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세계대회 우승을 보는 야누스의 마음

최용일200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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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여자축구, 세계청소년대회 우승


북한 여자축구가 ‘2006 세계여자 청소년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중국에 5골의 골세례를 퍼부으며 5-0으로 대승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북한은 4일 러시아 모스크바 로코모티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결승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김성희의 맹활약을 앞세워 중국을 5-0으로 크게 이기고 우승컵을 안았다.

 

북한은 이번 대회 처음 참가했으며, 첫 참가한 대회에서 6게임동안 18득점에 1실점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을 뿐 아니라 세계 대회 결승전 사상 유례없는 5-0이라는 완승을 기록하여 세계 청소년 여자축구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북한의 세계대회 우승을 보는 야누스의 마음 


북한 대표팀은 가장 선전한 팀에게 주어지는 FIFA 페어플레이상도 수상해 우승의 기쁨을 더했다. 결승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김성희 선수는 중국 스트라이커 마샤오슈 선수에게 골든슈와 최우수선수(MVP)에게 주어지는 골든볼을 빼앗겨 실버슈에 만족해야 했으나 이번 대회 최고의 슈퍼스타로 떠올랐다.


북한이 이번에 세계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 것은 한국에도 큰 자극이 되는 '대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선수권 대회 예선전을 겸하여 치러진 지난 4월 아시아 선수권 대회 결승전에서 북한은 중국이나, 일본, 호주, 한국 등과 고만고만했던 나라다. 당시 한국은 새로 아시아권에 편입된 호부 돌풍에 말려 4강진출도 못함으로써 세계 대회 출전권을 놓쳤지만, 한국과의 경기에서 2-1로 신승했고, 결승전에서 중국에 졌던 북한은 불과 4개월여만에 전혀 다른 팀이 되어 있었다.


독일, 멕시코, 스위스라는 만만치 않은 팀과 C조에 편성돼 8강 진출도 어려워보였지만 3연승으로 당당하게 조 1위를 차지했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무려 8명의 선수가 10골을 넣는 다양한 득점원을 자랑한 북한은 단 1골도 잃지 않는 위력까지 발휘했다. 프랑스와의 8강전에서 비록 실점하긴 했지만 후반 45분 홍명금의 결승골로 2-1로 승리한 북한은 후반 42분에 터진 이은향의 결승골로 브라질과의 4강전까지 승리하고 결승에 올랐고 아시아선수권에서 패배의 아픔을 안겼던 중국에 5골을 퍼부으면서 정상에 등극했다.


불과 4개월 만에 아시아 2위에서 세계 정상까지 발돋움한 북한의 이같은 도약은 청소년 무대에서 활약한 선수가 그대로 성인 무대로 간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북한 여자축구의 세계 정상 등극도 멀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이날 결승 경기는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수중전으로 진행됐으며, 비탈리 무트코 러시아 축구연맹회장과 FIFA 주요 인사들이 경기를 지켜봤다. 북한 대표팀 유니폼과 같은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나온 300여명의 북한 응원단은 경기 내내 장대같이 쏟아지는 빗속에서 흔들림없이 관전했는데, 태극기 대신 인공기를 든 것을 제외하면 또 다른 붉은 악마를 연상시켰다. 승리가 확정되자 "이겼다"와 "강성대국"을 연호하는 응원단, 경기와 시상식이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는 축구에 관해서는 작은 나라가 아니고 세상을 뒤흔드는 나라"라고 말하는 김성희 선수. 우리는 그런 장면을 담아 오전 내내 반복해서 틀어주는 방송을 보면서 같은 동포가 거둔 위업을 감탄하는 것에 대리만족 할 수밖에 없었다. 

 

북한의 세계대회 우승을 보는 야누스의 마음

이렇게 북한의 괄목할만한 도약을 보고 있노라면 한국의 몰락은 더욱 초라해 보이고 염장을 지르는 것만 같다. 아마 인공기만 보면 불태우고 싶은 꼴통들조차도 이 순간 저렇게 휘날리는 그 깃발을 외면할 수는 없겠지? 그래서 더 염장에 고통이 배가되는 사람들도 물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보수꼴통이 아니더라도, 북한의 우승을 “한민족 최초의 세계대회 우승”이라고 단 기사제목을 보며 흡족해하더라도 가슴 한구석에 찬바람이 이는 것은 어쩔 수 없지 않은가?


협회는 매일 쌈박질이나 하고 선수들은 선수촌을 이탈하기나 하면서 호주가 새로 들어왔니 뭐니 하며 자기 합리화만 했던 결과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사필귀정이라고 하지 아마! 2004년 아시아 여자 청소년 선수권 대회에서 중국을 3-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선수권에 출전했던 한국이 아니었던가? 그래서 지난 4월 세계선수권 본선티켓 3장이 걸린 아시아여자 청소년선수권에서 내심 2연패를 노렸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수 아래였던 일본과 북한에 잇따라 1-2로 무릎을 꿇으면서 1승 2패로 조 3위에 머무는 바람에 4강에도 오르지도 못했던 것이지 축구 강국 호주가 새로 편입된 탓이 아니다.


결국 한국은 아무런 대책도, 정보수집도 훈련도 하지 않으며 남의 탓만 하고 있을 때, 북한 은 눈물을 곱씹으며 피를 말리는 훈련을 한 결과 첫 출전에 영예의 우승을 차지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저 동포선수의 위업이라고 기뻐하고만 있어야 될까? 전 대회 출전도 못했던 나라가 심기일전하여 예선전을 넘었고, 4개월전 예선전에서 패했던 중국을 4개월만에 대파할 수 있는 실력을 키워 마침내 설욕하는 것을 보면서 느끼는 게 없는가? 그들보다 피가 흐린가, 밥을 못 먹는가, 응원단이 약한가? 아무런 변명도 할 수 없게 만들며 북한이 세계 최강이 되는 동안 한국은 변방의 허접한 약자로 몰락했다. 이것이 양극화다! 그래서 사촌이 논을 사면 배 아프다고 하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