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여. 불어터진 자유 불어티진 시간을 파먹으면서 오늘 하루도 약간은 참담하고 약간은 암울한 기분으로, 뒹굴 뒹굴 하루를 잘 굴리셨는가. 그대는 먹이를 포식한 봄말의 코알라 정오의 햇빛 속에 졸고 있는 칠면조 빈둥 빈둥 오, 만고강산에 나른하고도 권태로운 그대 인생의 중심부. 그런데도 그대는 행복하지 않은 표정이다. 그대여. 앉으면 암울하고 누우면 참혹하리라. 눈을 뜨면 초조하고, 눈을 감으면 불안하리라. 동쪽으로 가도 귀인을 만나지 못하고 서쪽으로 가도 귀인을 만나지 못하리라. 사면초가(四面楚歌). 어느 기업총수는 말했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고. 젠장, 세계가 넓은들 그대와 무슨 상관이며 할 일이 많은들 그대와 무슨 상관인가. 그대는 백수일 뿐,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 보아도 그대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는데 한숨은 길수록 늘어가고 지갑은 갈수록 줄어드는데 어쩌자고 햇살은 저리도 눈부시며 어쩌자고 꽃들은 저리도 화사한가. 잔인하다 세월이여. 동서남북 부주하게 이력서를 던졌건만 종무소식.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는 속담도 이제는 단물이 다 빠져 버린 츄잉껌이 되었다. 하지만 그대여 서두르지 말라. 멀고도 험난한 인생길 엎어진 김에 쉬어갈 수도 있지 않은가. 백수는 젊은 날 한 번쯤은 겪어야 할 황금의 터널. 백수를 경험하지 않은 젊음을 어찌 진정한 젊음이라 일컬을 수 있으랴. 차라리 나는 그대가 자랑스럽다. 그대는 아직 길들여진 사회적 동물로 전락하지 않았으며 그대는 아직 덜미 잡힌 연봉의 노예로 전락하지 않았다. 젊은 날 아무 망설임도 없이 그저 입에 풀칠이나 한다는 명분으로 취직부터 하고 보는 젊음은 싱그러울 수도 없고 아름다울 수도 없다. 성급한 결정 한 번으로 꺾어진 젊음 어쩌면 한 평생 날밤을 새우면서 서류를 정리하고 어쩌면 한 평생 허리를 굽신거리면서 아부를 떨어야 할지도 모른다. 현실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는가. 비록 세상은 넓고 할 일이 많다고는 하지만 그대의 직업도 그대의 인생자체이면서 그대의 행복 자체가 되어야 한다. 둥지를 자주 바꾸는 새는 깃털이 많이 빠지고 깃털이 많이 빠지는 새는 먼 하늘을 날지 못한다. 가급적이면 한 자리에서 한 가지 일에 평생을 바치면서 행복을 느낄 수만 있다면 인생의 절반은 성공이다. 나머지 절반은 실력연마와 마음공부가 결정하는 것이니, 그대 마음 바깥에 있는 사람이나 사물들을 모두 그대 마음 안으로 불러들이고 나보다 못난 점들이 있다면 끌어안아 감싸기를 서슴지 말라. 그대가 남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남들이 그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따라 행복의 질량이 달라지며 인생의 심도가 달라지노라. 그토록 중차대한 일을 어찌 쉽사리 결정할 수가 있겠으며 어찌 쉽사리 얻어낼 수가 있겠는가. 부디 서두르지 말라. 지금 그대는 충분히 심사숙고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그대여. 두 손을 모아 간절하고도 간절한 마음으로 그대를 위해 기도하나니 백수, 그 무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이름 위에 부디 하나님의 찬란하고 아름다운 축복이 있으라. - 「 날다 타조」 이외수 - 한국의 모든 백수 백조들 힘내세욤...
날다 타조
그대여.
불어터진 자유
불어티진 시간을 파먹으면서
오늘 하루도
약간은 참담하고 약간은 암울한 기분으로,
뒹굴
뒹굴
하루를 잘 굴리셨는가.
그대는
먹이를 포식한 봄말의 코알라
정오의 햇빛 속에 졸고 있는 칠면조
빈둥
빈둥
오, 만고강산에 나른하고도 권태로운
그대 인생의 중심부.
그런데도 그대는 행복하지 않은 표정이다.
그대여.
앉으면 암울하고
누우면 참혹하리라.
눈을 뜨면 초조하고,
눈을 감으면 불안하리라.
동쪽으로 가도 귀인을 만나지 못하고
서쪽으로 가도 귀인을 만나지 못하리라.
사면초가(四面楚歌).
어느 기업총수는 말했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고.
젠장,
세계가 넓은들 그대와 무슨 상관이며
할 일이 많은들 그대와 무슨 상관인가.
그대는 백수일 뿐,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 보아도
그대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는데
한숨은 길수록 늘어가고
지갑은 갈수록 줄어드는데
어쩌자고 햇살은 저리도 눈부시며
어쩌자고 꽃들은 저리도 화사한가.
잔인하다 세월이여.
동서남북 부주하게 이력서를 던졌건만
종무소식.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는 속담도
이제는 단물이 다 빠져 버린 츄잉껌이 되었다.
하지만 그대여 서두르지 말라.
멀고도 험난한 인생길
엎어진 김에 쉬어갈 수도 있지 않은가.
백수는 젊은 날 한 번쯤은 겪어야 할 황금의 터널.
백수를 경험하지 않은 젊음을
어찌 진정한 젊음이라 일컬을 수 있으랴.
차라리
나는 그대가 자랑스럽다.
그대는 아직 길들여진 사회적 동물로 전락하지 않았으며
그대는 아직 덜미 잡힌 연봉의 노예로 전락하지 않았다.
젊은 날 아무 망설임도 없이
그저 입에 풀칠이나 한다는 명분으로
취직부터 하고 보는 젊음은
싱그러울 수도 없고
아름다울 수도 없다.
성급한 결정 한 번으로 꺾어진 젊음
어쩌면 한 평생 날밤을 새우면서 서류를 정리하고
어쩌면 한 평생 허리를 굽신거리면서 아부를 떨어야 할지도 모른다.
현실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는가.
비록 세상은 넓고
할 일이 많다고는 하지만
그대의 직업도
그대의 인생자체이면서
그대의 행복 자체가 되어야 한다.
둥지를 자주 바꾸는 새는 깃털이 많이 빠지고
깃털이 많이 빠지는 새는 먼 하늘을 날지 못한다.
가급적이면 한 자리에서 한 가지 일에 평생을 바치면서
행복을 느낄 수만 있다면
인생의 절반은 성공이다.
나머지 절반은 실력연마와 마음공부가 결정하는 것이니,
그대 마음 바깥에 있는 사람이나 사물들을
모두 그대 마음 안으로 불러들이고
나보다 못난 점들이 있다면
끌어안아 감싸기를 서슴지 말라.
그대가 남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남들이 그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따라
행복의 질량이 달라지며
인생의 심도가 달라지노라.
그토록 중차대한 일을
어찌 쉽사리 결정할 수가 있겠으며
어찌 쉽사리 얻어낼 수가 있겠는가.
부디 서두르지 말라.
지금 그대는 충분히 심사숙고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그대여.
두 손을 모아 간절하고도 간절한 마음으로
그대를 위해 기도하나니
백수,
그 무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이름 위에
부디 하나님의 찬란하고 아름다운 축복이 있으라.
- 「 날다 타조」 이외수 -
한국의 모든 백수 백조들 힘내세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