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게임업체 '넥슨'은 올해 들어 '휴면 홈페이지 폐쇄' 등을 요청하는 공문을 824건이나 웹호스팅 업체(홈페이지를 대신 운영해주는 업체)들에 발송했다.
해커들이 오랫동안 방치된 휴면 홈페이지를 해킹 경유지로 삼아 넥슨 홈페이지를 공격하는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중국에서는 방치된 국내 무료 웹 계정을 이용하는 해킹 매뉴얼까지 나돌고 있다.
국내의 버려진 홈페이지가 해외 해커들의 놀이터 구실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 인터넷 게임업체 관계자는 "홈페이지 상당수가 '빈 집'으로 방치된 채 '죽어버린 정보'만 쌓여가고 있고, 이는 다시 해킹의 온상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휴면 홈페이지를 악용하는 해킹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전했다.
인터넷의 바다에 '정보 시체'가 즐비하다.
'정보 시체'란 인터넷에서 더 이상 정보로서 가치를 잃고 사장되는, 말 그대로 '죽은 정보'를 일컫는다.
장기간 방치된 휴면 홈페이지나 2년 넘게 한 건의 접속도 없는 커뮤니티, 관리소홀로 접속이 불가능한 웹 페이지와 두세 번 쓰고 버리는 대용량 이메일 계정,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스팸 메일 등 무용지물에 가까운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들이 '정보 시체'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정보 시체'는 그냥 쓰레기 문제로 끝나지 않고 우리나라의 '인터넷 경쟁력'을 잠식하고 있다.
휴면 홈페이지들은 해킹 등 범죄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은 물론 불필요한 사이버 공간만 차지한 채 인터넷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과 활용을 가로막고 있다.
또 포털 업체들은 서버 증설 등 재투자를 하더라도 이 비용이 대부분 자리만 차지하고 접속 건수는 거의 없는 커뮤니티들 때문에 고스란히 낭비되고 있다.
매일경제 취재팀이 웹호스팅 업체를 대상으로 휴면 홈페이지 실태를 조사한 결과 현재 인터넷상에 방치된 휴면 홈페이지는 약 30만~50만개로 추정된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운영되는 홈페이지를 100만여 개(한국정보보호진흥원 등 유관기관 자료 종합)라고 볼 때 무려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휴면 홈페이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으나 통상 6개월 이상 관리자 로그인 또는 외부 접속이 없는 사이트들이 해당한다.
2000년 초 동문 커뮤니티 서비스로 큰 인기를 끌었던 '다모임' 사이트의 경우 커뮤니티의 50% 이상이 한 달 동안 한 명의 방문자도 없는 휴면 상태로 나타났다.
'드림위즈'는 지난달 1년 동안 접속이 없는 메일 계정 실태를 조사해 150만개의 메일ID를 삭제했다.
각 포털 등 인터넷 사업자마다 평균 10~50%에 달하는 휴면 계정, 휴면 커뮤니티를 유지하기 위해 불필요한 서버 용량을 증설하는 등 상당한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NGO학과 교수는 "온라인 공간에서도 휴면 홈페이지와 스팸메일 등 엄청난 양의 정보 폐기물이 배출되면서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며 "대량의 인터넷 폐기물들을 어떻게 처리하고 보존할 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동취재팀]
둘중 하나는 휴면홈피…정보의 바다 '암초'
◆사이버 쓰레기 넘쳐난다(1)◆
대학원생 김진영 씨(가명ㆍ29)는 최근 논문에 참고할 정보를 검색하다 외국에 비해 유독 국내 인터넷 사이트에서 쓸모 없는 정보가 많이 검색된다고 느꼈다.
그는 "인터넷 정보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10년 전 PC통신 때보다 오히려 쓸모 있는 정보를 찾기가 힘들어졌다"며 "연결되지 않는 웹 페이지만 잔뜩 쏟아져 나올 때는 '정보의 바다'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 "'휴면 홈페이지'를 청소하자."
= 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은 오랫동안 방치된 휴면 홈페이지가 해킹의 주요 경로로 이용된다고 판단, 다음달부터 '휴면 홈페이지 대청소 캠페인'을 벌일 방침이다.
KISA에 따르면 해킹으로 인한 국내 홈페이지 변조(해킹) 건수는 2005년 한 해 동안 1만6692건에 달했다.
KISA 해킹대응팀 관계자는 "특히 휴면 홈페이지는 관리가 소홀해 해킹 공격의 주요 통로로 이용된다"며 "웹호스팅 업체가 관리하는 홈페이지가 해킹당하면 서버에 접속된 모든 사이트가 한꺼번에 뚫리게 된다"고 말했다.
본지 취재팀이 지난 5월 1일부터 나흘 동안 국내 유ㆍ무료 웹호스팅 업체 35개사(유료 25곳, 무료 10곳)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업체가 관리하는 홈페이지 10개 중 5~6개가 사실상 운영이나 관리가 중단된 휴면 홈페이지로 나타났다.
개수로 따지면 홈페이지 30만~40만개가 '무용지물'인 채 인터넷의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셈이다.
이번 조사는 조사 대상인 한국인터넷호스팅협회 회원사 32개가 유료 시장의 90% 이상을 점하고 있고, 무료 역시 상위 10~15개사가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전수 조사에 가깝다.
이처럼 '정보 시체'로 취급되는 휴면 홈페이지가 급격하게 늘어난 이유는 크게 △사용자들의 무관심 △웹호스팅 업체들의 방치 및 과당 경쟁으로 나눌 수 있다.
한 웹호스팅 업체 관계자는 "영세한 중소기업들의 경우 사업에 꼭 필요하지 않지만 '유행이니깐' '명함에 홈페이지 주소라도 한 줄 넣으려고' 홈페이지를 만드는 사례가 부지기수"라며 "이메일 계정 용도로만 홈페이지를 사용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웹호스팅 업계에 따르면 2년 이상 업데이트를 안 하는 회사도 수두룩하고 회사 로고만 뜨는 홈페이지로 현상 유지만 하는 사례가 20~30%에 달한다.
웹호스팅 업체 '아사달'은 2002년 무료 웹호스팅 업체 한 곳을 인수한 뒤 3개월간 접속이 없는 계정은 삭제키로 약관을 개정했다.
그 결과 홈페이지 7000여 개가 무려 2000여 개로 줄었다.
웹호스팅 업체 아이네임즈 최인영 팀장은 "온종일 접속이 없는 홈페이지도 20%대에 이른다"고 말했다.
웹호스팅 업체들도 사실상 '정보 시체' 양산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무료 웹호스팅 업체들의 상당수가 광고 효과 등을 이유로 휴면 홈페이지를 인터넷상에 방치하고 있다.
취재팀이 유료 웹호스팅 업체 25개사(한국인터넷호스팅협회 소속)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이 운영하는 홈페이지(약 24만개)의 52.2%가 휴면 홈페이지로 나타났다.
이 중 28.7%가 운영이 중단된 '좀비' 홈페이지였고, 26.5%가 요금 미납 등으로 삭제 대상인 사실상의 휴면 홈페이지로 집계됐다.
무료 웹호스팅 업체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무료 웹호스팅 업체 10개사의 경우 이들이 관리하는 홈페이지의 70%(약 4만6000개)가 휴면 홈페이지로 나타났다.
사용자들의 무관심으로 운영이 중단된 홈페이지가 32.3%, 요금 미납 등으로 삭제 대상이거나 이미 삭제당한 홈페이지가 37.3%에 달했다.
◆ 휴면 홈페이지 수 어떻게 조사했나?
= 유료 웹호스팅 업체는 한국인터넷호스팅협회 소속 37개 사업자 중 현재 웹호스팅을 운영중인 32개사를 조사대상으로 선정했다.
무료 웹호스팅 업체는 업계 추천을 받아 보유 고객 수 기준 상위 10개 업체를 선정했다.
취재팀은 해당 업체의 보유 계정 수, 휴면 홈페이지 수(계정 갱신율 기준), 요금 미납 계정 관리규정, 운영중단 홈페이지 수 등을 조사했다.
[기동취재팀=김기철 팀장 / 김명수 기자 / 김철수 기자 / 김대원 기자 / 박승철 기자 / 안정숙 기자]
홈피 숫자 모르는 IT강국
◆사이버 쓰레기 넘쳐난다(1)◆
한국에서 운영되는 인터넷 홈페이지 수는 얼마나 될까.
정보통신부를 비롯한 정부 유관기관과 인터넷 업계의 말을 종합해 보면, 대략 홈페이지 수는 최소 70만개에서 최대 150만개로 추정된다.
하지만 가장 정확한 정답은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다'이다.
미국의 '넷크래프트'(www.net craft.com)처럼 국내에서는 웹사이트 수를 파악하는 관련 연구나 통계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정통부 등에 따르면 해킹 범죄 상당수가 휴면 홈페이지를 통해 이뤄진다.
인터넷 게임업체 넥슨은 올해에만 자사 사이트 해킹에 이용된 홈페이지 824개를 폐쇄해줄 것을 웹호스팅 업체들에 부탁했다.
정통부 역시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해 휴면 홈페이지 실태조사를 벌여 '잠자는 홈페이지 삭제'를 사용자들에게 권고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작 휴면 홈페이지 규모는 물론 홈페이지 전체 규모에 대한 통계는 전무하다.
인터넷 정책의 기본이 될 홈페이지 수를 놓고도 정부 유관기관과 업계 간 설왕설래만 존재할 뿐이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은 2006년 3월 현재 국내 홈페이지 수를 150만개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관리하는 'kr' 도메인이 약 67만개, 'com' 등 국제 도메인이 79만개 정도여서 홈페이지도 150만개 정도 된다는 계산이다. 도메인 수가 홈페이지 수와 1대1 대응을 한다는 말이다.
이 수치를 정보통신부에서도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이러한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다.
인터넷진흥원은 자신들이 직접 관리하는 'kr' 도메인 관련 홈페이지만 헤아릴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의 베리사인사(社) 등에서 관리하는 국제 도메인의 정확한 개수를 파악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도메인이 곧바로 홈페이지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2006년 4월 1일 현재 'kr' 도메인은 67만2439개이고, 운영되는 'kr' 도메인 홈페이지는 45만7425개다.
호스팅 업체들은 또 다른 분석을 내놓았다.
웹호스팅 관계자는 "호스팅협회에 속한 회원사 32개사가 유료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이들이 관리하는 계정이 30만~40만개이고, 무료 웹호스팅 규모도 이와 비슷하다"며 "여기에 자체 서버를 운영하는 대기업이나 비영리기관들의 홈페이지 수 10만여 개를 더하면 한국에서 운영되는 홈페이지 수는 대략 70만개 정도"라고 추산했다.
■용어■ 웹호스팅
= 인터넷 홈페이지를 대신 운영해주는 서비스로, 웹호스팅 업체가 자신의 인터넷 서버를 고객에게 할당해 고객들이 직접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제공한다.
별도로 홈페이지를 갖추기 어려운 개인이나 중소기업이 많이 이용하는데 http://www.회사이름.co.kr(혹은 .com)와 같은 형식을 지닌 홈페이지의 90%가량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기동취재팀=김기철 팀장 / 김명수 기자 / 김철수 기자 / 김대원 기자 / 박승철 기자 / 안정숙 기자]
대기업 홈피마저…고객정보 관리 허술
◆사이버 쓰레기 넘쳐난다(1)◆
홈페이지 관리나 보안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대기업 홈페이지에도 아무렇게나 방치된 '정보 시체'가 즐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접속 수 기준 상위 100대 기업의 홈페이지 중 19곳에서 고객 등의 주민번호가 노출돼 있는 등 대기업 홈페이지의 정보관리가 개인 홈페이지 수준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매일경제 취재팀이 홈페이지 품질 진단업체인 센티널테크놀로지의 도움을 받아 온라인, 금융, 통신, 주요 상장기업 등 접속 수가 많은 기업 100개의 3~4월 홈페이지 운영실태를 분석한 결과다.
주민번호 유출은 대개 관리자 페이지가 철저한 보안이 이뤄지지 않아 외부에서도 접근이 가능해 비롯된 것이었다.
A정유업체 홈페이지는 아예 관리자 페이지 접근이 가능했다.
주소, 아이디, 휴대폰 번호가 중복된 회원의 신상을 담고 있었다.
아이디와 패스워드는 물론 주민등록번호, 집주소 그리고 휴대폰 번호까지 고객 3만4440명의 개인정보를 그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또 B통신업체 홈페이지는 이 회사 제품을 구입한 고객의 아이디, 비밀번호, 주민번호, 주소 등 입력 당시의 내용이 그대로 노출됐다.
C반도체업체와 D호텔의 경우 공채 응시자들의 신상에 대한 외부 접근이 가능했다.
C사 홈페이지에선 공채 응시자 3342명의 이름, 주민번호, 휴대폰 번호, 이메일, 채용 진행상황 등이 노출됐다.
D호텔 홈페이지에서는 신입 사원들이 공개 채용을 위해 제출한 이력서를 볼 수 있었다.
48명의 이력서에는 가족관계, 주민등록번호는 물론 사진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센티널테크놀러지 관계자는 "정보를 올리는 것에만 관심이 있고, 이를 내리고 치우는 것에는 무감각한 우리 인터넷 문화의 특징 때문"이라며 "인터넷 관리자들은 기술적인 문제뿐 아니라 이와 같은 의식적인 문제에도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e클린] 인터넷 철새 떠난자리엔 '흉가'만…
◆사이버 쓰레기 넘쳐난다 (2)◆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국내 주요 포털업체도 즐비한 '정보시체'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매일경제 취재팀이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 카페나 블로그 등 최근 몇 년 사이 들불처럼 번진 커뮤니티형 서비스와 미니 홈페이지 등 활성화 정도 등을 취재한 결과 30~40% 정도는 '죽은 사이트'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대 98%까지 '정보시체'인 곳도 있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포털업체들은 등록 회원 수나 카페 수 자체가 포털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이를 방치하고 있다.
◆ '정보시체'에 신음하는 주요 포털
= 3년 전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직 등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진 친구들과 연락을 취하기 위해 다음에 카페를 개설한 서 모씨(30). 서씨는 회원으로 가입한 친구들이 매일 개인적인 소식은 물론 취직관련 정보나 사진 등을 올려 카페 관리에 하루 서너 시간씩 투자했다.
하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카페 방문객은 점점 줄어들었고 결국 서씨는 그 동안 아껴 관리하던 카페를 내버려두고 새로 유행하기 시작한 싸이월드에 미니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2006년 4월 말 현재 '다음'에서 비활성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류된 휴면 카페 수는 전체 610만개 가운데 약 9.4%에 달하는 57만개다.
현재 다음에서는 카페 회원 활동이 2년 이상 없을 때만을 비활성화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어 실제 방치되고 있는 카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때 동문 커뮤니티 서비스로 큰 인기를 끌었던 '다모임'은 120만개 커뮤니티 가운데 45%인 54만여 개가 한 달 동안 방문자가 한 명도 없는 휴면상태로 나타났다.
동문 커뮤니티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아이러브스쿨'은 현재 가입자 이탈로 인해 대대적인 서비스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정보시체'는 포털사이트 카페와 같은 커뮤니티형 서비스뿐만 아니라 개인 홈페이지의 일종인 미니 홈페이지와 블로그에도 넘쳐나고 있다.
미니 홈피 열풍을 몰고왔던 싸이월드 휴면율은 평균 15~18%로 한 달 동안 로그인하지 않으면 휴면상태로 보고 있다.
매년 서버 신규투자에 300억원가량을 투자하고 있는 싸이월드는 본인이 탈퇴하지 않는 한 휴면상태인 미니 홈페이지도 임의로 삭제하지 않고 있다.
엠파스는 블로그 50만개 중 일주일에 글을 한 건도 올리지 않는 블로그가 전체 중 98%인 49만개에 달하고 있다.
엠파스 관계자는 "블로그는 저작권 문제 등 때문에 회원이 사용을 하지 않더라도 지울 수가 없어 모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정보시체' 원인은
= 각 포털 등 인터넷 사업자들은 최고 98%에 달하는 휴면 커뮤니티와 블로그, 계정 등을 유지하기 위해 서버 용량을 증설하는 등 상당한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정보시체'로 포털업체가 신음하고 있는 것은 인터넷 이용자는 한정되어 있지만 회원들을 늘리기 위해 비슷한 서비스를 실시하는 등 양적 성장만을 위한 무리한 경쟁과 유행하는 서비스를 따라 '철새'처럼 옮겨다니는 우리나라 네티즌 이용행태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특히 포털업체 카페나 블로그, 미니 홈페이지간에 데이터 이동이 어렵다는 점도 '정보시체' 양산을 부채질하고 있다.
[기동취재팀=김기철 팀장 / 김명수 기자 / 김철수 기자 / 김대원 기자 / 박승철 기자 / 안정숙 기자]
[e클린] "새집으로 이사도 좋지만 옛집 청소는 해야 예의죠"
◆사이버 쓰레기 넘쳐난다 (2)◆
1992년 PC통신 '천리안'에 개설한 산악동호회 '한백오름'은 당초 800명이 넘는 회원이 왕성하게 활동했지만 PC통신이 유료서비스를 고수하면서 동호회는 몰락하기 시작했다.
무료로 인터넷이 가능한 포털로 회원들이 옮겨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백오름'은 2003년 프리챌로 옮겨 몰락을 면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프리챌이 유료화 정책을 내놓으면서 결국 이 커뮤니티는 2006년 네이버로 옮겼다.
오랜 역사를 가진 다른 사이버 커뮤니티도 사정은 비슷하다.
1988년 나우누리에서 시작한 영화배우 감우성 팬클럽 '커피향기'는 유니텔과 프리챌을 거쳐 현재 싸이월드에서 회원 752명을 보유하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90년대 후반 다음에서 시작된 재즈동호회 '김태연의 퓨전스테이션'도 프리챌을 거쳐 싸이월드에 회원 3120명을 확보하며 제2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이처럼 사이버 커뮤니티가 여러 포털 등으로 옮겨다니고 있다.
대부분 사이버 커뮤니티는 2000년대 초반 대용량 커뮤니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다음이나 프리챌로 이동했다.
일부는 미니 홈페이지나 개인용 블로그가 유행하면서 이 부분에 강세를 보이는 네이버나 싸이월드로 이전했다.
커뮤니티가 포털을 옮겨다니며 새 둥지를 트는 것은 생존 차원 문제다.
가입한 회원들이 조금이라도 더 편리하거나 유행하는 포털로 옮겨다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이버 커뮤니티가 이전하면서 과거에 사용한 공간을 폐쇄하거나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이원석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네티즌들이 과거에 사용했던 흔적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업체에 저장비용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기동취재팀=김기철 팀장 / 김명수 기자 / 김철수 기자 / 김대원 기자 / 박승철 기자 / 안정숙 기자]
"쓸만한 정보도 많은데" 보존하자!
◆사이버 쓰레기 넘쳐난다 (3)◆
■ 1
"버려진 홈페이지에 있는 사소한 낙서도 디지털 문화유산이 될 수 있습니다.
'무조건 삭제'보다는 가치 있는 디지털 정보를 어떻게 구분하고 보존할지에 대한 대책부터 세워야 합니다 ." (차우진 정보트러스트센터 간사)
■ 2
"지난해에 인터넷 일기사이트인 '일기나라'(www.ilginara.com)가 갑자기 폐쇄되면서 3년 동안 꼬박꼬박 써온 일기를 몽땅 날려버렸어요.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 더욱 속상했습니다 ." (여대생 김미현 씨)
인터넷상 디지털 정보를 '디지털 문화 유산'으로 보고 체계적인 복원ㆍ보전 대책을 마련하자는 목소리가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오랫동안 방치된 홈페이지나 커뮤니티상 사소한 정보도 당시 사이버사(史)를 보여주는 소중한 디지털 자산이며, 사용자 무관심이나 상업적인 논리에 따라 삭제되는 정보를 되살리고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2002년 대선 때 제작된 대선 후보 홈페이지가 폐쇄되자 당시 '인터넷 정치판'을 들끓게 했던 각종 콘텐츠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지난해 11월 온라인 일기사이트 '일기나라'가 폐쇄됐을 때는 무려 40만여 명에 달하는 회원 개인사(史)가 눈깜짝할 새 사라졌다.
보존 운동은 삶의 영역이 갈수록 온라인으로 확장되고, 웹상에 축적되는 정보량이 기하급수로 증가하면서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인터넷상에 '정보시체'가 방치되고 파편화할수록 정보 검색 비용이 늘어나고, 이는 결국 지식 기반 국가 경쟁력까지 갉아먹는다는 논리로도 이어진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정보트러스트센터'와 다음 등 인터넷 업체들은 대안으로 '인터넷 아카이브' 운동을 제안하고 있다.
'인터넷 아카이브'란 '디지털 도서관'이라 할 수 있으며 미국 '인터넷 아카이브' 운동을 본뜬 것이다.
1996년 설립된 비영리단체 '인터넷 아카이브'는 미국 정부와 기업측 협조를 받아 사이트(www.archive.org)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3500만개 사이트, 400억 개 이상 웹페이지를 보존하고 있으며 몇 년 전부터 비디오와 음악 파일까지 수집하고 있다.
국내 웹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1998년 당시 청와대 홈페이지와 주요 포털 과거 사이트 모습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국립도서관(BnF)이 1999년부터 일부 웹사이트에 대한 정보 수집 실험을 거쳐 2001년 법 개정을 통해 프랑스 내 모든 웹페이지를 공식 수집ㆍ보존하도록 의무화했다.
호주 역시 국립도서관이 주축이 돼 1996년부터 방대한 온라인 자료를 수집하는 '판도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보트러스트센터' 등 민간단체가 주축이 돼 인터넷 초창기 인기를 끌다 사라진 사이트 복원 등에 나서고 있다.
정부에선 국립중앙도서관이 '오아시스' 프로젝트를 통해 디지털 정보 자원을 수집하는 정도다.
윤영민 한양대 사회정보학과 교수는 "디지털 시대에는 '보존' '검색' '열람'이 동시에 이뤄지는 새로운 콘텐츠 관리 방식을 창조해야 한다"며 "디지털 정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ㆍ보존할 것인가는 결국 국가경쟁력 문제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동취재팀=김기철 팀장 / 김명수 기자 / 김철수 기자 / 김대원 기자 / 박승철 기자 / 안정숙 기자]
"휴면홈피에 자원 낭비" 삭제하자!
◆사이버 쓰레기 넘쳐난다 (3)◆
인터넷상에 즐비한 '정보시체' 처리를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를 삭제할 것인지, 보존할 것인지 하는 문제다.
물론 넘쳐나는 '정보시체'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전제에는 모두 동의한다.
다만 이를 무차별적으로 삭제하는 것이 좋으냐, 아니면 일정한 기준을 정해 '소중한 디지털 정보'를 가려내 이를 '인터넷 박물관' 형태로 보존하는 것이 좋으냐 하는 차이가 있다.
이 논란에는 인터넷 콘텐츠 저작권에 대한 이해 차이도 존재한다.
■ 1
회사원 A씨는 얼마 전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하다 낭패를 봤다.
주문한 물건이 오지 않아 홈페이지상에 나온 번호로 전화를 걸어 보니 먹통이었다.
운영자를 수소문해 보니 인터넷 쇼핑몰을 그냥 방치한 채 군에 입대한 후였다.
A씨는 입금한 돈도 받지 못하고 어디에 하소연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방치된 홈페이지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것이다.
■ 2
무료 웹호스팅 업체를 운영하는 B씨는 조만간 휴면 홈페이지 정리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작년 하반기 중국 해커들이 한국인 주민번호를 도용해 국내 사이트를 해킹한 사건에서 자사 사이트 300여 개가 해킹에 이용됐기 때문이다.
B씨는 "정통부 등에서 해킹에 이용된 홈페이지 삭제 요청이 잇따라 어쩔 수 없이 회원 수 감소를 각오하고 장기간 방치된 홈페이지를 삭제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정보통신부는 우선 오는 6월부터 '휴면 홈페이지 대청소'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방치된 휴면 홈페이지가 해킹 등에 악용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서병조 정통부 정보보호기획단장은 "휴면 인터넷이 해킹 경유지로 활용되고 있는 만큼 한국정보보호진흥원과 연계해 장기간 방치된 휴면 홈페이지 정리를 사용자들에게 권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웹호스팅 업체들은 자체 기준에 따라 휴면 홈페이지라고 파악되면 원칙적으로 삭제 조치를 취했다.
서버 운영 효율성 때문이다.
삭제 기준이 되는 휴면 홈페이지에 대한 정의는 유료ㆍ무료 웹호스팅 업체간에 차이가 난다.
무료 업체는 3~6개월 등 일정 기간 접속자가 없을 때, 유료 업체는 요금 미납 사이트를 휴면 홈페이지로 규정한다.
업체측 기본 방침은 굳이 자사 서비스를 이용할 의지가 없는 고객 때문에 실제 이용 고객에게 불편을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휴면 홈페이지 삭제를 둘러싼 부작용도 만만찮다.
책 등과 달리 한 번 소실되면 영구적으로 없어지는 디지털 정보 특성상 사이트 삭제를 둘러싼 불만이 적지 않게 제기된다.
휴면 홈페이지로 규정돼 홈페이지를 삭제당한 고객들이 "무슨 기준으로 계정을 삭제했느냐. 내 홈페이지 정보를 살려내라"며 항의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무료 웹호스팅업체 '80포트'는 2004년 휴면 홈페이지 데이터 저장을 위한 백업 서버를 따로 마련했다.
6개월 동안 접속이 없는 홈페이지들을 삭제한 후 이용자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홈페이지가 항의 글로 도배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당수 웹호스팅 업체들은 휴면 홈페이지를 삭제하기 전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1년 정도 백업 기간을 두고 있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이들 중 약 60%가 약 3개월 미만 동안만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었다.
업체로서는 휴면 홈페이지 백업 비용을 결국 추가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휴면 홈페이지 데이터 백업은 그나마 상황이 좋은 업체들 얘기다.
한 웹호스팅 업체 관계자는 "시장을 80~90% 정도 차지하는 30여 개 업체를 제외한 900여 개 업체는 데이터 백업은 엄두도 못 내는 영세업체"라며 "이는 결국 정통부가 추진하는 휴면 홈페이지 삭제 캠페인이 말처럼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기동취재팀=김기철 팀장 / 김명수 기자 / 김철수 기자 / 김대원 기자 / 박승철 기자 / 안정숙 기자]
휴면홈피의 기준, 평균 6개월 접속 안할때
◆사이버 쓰레기 넘쳐난다 (3)◆
정통부 등이 삭제 대상 홈페이지 기준으로 삼는 '휴면 홈페이지'에 대한 정의는 무엇일까?
이는 본지 '사이버 쓰레기가 넘쳐난다' 기획기사가 나간 후 많은 독자들이 문의해온 내용이기도 하다.
정보통신부를 비롯한 유관 기관과 웹호스팅 업체 그리고 미국 등 선진국 기준을 종합해볼 때 '휴면 홈페이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대체로 '6개월 동안 접속이 없는' 것이다.
정통부는 홈페이지 전체가 전혀 관리되고 있지 않고 보안 업데이트가 되지 않아 해킹 가능성이 높은 홈페이지를 '휴면 홈페이지'라고 정의하고 있다.
최근 정통부와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은 다음달 '휴면 홈페이지 삭제 캠페인'을 앞두고 좀더 세부적인 개념 정의를 내렸다.
휴면 홈페이지를 '6개월 동안 콘텐츠 업데이트가 이뤄지지 않거나 접속자가 없는 사이트'로 규정지었다.
웹호스팅 업체에서는 요금을 내지 않거나 연장 계약을 하지 않는 이유로 삭제 대상에 오른 계정을 휴면 홈페이지로 간주한다.
하지만 극소수 업체를 제외하고는 전수 조사를 통해 휴면 홈페이지 실태를 파악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한편 정통부 의견처럼 6개월 동안 접속 여부나 콘텐츠 업데이트 여부를 기준으로 휴면 홈페이지를 판단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진충희 한국인터넷진흥원 팀장은 "사용자가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실태를 고려할 때 정통부 기준만을 가지고 휴면 홈페이지를 규정하기에는 다소 모호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기동취재팀=김기철 팀장 / 김명수 기자 / 김철수 기자 / 김대원 기자 / 박승철 기자 / 안정숙 기자]
정부 e문서관리 기준도 없다
◆사이버 쓰레기 넘쳐난다 (3)◆
행정자치부 등 정부 부처 홈페이지에 게재된 전자문서 보존(유통) 기한은 얼마일까.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다.
그나마 가장 가까운 답은 '서버 용량과 관리자 운영 방침에 달렸다'다.
예를 들어 문서 보존기한이 3년, 5년 식으로 설정된 종이 문서와 달리 정부 부처 홈페이지에 올라간 전자 공문 보존 기한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서버 용량을 초과하면 과거 순서대로 또는 관리자 임의로 해당 공문을 삭제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이는 정부가 전자정부 홈페이지에 올리는 공문과 자료를 '언제까지 게재하고 언제 삭제한다'는 '인터넷 문서관리 지침'이 전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자정부 구현을 위한 전자문서 유통이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방대한 인터넷 공공 문서를 관리할 기준이 전무한 것이다.
이에 대해 행정자치부 홈페이지 운영 담당자는 "종이문서와 달리 홈페이지에 게재된 공문을 언제까지 게재하고 언제 삭제한다는 기준은 없다"며 "일반 공문서 보존기한을 인터넷 문서에 똑같이 적용할지 등 인터넷 문서관리 지침 신설에 대해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신민필 정보통신부 정책홍보관리본부 사무관은 "정통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기안자, 결재자, 문서공개 여부, 보존기한 등을 담은 문서 속성정보를 공개하고 있지만 인터넷 게재 문서 관리지침은 따로 없다"며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되는 공문들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해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기동취재팀=김기철 팀장 / 김명수 기자 / 김철수 기자 / 김대원 기자 / 박승철 기자 / 안정숙 기자]
사이버 쓰레기 넘쳐난다
해커들이 오랫동안 방치된 휴면 홈페이지를 해킹 경유지로 삼아 넥슨 홈페이지를 공격하는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중국에서는 방치된 국내 무료 웹 계정을 이용하는 해킹 매뉴얼까지 나돌고 있다.
국내의 버려진 홈페이지가 해외 해커들의 놀이터 구실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 인터넷 게임업체 관계자는 "홈페이지 상당수가 '빈 집'으로 방치된 채 '죽어버린 정보'만 쌓여가고 있고, 이는 다시 해킹의 온상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휴면 홈페이지를 악용하는 해킹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전했다.
인터넷의 바다에 '정보 시체'가 즐비하다.
'정보 시체'란 인터넷에서 더 이상 정보로서 가치를 잃고 사장되는, 말 그대로 '죽은 정보'를 일컫는다.
장기간 방치된 휴면 홈페이지나 2년 넘게 한 건의 접속도 없는 커뮤니티, 관리소홀로 접속이 불가능한 웹 페이지와 두세 번 쓰고 버리는 대용량 이메일 계정,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스팸 메일 등 무용지물에 가까운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들이 '정보 시체'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정보 시체'는 그냥 쓰레기 문제로 끝나지 않고 우리나라의 '인터넷 경쟁력'을 잠식하고 있다.
휴면 홈페이지들은 해킹 등 범죄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은 물론 불필요한 사이버 공간만 차지한 채 인터넷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과 활용을 가로막고 있다.
또 포털 업체들은 서버 증설 등 재투자를 하더라도 이 비용이 대부분 자리만 차지하고 접속 건수는 거의 없는 커뮤니티들 때문에 고스란히 낭비되고 있다.
매일경제 취재팀이 웹호스팅 업체를 대상으로 휴면 홈페이지 실태를 조사한 결과 현재 인터넷상에 방치된 휴면 홈페이지는 약 30만~50만개로 추정된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운영되는 홈페이지를 100만여 개(한국정보보호진흥원 등 유관기관 자료 종합)라고 볼 때 무려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휴면 홈페이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으나 통상 6개월 이상 관리자 로그인 또는 외부 접속이 없는 사이트들이 해당한다.
2000년 초 동문 커뮤니티 서비스로 큰 인기를 끌었던 '다모임' 사이트의 경우 커뮤니티의 50% 이상이 한 달 동안 한 명의 방문자도 없는 휴면 상태로 나타났다.
'드림위즈'는 지난달 1년 동안 접속이 없는 메일 계정 실태를 조사해 150만개의 메일ID를 삭제했다.
각 포털 등 인터넷 사업자마다 평균 10~50%에 달하는 휴면 계정, 휴면 커뮤니티를 유지하기 위해 불필요한 서버 용량을 증설하는 등 상당한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NGO학과 교수는 "온라인 공간에서도 휴면 홈페이지와 스팸메일 등 엄청난 양의 정보 폐기물이 배출되면서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며 "대량의 인터넷 폐기물들을 어떻게 처리하고 보존할 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동취재팀]
둘중 하나는 휴면홈피…정보의 바다 '암초'
대학원생 김진영 씨(가명ㆍ29)는 최근 논문에 참고할 정보를 검색하다 외국에 비해 유독 국내 인터넷 사이트에서 쓸모 없는 정보가 많이 검색된다고 느꼈다.
그는 "인터넷 정보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10년 전 PC통신 때보다 오히려 쓸모 있는 정보를 찾기가 힘들어졌다"며 "연결되지 않는 웹 페이지만 잔뜩 쏟아져 나올 때는 '정보의 바다'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 "'휴면 홈페이지'를 청소하자."
= 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은 오랫동안 방치된 휴면 홈페이지가 해킹의 주요 경로로 이용된다고 판단, 다음달부터 '휴면 홈페이지 대청소 캠페인'을 벌일 방침이다.
KISA에 따르면 해킹으로 인한 국내 홈페이지 변조(해킹) 건수는 2005년 한 해 동안 1만6692건에 달했다.
KISA 해킹대응팀 관계자는 "특히 휴면 홈페이지는 관리가 소홀해 해킹 공격의 주요 통로로 이용된다"며 "웹호스팅 업체가 관리하는 홈페이지가 해킹당하면 서버에 접속된 모든 사이트가 한꺼번에 뚫리게 된다"고 말했다.
본지 취재팀이 지난 5월 1일부터 나흘 동안 국내 유ㆍ무료 웹호스팅 업체 35개사(유료 25곳, 무료 10곳)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업체가 관리하는 홈페이지 10개 중 5~6개가 사실상 운영이나 관리가 중단된 휴면 홈페이지로 나타났다.
개수로 따지면 홈페이지 30만~40만개가 '무용지물'인 채 인터넷의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셈이다.
이번 조사는 조사 대상인 한국인터넷호스팅협회 회원사 32개가 유료 시장의 90% 이상을 점하고 있고, 무료 역시 상위 10~15개사가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전수 조사에 가깝다.
이처럼 '정보 시체'로 취급되는 휴면 홈페이지가 급격하게 늘어난 이유는 크게 △사용자들의 무관심 △웹호스팅 업체들의 방치 및 과당 경쟁으로 나눌 수 있다.
한 웹호스팅 업체 관계자는 "영세한 중소기업들의 경우 사업에 꼭 필요하지 않지만 '유행이니깐' '명함에 홈페이지 주소라도 한 줄 넣으려고' 홈페이지를 만드는 사례가 부지기수"라며 "이메일 계정 용도로만 홈페이지를 사용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웹호스팅 업계에 따르면 2년 이상 업데이트를 안 하는 회사도 수두룩하고 회사 로고만 뜨는 홈페이지로 현상 유지만 하는 사례가 20~30%에 달한다.
웹호스팅 업체 '아사달'은 2002년 무료 웹호스팅 업체 한 곳을 인수한 뒤 3개월간 접속이 없는 계정은 삭제키로 약관을 개정했다.
그 결과 홈페이지 7000여 개가 무려 2000여 개로 줄었다.
웹호스팅 업체 아이네임즈 최인영 팀장은 "온종일 접속이 없는 홈페이지도 20%대에 이른다"고 말했다.
웹호스팅 업체들도 사실상 '정보 시체' 양산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무료 웹호스팅 업체들의 상당수가 광고 효과 등을 이유로 휴면 홈페이지를 인터넷상에 방치하고 있다.
취재팀이 유료 웹호스팅 업체 25개사(한국인터넷호스팅협회 소속)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이 운영하는 홈페이지(약 24만개)의 52.2%가 휴면 홈페이지로 나타났다.
이 중 28.7%가 운영이 중단된 '좀비' 홈페이지였고, 26.5%가 요금 미납 등으로 삭제 대상인 사실상의 휴면 홈페이지로 집계됐다.
무료 웹호스팅 업체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무료 웹호스팅 업체 10개사의 경우 이들이 관리하는 홈페이지의 70%(약 4만6000개)가 휴면 홈페이지로 나타났다.
사용자들의 무관심으로 운영이 중단된 홈페이지가 32.3%, 요금 미납 등으로 삭제 대상이거나 이미 삭제당한 홈페이지가 37.3%에 달했다.
◆ 휴면 홈페이지 수 어떻게 조사했나?
= 유료 웹호스팅 업체는 한국인터넷호스팅협회 소속 37개 사업자 중 현재 웹호스팅을 운영중인 32개사를 조사대상으로 선정했다.
무료 웹호스팅 업체는 업계 추천을 받아 보유 고객 수 기준 상위 10개 업체를 선정했다.
취재팀은 해당 업체의 보유 계정 수, 휴면 홈페이지 수(계정 갱신율 기준), 요금 미납 계정 관리규정, 운영중단 홈페이지 수 등을 조사했다.
[기동취재팀=김기철 팀장 / 김명수 기자 / 김철수 기자 / 김대원 기자 / 박승철 기자 / 안정숙 기자]
홈피 숫자 모르는 IT강국
한국에서 운영되는 인터넷 홈페이지 수는 얼마나 될까.
정보통신부를 비롯한 정부 유관기관과 인터넷 업계의 말을 종합해 보면, 대략 홈페이지 수는 최소 70만개에서 최대 150만개로 추정된다.
하지만 가장 정확한 정답은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다'이다.
미국의 '넷크래프트'(www.net craft.com)처럼 국내에서는 웹사이트 수를 파악하는 관련 연구나 통계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정통부 등에 따르면 해킹 범죄 상당수가 휴면 홈페이지를 통해 이뤄진다.
인터넷 게임업체 넥슨은 올해에만 자사 사이트 해킹에 이용된 홈페이지 824개를 폐쇄해줄 것을 웹호스팅 업체들에 부탁했다.
정통부 역시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해 휴면 홈페이지 실태조사를 벌여 '잠자는 홈페이지 삭제'를 사용자들에게 권고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작 휴면 홈페이지 규모는 물론 홈페이지 전체 규모에 대한 통계는 전무하다.
인터넷 정책의 기본이 될 홈페이지 수를 놓고도 정부 유관기관과 업계 간 설왕설래만 존재할 뿐이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은 2006년 3월 현재 국내 홈페이지 수를 150만개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관리하는 'kr' 도메인이 약 67만개, 'com' 등 국제 도메인이 79만개 정도여서 홈페이지도 150만개 정도 된다는 계산이다.
도메인 수가 홈페이지 수와 1대1 대응을 한다는 말이다.
이 수치를 정보통신부에서도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이러한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다.
인터넷진흥원은 자신들이 직접 관리하는 'kr' 도메인 관련 홈페이지만 헤아릴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의 베리사인사(社) 등에서 관리하는 국제 도메인의 정확한 개수를 파악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도메인이 곧바로 홈페이지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2006년 4월 1일 현재 'kr' 도메인은 67만2439개이고, 운영되는 'kr' 도메인 홈페이지는 45만7425개다.
호스팅 업체들은 또 다른 분석을 내놓았다.
웹호스팅 관계자는 "호스팅협회에 속한 회원사 32개사가 유료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이들이 관리하는 계정이 30만~40만개이고, 무료 웹호스팅 규모도 이와 비슷하다"며 "여기에 자체 서버를 운영하는 대기업이나 비영리기관들의 홈페이지 수 10만여 개를 더하면 한국에서 운영되는 홈페이지 수는 대략 70만개 정도"라고 추산했다.
■용어■ 웹호스팅
= 인터넷 홈페이지를 대신 운영해주는 서비스로, 웹호스팅 업체가 자신의 인터넷 서버를 고객에게 할당해 고객들이 직접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제공한다.
별도로 홈페이지를 갖추기 어려운 개인이나 중소기업이 많이 이용하는데 http://www.회사이름.co.kr(혹은 .com)와 같은 형식을 지닌 홈페이지의 90%가량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기동취재팀=김기철 팀장 / 김명수 기자 / 김철수 기자 / 김대원 기자 / 박승철 기자 / 안정숙 기자]
대기업 홈피마저…고객정보 관리 허술
홈페이지 관리나 보안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대기업 홈페이지에도 아무렇게나 방치된 '정보 시체'가 즐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접속 수 기준 상위 100대 기업의 홈페이지 중 19곳에서 고객 등의 주민번호가 노출돼 있는 등 대기업 홈페이지의 정보관리가 개인 홈페이지 수준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매일경제 취재팀이 홈페이지 품질 진단업체인 센티널테크놀로지의 도움을 받아 온라인, 금융, 통신, 주요 상장기업 등 접속 수가 많은 기업 100개의 3~4월 홈페이지 운영실태를 분석한 결과다.
주민번호 유출은 대개 관리자 페이지가 철저한 보안이 이뤄지지 않아 외부에서도 접근이 가능해 비롯된 것이었다.
A정유업체 홈페이지는 아예 관리자 페이지 접근이 가능했다.
주소, 아이디, 휴대폰 번호가 중복된 회원의 신상을 담고 있었다.
아이디와 패스워드는 물론 주민등록번호, 집주소 그리고 휴대폰 번호까지 고객 3만4440명의 개인정보를 그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또 B통신업체 홈페이지는 이 회사 제품을 구입한 고객의 아이디, 비밀번호, 주민번호, 주소 등 입력 당시의 내용이 그대로 노출됐다.
C반도체업체와 D호텔의 경우 공채 응시자들의 신상에 대한 외부 접근이 가능했다.
C사 홈페이지에선 공채 응시자 3342명의 이름, 주민번호, 휴대폰 번호, 이메일, 채용 진행상황 등이 노출됐다.
D호텔 홈페이지에서는 신입 사원들이 공개 채용을 위해 제출한 이력서를 볼 수 있었다.
48명의 이력서에는 가족관계, 주민등록번호는 물론 사진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센티널테크놀러지 관계자는 "정보를 올리는 것에만 관심이 있고, 이를 내리고 치우는 것에는 무감각한 우리 인터넷 문화의 특징 때문"이라며 "인터넷 관리자들은 기술적인 문제뿐 아니라 이와 같은 의식적인 문제에도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e클린] 인터넷 철새 떠난자리엔 '흉가'만…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국내 주요 포털업체도 즐비한 '정보시체'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매일경제 취재팀이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 카페나 블로그 등 최근 몇 년 사이 들불처럼 번진 커뮤니티형 서비스와 미니 홈페이지 등 활성화 정도 등을 취재한 결과 30~40% 정도는 '죽은 사이트'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대 98%까지 '정보시체'인 곳도 있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포털업체들은 등록 회원 수나 카페 수 자체가 포털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이를 방치하고 있다.
◆ '정보시체'에 신음하는 주요 포털
= 3년 전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직 등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진 친구들과 연락을 취하기 위해 다음에 카페를 개설한 서 모씨(30). 서씨는 회원으로 가입한 친구들이 매일 개인적인 소식은 물론 취직관련 정보나 사진 등을 올려 카페 관리에 하루 서너 시간씩 투자했다.
하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카페 방문객은 점점 줄어들었고 결국 서씨는 그 동안 아껴 관리하던 카페를 내버려두고 새로 유행하기 시작한 싸이월드에 미니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2006년 4월 말 현재 '다음'에서 비활성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류된 휴면 카페 수는 전체 610만개 가운데 약 9.4%에 달하는 57만개다.
현재 다음에서는 카페 회원 활동이 2년 이상 없을 때만을 비활성화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어 실제 방치되고 있는 카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때 동문 커뮤니티 서비스로 큰 인기를 끌었던 '다모임'은 120만개 커뮤니티 가운데 45%인 54만여 개가 한 달 동안 방문자가 한 명도 없는 휴면상태로 나타났다.
동문 커뮤니티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아이러브스쿨'은 현재 가입자 이탈로 인해 대대적인 서비스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정보시체'는 포털사이트 카페와 같은 커뮤니티형 서비스뿐만 아니라 개인 홈페이지의 일종인 미니 홈페이지와 블로그에도 넘쳐나고 있다.
미니 홈피 열풍을 몰고왔던 싸이월드 휴면율은 평균 15~18%로 한 달 동안 로그인하지 않으면 휴면상태로 보고 있다.
매년 서버 신규투자에 300억원가량을 투자하고 있는 싸이월드는 본인이 탈퇴하지 않는 한 휴면상태인 미니 홈페이지도 임의로 삭제하지 않고 있다.
엠파스는 블로그 50만개 중 일주일에 글을 한 건도 올리지 않는 블로그가 전체 중 98%인 49만개에 달하고 있다.
엠파스 관계자는 "블로그는 저작권 문제 등 때문에 회원이 사용을 하지 않더라도 지울 수가 없어 모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정보시체' 원인은
= 각 포털 등 인터넷 사업자들은 최고 98%에 달하는 휴면 커뮤니티와 블로그, 계정 등을 유지하기 위해 서버 용량을 증설하는 등 상당한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정보시체'로 포털업체가 신음하고 있는 것은 인터넷 이용자는 한정되어 있지만 회원들을 늘리기 위해 비슷한 서비스를 실시하는 등 양적 성장만을 위한 무리한 경쟁과 유행하는 서비스를 따라 '철새'처럼 옮겨다니는 우리나라 네티즌 이용행태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특히 포털업체 카페나 블로그, 미니 홈페이지간에 데이터 이동이 어렵다는 점도 '정보시체' 양산을 부채질하고 있다.
[기동취재팀=김기철 팀장 / 김명수 기자 / 김철수 기자 / 김대원 기자 / 박승철 기자 / 안정숙 기자]
[e클린] "새집으로 이사도 좋지만 옛집 청소는 해야 예의죠"
1992년 PC통신 '천리안'에 개설한 산악동호회 '한백오름'은 당초 800명이 넘는 회원이 왕성하게 활동했지만 PC통신이 유료서비스를 고수하면서 동호회는 몰락하기 시작했다.
무료로 인터넷이 가능한 포털로 회원들이 옮겨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백오름'은 2003년 프리챌로 옮겨 몰락을 면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프리챌이 유료화 정책을 내놓으면서 결국 이 커뮤니티는 2006년 네이버로 옮겼다.
오랜 역사를 가진 다른 사이버 커뮤니티도 사정은 비슷하다.
1988년 나우누리에서 시작한 영화배우 감우성 팬클럽 '커피향기'는 유니텔과 프리챌을 거쳐 현재 싸이월드에서 회원 752명을 보유하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90년대 후반 다음에서 시작된 재즈동호회 '김태연의 퓨전스테이션'도 프리챌을 거쳐 싸이월드에 회원 3120명을 확보하며 제2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이처럼 사이버 커뮤니티가 여러 포털 등으로 옮겨다니고 있다.
대부분 사이버 커뮤니티는 2000년대 초반 대용량 커뮤니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다음이나 프리챌로 이동했다.
일부는 미니 홈페이지나 개인용 블로그가 유행하면서 이 부분에 강세를 보이는 네이버나 싸이월드로 이전했다.
커뮤니티가 포털을 옮겨다니며 새 둥지를 트는 것은 생존 차원 문제다.
가입한 회원들이 조금이라도 더 편리하거나 유행하는 포털로 옮겨다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이버 커뮤니티가 이전하면서 과거에 사용한 공간을 폐쇄하거나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이원석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네티즌들이 과거에 사용했던 흔적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업체에 저장비용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기동취재팀=김기철 팀장 / 김명수 기자 / 김철수 기자 / 김대원 기자 / 박승철 기자 / 안정숙 기자]
"쓸만한 정보도 많은데" 보존하자!
◆사이버 쓰레기 넘쳐난다 (3)◆
■ 1
"버려진 홈페이지에 있는 사소한 낙서도 디지털 문화유산이 될 수 있습니다.
'무조건 삭제'보다는 가치 있는 디지털 정보를 어떻게 구분하고 보존할지에 대한 대책부터 세워야 합니다 ." (차우진 정보트러스트센터 간사)
■ 2
"지난해에 인터넷 일기사이트인 '일기나라'(www.ilginara.com)가 갑자기 폐쇄되면서 3년 동안 꼬박꼬박 써온 일기를 몽땅 날려버렸어요.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 더욱 속상했습니다 ." (여대생 김미현 씨)
인터넷상 디지털 정보를 '디지털 문화 유산'으로 보고 체계적인 복원ㆍ보전 대책을 마련하자는 목소리가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오랫동안 방치된 홈페이지나 커뮤니티상 사소한 정보도 당시 사이버사(史)를 보여주는 소중한 디지털 자산이며, 사용자 무관심이나 상업적인 논리에 따라 삭제되는 정보를 되살리고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2002년 대선 때 제작된 대선 후보 홈페이지가 폐쇄되자 당시 '인터넷 정치판'을 들끓게 했던 각종 콘텐츠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지난해 11월 온라인 일기사이트 '일기나라'가 폐쇄됐을 때는 무려 40만여 명에 달하는 회원 개인사(史)가 눈깜짝할 새 사라졌다.
보존 운동은 삶의 영역이 갈수록 온라인으로 확장되고, 웹상에 축적되는 정보량이 기하급수로 증가하면서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인터넷상에 '정보시체'가 방치되고 파편화할수록 정보 검색 비용이 늘어나고, 이는 결국 지식 기반 국가 경쟁력까지 갉아먹는다는 논리로도 이어진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정보트러스트센터'와 다음 등 인터넷 업체들은 대안으로 '인터넷 아카이브' 운동을 제안하고 있다.
'인터넷 아카이브'란 '디지털 도서관'이라 할 수 있으며 미국 '인터넷 아카이브' 운동을 본뜬 것이다.
1996년 설립된 비영리단체 '인터넷 아카이브'는 미국 정부와 기업측 협조를 받아 사이트(www.archive.org)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3500만개 사이트, 400억 개 이상 웹페이지를 보존하고 있으며 몇 년 전부터 비디오와 음악 파일까지 수집하고 있다.
국내 웹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1998년 당시 청와대 홈페이지와 주요 포털 과거 사이트 모습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국립도서관(BnF)이 1999년부터 일부 웹사이트에 대한 정보 수집 실험을 거쳐 2001년 법 개정을 통해 프랑스 내 모든 웹페이지를 공식 수집ㆍ보존하도록 의무화했다.
호주 역시 국립도서관이 주축이 돼 1996년부터 방대한 온라인 자료를 수집하는 '판도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보트러스트센터' 등 민간단체가 주축이 돼 인터넷 초창기 인기를 끌다 사라진 사이트 복원 등에 나서고 있다.
정부에선 국립중앙도서관이 '오아시스' 프로젝트를 통해 디지털 정보 자원을 수집하는 정도다.
윤영민 한양대 사회정보학과 교수는 "디지털 시대에는 '보존' '검색' '열람'이 동시에 이뤄지는 새로운 콘텐츠 관리 방식을 창조해야 한다"며 "디지털 정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ㆍ보존할 것인가는 결국 국가경쟁력 문제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동취재팀=김기철 팀장 / 김명수 기자 / 김철수 기자 / 김대원 기자 / 박승철 기자 / 안정숙 기자]
"휴면홈피에 자원 낭비" 삭제하자!
인터넷상에 즐비한 '정보시체' 처리를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를 삭제할 것인지, 보존할 것인지 하는 문제다.
물론 넘쳐나는 '정보시체'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전제에는 모두 동의한다.
다만 이를 무차별적으로 삭제하는 것이 좋으냐, 아니면 일정한 기준을 정해 '소중한 디지털 정보'를 가려내 이를 '인터넷 박물관' 형태로 보존하는 것이 좋으냐 하는 차이가 있다.
이 논란에는 인터넷 콘텐츠 저작권에 대한 이해 차이도 존재한다.
■ 1
회사원 A씨는 얼마 전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하다 낭패를 봤다.
주문한 물건이 오지 않아 홈페이지상에 나온 번호로 전화를 걸어 보니 먹통이었다.
운영자를 수소문해 보니 인터넷 쇼핑몰을 그냥 방치한 채 군에 입대한 후였다.
A씨는 입금한 돈도 받지 못하고 어디에 하소연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방치된 홈페이지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것이다.
■ 2
무료 웹호스팅 업체를 운영하는 B씨는 조만간 휴면 홈페이지 정리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작년 하반기 중국 해커들이 한국인 주민번호를 도용해 국내 사이트를 해킹한 사건에서 자사 사이트 300여 개가 해킹에 이용됐기 때문이다.
B씨는 "정통부 등에서 해킹에 이용된 홈페이지 삭제 요청이 잇따라 어쩔 수 없이 회원 수 감소를 각오하고 장기간 방치된 홈페이지를 삭제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정보통신부는 우선 오는 6월부터 '휴면 홈페이지 대청소'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방치된 휴면 홈페이지가 해킹 등에 악용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서병조 정통부 정보보호기획단장은 "휴면 인터넷이 해킹 경유지로 활용되고 있는 만큼 한국정보보호진흥원과 연계해 장기간 방치된 휴면 홈페이지 정리를 사용자들에게 권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웹호스팅 업체들은 자체 기준에 따라 휴면 홈페이지라고 파악되면 원칙적으로 삭제 조치를 취했다.
서버 운영 효율성 때문이다.
삭제 기준이 되는 휴면 홈페이지에 대한 정의는 유료ㆍ무료 웹호스팅 업체간에 차이가 난다.
무료 업체는 3~6개월 등 일정 기간 접속자가 없을 때, 유료 업체는 요금 미납 사이트를 휴면 홈페이지로 규정한다.
업체측 기본 방침은 굳이 자사 서비스를 이용할 의지가 없는 고객 때문에 실제 이용 고객에게 불편을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휴면 홈페이지 삭제를 둘러싼 부작용도 만만찮다.
책 등과 달리 한 번 소실되면 영구적으로 없어지는 디지털 정보 특성상 사이트 삭제를 둘러싼 불만이 적지 않게 제기된다.
휴면 홈페이지로 규정돼 홈페이지를 삭제당한 고객들이 "무슨 기준으로 계정을 삭제했느냐. 내 홈페이지 정보를 살려내라"며 항의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무료 웹호스팅업체 '80포트'는 2004년 휴면 홈페이지 데이터 저장을 위한 백업 서버를 따로 마련했다.
6개월 동안 접속이 없는 홈페이지들을 삭제한 후 이용자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홈페이지가 항의 글로 도배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당수 웹호스팅 업체들은 휴면 홈페이지를 삭제하기 전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1년 정도 백업 기간을 두고 있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이들 중 약 60%가 약 3개월 미만 동안만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었다.
업체로서는 휴면 홈페이지 백업 비용을 결국 추가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휴면 홈페이지 데이터 백업은 그나마 상황이 좋은 업체들 얘기다.
한 웹호스팅 업체 관계자는 "시장을 80~90% 정도 차지하는 30여 개 업체를 제외한 900여 개 업체는 데이터 백업은 엄두도 못 내는 영세업체"라며 "이는 결국 정통부가 추진하는 휴면 홈페이지 삭제 캠페인이 말처럼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기동취재팀=김기철 팀장 / 김명수 기자 / 김철수 기자 / 김대원 기자 / 박승철 기자 / 안정숙 기자]
휴면홈피의 기준, 평균 6개월 접속 안할때
◆사이버 쓰레기 넘쳐난다 (3)◆
정통부 등이 삭제 대상 홈페이지 기준으로 삼는 '휴면 홈페이지'에 대한 정의는 무엇일까?
이는 본지 '사이버 쓰레기가 넘쳐난다' 기획기사가 나간 후 많은 독자들이 문의해온 내용이기도 하다.
정보통신부를 비롯한 유관 기관과 웹호스팅 업체 그리고 미국 등 선진국 기준을 종합해볼 때 '휴면 홈페이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대체로 '6개월 동안 접속이 없는' 것이다.
정통부는 홈페이지 전체가 전혀 관리되고 있지 않고 보안 업데이트가 되지 않아 해킹 가능성이 높은 홈페이지를 '휴면 홈페이지'라고 정의하고 있다.
최근 정통부와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은 다음달 '휴면 홈페이지 삭제 캠페인'을 앞두고 좀더 세부적인 개념 정의를 내렸다.
휴면 홈페이지를 '6개월 동안 콘텐츠 업데이트가 이뤄지지 않거나 접속자가 없는 사이트'로 규정지었다.
웹호스팅 업체에서는 요금을 내지 않거나 연장 계약을 하지 않는 이유로 삭제 대상에 오른 계정을 휴면 홈페이지로 간주한다.
하지만 극소수 업체를 제외하고는 전수 조사를 통해 휴면 홈페이지 실태를 파악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한편 정통부 의견처럼 6개월 동안 접속 여부나 콘텐츠 업데이트 여부를 기준으로 휴면 홈페이지를 판단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진충희 한국인터넷진흥원 팀장은 "사용자가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실태를 고려할 때 정통부 기준만을 가지고 휴면 홈페이지를 규정하기에는 다소 모호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기동취재팀=김기철 팀장 / 김명수 기자 / 김철수 기자 / 김대원 기자 / 박승철 기자 / 안정숙 기자]
정부 e문서관리 기준도 없다
◆사이버 쓰레기 넘쳐난다 (3)◆
행정자치부 등 정부 부처 홈페이지에 게재된 전자문서 보존(유통) 기한은 얼마일까.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다.
그나마 가장 가까운 답은 '서버 용량과 관리자 운영 방침에 달렸다'다.
예를 들어 문서 보존기한이 3년, 5년 식으로 설정된 종이 문서와 달리 정부 부처 홈페이지에 올라간 전자 공문 보존 기한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서버 용량을 초과하면 과거 순서대로 또는 관리자 임의로 해당 공문을 삭제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이는 정부가 전자정부 홈페이지에 올리는 공문과 자료를 '언제까지 게재하고 언제 삭제한다'는 '인터넷 문서관리 지침'이 전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자정부 구현을 위한 전자문서 유통이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방대한 인터넷 공공 문서를 관리할 기준이 전무한 것이다.
이에 대해 행정자치부 홈페이지 운영 담당자는 "종이문서와 달리 홈페이지에 게재된 공문을 언제까지 게재하고 언제 삭제한다는 기준은 없다"며 "일반 공문서 보존기한을 인터넷 문서에 똑같이 적용할지 등 인터넷 문서관리 지침 신설에 대해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신민필 정보통신부 정책홍보관리본부 사무관은 "정통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기안자, 결재자, 문서공개 여부, 보존기한 등을 담은 문서 속성정보를 공개하고 있지만 인터넷 게재 문서 관리지침은 따로 없다"며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되는 공문들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해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기동취재팀=김기철 팀장 / 김명수 기자 / 김철수 기자 / 김대원 기자 / 박승철 기자 / 안정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