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말한다

구영일200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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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인생'이라고들 이야기한다. 야구는 최소 9명이서 함께 모여 하는 경기이며, 매우 다양한 작전이 사용된다. 아웃 카운트가 무사냐 1사냐 2사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작전이 나오며, 왼손투수냐 오른손투수냐에 따라서 다르다. 1루가 비어있는지 채워져있는지에 따라서도 다르다. 점수차가 몇점인지도 중요하고, 다음 타자가 누구이냐도 중요하다. 투수가 몇개의 공을 던졌는지, 최근 몇 경기에서 잘 하고 있는지 못 치고 있는지도 고려대상이다. 혹자는 인간의 기본적인 폭력성이나 원시성을 표출해 내는 스포츠의 역할을 기준으로 삼아, 축구를 최고로 치고 야구는 재미를 위해 판을 짜는 멍청한 세트 플레이라고 비난한다. 하지만 삼국지를 방불케하는 다양한 작전과 전략과 심리전은 인생판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것 같다. 인생이 다 그렇고, 특히 정치판이 그렇다. 하기야 어릴적에 형동생 사이에도 그러지 않았는가? 야구는 통계의 스포츠라고들 한다. 실제로 야구만큼 다양한 통계값들을 사용하는 스포츠도 없으며, 그 기록이 그렇게 잘 들어맞는 스포츠도 없다. 타자의 경우, 타율, 홈런, 타점은 기본이고, 출루율, 장타율, 삼진, 득점, 도루 등의 다양한 통계값들이 있다. 그것도 구장마다 다르고, 낮경기인지 야간경기인지 다르고, 왼손투수에게인지 오른손투수에게인지가 다르고, 주자가 있을때, 주자가 득점권에 있을 때를 구분하며,심지어 경기 시작할때쯤 잘치는지 끝날때쯤 잘치는지도 구분하다. 이런 통계들을 줄줄이 꿰고 있는 해설자의 해설이 재미있고, 그 해설이 들어맞을 때도 많지만, 가끔 그 통계를 무시하는 결과가 나올때, 틀린 해설을 수습하는 하일성 아저씨가 진땀을 빼는 것을 보며 웃어주는 것도 야구 중계 시청의 재미 중 하나다. 우리도 안전빵을 찾고, 늘해보던 것들을 잘하지만, 의외로 기분 좋게 틀리는 경우도 있는 세상에 산다. 실패냐 성공이냐의 여부가 언제나 통계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에 당신이나 나같은 사람도 아직 장가갈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지 않은가? 야구는 야구장에서 소리지르면서 보는 것보다 텔레비젼 앞에서 친구들이랑 쇼파에 기대어 앉아 양파깡을 씹으면서 보는게 더 재미있다고들 한다. 그리고 중계 해설자의 해설이 매우 중요한데, 일종의 예술 평론가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야구 해설자만큼이나 통계를 줄줄이 읊어낼 수 있는 사람이 당신 옆에 앉아 있는 그 남자일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축구는 승부가 중요하지만, 실제로 야구를 즐기는 사람들은 전체적인 게임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예리한 심리전과 작전의 묘미, 투수가 던지는 공 하나하나를 훑어내기에, 그리고 일년에 백개 이상의 경기를 볼 수 있기에, 오늘 진다고 내일 죽는게 아니기에, 오히려 야구 관람은 감상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애인이랑 스포츠 경기를 보러 간다면, 야구보다는 축구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그래서 내가 여자가엄는지도 모르지만...ㅋㅋ) 축구는 규칙이 비교적 간단하지만, 야구는 규칙도 복잡하고 작전도 다양해 스포츠에 관심이 많지 않은 여자라면, 곧 지겨워지거나, 남자친구로부터 '어떻게 그것도 모르냐'고 핀잔을 듣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인필드 플레이'는 뭐고, '스트라이크 낫 아웃'은 뭐고, '포스 아웃'은 뭐고, '보크'는 또 뭔가? 홈런과 삼진 밖에 모르는 여자친구들은 그냥 대전 시티즌 홈경기 티켓이 삼성 카드로 무료 입장이 되는지나 빨리 알아 두는게 더 나을 듯 하다. 야구장에 들어갈때 손잡고 들어간 커플이 따로따로 나오는 경우가 줄줄이다. 여럿이 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그렇겠지만 나 혼자가 아무리 잘해도 이길 수가 없다. 동료의 실책이 패배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내가 아무리 잘해도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내 수비 위치와 겹치게 되면, 경기에 나서는 기회조차 갖기 어려워진다. 에릭 캐로스 때문에 빅초이가 마이너로 내려가기도 하지않는가? (모르면 말고) 좋든 싫든 우리는 다른 사람의 존재를 무시하지 않을 수 없다. 하기야 당신도 다른 사람만 없다면 전지현과 연애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야구는 심리적 성격이 강하다. 골프도 그렇고, 당구도 그렇고,(갠세이 ㅋㅋ) 볼링도 그렇고 체력보다는 무언가 집중력을 요하는 스포츠들의 공통점이다. 똑같이 한명의 주자를 내보내는 안타와 볼넷이 있는데, 투수는 볼넷이 더 기분 나쁘다. 안타는 내가 잘못 던지는 것과 타자가 잘치는 것이 합쳐져서 만들어지지만, 볼넷은 대부분 내가 잘못 던지는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또, 징크스를 가지고 있는 선수들도 많고, 슬럼프도 종종 찾아온다. 또 '천적' 관계도 있는데 평소 별로 잘하는 타자도 아니면서 특정 투수에 대해서 아주 강한 경우가 있다. 옆에도 가기 싫은, 이유 없이 싫은 사람은 어디서나 있기 마련이다. 그 심리는 나도 모르고 당신도 모르고. 야구의 속설 중에는 '볼넷 다음 초구를 노려라'가 있다. 볼넷으로 주자를 내보낸 투수는 다음 타자에게 똑같은 상황을 내주지 않기 위해 처음부터 스트라이크를 던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연상의 여자랑 사귀다 헤어진 남자가 자기보다 나이 어린 여자를 찾는거랑 같은건가? 야구의 명언 중 하나는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라는 것이다. 거의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도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집중한다면, 다시 승리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 아무리 늦어도 너무 늦은 것은 없다. 이걸 왜 야구 볼 때만 기억하고 있을까?ㅡㅡ^ 야구의 또다른 명언은 '위기를 넘기면 기회가 오고, 기회를 놓치면 위기가 온다'는 것이다. 실점할 수 있는 위기 상황에서 모두가 힘을 합쳐 그 위기를 막아내면 다음 공격에서 찬스를 잡게 되는 경우가 많다. 득점할 수 있는 기회에 그것을 성공시키지 못하면 다음 수비에서 집중력이 떨어지고 곧잘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라고들 한다. 살아보니 정말 그렇다. 좋은 기회를 놓치니 정말 힘이 든다. 정말로... 하지만 야구처럼 '역전의 묘미'가 큰 게임도 잘 없다. 홈런보다는 아직까지 찬스가 이어진다는 느낌에서 나는.... 유격수 키를 살짝 넘기 는 빚맞은 안타만 하나 터져 준다면, 내 인생도 잘 풀릴 것이다. 그 짜릿함...ㅋㅋ 퇴근후 맥주 한병과 오징어 그리고난 미치도록 야구를 즐겨야겠다 두산 베어스, 한화이글스, 화이팅이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