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대사 로 본 바람의 검심

이원규200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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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잎 클로버와 세잎 클로버의 꽃말을 알지 못했던 어린시절 네잎 클로버를 찾기위해 아무생각없이 희생시켰던 세잎 클로버를 생각하면 지금도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소수의 행운을 찾기위해 희생시킨 다수의 행복... . 바람의 검심-추억편-(이하 추억편)은 이렇듯 '행복'이란 말뜻을 알지 못했던 순수했던 소년이, 그 '바보같은 순수함'으로 인해 시대에 이용 당하고 자기도 모르게 다수의 행복을 짓밟으며 알게 된 '진정한 의미의 행복'을 특유의 비장미로 그려내고 있다. 잔인할 정도의 묘사와 절제된, 하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이 극적인 전개의 비장함을 더해주지만 지금까지 '추억편'이 일본 10대 애니에 들어가는 원인중 하나는 작품내내 긴밀히 연결되는 인물간의 '명대사'에 있지않나 싶다.

 

  

 

 (히코세이쥬로) - 검은 흉기, 검술은 살인 기술. 사람을 구하기 위해 사람을 벤다. 그 어떤 미사여구를 동원해도 이것이 검술의 진실이다.

  (카쓰라) - 새로운 세상을 위해 자넨 사람을 벨 수 있나? 그 힘을 내게 빌려주게.

 

 

 

 

  자신을 돌봐주던 누나를 죽이고 자신까지 해치려 했던 산적들의 시신조차 함께 무덤을 만들어 주던 순수했던 소년 신타. 비천어검류의 계승자인 히코 세이쥬로는 이런 소년의 순수함에 이끌려 그에게 '켄신'이라는 이름을 내리고 그를 제자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런 순수함은 '세상 사람들을 위한 행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열정이 되고 스승은 그에게 검술의 모순된 진리에 대해 알려준다.

  스승을 거역하고 세상으로 내려온 켄신. 스승의 말처럼 켄신은 조슈번 카쓰라의 눈에 띄게 되고 새시대를 위한다는 명분하에 살인을 시작한다. 그리고 조금씩 칼잡이로써의 자신에 대한 모순된 행동에 갈등할 무렵 '죽고싶지 않다'며 절규하는 쿄토 수비대 키요사토를 죽이게 된다.

 

 

 

 

 

 

 

 


 

  (키요사토) - 세상이 어수선한데, 나만 행복해지는건 아닌지... / 난 안죽어. 죽고싶지 않아!

  (토모에) - 사람의 목숨을 빼앗고 얻을수 있는 행복이란 없다고 봐요.

 

 

  무사로써 이렇다할 업적 하나 없는 키요사토는 예비신부 토모에를 위해 어수선한 쿄토 거리의 수비대에 자원한다. 소꿉친구였던 토모에와 '소박한 가정'을 꾸릴것을 꿈꾸던 키요사토는 '보다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꿈꾸는 켄신에 의해 살해당하고 이런 키요사토의 원한은 켄신의 왼쪽뺨에 상처로 남는다. 그리고 이 상처에서는 켄신이 암살을 행할때마다 피가 베어나오고 그토록 살고싶어했던 키요사토, 아니 자신이 죽였던 수많은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토모에) - 당신은 정말 내리게 하시는 군요...피의 비를...

 

 

 

 

 


 

  (여관 아주머니) - 창포는 말이지 비오는 날 더욱 향기가 좋단다, 토모에 너처럼 말이야.

 

 

 

 

 

 

 

  약혼자인 키요사토의 복수를 위해 쿄토로 올라온 토모에. 그녀는 도쿠가와(에도) 막부의 지령에 따라 켄신의 약점을 알아내기 위해 여관으로 잠입한다. '당신은 정말 피의 비를 내리게 하시는군요...' 켄신의 암살을 목격한 그녀가 처음으로 건넨 이 말은 후에 여관 아주머니가 창포꽃을 사온 토모에에게 해 준 말과 묘하게 연결된다. 약혼자의 복수를 하려던 토모에. 결국 창포같은 그녀는 피의 빗속에서 진한 향기를 내고, 이런 향기는 켄신에게 '병들지 않은 술맛'을 느낄 수 있는 여유를 주게 된다.

 

 

 

 

 

 

 


 

 (히코 세이쥬로) - 봄에는 국화, 여름에는 별, 가을에는 보름달, 겨울에는 눈... 술은 이

것만 있으면 된다. 이것으로 안되면, 그건 자기안에 어딘가가 병들어 있다는 증거다.

 

 

 

 

 

 

 

 


 

 (켄신) - 오랜만이야. 술맛이 제대로 나... .

 

 

 

 

 

 

  스승의 곁을 떠나 세상의 행복을 위해 사람을 벴던 켄신은 토모에와의 외출에서 처음으로 제대로된 술맛을 느끼게 된다. 토모에와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는 점점 '세상의 행복'이 아닌 '개인의 행복'에 눈을 뜨게 되고 자신의 광기를 쉬게 해 줄 '칼집'을 원하게 된다.

 

 

 

 

 

 

 

 

 


 

  (카쓰라) - 칼집이 되어줄 수는 없을까? 히무라라는 칼을 잡아줄 칼집. 물론 모순이라는것을 잘 알아.

 

 

 

 

 


 

(켄신) - 가겠나? 오오츠로? 부부가 되어서...

  (토모에) - 사람을 베지 않을때의 당신은 너무 다정해.

 

 

 

 

 

  덴노(일본의 왕)를 정권의 중심으로 두고 사민평등의 사회를 실현하고자 했던 조슈번은 미야베와 카쓰라의 내분과 막부측 신선조의 습격으로 와해되고, 이로인해 카쓰라는 모든것을 잃고 은둔 생활을 하게 된다. 카쓰라는 기회를 엿보기 위해 켄신과 토모에에게 부부가 되어 오오츠에 숨어 지낼것을 권유하게 되고, 이때부터 켄신은 은둔을 목적으로 토모에와 가정을 꾸리게 된다.

  은둔을 목적으로 했다지만, 장작을 패고 약을 팔고 농사를 지으며 점점 일상 생활의 소소한 행복을 느끼던 켄신은 결국 자신의 힘으로 지켜낼 수 있는 것은 '내 눈에 비친 사람들의 행복'임을 깨닫게 된다.

 

 

 

 

 

 

 

 

 


 

(토모에) - 네, 게다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잘 팔려서...

 

 

 

 

 

       


                아뇨, 너무 맛있게 드셔서요.

                 하지만, 왠지 맥이 빠진것 같아서...

                


 

                해질녘에 고추 잠자리를 보았어요.

                 ...

                 ... 죄송해요 ... 여보... .

 

 

 

 

 

 

 

 

 

 

 

 

  그런 깨달음에 켄신이 지키고자 했던 이런 소소한 일상은  '전체'라는 가치에 무참히 희생된다. '전체의 행복'이라는 것이 대체 누구를 위한 행복인지, 무엇을 위한 행복인지도 모른채 죽어가는 토모에. 이런 토모에는 켄신의 왼쪽 뺨에 십자상처를 남기고, 켄신은 토모에를 품에 안고 '피의 비'가 아닌 '피의 눈물'을 흘린다.

 

 

 

 

 


 

 

 


 

 

 

 

 

 

 

 

 

 

 

  몇년 전 지하철 공익 광고중에 '세상을 보기 전에 주변을 먼저 보십시오'라는 광고가 있었다. 시사주간지 보는척, 신문 보는척 하면서 주위에 쪼그려 앉아 있는 몸이 불편한 노약자를 외면하는 젊은이들을 비꼰 광고였다. 매일 뉴스를 보며 세상에 대한 안목을 기르고, 역사를 공부하며 시대를 통찰하는 머리를 키우지만 정작 부모님의 생일이 언제인지도 모르는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다. 너무 큰것만을 바라보고, 너무 잡기 힘든 행운만을 쫓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상의 행복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 바람의 검심 -추억편-을 통해 지금껏 살아온 자신의 일상을 '추억'해 보는것도 나쁠것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