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방송은 연예인의 자질을 테스트하는 시험장인가?

임수지200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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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방송은 연예인의 자질을 테스트하는 시험장인가?

오늘 SBS 인기가요에서 여성보컬그룹 씨야가 노래하던 중에 여성 백댄서 한명이 쓰러져서 실신했다. 그녀는 전신을 경련하며 고통을 호소해 시청자들에게 놀라움과 충격을 안겨주었다. 30여초후에 제작진들이 데려와 그녀를 데리고 나갔고, 다행스럽게도 병원 후송후 의식이 회복되었다고 한다. 자 여기까지가 오늘 일어난 일이다. 가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함께 무대에서 공연하다 쓰러진 그녀의 건강을 염려하고 쾌유를 빌고 경위와 소식을 듣는 것으로 끝난다. 씨야 멤버들의 놀란 심경도 아마 함께 전해질 것이다.  

그런데 또 각 게시판에서 일이 터진다. 씨야의 매너가 문제되었다. 옆에서 백댄서가 쓰러져 경련하는 데에도, 표정변화없이 춤추고 노래만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들이, '비인간적이고 매정하다고' 수근거림이 퍼져나간다. 이런 것은, 우리가 흔히 평소 보기싫은 동료나 상사를 뒤에서 험담할 때 퍼져나가는 담화의 방식이다. 씨야 멤버들의 인간성을 나는 모른다. 그러나 단 하나 분명한 사실. 그녀들이 그순간 방송을 멈추고, 쓰러진 댄서를 부축했다고 해서 착하고, 방송을 계속했다고 해서 몰인정한 사람인지는 알수가 없는 일이다.

그녀들은 아직 나이어리고 경험없는 신인들이다. 가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공중파 방송국의 무대에 오르면서, 그녀들이 아는 것이라곤, 예정된 대로 움직여야한다는 것이다. 매니저의 말과, 무엇보다 방송 프로듀서의 사인에 따라 움직여야한다. 방송국 녹화장은 고립된 무인도가 아니다. 우리 눈에만 안 보일 뿐이지, 카메라의 렌즈 바깥으로는 수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다. 무대 위에서 누가 쓰러지거나 사고가 나도, 계속 방송을 해야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응급조치를 그녀들이 해야한다는 이야기같은 건 전혀 들은 적이 없을 것이다. 만약 그녀들이 나이많고 경험있는 가수라면 다르게 대처할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이승철이나 인순이라면 노래하면서도 재빨리 스탭들에게 싸인을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그럴만한 여유와 재량 자체를 가지고 있지 않다. PD가 그치라는 싸인을 내릴때까지는 계속하는 것이, 무대에 서는 사람의 기본자세다.

신화공연에서도 김동완이 무대에서 떨어졌을때, 공연은 계속되었다. 경호원들이 김동완을 부축해서 나가고 있는 와중에도, 조명은 계속 번쩍였고, 밴드와 코러스는 연주를 계속했다. 그 다음에 나온 이민우와 신혜성은 팬들을 걱정말라고 달래면서 신나는 노래를 이어갔다. 그런다고 '매정하다' 비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따지고 보면 어려울 것도 없는 간단한 이치다. 너무 놀라서 스탭들까지 당황해, 늦게 대처했지만, 몇십초 상관이었다. 그게 늦어지는 이유는, 스탭들조차도 자기 결정에 의해서 무대로 달려나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방송국 현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책임 순으로 결정이 내려지고, 윗선의 결정이 없이는 아무도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다. 만약 이 일이 문제가 된다면, 상시적인 방송 사고에 대비한 방송국 대책반과 위기관리 지침이 도마위에 올라야한다. 생방송이나 촬영 사고에 대비한 사전교육, 응급대처반, 연출진과 스태프들의 교육이 이루어져야한다. 그런데 왜 그런 이야기들이 오가는 게 아니라 씨야 멤버들의 인간성이 도마에 오르는가.

공중파 3사의 가요프로는, 특히 생방송 프로는 가수가 무슨 사고를 치고, 무슨 해프닝을 일으키고, 언제 '삑사리'를 내는지, 구경하는 서커스장으로 전락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게시판에 말이 돌면 기다렸다는 듯 기사화되고, 어지간하면 칼럼도 두어개 나온다. '삑사리' 두번만 냈다간 한국 가요계를 도탄에 빠뜨린 주범으로 화형될 판이다. 그 가수가 어떤 음악을 어떤 맥락에서 해왔고, 어떤 상황이었는지는 말하면 안된다. '팬'의 의견이라고 존중받는게 아니라 '팬'이라고 욕먹는다. 심지어 옹호하는 의견을 내면, 팬이 아닌데도 '팬'이라고 몰린다. 이조시대 천민보다 더 지독하게 구박받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가수 팬이다.  '팬'이기 때문에 욕먹는 뮤직커뮤너티를 가진 나라는 아마 우리나라 대중음악계가 유일하지 않을까. 참 별스럽다.  

음반을 사고 유료음원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방송을 보면서 얼마든지 가수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비판할 권리가 있다. 특히 해당가수의 음반을 산 사람들이라면. 하지만 어이 나머지 분들. 작작들 하시길. 거짓말을 하려면 입술에 침은 바르고, 도둑질을 하려면 최소한 부끄러움은 느끼자. '다 들어봤을테니 모든 가수들이 내 손바닥 위에 노는 인형같아서' 훈수도 두고 싶고, 참견은 하고 싶겠지만 정도껏 하자. 당신들이 안 그래도 충분히 우리 가요계는 황폐하고 가수들은 의기소침하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도 우리나라 가수들의 가창력과 실력은 아시아 전역에서 인정받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진짜로 무지하고, 진짜로 댓가없이 보상을 바라고, 진짜로 문제를 생산해내는 주범은 가수가 아니라 그 맞은 편에 선 사람들이다.

 

 

출저 : 파파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