리 100일이 되기 전에 헤어지고, 아직 한번도 못가봤다던 첫100일은 성희를 더 잘챙겨주는 남자와 가게 해야 하는거 아닐까.
행복한 가운데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뭘까
...
성희가 날 좋아하는지 알수가 없었다.
잘 느껴지지 않았다.
날 좋아한다고 한마디라고 해줬으면 차라리 낳을것같았다.
가끔은 성희와 내가 서로 바뀌어서.
나는 성희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자주 하니까.
성희는 그 좋아한다는 말에서 진심을 볼 수 없다고 하지만.
그렇게 성희와 내가 서로 바뀌어서.
진심이 보이지 않더라도 나를 좋아한다는 말을 한번만이라도 해줬으면 했다.
성희도, 생각이 많아보였다.
100일이 되기 몇일전부터, 전화를 해도 항상 생각이 많아 보이는 목소리였고, 그런 목소리에 나도 할말이 별로 없어 대화도 별로 하지 않고 끊어버리는 일이 많았다.
정말, 헤어질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내 마음이 막아섰다.
성희가 나를 좋아하는지 모른다는 이유로,
그렇게 헤어져야 겠냐고,
좋아한다고 그렇게 말하더니 그것밖에 안되냐고 했다.
정말 좋아한다면,
성희가 나를 좋아하는게 느껴지지 않더라도.
그것 때문에 힘들더라도,
성희는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도록 해줘야한다고 했다.
상대방이 그 마음을 못느낄때,
나에게 그 마음을 느끼게 해줄 만한 감정이 없을때,
그때 헤어짐을 말하라고 했다.
아직은,
아직은 시간이 남아있었다.
적어도,
적어도 내가 성희를 좋아하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 생각이 많던 날들이 지나서,
100일이 왔다.
100일은 행복했다.
사랑이 병원가기, 노래방, 식사, 영화까지.
그동안 잠시잠시만 보던 성희와 100일이라고 하루종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에 기쁘고 행복했다.
그리고 가진 술자리.
성희에게 솔직히 얘기했다.
난, 니가 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
그래서 100일 오기 전에 생각이 많았다고.
하지만 100일이 왔으니, 앞으로도 잘 지내자고.
이런 말 하면서도.
뭔가 스스로 이상했다.
나를 좋아해주는지 모르겠는데 100일지나서 앞으로도 잘지내자.
이건 넌 나 안좋아해도 돼. 나만좋아할래.
넌 나 안좋아하니까
그냥 우리 이대로 발전없이 쭈욱 사귀자.
라는 소리와 다름없이,
철없는 소리 같았지만.
그거 외에는 다른 할 말이 없었다.
정말 저것뿐이 할 말이 없었으니까.
날 좋아해줘.
라고 말하는건 더 철없어 보였으니까.
그리고,
성희가 술을 한컵을 잔뜩 들이키더니.
헤어지자.
...
성희가 울기 시작했다.
내 가슴은 떨려왔다.
100일이 되기 전에 그렇게 이별을 생각했는데.
그렇게 생각한 이별이
성희의 입에서
말로 구체화 되서 내 귀로 들어오자.
또다시 떨려왔다.
헤어지자.
이유가 뭔데.
나도 생각많이 했어.
이유가 뭔데.
나 다른남자 생겨서 이러는거 아니야.
이유가 뭔데.
너도 나랑 사귀는거 힘들잖아, 나도 너랑 사귀는거 힘들어..
진짜 이유가 뭔데.
...
하나만 묻자
...응
너 나 정말 안좋아해서 이런말 하는거야?
...응
순간, 이제 잡을 마음이 사라졌다.
아니 잡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잡는다고 잡힐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헤어지거나, 친구로 지내자.
내가 너랑 친구로 지낼수 있을것같아?
헤어지거나, 친구로 지내자.
서로 고민들어주자고? 될것같아? 전화할때마다 안힘들것같아?
헤어지거나, 친구로 지내자.
... 그래, 헤어지자.
성희가 더 펑펑 울기 시작했다.
성희를 안아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안아줬다.
앞으로는 이렇게 안아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차라리 성희가 이별을 더 오래 말했으면 했다.
그래야 더 안고 있을 수 있을테니까.
나, 헤어지면 힘들까봐.......
헤어지자.
그래서 친구로 지내자고.....
헤어지자.
한거라고.....
헤어지자.
담담하게, 조용히 말했다.
가슴은 슬퍼서 펑펑 울고있는데,
내 생각은 조용히 입을 통해서 아무일 없다는 듯 말하고있었다.
나 너랑 친구로는 못지내겠다.
친구로 지내면서 통화하거나 만날때마다
우리 사겼던 때 떠오를것 같아서
너랑 친구로는 못지내.
서로 고민들어주고 그런거 못하겠다.
정말 친구로 지내고 싶으면,
내가 먼저 연락하는 일은 없을테니까,
니가 연락하면 내가 꼭받을께.
그리고 우리 사랑이 잘 보살펴주라.
이제 아빠는 없지만 엄마가 더 잘해줘야지.
그리고 나 여기서 잃어설텐데,
그 다음에 문자 하지마.
나 예전에 헤어지고나서 날아온 니 문자보면서.
핸드폰 열때마다 그거 보면서 며칠동안 힘들었서.
아예 여기서 끝내자.
너 나랑 떨어져있으면 항상 어디 다치거나 안좋은일생기더라.
나 없어도 잘지내고.
무슨 일 생기면 연락해.
알았지?
너 정말 내가 헤어지자는 이유 모르겠어?
뭔데?
...
뭔데?
...
정말 궁금해. 뭔데?
...
그 이유가 정말 궁금했다. 뭘까.
아무래도 나랑 사귀면서 힘들어서 헤어지자 는 이유가 정말 아닌것 같았기에.
그런걸로 헤어지자는 애가 아닌 걸 알기에.
그냥 모른척 헤어지려고 했던건데..
나 먼저 일어설께.
아니야. 집에 데려다줄께.
됐어 됐어.
아니야. 집에 데려다줄꼐.
나 화장실.
...
계산을 하려고 지갑을 꺼내드는데,
그게 문득 오늘 성희에게 받은 지갑이란게 떠올랐다.
그리고 계산을,
성희가 지갑에 넣어준 3만원으로 해버렸다.
더 이상 가지고 있고 싶지 않아서.
...
성희를 기다리면서 엘레베이터 앞에서 담배를 꺼내무는데,
왜일까.
가슴이 미쳐서 발버둥을 치는데.
생각은 너무나도 조용해서.
아무런 생각없이.
그저 담배만 피웠다.
그리고 성희와 함께 타고 내려오는 엘레베이터.
그 안이.
그렇게 남남이 되서 타는 엘레베이터 안이.
그렇게 조용하고
그렇게 어색할 수가 없었다.
내려와서 앞서 내려가는 성희의 팔목을 잡았다.
놓으라는 성희의 말.
자기가 잡겠단다.
그래, 그 만큼이라도 얘기를 더 할 수 있으니 상관없다.
괜시리,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싶어서.
아까 안에서 했던 얘기를 또한다.
아까했던 얘기라며,
손을 놓고 매몰차게 돌아서려는 성희의 팔을 잡았다.
그럼 이제 정말 남남이다. 잘있어
그렇게 성희를 놔둔채 걸어가는데,
마음에 홍수가 났는지,
가슴에서 부터 물이 차올라서는 머리까지 차올랐는지,
눈에서 몇방울 물이 흘러내렸다.
커플링을 빼서 길가에 던져버렸다.
어디로 굴러갔는지,
어디에 떨어졌는지,
그러다 문득, 아까 얘 술 많이 마셨는데, 집에는 잘가려나 싶어서 조용히 돌아서서는 아까 헤어졌던곳으로 멀찍히 떨어져서 걸어갔다. 택시 잡는 모습이라도 봐야겠다는 생각에.
성희는 택시 잡을 생각도 없이 그저 펑펑 울고만 있었다.
...집에는 데려다 줘야겠네 싶어 갔는데. 그렇게 갔는데.
성희의 팔을 잡고는.
데려다 줄께.
됐어. 나 다른데 갈꺼야.
실랑이를 하다가.
내 입에서 나온말은.
그 동안 조용히 있던 생각이 한 말이었다.
그저 집에 데려다 주려고 갔는데.
그저 조용히 있던 생각이 말했다.
나 한번만 잡아주라.
나 아까전에 너한테 이제 이별이라고 할 얘기 다 해놔서
내가 널 잡지는 못하겠다.
내가 전에 편지에 나한테 좋아한다는, 사랑한다는 소리,
한번만 해달랬는데,
한번도 넌 그런 소리 한적없지.
그러니까 대신에 한번만 잡아주라.
다리가 떨렸다. 가슴이 너무 뛴다. 제발 한번만.
그렇게 담담하게 이별할꺼라고 쭈욱 생각해놨으면서.
그렇게 담담하게 이별을 말해놓고.
제발 한번만.
잡고 말고가 어딨어 바보야.
서로 좋아하는지 모르는데 왜 사겨.
왜 나 힘들게 했어...
...
성희랑 사귄지 100일이었지만,
100일동안 저 말이 끝난뒤 펑펑 우는 성희를 안고 있는 시간만큼 행복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100일만에
난 성희가 날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3일전 아침부터 난 급성 위염을 앓았다.
예전에도 한번 앓은 적이 있어서, 왜 아픈지 뭘 해야 아는지 다 아는 병이지만, 지독하게 아픈건 사실이다.
전에 앓았을땐, 출석해야 하는 교수 수업 때문에 아픈것을 참고 학교에 갔었는데, 조퇴하고 나오다가 길바닥에 쓰러진적도 있었다.
주위에 아무도 없어서 혼자 겨우 일어나서 택시 타고 병원갔었다.
어쩃든,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약을 받고, 급성 위염은 빈혈끼가 있을때 잘 온다는 걸 알기 때문에 집에 전에 사둔 빈혈약도 챙겨먹고, 그렇게 집에 누워있었다.
약먹고 자고 일어나고 약먹고 자고 일어나고.
그렇게 하다보니 친구들이나 성희한테 연락도 못하고 하루 아침, 낯 , 저녁이 꼬박 갔다.
그날 만나기로 한 친구녀석이 있는데, 초등학교 동창이어서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건데 아파서 못 나가게 되었다.
그녀석 나 본다고 노원까지 왔는데, 연락도 없이 하루종일 누워있다가 노원이라고 어디냐고 묻는 말에, 아차 싶어서 나 아파서 하루 종일 누워있었다고 하니까
"개새끼. 담에 보지뭐. 얼른 낫아라."
욕질을 해도 걱정하는 마음이 느껴지는게 고마웠다.
그리고 11시쯤 되니까 경진이와 영서한테도 전화가 오고, 나 아파서 오늘 피씨방 출석 못한다고 하니까.
"병신 또 땅에 뭐 줏어먹어서 위염이야"
"형 아프다.."
"아나 병신. 얼른 낫아라. 낼 놀러갈께"
역시나 욕질을 해도 걱정하는 마음이 느껴지는게 고맙긴 했는데 고마운게 아까보단 덜하다.
어쨋든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는데, 낯에 하도 자서 그런지 잠은 안오고 속은 너무 아프고 해서 성희한테 하루종일 연락 못했는데 연락은 해야하나 싶었다.
그런데,
어차피 전화해봤자 아파서 말도 길게 못할텐데,
원래 아픈거 남들한테 티내지 않고 참는게 버릇이고,
또 아프다 그러면 걱정할것같아서,
몸 낫고 내일 연락해야지 싶어서,
그냥 라디오를 들으면서 밤을 새버렸다.
그런데,
전에는 급성위염이 주사맛고 약 한두첩 먹었더니 땡 하고 낫았는데, 이번엔 자고 일어나도 안 낫는다.
문득 라디오를 듣고 있다가.. 예전에 참 좋아하던 노
문득 라디오를 듣고 있다가..
예전에 참 좋아하던 노래가 나와서, 화창한 날씨에도 괜시리 싱숭생숭 해진 마음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서영은의 "내안의 그대" 라는 노래인데, 예전에는 그저 가사는 사랑을 말하는데 참 슬프게 부르는 노래구나, 라는 정도.. 그저 좋다고 느꼇을 뿐이었는데.
'어떻하죠 사랑만도 너무 아픈데 이별은 난 모를래요.'
예전엔 몰랐는데, 오랜만에 나온 좋아하는 노래에 귀기울여 듣다보니, 느낌이 오는가사랄까, 쉽게 말하면 필이 꽂히는 가사가 이 노래에 있었다.
왜일까. 예전에는 그저 들으면서 흥얼거렸던 노래일 뿐인데.
저 가사가 많이 공감이 되고,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예전과 지금이 다른점은, 난 한 사람을 만나고 있고, 그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하고, 많이 생각하고 있다는 것.
사랑이 아프단 소리, 예전엔 몰랐다.
사람은 몇 만나봤지만, 사랑이란 감정은 느껴본적이 없었고, 그저 같이 놀고 웃고, 그러다보니 좋아하는 감정 정도는 생기는 정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은 확실하게 마음속으로 구분지어 버리는편이라, 겉으로 확실히 싫다고 말하거나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천천히 나에게서 멀어지게 만든다. 아니면, 내가 멀어져 준다.
적어도, 예전에 만났던 사람들에게는 그런 싫은 감정은 없었고, 만나서 놀고 웃었다는건, 적어도 좋아하는 감정은 있었던 것이랄까.
성희는 내가 세번째 만나는 사람이다.
솔직히 말하면, 성희를 만나고, 성희에게 사귀자고 했던건, 약간의 좋아하는 감정과, 호기심, 욕심정도.
나는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쉽게 좋아하게 되버리는 편이고, 게다가 성희는 내가 중학교때 좋아했던 사람이고, 사귀기 전에 만나지 못했던 몇년동안에도 가끔씩 떠오르고, 어릴적임에도 그나마 이성에 대한 좋아함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됀 첫 여자랄까.
사귀기 전, 몇번을 만나보고 연락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쉽게 사람을 좋아하게 되버리는 내 성격때문인지 금방 좋아하게 돼었다.
-약간의 좋아하는 감정..
이 사람에겐, 이 여자에겐 뭐가 있어서 내가 중학교때 좋아하고, 그나마 혼자 제대로 짝사랑을 해 봤던 여자를 말해보라면 이 사람의 이름이 나오는지 궁금했다. 또, 어떤 인연이길래 이렇게 6년이 지나서도 우연히 연락이 되고 만나게 된걸까.
-호기심..
개인적으로 욕심이 많은 편이다. 성희를 만나다보니, 성희 주위엔 많은 남자들이 있었고, 그런 가운데에도 성희는 혼자였다.
이 사람을 한번 내 옆에 두고싶었다.
내 첫 짝사랑을 내 옆에 한번쯤은 두고싶었다.
-욕심..
그 외에도 여러가지 감정이 많았겠지만, 100일도 더 지난 예전의 일이라 다른 감정은 어땟었는지 잘 생각이 나질않는다.
그리고, 만나자고 말해야지, 사귀자고 말해야지, 기회를 잡아야지.
라고 생각을 하고 있던 하루하루, 기회는 준비하는 자의 것이라고.
결국 기분 좋을 정도로 술을 마신 밤. 난 성희에게 사귀자고 말했고.
결국 우리는 연인사이가 돼었다.
그리고 하루하루, 행복했다.
사귄다는 것 자체가 행복했고,
문자에도, 전화에도, 만나는 일에도 행복했다.
그런데, 성급했던 걸까.
친구로 지낼때와 연인사이로 지낼때는 달랐다.
다른 사람과 사귈때와도 달랐다.
친구 사이일때는, 성희에게 연락이 오질 않아도 신경쓰이지 않았고, 다른 남자들을 만나러 다녀도 신경쓰이지 않았다. 툭툭 내뱉는 한마디에도 신경쓸 필요가 없었다.
그저 친구였으니까.
그런데, 연인 사이가 되니 신경이 쓰였다.
내가 연락을 안하면 먼저 연락오는 일도없었고, 술은 얼마나 많이 마시는지, 다른 남자들은 주위에 왜 그리 많은지, 툭툭 내뱉는 말은 날 왜그리 신경쓰이게 하는지.
다른 사람과 사귈때와 많이 달랐다.
성희를 만나기 전의 두사람. 그 두사람과는 달랐다.
그 사람들은 내가 보기에 내가 그사람들을 좋아했던 것보다는 훨씬 더 나를 좋아했다. 도끼병일지도 모르겠다.
가끔씩은 지겨울 정도로 문자가 왔고, 연락도 오고, 주위 남자들은 알아서 정리도 하고, 그 사람들은 그저 친구일뿐이라는 걸 확실히 보여주거나 신경쓰이지 않게했다. 술자리도 그렇게 많이 가지는 편이 아니었고, 술자리를 같이 가지는 지인들은 전부 내가 아는 사람들이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도 날 좋아한다는게 느껴질 정도였다.
지금까지 사람을 사귄다는 거, 쉽게보고 있었는데.
아니었다.
처음엔 신경이 쓰였다.
그리고는 짜증이 났다.
그 짜증들은 쌓이고 쌓여 불만이 되었다.
그렇게 쌓인 불만들은 나를 힘들게 했다.
나를 좋아하는지가 궁금했다.
사귀기 전날밤 성희에게 들었던 말들이 떠올랐다.
"나 사겨서 오래간적 없어. 100일넘어 간적없어"
"헤어지기 힘들기 전에 사귀지 말자"
상관없다고 했다. 내가 행복하게 해주겠다고했다. 나만 믿으라고했다. 내가 오래가게 하겠다고 했다. 왜 사귀기 전부터 헤어지는 걸 전제로 하느냐고 다그쳤다. 그냥 행복하게 사귀면 되는것 아니냐고했다.
그런데, 힘들었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지 모르면서 사귄다는것.
힘든일이었다.
처음 시작할떈 그저
"나만 좋아하면 돼.
좋아하게 만들면돼.
얘는 나 좋아하든 말든 상관없어"
철없는 소리었다. 뭣 모르는 소리였다.
정말 힘들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사귀는게,
하루하루 힘든것을 버티는 일이돼었다.
아무런 불만도 말하지 않고,
전혀 힘들지 않은 것처럼, 그저 웃으면서 버텼다.
그 힘든것들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다른 여자들과 모임, 미팅이나 소개팅,
성희가 알게도, 모르게도 가졌다.
나이트도 성희 모르게 자주갔다.
클럽에 가서 춤추고 와서 다음날 모른 척 전화한적도 많았다.
그렇게 벗어났다가도.
또다시 힘들어졌다.
벗어나는건 잠시 뿐일뿐,
내가 항상 만나고 있는 사람은 성희였으니까.
그런데, 그렇게 벗어나고 싶고, 힘들었는데.
문득 궁금했다.
왜 이렇게 힘든걸까. 왜 힘든데 헤어지자고 말해버리지 않는걸까.
처음 사귀기 시작할땐 약간의 좋아하는 감정, 호기심, 욕심이었는데. 그저 헤어지자고 말하면 편할텐데.
다른 여자들 만나는 것은 쉬운데.
만나서 마음 먹고 작업 들어가면, 안넘어 오는 여자가 거의없었다.
역시나 도끼병일지도 모른다고 요즘 자주 생각하고있다.
왜일까. 왜이렇게 신경쓰이고. 왜 헤어지자고 못말하는걸까.
어느새 성희를 많이 좋아하고있었다.
왜인지는 알수 없다.
.외모?
솔직히.. 내 이상형은 아니다. 중학교 졸업하고 나서 처음 만났을때, 약간이나마 실망했었다.
.성격?
... 말이 필요없다. 우선 나를 좋아하는지조차 모를정도로, 좋아한다는 감정 표현따윈없다. 고집도 세고, 잘토라지고, 까다로웠다. 무슨 말하기가 무서울 정도였다. 자기 혼자 가슴에 담고는, 어느날 폭발해서는 연락을 끊어버리니까.
.항상 연락하고 만나서?
아니다. 난 싫은 사람은 싫은 주의라서, 우선 싫은 사람과는 연락도 안해버리고, 만나는 것도 싫어한다.
물론 연락오면 웃어주고, 만나면 잘 놀아주지만, 결국엔 멀어진다.
그런데, 어느새 많이 좋아하고있었다.
항상 성희 생각뿐이었다.
뭘했는지, 뭘하는지, 뭘할껀지.
함께 했던일들이 떠올랐다.
좋은 곳이 소개되면, 가장 먼저 성희가 떠올랐다.
다른 여자들을 만나고있거나, 놀고있는데도 성희가 떠올랐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얘는 일어났나?
밥을 뭐 먹을지 고민하다가, 얘는 밥을 먹었나?
술 마시고 집에 들어가는길에, 얘는 자나?
왜 좋아하는걸까.
한참 생각했다. 궁금했다.
그렇게 생각하다가.
생각에 끝에서 잡은 결론은.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건,
결코 외모나 성격을 좋아하는게 아니다.
아무런 이유가없다.
"난 얼굴만 이쁘면 돼"
이건 우선 좋아하는지 안좋아하는지 말할 가치조차 없다.
"난 얼굴안봐. 성격이 중요해"
이건 말하기 애매하지만, 이것도 아니다.
그럼, 결국엔 무조건 착한 사람만 좋아할꺼란 소리인지.
아니면 참 취향이 특이해서 도도하고 성격까다로운 여자 정복하겠단 소리인지.
외모와 성격을 빼면 남는게 뭐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그저 끌리는 거다.
그저 내내 생각나는거다.
그게, 인연인지, 운명인지는 모르겠찌만.
그저, 아무런 이유없이 좋아하는거다.
그렇게 힘들면서.
그렇게 좋아하면서.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어느새 50일이 되었다.
그동안 많은 일이있었고, 많이 다투고 많이 싸우고, 나도 힘들었지만, 나도 성희를 많이 힘들게 했다.
50일을 맞아, 이제 앞으로는, 성희 힘들게 하지말아야지, 행복하게 해줘야지. 이렇게 생각하는 찰나에.
우린 헤어졌다.
겉으로 보기엔, 어처구니 없는 일로 깨져버린것 같았지만.
사실은,
알고 있었다.
서로가 확신이 없었다.
나도 성희가 나를 좋아하는지 몰랐지만,
성희도 내가 자신을 좋아하는지 몰랐다.
그렇게, 서로 힘들었고.
어처구니 없는 일이, 기름에 불씨를 당기듯, 그렇게 헤어졌다.
많이 아프고, 힘들었다.
"아. 속 시원하다. 이제 고민할 필요도 신경쓸 필요도없어."
정말, 1초 정도 이렇게 생각해보려했지만.
슬펐다.
화가 났다.
눈물이 흘렀다.
하느님을 믿지 않겠다고했다.
힘들었다.
죽으려고도 마음먹었지만, 부모님꼐 편지 쓰다가, 부모님께 미안해서, 차마 눈물이 나서 그렇게는 못했다.
아직도 내 책꽂이엔 그때 내 방에 가져왔던 칼이 남모르게 꽂혀서 그날을 나에게 떠오르게 해준다.
그렇지만, 슬픈것도, 화나는것도, 힘든것도 모래가 옅은 바람에 날아가듯 조금씩 사라져갔다.
그렇게 힘든채로, 조금씩 잊어가면서 조금씩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그러다가, 어느 날 미팅이 있었다.
이제 힘든것도 차츰줄고, 기분전환이나 할겸. 하고 미팅을 잡았다.
그런데, 그렇게 놀고 2차를 가게될무렵.
갑작스레 성희에게 전화가 왔다.
말이없다.
무슨일이냐고 물었다.
말이없다.
무슨일이냐고 재차물었다.
말이없다.
전화가 끊어졌다.
이젠 내가 다시 걸었다.
무슨일이냐고 물었다.
성희가 울고있었다.
어디냐고 물었다.
성희가 울고있었다.
무슨일이냐고 물었다.
성희가 말했다. 미안하다고 했다.
어디냐고 물었다.
성희가 말했다. 노원인디오라고 했다.
달려갔다. 돈이없었는데, 돈을 꿔서 달려갔다.
오늘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오늘이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또다시 하느님을 저주했다.
누군가가 있었다.
성희와 예전에 사겼던 사람이란다.
할 말이없어졌다.
그저 성희를 데리고 나오려고했다.
성희는, 술에 한참 취해, 정신이 없었다.
역시나, 그 사람이 막는다.
내일 군대 복귀란다. 이제 안나올꺼란다.
자기가 집에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원래 나 같았으면, 남자답게. 태연하게.
"아.. 그러세요" 했을텐데.
그게 아니었다. 마지막 기회였는데, 마지막으로 잡을수 있는 기회였는데 그 기회를 그렇게 보낼 수 없어서, 안된다고했다.
...
그리고는 그 남자와 시비가 붙었다.
솔직히, 평소 같았으면, 성희가 없었으면, 마지막으로 성희를 잡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그 남자. 벌써 병원에 실려보냈다.
성희랑 잘 풀었냐고 문자가 왔는데,
"친구부르냐? 그래 불러. 일진 친구들 잔뜩불러"
"..."
"그래. 넌 친구 불러. 난 경찰부를테니까"
정말,, 저런 같잖은 녀석따윈 병원에 벌써 실려보냈다..
성희 앞이니까, 마지막 기회니까, 성희가 말리니까,. 마지막 잡을 수 있는 기회니까.
욕한마디, 주먹질 한번 하지 않았다. 그저 참았다.
그러다가, 성희가 먼저 가버렸다.
정말 화가 났지만, 참았다. 망연자실해서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리고 성희의 집앞에서 성희를 만났다.
성희가,
내 가슴을 찢어놓는다,
자존심 떄문에,
하찮은 자존심 때문에,
그렇게 싸워야 했냐고 말했다.
...
난 그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는데.
자존심 따윈
성희 앞에서 버린지 오래인데.
그리고는 또다시 아파지고, 힘들어졌지만, 또다시 괜찮아져갔다.
그리고, 친구가 군대에서 휴가나오고, 클럽에 가게된날.
여자친구 한번 보고 싶었는데 벌써 깨졌냐면서 웃는 녀석의 말에 나도 웃으면서 인연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문자가 왔다.
와주면 안되겠냐는 성희의 오타 투성이 문자.
무슨일인지 전화기록을 살펴보니 전화가 몇통이나 와있었다.
연락 안하고, 받지도 않겠다는 마음에 수신거부를 해놓았는데, 문자까지 올정도면 안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얼른 전화를했다.
그런데 또다시 성희가 울고있었다.
무슨일인지 말도 제대로 못할정도로 슬프게, 서글프게 울고있었다.
지금간다고, 울지말라고, 무슨일이냐고. 어디냐고.
성희는 계속 말도 못하고 울고있었다.
왠 아주머니가 전화를 받아서, 침착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길을 가다가 안좋은 일을 당했단다.....
눈앞이 깜깜하다는게 무슨 뜻인지 그때 알았다.
다리에 힘이 빠진다는게 무슨 뜻인지 그때 알았다.
달려갔다.
속도 모르는 친구녀석들이 원망스러웠다.
이미 헤어진 여잔데, 뭐 그렇게 신경쓰냐고, 돈까지 꿔가면서 그러냐고 하는 녀석들이 원망스러웠다.
항상 입이 거칠어 성희욕을 자주하던 영서가,
헤어진 여자가 부르면 맨날 달려갈꺼냐고 했다.
군대에서 오랜만에 휴가 나온 재영이가,
이렇게 오랜만에 만났는데 분위기 꺨꺼냐고했다.
성희가 자상하다고 했던 경진이가,
뭘 그렇게 목매다냐고 했다. 짜증을 냈다.
원망스러웠다.
한마디 했다.
너네들도, 좋아하는 여자가, 아무리 헤어졌다지만 정말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는 여자가, 울면서 전화를 하면, 이유야 어쨋든지간에, 하계동이든 땅끝까지든 안달려갈꺼냐고했다.
성은이가, 유미가, 아영이가 부르는데 안달려갈꺼냐고했다.
그리고는 달려나왔다.
택시를 타고 가는데, 또다시 하느님이 방해를 하는건지.
추월을 열심히 하시던 운전기사가 실수를 했는지 사고가 날뻔했다.
차가 멈췄다. 마음은 급한데.
상대편 차에서, 왠 조폭 덩치큰 아저씨가 하나 내린다.
마구 욕을하고, 사람 죽일일 있냐 그러고, 경찰 부른다고 하고.
시간은 자꾸만 흘러가고.
마음은 너무 급한데.
지금 성희가 울고 있는데.
빨리 가야하는데.
급한마음에 태어나서 선생님과 부모님을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남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자존심따위는 생각나지 않았다.
남자는 함부로 무릎 꿇는게 아니라는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두 손을 모으고 빌었다.
제발, 제발 보내달라고.
지금 너무 급하니까 제발 보내달라고.
이유를 말해보라는 욕질에도 그저 제발 보내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
고속도로 한 한가운데서, 주위에 차들이 지나가면서 무슨 일인지 다들 쳐다보면서 지나가는데, 그저, 빌고 또 빌었다.
그 아저씨도 내 모습에 질렸는지, 욕만 몇마디 더 하고 가버린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무릎꿇고 빌었던 일따윈 생각도 않고.
그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택시 아저씨가 한마디 하신다.
"학생. 너무 인생 착하게만 살지말게..나도 그렇게 착하게 살다가 힘들었어.."
급한마음에도 살짝 웃음이 나왔다. 나 전혀 안착한데, 항상 사고만 치고 다니는데. 웃으면서 그저 알았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우여곡절끝에 도착하니, 성희가 울고있다.
펑펑 울고있다. 스스로 바보란다. 왜이렇게 늦게 왔냐고한다.
할말이 없었다.
안아줬다. 울지말라고 했다. 네 잘못 아니라고했다. 늦게 와서 미안하다고 했다.
그리고는, 잘 걷지도 못하는 성희를 집에 데려다 주고, 부모님께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고 또다시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가는데.
힘들었다.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들었다.
너무 뛰어서 다리도 아프고,
너무 두근대서 가슴도 아팠다.
정말, 내가 수신거부만 안해놨으면 더 빨리 갈 수 있었는데.
내가 성희를 힘들게 하지만 않았으면 헤어지는 일도 없었고 이런 일도 없었을텐데.
미안한 마음만 들었다.
내 자신이 미워졌다.
하느님이 미워졌다.
더러운 세상도 미웠다.
그런데.
전화위복이라고 해야하는 건지.
이 일로 성희와 다시 연락이 됐다.
그리고.
또다시 첫날 했었던 약속을 그대로 되풀이 하고.
또다시 우리둘은 사귀기 시작했다.
또다시 행복해졌다.
하지만.
다시 힘들어졌다.
행복한데, 힘들어졌다.
헤어지고 나서 많은 생각을 했었다.
사귀는 동안의 우리의 관계, 내가 가진 성희에 대한생각, 변해야 할 내 모습이나 성희에 대한 마음 등등.
그렇게 많은 생각을 했었던 덕분인지.
다시 사귀는 우리 관계는 헤어지기 전보다 훨씬 좋았고, 친구에서 연인으로 많이 다가간 느낌이었다.
그런데, 불만은 또다시 생겨났다.
성희의 행동은 변한게 없었다.
여전히 연락은 안오고, 연락하기도 힘들고, 만나기도 힘들고, 술자리는 더 많아지고, 주위의 남자들도 여전히 많았다.
그리고,
여전히 성희가 날 좋아한다는건 느낄수 없었다.
문제는,
내가 성희를 좋아하는 마음은 더 깊어져서,
더 힘들어졌다.
저런것에 신경쓰는 내 모습이 집착같았다.
저런것에 신경쓰는 내 모습이 소심해보였다.
저런것에 신경쓰는 내 모습이 짜증났다.
내가 바보 같았다. 그게 내 마음에 상처 입히고, 그게 아팠다.
그런데,
그렇게 마음에 쌓이고 쌓이던 불만이 굳은살이 돼었다.
그렇게 마음에 상처 입히던 불만들에 딱지가 앉았다.
그 굳은살과 딱지들의 이름은.
적응이었다.
그저 적응하기로했다.
연락이 안오면 내가 연락을 하면된다.
연락을 받을 수 있는 시간에 맞춰서 약속 없는 이른 아침과 약속 끝난 밤에만 하면된다.
만나려면 그냥 성희 약속 없는 시간에 집앞에 찾아가면 된다.
술자리는 나도 자주 가진다.
주위 이성들은 나도 많다.
그런데,
저렇게 약속 없는 시간을 피하고,
나도 그렇다고 위안을 하다보니,
내가 작아졌다.
그래도 항상 옆에 있다는 남자친구인데,
다른 일보다 우선이 되지 못하고,
그저 약속 없는 시간을 피해 연락하고,
그저 약속 없는 시간을 피해 만나는,
다른 일 없을때 만나는 그런 존재가 됐다는게.
약간은 서글펐다.
...
그런데,
내가 작아져서 그런건지,
내 안에 있던 성희도 작아졌다.
약속이 있는 시간엔 연락하지 않으려 아예 생각도 하지않고,
그렇게 성희생각 하지않고 친구들하고 놀다가 또 잊어버리고,
아침과 밤엔 꼬박꼬박 하던연락이,
이젠 아침이나 밤중 한번만 연락하게 되고,
하루쯤 성희 생각안하고 연락안하고 지내도 혼자 잘 지내는 애니까, 얘도 내 생각안하고 잘 지내고 있겠지 라고 생각하게됐다.
만나서 놀자는 말도 잘 하지 않게 됐다.
그저 약속이나 술자리 없는 밤에 한시간 정도 살짝 불러서 같이 얘기하거나 걷는것이면 충분했다.
어차피 만나서 놀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술마신다는 밤이면 집에 잘들어갔냐는 문자한통이면 됐다.
누굴만난다면 그저 잘 놀다오라는 문자한통이면 됐다.
그렇게, 항상 생각나고 항상 내 일상의 전부였던 성희가.
조금씩 작아졌다.
내가 작아지고, 내 안의 성희가 작아지다가,
결국엔 내 불만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내가 미팅에 보충으로 나가게 된날 밤이었다.
성희는 술약속이 있단다.
그래, 너는 술마셔라, 나는 미팅나간다.
나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죄책감이 많이 들었지만,
커플링을 빼고 나갔다.
어차피 한쪽은 끼지도 않는 반지 나라고 꼬박꼬박 낄 필요없다.
이런 생각하는 내가 정말 미웠고, 죄책감이 들고, 스스로 소심하다고 생각하며 화가 났다..
반지를 빼는데, 내내 빼지않았더니 손가락에 자국이 남았다.
자국을 지우려고 손가락을 몇번 문지르는데, 문지르면서 서서히 없어지는 자국이, 마치 내가 성희를 지워버리고 있는것 같았다.
슬펐다.....
나간 미팅자리엔, 우연히도 내가 전에 지하철에서 보고 이상형이라고 느꼇던 여자가 있었다.
성희는 잊어버린채 열심히 놀아 버렸다.
그러다 시계를 보니 12시. 지금쯤은 집에 들어갔으려나 싶어서 성희에게 잘 들어갔냐고 문자를 보냈다.
그러자 왠일인지, 1분도 지나지 않아 전화가 왔다.
평소엔 먼저 연락하던 일이 없었는데, 뭔가 눈치챈걸까 싶기도 하고, 미팅 분위기를 꺠고 싶지 않아 무시해버렸다.
전화는 두번 울리고 더 이상 울리지 않았다.
뭔가 나쁜일이 생긴건 아닐까, 살짝 그런생각이 들었지만, 그러면 문자보냈겠지 라는 생각이 들어 무시하고 넘어갔다.
그리고 미팅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길, 새벽 1시가 넘어간 시간이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걸게 되었다.
"전화기가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불안했다. 뭔가 나쁜일이 생긴건 아닐까.
나쁜일이 생겼다고 연락한건데, 술마시고 논다고 전화 무시해버린거면 어쩌나 싶었다.
전화기는 다음날 오후까지도 꺼져있었다.
난 불안한 마음에, 성희 어머니 폰에도 전화를했지만, 어머니도 받지 않으셨다.
답답했다.
그러던 중에 드디어, 성희와 통화가 되고, 아무일도 없었다는 말에,긴장이 풀리면서 나도 모르게 화를 내버렸다. 그리고 끊어버린 전화.
끊고났지만, 여전히 마음의 답답함은 풀리지 않았다.
적어도 문자라도 한통해줬으면 이렇게 불안하고 답답한 일은 없었을텐데, 친구와 같이 있었다면서 핸드폰을 빌려서라도 문자 못했던 걸까. 내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았겠지. 그저 생각도 안하고 신나게 놀았겠지.
짜증이 나고, 답답하고, 불만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번 일로 그냥 헤어지라고, 이런 일 지겹지도 않냐고 했다.
연락안하고 자기 마음대로 노는게 하루 이틀이냐고 했다.
이제 이런일로 짜증내고 답답해 하지 말고 헤어지라고 했다.
잠시, 한동안 생각을 했다.
그동안 있었던 일을 생각했다.
그동안 작아지던 나와 내속에 있던 성희.
이렇게 작아지기만 하고 계속 불만이 쌓일 바엔, 그냥 헤어져 버리는게 낳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귀면서 기쁜일들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불만들만 떠올랐다.
뭔가 결론을 지을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문자를 보냈다.
어제오늘 있었던 일 한번 생각해보라고, 걱정 그렇게 하는 사람 맘은 생각도 안하고 연락 한통도 없냐고.
그러자, 성희도 성희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배터리가 다 되고, 시간이 없어서 연락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그 이유를 들어도 답답함과 짜증은 풀리지가 않았다.
그리고, 성희의 문자에서, 헤어지자는 듯한 느낌이 느껴졌다.
"서로 다른 곳을 향하고 있는것 같다.."
가슴이 아팠다. 슬펐다.
또다시 이렇게 내 마음을 모르고, 이렇게 멀어지고 작아지다가 헤어지는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
정말, 정말 헤어질꺼면 차라리 내 마음이라도 알고 헤어지자는 생각에, 예전에 싸이에 혼자 써뒀던 편지를 보라고 했다.
정말 답답한 마음에, 그동안 쌓이고 쌓이던 불만에 썻던 편지를, 내 마음도 몰라주는 성희가 미워서 혼자 몰래 썻던 그 편지를 보라고 하고 나니 차라리 후련했다.
그런데, 후련한데, 계속.
가슴이 떨렸다.
자꾸만 가슴이 물었다.
정말 이렇게 헤어질꺼냐고.
정말 좋아하면서 왜그러냐고.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불만들때문에 힘든것보다도,
성희가 내 속에서 작아져 가는 게 너무 슬프고 힘들다고.
그렇게 좋아하던 사람이 이렇게 작아져가는게 보고 있기가 싫다고.
그러다가,
성희에게 문자가 왔다.
문자가 왔다는 알림에, 가슴이 떨렸다.
이렇게 끝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봤어. 미안해. 힘들게 해서. 헤어지자.
이런 문자일까봐 무서웠다.
힘들어서 헤어질꺼라고 속여봐도, 내 마음은 속지 않았다.
여전히 좋아하고 있었다...
편지 잘봤어, 힘들게 해서 미안해, 나 변할께. 노력할께.
기뻣다. 행복했다.
변한다는 저 문자의 내용보다,
그저 헤어지자는 말이 안나왔다는게,
정말, 끝이 아니라는게,
너무 행복했다.
내가 결론을 짓자고 문자를 보내놓고는,
헤어지자는말 없는 문자에,
그저 미안하고 변한다는 문자에,
행복했다.
하지만
변한다는 문자의 내용.
날 불안하게 만들었다.
변하기 힘들텐데,
힘겨움에 그냥 떠나버리면 어쩌나.
그냥 변하지 않고 내 옆에만 있어줬으면 좋겠는데.
이미 적응 할대로 다해서 힘들지 않은데...
정말 좋아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한번 당해서 그런지,
정말 그리던 사람과 다시 만나게 되서 그런지.
내 마음은 이별을 너무나 무서워해서.
그저 바라는 것 없이 내 옆에 있어줬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
설사 내 존재가 작아지고, 내 안의 그사람이 작아진다 해도.
그 사람이 작아지는걸 보고 있는게 힘들다고 해도.
그저 내 옆에만 있어줬으면 하는 바램뿐이었다.
그 다음날부터 성희는 달라지려고 했다.
그리고 그 달라지려는 모습에,
난 행복을 느꼇지만,
이 행복이 상대방이 변하면서 느끼는 행복이란것에,
이기적인 행복이라고 생각해서,
여전히 가슴이 아팠다.
그 이기적인 행복안에서,
성희는 조금씩 내 마음안에서 커져갔다.
그런데,
정말 좋아한다면,
상대방의 모습이 변하지 않더라도,
그 변하지 않는 모습에도,
내가 힘들어도,
그저 해바라기 같이 바라보기만 하면서도,
자신안에 있는 상대방을 작아지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들었다.
성희의 생각은 다른것 같았다.
상대방을 정말 진심으로 좋아한다면,
그 사람을 위해서는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도 성희를 위해서라면
내 스스로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그래야 한다.
그런데, 성희의 말이 맞는데,
난 성희가 변하면서 힘들어 하고,
내 눈치를 보는게,
싫다..
이런걸 이기적이라고 하는걸까...
그리고 그런 일들이 지나가면서, 100일이 다가왔다.
행복했다. 어느새 100일이라는 생각에 행복했다.
그런데, 불안했다. 고민이 많아졌다.
이런 관계로 계속 가도 되는걸까, 이렇게 100일이 지나서 200일 300일이 가도되는걸까.
차라리 100일이 되기 전에 헤어지고, 아직 한번도 못가봤다던 첫100일은 성희를 더 잘챙겨주는 남자와 가게 해야 하는거 아닐까.
행복한 가운데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뭘까
...
성희가 날 좋아하는지 알수가 없었다.
잘 느껴지지 않았다.
날 좋아한다고 한마디라고 해줬으면 차라리 낳을것같았다.
가끔은 성희와 내가 서로 바뀌어서.
나는 성희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자주 하니까.
성희는 그 좋아한다는 말에서 진심을 볼 수 없다고 하지만.
그렇게 성희와 내가 서로 바뀌어서.
진심이 보이지 않더라도 나를 좋아한다는 말을 한번만이라도 해줬으면 했다.
성희도, 생각이 많아보였다.
100일이 되기 몇일전부터, 전화를 해도 항상 생각이 많아 보이는 목소리였고, 그런 목소리에 나도 할말이 별로 없어 대화도 별로 하지 않고 끊어버리는 일이 많았다.
정말, 헤어질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내 마음이 막아섰다.
성희가 나를 좋아하는지 모른다는 이유로,
그렇게 헤어져야 겠냐고,
좋아한다고 그렇게 말하더니 그것밖에 안되냐고 했다.
정말 좋아한다면,
성희가 나를 좋아하는게 느껴지지 않더라도.
그것 때문에 힘들더라도,
성희는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도록 해줘야한다고 했다.
상대방이 그 마음을 못느낄때,
나에게 그 마음을 느끼게 해줄 만한 감정이 없을때,
그때 헤어짐을 말하라고 했다.
아직은,
아직은 시간이 남아있었다.
적어도,
적어도 내가 성희를 좋아하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 생각이 많던 날들이 지나서,
100일이 왔다.
100일은 행복했다.
사랑이 병원가기, 노래방, 식사, 영화까지.
그동안 잠시잠시만 보던 성희와 100일이라고 하루종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에 기쁘고 행복했다.
그리고 가진 술자리.
성희에게 솔직히 얘기했다.
난, 니가 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
그래서 100일 오기 전에 생각이 많았다고.
하지만 100일이 왔으니, 앞으로도 잘 지내자고.
이런 말 하면서도.
뭔가 스스로 이상했다.
나를 좋아해주는지 모르겠는데 100일지나서 앞으로도 잘지내자.
이건 넌 나 안좋아해도 돼. 나만좋아할래.
넌 나 안좋아하니까
그냥 우리 이대로 발전없이 쭈욱 사귀자.
라는 소리와 다름없이,
철없는 소리 같았지만.
그거 외에는 다른 할 말이 없었다.
정말 저것뿐이 할 말이 없었으니까.
날 좋아해줘.
라고 말하는건 더 철없어 보였으니까.
그리고,
성희가 술을 한컵을 잔뜩 들이키더니.
헤어지자.
...
성희가 울기 시작했다.
내 가슴은 떨려왔다.
100일이 되기 전에 그렇게 이별을 생각했는데.
그렇게 생각한 이별이
성희의 입에서
말로 구체화 되서 내 귀로 들어오자.
또다시 떨려왔다.
헤어지자.
이유가 뭔데.
나도 생각많이 했어.
이유가 뭔데.
나 다른남자 생겨서 이러는거 아니야.
이유가 뭔데.
너도 나랑 사귀는거 힘들잖아, 나도 너랑 사귀는거 힘들어..
진짜 이유가 뭔데.
...
하나만 묻자
...응
너 나 정말 안좋아해서 이런말 하는거야?
...응
순간, 이제 잡을 마음이 사라졌다.
아니 잡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잡는다고 잡힐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헤어지거나, 친구로 지내자.
내가 너랑 친구로 지낼수 있을것같아?
헤어지거나, 친구로 지내자.
서로 고민들어주자고? 될것같아? 전화할때마다 안힘들것같아?
헤어지거나, 친구로 지내자.
... 그래, 헤어지자.
성희가 더 펑펑 울기 시작했다.
성희를 안아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안아줬다.
앞으로는 이렇게 안아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차라리 성희가 이별을 더 오래 말했으면 했다.
그래야 더 안고 있을 수 있을테니까.
나, 헤어지면 힘들까봐.......
헤어지자.
그래서 친구로 지내자고.....
헤어지자.
한거라고.....
헤어지자.
담담하게, 조용히 말했다.
가슴은 슬퍼서 펑펑 울고있는데,
내 생각은 조용히 입을 통해서 아무일 없다는 듯 말하고있었다.
나 너랑 친구로는 못지내겠다.
친구로 지내면서 통화하거나 만날때마다
우리 사겼던 때 떠오를것 같아서
너랑 친구로는 못지내.
서로 고민들어주고 그런거 못하겠다.
정말 친구로 지내고 싶으면,
내가 먼저 연락하는 일은 없을테니까,
니가 연락하면 내가 꼭받을께.
그리고 우리 사랑이 잘 보살펴주라.
이제 아빠는 없지만 엄마가 더 잘해줘야지.
그리고 나 여기서 잃어설텐데,
그 다음에 문자 하지마.
나 예전에 헤어지고나서 날아온 니 문자보면서.
핸드폰 열때마다 그거 보면서 며칠동안 힘들었서.
아예 여기서 끝내자.
너 나랑 떨어져있으면 항상 어디 다치거나 안좋은일생기더라.
나 없어도 잘지내고.
무슨 일 생기면 연락해.
알았지?
너 정말 내가 헤어지자는 이유 모르겠어?
뭔데?
...
뭔데?
...
정말 궁금해. 뭔데?
...
그 이유가 정말 궁금했다. 뭘까.
아무래도 나랑 사귀면서 힘들어서 헤어지자 는 이유가 정말 아닌것 같았기에.
그런걸로 헤어지자는 애가 아닌 걸 알기에.
그냥 모른척 헤어지려고 했던건데..
나 먼저 일어설께.
아니야. 집에 데려다줄께.
됐어 됐어.
아니야. 집에 데려다줄꼐.
나 화장실.
...
계산을 하려고 지갑을 꺼내드는데,
그게 문득 오늘 성희에게 받은 지갑이란게 떠올랐다.
그리고 계산을,
성희가 지갑에 넣어준 3만원으로 해버렸다.
더 이상 가지고 있고 싶지 않아서.
...
성희를 기다리면서 엘레베이터 앞에서 담배를 꺼내무는데,
왜일까.
가슴이 미쳐서 발버둥을 치는데.
생각은 너무나도 조용해서.
아무런 생각없이.
그저 담배만 피웠다.
그리고 성희와 함께 타고 내려오는 엘레베이터.
그 안이.
그렇게 남남이 되서 타는 엘레베이터 안이.
그렇게 조용하고
그렇게 어색할 수가 없었다.
내려와서 앞서 내려가는 성희의 팔목을 잡았다.
놓으라는 성희의 말.
자기가 잡겠단다.
그래, 그 만큼이라도 얘기를 더 할 수 있으니 상관없다.
괜시리,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싶어서.
아까 안에서 했던 얘기를 또한다.
아까했던 얘기라며,
손을 놓고 매몰차게 돌아서려는 성희의 팔을 잡았다.
그럼 이제 정말 남남이다. 잘있어
그렇게 성희를 놔둔채 걸어가는데,
마음에 홍수가 났는지,
가슴에서 부터 물이 차올라서는 머리까지 차올랐는지,
눈에서 몇방울 물이 흘러내렸다.
커플링을 빼서 길가에 던져버렸다.
어디로 굴러갔는지,
어디에 떨어졌는지,
그러다 문득, 아까 얘 술 많이 마셨는데, 집에는 잘가려나 싶어서 조용히 돌아서서는 아까 헤어졌던곳으로 멀찍히 떨어져서 걸어갔다. 택시 잡는 모습이라도 봐야겠다는 생각에.
성희는 택시 잡을 생각도 없이 그저 펑펑 울고만 있었다.
...집에는 데려다 줘야겠네 싶어 갔는데. 그렇게 갔는데.
성희의 팔을 잡고는.
데려다 줄께.
됐어. 나 다른데 갈꺼야.
실랑이를 하다가.
내 입에서 나온말은.
그 동안 조용히 있던 생각이 한 말이었다.
그저 집에 데려다 주려고 갔는데.
그저 조용히 있던 생각이 말했다.
나 한번만 잡아주라.
나 아까전에 너한테 이제 이별이라고 할 얘기 다 해놔서
내가 널 잡지는 못하겠다.
내가 전에 편지에 나한테 좋아한다는, 사랑한다는 소리,
한번만 해달랬는데,
한번도 넌 그런 소리 한적없지.
그러니까 대신에 한번만 잡아주라.
다리가 떨렸다. 가슴이 너무 뛴다. 제발 한번만.
그렇게 담담하게 이별할꺼라고 쭈욱 생각해놨으면서.
그렇게 담담하게 이별을 말해놓고.
제발 한번만.
잡고 말고가 어딨어 바보야.
서로 좋아하는지 모르는데 왜 사겨.
왜 나 힘들게 했어...
...
성희랑 사귄지 100일이었지만,
100일동안 저 말이 끝난뒤 펑펑 우는 성희를 안고 있는 시간만큼 행복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100일만에
난 성희가 날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3일전 아침부터 난 급성 위염을 앓았다.
예전에도 한번 앓은 적이 있어서, 왜 아픈지 뭘 해야 아는지 다 아는 병이지만, 지독하게 아픈건 사실이다.
전에 앓았을땐, 출석해야 하는 교수 수업 때문에 아픈것을 참고 학교에 갔었는데, 조퇴하고 나오다가 길바닥에 쓰러진적도 있었다.
주위에 아무도 없어서 혼자 겨우 일어나서 택시 타고 병원갔었다.
어쩃든,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약을 받고, 급성 위염은 빈혈끼가 있을때 잘 온다는 걸 알기 때문에 집에 전에 사둔 빈혈약도 챙겨먹고, 그렇게 집에 누워있었다.
약먹고 자고 일어나고 약먹고 자고 일어나고.
그렇게 하다보니 친구들이나 성희한테 연락도 못하고 하루 아침, 낯 , 저녁이 꼬박 갔다.
그날 만나기로 한 친구녀석이 있는데, 초등학교 동창이어서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건데 아파서 못 나가게 되었다.
그녀석 나 본다고 노원까지 왔는데, 연락도 없이 하루종일 누워있다가 노원이라고 어디냐고 묻는 말에, 아차 싶어서 나 아파서 하루 종일 누워있었다고 하니까
"개새끼. 담에 보지뭐. 얼른 낫아라."
욕질을 해도 걱정하는 마음이 느껴지는게 고마웠다.
그리고 11시쯤 되니까 경진이와 영서한테도 전화가 오고, 나 아파서 오늘 피씨방 출석 못한다고 하니까.
"병신 또 땅에 뭐 줏어먹어서 위염이야"
"형 아프다.."
"아나 병신. 얼른 낫아라. 낼 놀러갈께"
역시나 욕질을 해도 걱정하는 마음이 느껴지는게 고맙긴 했는데 고마운게 아까보단 덜하다.
어쨋든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는데, 낯에 하도 자서 그런지 잠은 안오고 속은 너무 아프고 해서 성희한테 하루종일 연락 못했는데 연락은 해야하나 싶었다.
그런데,
어차피 전화해봤자 아파서 말도 길게 못할텐데,
원래 아픈거 남들한테 티내지 않고 참는게 버릇이고,
또 아프다 그러면 걱정할것같아서,
몸 낫고 내일 연락해야지 싶어서,
그냥 라디오를 들으면서 밤을 새버렸다.
그런데,
전에는 급성위염이 주사맛고 약 한두첩 먹었더니 땡 하고 낫았는데, 이번엔 자고 일어나도 안 낫는다.
의사가 피지 말라는 담배를 펴서 그런것 같기도 하고,
몸이 더 나빠진것 같기도 하고.
하긴 그땐 다이어트 끝나고 과식해서 걸린거고,
이번엔 하도 끼니를 거뤄서 그런거니 다를 수도 있겠다 싶기도했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에도 성희한테 연락 못하고 또 집에 가만히 하루종일 누워있었다.
그렇게 아침, 오후가 지나가는데 성희한테 연락이 한통도 없었다.
이렇게 이틀 연락안하면 한통정도 와야하는게 정상 아닌가.
싶어서 섭섭한 마음도 들고,
그런데 정말 그렇게 연락이 계속 안오니까,
저렇게 가볍게 시작했던 생각들이 점점 심각해졌다..
몸도 아프고,
하루종일 할 생각은 없다보니
점점 더 짜증만 났다.
정말 내 생각은 하지도 않는구나.
정말 변한다는건 한때구나.
지켜봐 달라더니.
이런생각 하는 내 모습에 답답하고,
아파서 연락못하는 내 모습에 답답하고,
정말 이대로 연락안하면 몇일이고 연락 못하겠다 싶어,
겔포스 하나 꾹 눌러 먹고는, 아픈속을 달래고 전화를 걸었다.
'아픈티 내지말아야지...'
들리는 성희 목소리에 반가워서,
정말 아픈건 잊고 아무일 없다는 듯이 뭐하냐고 물어봤는데..
"몇일 연락없던데 무슨일 있었어" 라는 말이 아닌.
"어.. 아는 사람 만나러가.."
난 저 말투를 정말 잘 아는데..
"아는 사람은 남자고,
그 사람에 대해서는 말하기 곤란해.
누군지 어디가는지 물어보면
비밀이라고 대답할꺼야.
술마시러 간다는 것정도야 물어보면 대답해 줄수 있어.
조금만 먹고 집에 일찍들어가라고 하면,
알았다고 대답하고 끊을꺼야.
난 얼른 자라고 말할꺼야."
라는 말이다.
한두번 들어본 말이 아니기 때문에..
그래서, 누군지, 어디가는지는 안 물어보고,
술마시러 가는거지? 라고 장난스럽게 물어보고,
조금만 먹고 집에 가라는 소리하면 전화가 일찍 끊겨버릴까봐 하지 않았다.
"나 엄마한테 문자해야해, 좀있다 전화해"
"아..응"
대답하고 끊고 나니,
짜증이 낫다.
이틀동안 연락 한통도 없고,
기껏 연락했더니,
무슨일 있냐는 말 한마디 없고,
아는 사람을 만나러 간다는,
성희의 숨기는,
들여다 보이는말,
그리고 몇마디 안하고 끊은 전화.
정말, 변한다는 건 한순간이구나.
"변한다더니 한떄구나?"
라는 말은 장난으로라도 못한다.
부담될까봐.
그래 이제 변한다는것도 잊어버린것같은데.
차라리 편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통화할때마다 부담가지고 눈치 볼까봐,
대답하기 곤란한건 장난으로라도 안물어봤는데,
이제 번한다는 말도 잊어먹었으니
적어도 통화할때 할말은 많아지겠다 싶었다.
성희가 변한다고 한 날 이후부터는
물어볼때마다 부담이 되나 안되나
하나하나 생각해서 물어보기 때문에
통화해도 특별한 일이 많지 않은 이상 할 말이 딱히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잘됐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섭섭했다.
변하거나 말거나, 정말 내 생각은 안하는구나.
내가 이렇게 연락안하면 걱정되서라도 한통쯤 할줄알았는데.
사귀고 100일지났는데 뭐하냐는 문자 한통 받아본적없구나 싶었다.
사람이란게 하루종일 가만히 누워서 부정적인 생각을 하다보면,
뭐랄까, 심각하게 부정적이 되어버린다.
거기다 몸도 아프니까.
정말 안좋은 생각들이 나고 화가 나고..
정말 그동안 있었던 안좋은 일들만 떠오르고,
좋은 일들은 전혀 떠오르지 않고,
짜증만 낫다.
이제 변한다는거 잊어 버렸으면,
난 또 힘들어야 하는거구나,
그렇다고 성희한테 변한다는것 잊었냐고 하면,
성희는 또 내 눈치보느라 힘들고 지칠텐데.
그리고 또 난 성희가 그렇게 힘들고 지치지 않게.
말 한마디 한마디 눈치 보면서 해야할텐데.
그래 차라리 내가 힘들고 말자.
이제 변한다는거 신경쓰지 말고 예전처럼 적응해야지.
별로 힘들지 않을꺼야..
우리 100일 지나서 조용하게 행복했는데.
이 행복 깨트리지 말아야겠다.
그래도 난 힘들기 싫은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너무 답답하고 짜증이 나고.
만나기로 했던 초등학교 친구에게 술이나 한잔 하자고 연락을 했다.
의사가 술담배 금물이랬는데.
몸이 안좋아서 그런지 술도 금방 취해버리고,
나도 모르게 성희한테 문자를 써버렸다.
몇일동안 짜증난던 일들.
쌓였던 불만.
아픈 말들.
다음날 일어나서 생각해보니.
내가 또 일을 저질렀구나.
그냥 지나가도 될일을.
그리고 곧 걸려오는 성희의 전화에,
어떻하지.
헤어지자는 전화면 어떻하지.
이런 일로 헤어지는걸까.
그래. 몇일 연락안해도 내 생각 안하는앤데.
저런 문자 보면 이제 지칠때도 됐구나.
이런저런 생각에 안받아 버린 전화,
그리고 곧장 오는 문자.
문자보면 연락해.
냉랭한 문자의 말투에 더 겁이 나고.
문자로 하면 안되냐는, 무슨 목소리 내야할지 모르겠다는 내 변명.
잠깐만 받아보라는 성희의말.
그리고 고민하다 건 전화에
무슨 일 있었냐는 냉랭한 목소리.
문자 못봤냐는 어리둥정한 내 말에.
핸드폰 잊어버려서 문자 못봤으니 말로 해보라는 성희의말.
그 말에 또 말이 막혀버려서.
차마 말로는 할수가 없어서.
그냥 문자 보낼테니 그거 보고 서로 생각을 하자.
문자를 다 본뒤 하나하나 날아오는 성희의 문자에 덜컥 겁이나고.
문자의 끝에 가서도 헤어지자는 말이 없어 안도하고.
나도 모르게 또다시 성희가 아프게 문자를 쓰고있고.
쓰고 나서 후회하고.
문자를 보고 나서 온 성희의 문자.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줄 몰랐다고,
미안하다고,
용서해달라고,
그저 일순간의 내 짜증일 뿐인데.
성희도 내 생각 많이 했다는데.
성희는 내 눈치보겠구나.
난 성희가 내 눈치 안보게 말 가려서 해야겠구나.
언제까지 이래야하는걸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뭐하냐는 성희의 문자.
어색한 문자를 보내는구나.
또 내 눈치 보는구나.
정말 앞으로는 불만같은거 내 가슴에 품어야겠다.
라는 철없는 생각하고.
이런저런 생각 도중에 걸려오는 성희의 전화.
집앞에 뭐가 있다니..?
하고 나가보니, 왠 쇼핑백안에 보온통이 묵직하게 하나 있었다.
그리고 쪽지와 요구르트.
쪽지를 읽어보니 당황스러운 키스마크.
보자마자 피식 웃어버렸다.
그리고 성희의 쪽지. 읽고나서 또 한번 웃어버리고. 미안하고.
그리고 경진이와 같이 먹는죽.
인스턴트 본죽의 맛이난다는 경진이의 말에,
욕한마디 해주고.
그만큼 맛있단 소리겠지.
보온통에 죽이 달라붙어서 밑부분은 먹기 힘들었던 걸 제외하곤.
정말 맛있었다.
맛보다도,
내 일시적인 기분일 뿐이었는데,
그런 불만에 신경쓰고 또 잘해주려고
이렇게 보온통에 도시락까지 싸온 성희가 너무 고마워서.
정말 배가 아픈데도 끝까지 다 먹었다.
미련하게 다 먹고 또 배는 아팠지만.
그래도 고마웠다.
왜 한글에 이런감정을 표현할 말이 고맙다는 말 밖에 없는지 안타까울 정도로.
내 불만 이해해주고,
그 불만에 미안하다고 그러고,
또 미안하다는 말 모자라서 용서해 달라고 그러고.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그런 여자였다는걸 모르고,
지금까지 불만만 가슴에 품어와서 미안하고,
나를 그런여자가 좋아해 준다는 사실에 과분할 정도로 고맙다.
사랑한다. 내 옆에 있는 여자를.
남자의 사랑은 한번에 불타 올라서 서서히 식어간다지만,
적어도 약간의 좋아하는 감정과 호기심, 욕심에서 시작되었던
내 사랑이 이렇게 깊이 좋아하도록 발전한걸 보면,
확실히 인연은 인연인것같다.
함부로 던져버렸던 커플링을 주워주던 사람은.
항상 우리 인연을 인정하지 않고 방해만 하던 하느님이,
이제서야 우리 인연을 인정하고 보내주신 심부름꾼이 아닐까.
-성희에게 살짝 쓰는 간이 편지.
성희야.
항상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맙고,
힘들게 해서 미안하고..
그리구,
내가 헤어지는걸 쉽게 생각하는게 아니라
헤어지는게 너무 무서워서
좋아하는 사람이 또 내옆에서 멀어지는게 무서워서
그사람 생각하면서 아파하는게 너무 무서워서
자꾸만 그 생각하면서 무서워하는거야.
그 무서움이 언제 나에게서 떠날지는 모르겠지만,
결코 쉽게 보지는 않고 있어.
우리 서로 이런말 쉽게 하지 않기로 했지만.
싸랑해.♡
다 함께 행복해지는거야!!!♡
글의 처음에 썻던,
서영은의 "내안의 그대" 라는 노래의
"사랑만도 너무 아픈데 이별은 난 모를래요."
라는 부분에 느낌을 받았던건
이렇게 100일을 사겨오면서 했던 생각이 많았기 때문일꺼다.
힘들때도 지칠때도 있었고
이별도 있었고,
새로운 시작도 있었고,
또다시 위태롭게 흔들릴때도 있었지만,
여전히 우린 서로의 옆에 서있다.
사랑한다고 해서 무조건 행복할 수만 있는건 아니다.
성희와의 만남에서 가장많이 느낀게 사실이고,
그런 생각때문에 못받았던 느낌을 지금에서야 받았던 것 같다.
사랑하면서 힘들수도 있고,
아플수도 있지만,
그렇게 아프고 힘든 가운데에서도,
서로를 생각하면서 위안을 얻는거다.
그렇게 힘들고 아프다면,
그렇지 않도록 헤어지면 되는것 아닐까.
라는게 유치한 소리로 치부되는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해서 서로에게 관심쓰지 않으려 애쓰고,
서로에 대한 생각 지워버리려 애쓰며 지내는것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으면서 힘든게,
훨씬 낫기 때문이 아닐까.
떨어져서 남남이 되는것보다,
자신을 변화시키고 상대방에 맞추고, 불만을 삭히고,
상대방의 존재에 고마워하고 그 고마움에 더 잘해주고.
그렇게 아픈걸 이겨내가면서 사랑을 발전시켜나가고,
그렇게 발전하는 사이에 행복해지는게 아닐까.
그래서 힘들지만 내 옆에 있는 여자를
사랑했고, 사랑하고, 앞으로도 쭈욱 사랑할 이유가 아닐까.
힘들어도 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