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멜, 그는 과연 보급을 무시했는가

박지훈200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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롬멜, 그는 과연 보급을 무시했는가

약 3000명에 달했던 독일장군들중에서 가장 유명한 장군이 있다면 에르빈 롬멜일 것입니다.

2차대전에 아주 문외한이라해도 누구나 적어도 그의 이름은 압니다. 물론 그가 독일장군들중에 가장 유능한 장군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의 명성은 리델하트나 처칠등 영국측 인사들의 저서와 1943년도에 영국에 의해 제작된 "사하라전차대"나 "사막의 여우"등의 영화 미디어의 역할이 컸을 것입니다.(우리나라의 경우는 후자덕분이겠지만)

 

게시판에서 롬멜에 대한 평가가 분분한데 "전술에는 능했으나 전략에는 어두웠다", "사실 그의 무모한 진격때문에 스스로 보급난을 자초했음에도 그는 히틀러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북아프리카에서의 패배는 무리하게 전선을 확장한 본인 책임이다"등의 비판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죠.

 

언젠가 어느 게시판에서는 롬멜에 대한 영국의 찬사를 보고 "연패에 대한 자신들의 무능함을 감추기 위해 상대를 부각시키는 것"이라는 식의 글을 본 적이 있는데 롬멜의 잘잘못을 떠나 적어도 이것은 실로 어이가 없는 소리입니다. 타인을 인정하기 보다 타인을 깎아내리는 것이 당연시 되는 전형적인 한국식 사고라고 할 수 있을까요..

 

  중동방면군 최고사령관의 명령
 
  중동방면 사령부 및 각종 부대 지휘관에게 고함.
  우리들의  친구  롬멜의 이름이 아군의 이야기거리가 됨으로써 어느새 아군의
인기를 차지하는 존재가 되어갈 위험성이 있다. 그는 정력적이며 뛰어난 능력을
가진 자이기는 하나 초인(超人)은 아니다. 설령 초인이라 할지라도 우리 군대의
병사들이 그에게 초자연적인 힘을 부여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못된다. 때문
에 롬멜을 흔히 있는 장군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대해 어떤 대책을 강구해야겠
다. 먼저 리비아의 적을 롬멜이라 부르지 못하도록 해야겠다. 독일군, 추축군이
라  부르지 않는 경우에는 적군이라 불러야 할 것이며 특별한 뜻을 풍겨서 롬멜
이라  불러서는 안된다. 이 명령은 꼭 이행되어야 하며 하급 지휘관들은 부하들
에게 이 일에 대하여 심리적 중요성을 가르쳐주기 바람.
                              
                                              중동방면군 최고사령
                                                                  오킨렉크
  추신…본관은 롬멜을 질투하고 있는 것이 아님.


 

이것은 당시 롬멜을 상대하고 있던 오킨렉의 명령서입니다. 롬멜을 가장 두려워하며 또 추앙하던 것은 바로 적인 영국군 장병들이었습니다. 2차대전중 구데리안, 만슈타인같은 독일장군뿐만 아니라 쥬코프, 패튼, 맥아더, 몽고메리등 연합군 지휘관들을 통틀어 적에게까지 추앙받던 장군이 있었던가요. 그것은 단순히 능력의 우위를 떠나 열세한 전력으로 압도적인 자신들에게 연승을 거두었으며 그것도 일본군처럼 한낱 잔재주따위에 의존하지 않고 상대의 허점을 정확히 찔려 승리를 거두었고 다른 장군들과 달리 포로나 민간인들에 대해서도 더러운 행위를 지시하지 않는 그런 깨끗한 모습에서 기인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롬멜에 대해 보급을 무시하는 무모한 진격으로 결국 아프리카에서 패배했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일견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이것은 오로지 한쪽면만을 보는 탁상공론적인 사고에 지나지 않습니다. 또 그의 공격적인 전술을 단순히 공명심운운하는 것도 적절치 못한 것입니다.

 

실제로 롬멜은 보급을 무시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보급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가 토부룩항의 확보에 매우 집착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보급의 한계에 직면했을때 서슴없이 확보한 진지를 포기하고 부대를 후퇴시켰습니다. 이것이 바로 진짜로 보급을 무시하던 일본군장성들과 결정적인 차이점입니다. 어렵게 확보한 땅을 포기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컴퓨터 게임에서조차도 말이죠. "무조건 사수"를 외치는 것은 히틀러, 스탈린만이 아닙니다.

 

롬멜은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나폴레옹의 격언에 철저히 따른 인물입니다. 그러나 그는 단순히 공격만이 능사라는 획일적 사고를 가진 인물이 아니라 전진과 후퇴에 매우 융통성을 가진 지휘관이었습니다. 보급면에서 우세한 전력을 가진 영국군을 상대로  항상 전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리드했습니다. 그의 공격위주 전술로 무모하게 돌진하다 부대가 포위되어 대량 항복하는 일이 있었다면 마땅히 비판의 대상이 되겠지만 1942년 10월 엘 알라메인에서 패퇴했을때조차도  비록 막대한 희생은 치루었지만 그의 부대자체가 와해되는 일이 없이 트리폴리타니아까지 후퇴하였습니다.

 

케셀링을 비롯해, 이탈리아 최고 참모부가 그의 "무모한 공세"를 항시 비판했지만 롬멜이 "그럼 더 나은 대안을 내놓아 보라"라고 했을때 어느 누구도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비판은 쉽지만 대안은 어려운 것입니다.

 

왜 그는 그런 공격적인 전술을 사용했는가, 보급선을 고려해 공격해 오는 적을 격퇴하는 선에서 아프리카를 지킬 수도 있지 않았는가.

 

그가 처음 아프리카에 도착했을때 그에게는 최정예부대를 거의 상실한채 의기소침한 이탈리아군과, 이탈리아군이상으로 사막전 경험조차 없는 소규모의 독일군밖에 없었습니다. 패배주의에 빠진 이탈리아군과 "어차피 남의 전쟁"정도로 여기는 독일군으로 승리의 여세를 몰아 진격해 오는 영국군을 상대로 단지 트리폴리주변에 방어선을 치는 것으로 리비아를 지킬 수 있었을까요? 싸우기도 전에 붕괴되고 말았을 것입니다. 정치적 욕심에서 비롯된 처칠의 독단이 롬멜에게 행운이 된 것도 있었지만 그는 역습으로 허를 찔러 영국군을 격퇴하고 리비아국경까지 밀어붙였습니다. 그것은 실로 대단한 것입니다. 한편으로 처칠의 실책이 없었을때도 과연 그런 성공을 거두었을까 라는 반론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if일뿐이며 "운"도 그 기회를 포착할만한 결단과 용기가 병행되어야 가능한 것입니다.

 

공격시 보급선을 고려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 보급만 신경쓰며 멈춰서 수비로 나간 것이 바로 그라치아니의 이탈리아군입니다. 먼저 공격하고도 주도권을 빼앗겨 버렸죠. 롬멜은 단순히 공명심으로 보급을 무시한 것이 아니라 "이쪽이 멈추면 상대에게 그만큼 시간을 준다"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철도가 없는 리비아에서 부족한 차량으로는 충분한 보급을 하는 것은 어떻게 하더라도 불가능하며, 그것을 근본적으로 따진다면 애초에 독일이 전쟁을 시작한 것부터가 잘못이다 라는 결론만 나옵니다. 전쟁을 시작한 것은 롬멜의 결정사항이 아니며 그는 한정된 자원으로 최고의 선택은 아니라도 최선의 선택을 한 것입니다.

 

아프리카에서 롬멜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이탈리아 식민지를 확보유지하면서 이집트를 위협해 영국군을 붙잡아 둠으로서 프랑스나 이탈리아본토에 상륙하는 일이 없도록하는 것에 있었으며 그 점에서 롬멜은 충분히 그 역할을 잘 해 주었습니다. 독일군이 버틸 수 있는 한계까지 말이죠. 결과적으로 패했지만 그 원인은 영미군의 압도적인 물량에 기인한 것이지 롬멜의 무모한 전술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히틀러가 롬멜을 지원해 주었더라면 중동까지도"라는 허황된 상상은 롬멜의 잘못이 아니라 그의 위인전기나 사가들에게 있습니다. 또, 영국입장에서 그 가능성을 매우 우려했던 것도 어쨌거나 사실입니다.

 

한편으로, 롬멜에 있어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동맹국 이탈리아 최고 사령부에 대한 배려 부족에 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가 파견 온 첫번째 이유는 리비아 방위에 있으며 리비아는 이탈리아 식민지입니다. 이탈리아는 독일의 동맹국이지 식민지나 괴뢰정권이 아니며 따라서 롬멜은 이탈리아의 무능함에 대해 속마음이 어찌하건 간에 정치적 배려에 더욱 신경 썼어야 했습니다. 이는 국가간 자존심이 걸려 있기 때문에 매우 중대한 문제입니다. 더군다나 북아프리카 군단의 보급은 이탈리아의 협조없이는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탈리아군 총참모장 카발레로원수, 바스티코원수등과 매우 사이가 나빴고 이 점이 이탈리아군의 원할한 협조에 큰 지장을 주었습니다. 이탈리아측으로서는 드러내고 자신들을 열등하다며 무시하는 장군을 위해서 모든 것을 다 바쳐야할 이유는 없는 것입니다.

이 점은 롬멜이 정치군인이 아닌 순수한 야전출신이기 때문이겠지만(너무 솔직했다는) 어쨌거나 동맹국 군대와 협조해야만 하는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커다란 실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하빈다. 

 

그리고 롬멜이 이탈리아군이나 이탈리아전차를 형편없다는 이유로 전력외로 쳤다는 것(알기쉬운..시리즈등에서 흔히 말하는)은 실로 편견으로 결코 사실이 아닙니다. 그는 자서전내내 이탈리아장병들의 노고를 치하했고 그들의 용맹함을 높이 평가했습니다.(로마의 최고 사령부는 예외로 치고) 또 이탈리아전차가 그 성능면에서 열등한 것을 알면서도 항상 능력이상의 것을 명령했고 아리에테사단은 엘 알라메인에서 문자 그대로 전멸할 때까지 장렬하게 싸웠습니다.

 

여러 관련 사이트에서 롬멜에 대한 비판을 보았고 그 나름의 일리는 있다고 보나 그것은 한쪽면의 부각일뿐 왜 그렇게 했는가에 대해서는 설명이 부족하지 않은가 합니다. 단순히 비판을 위한 비판에 치중하기 보다 편견을 버리고 제 3자 입장에서 공과를 공정히 평가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