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자살 실태와 대책… 하루평균 38명 ‘사회적 타살’

정유미200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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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자살 실태와 대책… 하루평균 38명 ‘사회적 타살’

‘10만명당 자살률 OECD국가 중 1위,지난해 자살자 1만4000여명.’

한국은 어느새 ‘자살이 많은 나라’라는 오명을 달았다. 지난해 하루 평균 38명이 목숨을 끊는 높은 자살률을 보면 더 이상 개인 차원의 문제만은 아니다. 특히 60세 이상 노인들의 자살률은 30%를 육박,고령화사회로 진입한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자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연간 3조원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라는 인식 아래 범사회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자살 실태=지난 2003년 연간 자살자가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섰다. 통계청이 집계한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2000년 6460명이던 연간 자살자 수는 2003년 1만932명으로 1만명을 넘어선 뒤 2년 만인 지난해에는 1만4011명으로 늘었다.

자살 급증은 경제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국립서울병원과 이화여대가 지난달 7일 발표한 ‘우리나라 자살의 사회경제적 비용부담에 관한 연구보고서’는 자살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은 연간 3조856억원,자살을 유발하는 우울증의 사회경제적 비용도 연간 2조153억원으로 집계했다. 자살과 우울증으로 무려 5조원의 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지난해 자살률은 10만명당 24.2명으로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

자살 원인도 다양해지고 있다. 질병과 생계난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과거와 달리 고독 비관 실연 가족문제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2000∼2005년 자살자의 자살 동기를 분석한 결과 염세·비관(44.0%)이나 가정불화(6.9%),애정문제(8.8%)로 나타났다.

◇위험한 자살 신드롬=산업화에 따른 물질적 풍요와 핵가족화에 따른 자살 증가는 어느 국가에서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사회적 병리현상.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에서 자살률 증가는 예사롭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2003년 한국 사회를 휩쓴 ‘자살 신드롬’은 연간 자살 1만명 시대를 앞당긴 주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재벌기업 회장과 고위 공무원 등 사회지도층이나 연예인 등 유명 인사들의 자살은 집단 모방자살 심리를 부추겼다.

2003년 4월 홍콩 영화배우 장궈잉 자살 직후 발생한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8.4)의 투신자살은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어 박태영 전남지사(2004.4.29),이준원 파주시장(2004.6.4)에 이어 지난해 2월 영화배우 겸 탤런트 이은주씨의 자살은 영화팬은 물론 청소년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다.

유명 지도층 인사들의 잇딴 자살은 급기야 자살을 부추기는 수많은 상업적 자살 사이트들의 무차별 개설을 불러왔다. 자살 사이트들은 자살을 미화하고 구체적인 자살 방법,자살 동반자까지 연결해주는 반인륜도 서슴지 않았다.

이와 관련,경찰청 관계자는 “심리적으로 취약한 시기인 청소년들은 부모의 이혼이나 가정불화,학교생활 부적응 등으로 매우 비관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자살 사이트는 청소년은 물론 20대 젊은층에게 전염성 강한 독버섯”이라고 말했다.

◇자살 예방 위한 범사회적 네트워크 구축=보건복지부는 지난해 9월30일 자살 문제를 정부 차원에서 해결하기 위해 ‘자살예방 대책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복지부는 또 지난 5월 성공회대에 용역 의뢰한 자살 예방을 위한 정책연구 보고서 ‘충동적 자살 예방을 위한 사회안전 환경 구축에 대한 법제화 방안 연구’를 토대로 향후 대책을 마련 중이다. 이와 함께 올 정기국회에 가칭 ‘자살예방기본법안’ 제출을 추진 중인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은 정부의 자살예방 대책 발표 이후에도 자살자 수가 줄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실효성 있는 방안을 법안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개인은 물론 교육계와 시민사회단체,정부가 자살 예방을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례로 연간 자살자가 3만명을 넘어선 일본의 경우 자살 동기를 없애기 위해 초·중·고생에 대한 자살예방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일선 교사와 정신과,임상심리학 의사 등이 참여한 자살방지 안전망을 구축하고 있다. 한국자살예방협회 이홍식 회장은 “자살 문제는 개인적인 선택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야 다양한 차원에서 자살 문제를 풀 수 있다”며 “사회적으로 좀더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자살예방 활동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