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런 아내가 될란다

임태연2006.09.09
조회31
나도 이런 아내가 될란다

연애 6년 결혼 4년차.. 22 개월 아들 하나를 둔 평범한 가장입니다.
(저 33, 아내 31 살)

전에 글올렸던 사람인지라..혹 아시는 분들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네요..

우리 사고쟁이 아내가 또 사고를 저질러버렸네요..ㅡㅡ;

해서 또 이렇게 자판을 들게 됐습니다..

얼마전 일이었어요.. 늘 그렇듯 열심히 하루를 마감하고 쏜살같이 집으로 달려갔죠..
(야근을 하고 집에가면 아들이 자고있는 시간이라, 서두르지 않으면 아들하고 놀수가 없답니다..ㅜㅜ.. 이놈의 야근은 언제나 끝날런지...)

다행이 아들녀석은 아직까지 자지않고 아빠를 반가이 맞이했구요..^^

아들놈 졸릴까바 후다닥 씻고, 대충 저녁 먹고 한창 아들놈과 둥기둥기 하고있을때였어요..
같이 잘 놀고있던 아내가 갑자기 서랍장으로 가더니 문을 열고 부시럭 부시럭 뭔가를 찾더군요..

' 윽~ 몰까...음..나한테 무슨 고지서 같은게 왔을까?.. 내가 카드를 썼던가.. 아님 아내가 또

인생 계획 이란 주제로 뭔가를 만들어낸 것일까?..' 하는 의구심으로 살짝살짝 엿보면서 긴장을
하고 있던 터였죠..ㅡㅡ;

그러던 아내는 드디어 찾아냈는지 그 물건을 뒤로 숨긴채 뜬금없이 내게 이러덥디다..
" 오빠, 만약 지금 오빠한테 꽁돈 300 만원이 생기면 가장 하고싶은게 모야?" ㅡㅡ;

이게 왠 날벼락같은 소린가요... 무슨 꿍꿍인가 싶으면서 순간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설마 저 뒤에 숨긴것이 돈 모아둔 통장일리는 없을테고...( 저희 가정 여웃돈 없거든요..

제 월급에서 저 용돈 20 만원, 아가한테 들어가는돈 많을테고, 적금, 보험, 관리비.. 이것을
제외한 것이 아내 용돈일텐데...저렇게 제외하고 나면 아내 용돈 남는 거 없습니다...ㅡㅡ;

적금과 보험이 넘 과한듯 해서 좀 줄이고 맛난거 사묵으면서 살자해도 ...

아내는 ' 젊어서 모아야한다 ' 주의입니다. 노인네처럼..ㅡㅡ; 그래서 늘 아내에게 미안했는데..)

때문에 전 확신했죠... 복권 사건인가부다 했죠..예전에 복권 당첨됐다고 전화해서
난리부루수를 친적이 있었죠..제가 집에가서 확인 해본결과 ..처음 로또 나왔을땐
10000 원어치하면 숫자 30 개가 써있지요?
6개의 숫자를 30 개 번호중에서 이리 저리 맞혔다고 ..그게 당첨이랍니다..ㅡㅡ;

그당시 그 복권을 자기 친구가 사준거라하면서.. 친구한테 얼마를 줘야하나 고민도
했답니다..ㅡㅡ;;

여하튼 따로 돈을 모아둘 여력은 없을테고 ..분명 또 복권 사기라고 확신했죠..

글서 아내의 질문에 전 " 응 난 300 만원어치 복권사서.. 너 복권숫자 보는법 알려줄래"

이랬죠..ㅎㅎ .. 근데 아내는 그냥 씨익 웃더이다.. (어라?)

그러더니 저한테 못보던 통장을 쑤욱~ 내밀면서.. " 오빠, 이거 선물이야.. 오빠 사고싶은거,
하고 싶은거 이 한도내에서 다 해도 돼..." 이러는것입니다.
저 순간 아무 생각도 없이 통장 속을 들여다 봤죠...헉...거금 300 만원 (뒷자리 빼고..ㅎㅎ)

그것도 예금주가 제이름으로..흐미..이게 무슨 일이다냐..했죠..

음..딴주머니 찰 여력은 없었을테고...자초지종을 물었죠.. 설명해주더군요.

아내 얘기를 다 듣고난 저...정말 어떻게 형언해야할지도 모르겠더군요..

황당하고 너무 웃기고 너무 귀엽구, 너무 행복해서....^^;;
내용인즉슨.. 자기가 어렸을때 생각했답니다.. 나중에 자기가 첫사랑 만나서 그사람하고
10 년을 보내게 될때, 뭔가 선물을 주고싶은데..꽃잎을 모을수도 없고..(이 대목이 가장웃겼죠..ㅎㅎ) ..모으기 가장 좋은게 돈인거같아서 10 년전 우리 만날때부터 자기 용돈 쪼개서
월 3만원씩 모아왔답니다..ㅡㅡ;

연애때부터 지금까지 제 아내 너무 착하고 순딩인거 알았지만...정말 이렇게까지 치밀하고
계획적인 순딩일줄이야...^^;;

그러면서 모하고 싶냐고 자꾸 묻더군요..
" 이거 내 선물이면 ..그럼 내가 이돈 내가 쓰고싶은데로 써도 되는거지?..괜찬아?"

아내는 내심 불안한 눈초리로 고개만 끄덕끄덕 하더니..이내 맘을 비웠는지
" 그럼~ 오빠가 평상시 하고 싶었던거 사고 싶었던거 다 해도 돼는거야...
어차피 내 취지가 그거였으니까... 아 맞다.. 오빠 돈 없어서 비싼 술도 못먹어봤지?
친구들한테 한턱 쏴도 좋겠네..히히.. 오빠도 10 년동안 고생했으니까 ...한번 봐줄게..

대신 넘 비싼거 말구.. 술로 다 쓰면 아까우니까.. 히히 " 으헉~ 이런 배려까지..

" 그래? 정말이지? 나중에 딴소리 하지마.. 그래 그럼 우선 내일 내 통장으로
50 만원 보내줘.. 내일 친구들 소집해야지.."

며칠 후 저 친구들과 좋아하는 술 진탕 먹고 재밋게 놀았습니다..  좋더라고요..^^

오랜만에 갑작스런 폭음과 남은 여흥의 고통 ^^ 탓에 다음날은 서둘러 퇴근한 후

아내의 걱정스런 눈초리를 모두 흡수하며 쥐죽은듯 쉬고 있을터였죠 ...(제가 몸살이..^^;;)

전화 한통이 걸려오고 ..통화가 끝난 후 아내가 훌쩍이며 방에서 나오더라구요..
근데...저한테 점점 다가오는 듯 하더니 결국 앙~ 하고 울음을 터뜨리며 저에게 안기더라구요..
옆에서 우리 아가도 덩달아 울고...당황한 저 " 왜..왜 그래.. 무슨일이야...? 응?"
" 왜그랬어...내가 오빠 하고 싶은거 하라고 했지 누가 우리집 티비 사주라했어...
고마워 오빠.. 으앙~~" ㅡㅡ;;
장모님껜 절대 비밀이라고 그렇게 당부드리고 또 다짐도 받았건만...^^;;

천사같은 아내가 10 년동안 나만을 위해 만들어준 선물 정말 헛되게 쓰고 싶지 않습니다.
이거이거 어떻게 써야할까요... 아내를 위해 쓰고 싶은데..^^;;

우선 이번주엔 그동안 용돈도 많이 못드려서 죄송했는데... 본가쪽 부모님 찾아뵙고
한턱 쏴야 할듯 하네요... 그다음은 또 처가쪽도...ㅎㅎ
너무 자랑이 심했죠? ...죄송합니다 이해해주세요.. ^^;;

친구 놈들은 아직도 전화할때마다 이럽니다... " 야 ~또한번 5 만원어치 술 사주고 2시간 동안
와입 자랑하면 죽는다? " ㅎㅎㅎㅎ
통장을 볼때마다 그 긴 10 년을 되돌아보게 되네요.... 정말 아내의 눈물, 슬픔, 미소, 기쁨..

그 모든 것들이 하나하나 필름으로 연결되어 눈앞으로 스쳐지나갑니다..

분명 10 년전보다 지금이 아내에겐 더 힘든 삶인데...아낸 그래도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우깁니다... 너무 아름다운 사람이지요... 영원히 지켜 줄랍니다..
아내를 바라보며 전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 행복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꾸는 것이리라.. 이미 행복은 누구나의 옆에있었다는 것을...단지 난 그것이 작다여겨 무시했지만 아내는 그것을 발견했고
또한 이미 소중히 가꾸고 있었다는 것을요...'

이제부터라도 아내를위해 한달에 얼마라도 모아볼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