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우리 협상단을 약체라 했는가
[협상단 24시] 회의에 또 회의...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김종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단 수석대표는 이번 3차 본협상을 '힘쓰기'라고 말했다. 씨름으로 치면 1, 2차 협상이 기선제압을 위한 '샅바싸움'이었다면 이번에는 본격적인 기술이 들어가기 전단계라는 뜻이다.
씨름에서는 힘을 잘 못 쓰면 되레 역공격을 당한다. 이에 대한 대비책 차원에서일까. 지난 5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1차 협상 때(146명)보다 협상단 인원수(218명)가 3분의 1 더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
협상단은 4일과 5일(현지시간) 이틀에 걸쳐 미국 시애틀로 집결했다. 분과별로 협상일정이 다소 다르기 때문에 한꺼번에 들어올 이유가 없고 국내에서 보다 면밀히 자료를 검토하고 대책을 세우는 방향에서다.
웨스틴 호텔 2층에 마련된 한미FTA 협상단 지원행정실은 협상일정을 챙기느라 분주하다.6일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기에 앞서 협상단은 전전날부터 밤늦도록 대책을 논의하느라 밤잠을 설쳤다. 이원경 한미FTA기획단 총괄팀장은 "양국 수석대표끼리 5일 만찬이 있었는데 이번 협상에서 서로 논의할 관심사항이 무엇인지 이야기가 오갔다"며 "이 내용을 정리해서 본국에 보내야 하기 때문에 새벽 2시까지 일했다"고 전했다.
여기서 새벽 2시이면 서울은 오후 6시. 이제 막 책상정리하고 퇴근 준비를 할 시간이다. 시차 때문에 다소 힘들어 하는 모습이 역력했지만, 1주일간 버틸 체력과 정신력은 100% 충전돼 있다는 게 협상단 관계자의 말이다.
협상단을 물신 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는 행정실에는 컴퓨터, 복사기 등 많은 물품이 있었지만 유독 눈에 들어오는 것은 새우깡과 컵라면. 밤새 일하는 협상단원들의 간식을 한국에서 공수해 온 것이다. 행정실 직원들은 협상단원들의 그림자 역할을 한다. 필요한 자료와 물품 등을 신속하게 챙겨주기 때문이다.
김 수석대표 다음으로 협상단을 이끄는 이혜민 한미FTA기획단장(상품무역분과장)은 시애틀이 구면이다. 7년 전인 1999년 세계무역기구(WTO) 회의 참석차 온 뒤로 다시 이곳을 방문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면서도 "서울서 출발하기 전에 한번더 회의를 했는데... 잘 해야지요"라며 의지를 다졌다.
분과회의는 회의실이 따로 없다. 분과장 숙소에서 회의를 하고 있는 위생검역(SPS) 분과.협상단의 회의장소는 특별하지 않다. 수시로 모여야 하기 때문에 분과장의 호텔방에서 바닥에 털썩 앉은채 회의가 벌어지기도 한다.
6일 드디어 13개 분과와 1개 작업반의 협상을 시작으로 일전이 시작됐다. 웬디 커틀러 미측 수석대표는 "숫적으로 한국 협상단이 2(218명)대 1(98명)로 우리를 압도하고 있다"며 농담을 던졌지만, 이번 협상을 위해 쌓은 내공까지는 보지 못했을 것이다.
분과협상이 끝난 5시30분부터 삼삼오오 숙소로 돌아오는 협상단을 이번에는 기자들이 붙잡았다. "협상중 어떤 얘기가 오갔나", "○○ 내용도 나왔나" 등등의 질문공세를 이으며 협상단을 괴롭혔지만 되돌아오는 답은 시원치 않다.
농산물 분과장을 맡고 있는 배종하 농림부 국제농업 국장은 "오늘 협상은 워밍업 수준이었다. 고도의 기싸움인 것이 사실이다. 협상이 끝날 때까지 잠 못 이루는 밤이 될 것 같다"며 협상소감을 전했다.
미국과의 협상이 끝났다고 해서 협상단이 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저녁 7시30분 열리는 전체 분과장회의를 위해 협상테이블에서 오간 내용을 한장짜리 페이퍼로 만들어야 한다. 그날 나온 쟁점사항과 협상진도를 확인하면서 분과별로 속도조절할 것은 하고, 협상카드로 활용할 만한 것을 짚어내는 작업이 여기서 벌어진다.
물론 협상 중에 중요 쟁점이슈가 발생했을 때는 수석대표에게 바로 보고하는 것은 필수.
이 자리에서 김종훈 수석대표의 진가가 들어난다. 야전사령관답게 선두로 내세워야 할 이슈와 뒤로 밀어둬야할 약한 고리의 이슈의 순서를 정하고 전략을 구사하는 타이밍까지 조절한다.
미측과의 협상을 마치고 저녁식사를 샌드위치로 대신하면 전체 분과장회의를 하고 있는 협상단.
느긋하게 앉아 저녁 먹을 시간도 없어 햄버거나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회의가 진행된다. 보통 1시간이지만 중요이슈가 있으면 시간이 길어지기 마련이다.
전체회의가 끝나면 협상내용을 좀더 세밀하게 작성하는 작업이 분과별로 진행된다. 이 문서는 탑시크리트로 분류돼 완벽한 보완장치를 통해 본국의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관계부처 장차관들에게 즉시 전달돼 미측 요구의 진의, 영향분석이 이뤄진다.
이후 국내 관계자들과 협상대책을 논의하고 분과별로 다음날 협상준비를 하다보면 밤 1시가 넘는 것은 다반사다. 밤 11시30분이 되서야 전체 분과장회의를 마치고 자신의 방으로 향하는 김종훈 수석대표는 "일단 옷부터 벗어놓고 내일 협상할 내용 체크도 하고...잠이나 제대로 잘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마디 던진다.
김 수석대표는 "몸은 지치지만 기본은 좋다. 서로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은 유연성을 가지고 대하자고 합의했고 상당부분 진전이 있었다"며 "고민되는 것도 있고 잘 된 부분도 있고, 아직도 앞으로 갈길이 머니까 안심할 수 없다"고 했다.
행정실은 밤 12시가 넘어서도 부산하다. 박태영 서기관은 "시애틀에서는 차질없이 협상에 임할 수 있도록 서울에서는 충분히 준비했다 "며 "국민들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정부조달 분과에 참여하고 있는 나인광 과학기술부 FTA팀장은 "협상분위기는 대체적으로 나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 참여했을 때 우려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베일이 조금씩 벗겨지면서 이 정도면 할만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공무원 내외부에서 '시키는 일이나 잘 하지' 하는 고정관념이 아직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국민을 위한 정부요? 그건 능동적으로 정책을 이끌어가고 이슈를 선점하는 정부 아닌가요. 한미FTA가 바로 그런 경우라고 생각합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호텔 방으로 향하는 유명희 서비스교섭 분과장 겸 경쟁분과장은 "화이팅!"하며 결의를 다진다.
3차 협상이 끝나기까지 협상단의 하루하루는 미국측과 '힘쓰기'와 수많은 '고민' 속에서 그야말로 영화 제목처럼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다.
누가 우리 협상단을 약체라 했는가
씨름에서는 힘을 잘 못 쓰면 되레 역공격을 당한다. 이에 대한 대비책 차원에서일까. 지난 5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1차 협상 때(146명)보다 협상단 인원수(218명)가 3분의 1 더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
협상단은 4일과 5일(현지시간) 이틀에 걸쳐 미국 시애틀로 집결했다. 분과별로 협상일정이 다소 다르기 때문에 한꺼번에 들어올 이유가 없고 국내에서 보다 면밀히 자료를 검토하고 대책을 세우는 방향에서다.
여기서 새벽 2시이면 서울은 오후 6시. 이제 막 책상정리하고 퇴근 준비를 할 시간이다. 시차 때문에 다소 힘들어 하는 모습이 역력했지만, 1주일간 버틸 체력과 정신력은 100% 충전돼 있다는 게 협상단 관계자의 말이다.
협상단을 물신 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는 행정실에는 컴퓨터, 복사기 등 많은 물품이 있었지만 유독 눈에 들어오는 것은 새우깡과 컵라면. 밤새 일하는 협상단원들의 간식을 한국에서 공수해 온 것이다. 행정실 직원들은 협상단원들의 그림자 역할을 한다. 필요한 자료와 물품 등을 신속하게 챙겨주기 때문이다.
김 수석대표 다음으로 협상단을 이끄는 이혜민 한미FTA기획단장(상품무역분과장)은 시애틀이 구면이다. 7년 전인 1999년 세계무역기구(WTO) 회의 참석차 온 뒤로 다시 이곳을 방문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면서도 "서울서 출발하기 전에 한번더 회의를 했는데... 잘 해야지요"라며 의지를 다졌다.
6일 드디어 13개 분과와 1개 작업반의 협상을 시작으로 일전이 시작됐다. 웬디 커틀러 미측 수석대표는 "숫적으로 한국 협상단이 2(218명)대 1(98명)로 우리를 압도하고 있다"며 농담을 던졌지만, 이번 협상을 위해 쌓은 내공까지는 보지 못했을 것이다.
분과협상이 끝난 5시30분부터 삼삼오오 숙소로 돌아오는 협상단을 이번에는 기자들이 붙잡았다. "협상중 어떤 얘기가 오갔나", "○○ 내용도 나왔나" 등등의 질문공세를 이으며 협상단을 괴롭혔지만 되돌아오는 답은 시원치 않다.
농산물 분과장을 맡고 있는 배종하 농림부 국제농업 국장은 "오늘 협상은 워밍업 수준이었다. 고도의 기싸움인 것이 사실이다. 협상이 끝날 때까지 잠 못 이루는 밤이 될 것 같다"며 협상소감을 전했다.
미국과의 협상이 끝났다고 해서 협상단이 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저녁 7시30분 열리는 전체 분과장회의를 위해 협상테이블에서 오간 내용을 한장짜리 페이퍼로 만들어야 한다. 그날 나온 쟁점사항과 협상진도를 확인하면서 분과별로 속도조절할 것은 하고, 협상카드로 활용할 만한 것을 짚어내는 작업이 여기서 벌어진다.
물론 협상 중에 중요 쟁점이슈가 발생했을 때는 수석대표에게 바로 보고하는 것은 필수.
이 자리에서 김종훈 수석대표의 진가가 들어난다. 야전사령관답게 선두로 내세워야 할 이슈와 뒤로 밀어둬야할 약한 고리의 이슈의 순서를 정하고 전략을 구사하는 타이밍까지 조절한다.
느긋하게 앉아 저녁 먹을 시간도 없어 햄버거나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회의가 진행된다. 보통 1시간이지만 중요이슈가 있으면 시간이 길어지기 마련이다.
전체회의가 끝나면 협상내용을 좀더 세밀하게 작성하는 작업이 분과별로 진행된다. 이 문서는 탑시크리트로 분류돼 완벽한 보완장치를 통해 본국의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관계부처 장차관들에게 즉시 전달돼 미측 요구의 진의, 영향분석이 이뤄진다.
이후 국내 관계자들과 협상대책을 논의하고 분과별로 다음날 협상준비를 하다보면 밤 1시가 넘는 것은 다반사다. 밤 11시30분이 되서야 전체 분과장회의를 마치고 자신의 방으로 향하는 김종훈 수석대표는 "일단 옷부터 벗어놓고 내일 협상할 내용 체크도 하고...잠이나 제대로 잘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마디 던진다.
김 수석대표는 "몸은 지치지만 기본은 좋다. 서로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은 유연성을 가지고 대하자고 합의했고 상당부분 진전이 있었다"며 "고민되는 것도 있고 잘 된 부분도 있고, 아직도 앞으로 갈길이 머니까 안심할 수 없다"고 했다.
행정실은 밤 12시가 넘어서도 부산하다. 박태영 서기관은 "시애틀에서는 차질없이 협상에 임할 수 있도록 서울에서는 충분히 준비했다 "며 "국민들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정부조달 분과에 참여하고 있는 나인광 과학기술부 FTA팀장은 "협상분위기는 대체적으로 나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 참여했을 때 우려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베일이 조금씩 벗겨지면서 이 정도면 할만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공무원 내외부에서 '시키는 일이나 잘 하지' 하는 고정관념이 아직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국민을 위한 정부요? 그건 능동적으로 정책을 이끌어가고 이슈를 선점하는 정부 아닌가요. 한미FTA가 바로 그런 경우라고 생각합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호텔 방으로 향하는 유명희 서비스교섭 분과장 겸 경쟁분과장은 "화이팅!"하며 결의를 다진다.
3차 협상이 끝나기까지 협상단의 하루하루는 미국측과 '힘쓰기'와 수많은 '고민' 속에서 그야말로 영화 제목처럼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