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략 ~~~~~~~~~~~~~~~~~ 밤에는 편지를 써라. 먼 곳에 가 있는 친구에게 한국의 봄 소식을 알려 주어라. 다정한 말씨로 정성껏 적어 보내어라. 사람은 어디를 가든지 최소한 자신의 영혼이 함께 있기 마련이며, 이 점이야말로 신이 주신 최초의위안, 그리고 마지만 위안일 듯싶구나. 그렇다면 이 말도 한 귀절 써 보태어라. 편지를 써라. 보낼이가 없거든 일기라도 써라. 편지보다 더 정직한 독백을 써서 모아라. 램프의 심지를 돋우고 어느 훗날 그대자신이 이를 읽으리니. 글을 쓴다는 건 좋은 일이다. 우선 쓰는 동안만이라도 생각을 다지게 된다. 열중하는 즐거움에 떠밀리며 흩어졌던 감정의 조각들을 수습하고 더하여 거울 앞에서처럼 매무새를 고치기도한다. 종이를 펴고 마음 속에 글씨들을 풀어 놓아라. 가려진 속마음을 헤쳐내고 새봄의 맥동으로 다시 채워라. 봄의 혈관에 더운 피가 부글거림을 아는가. 일 년 내내 만나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도 아직껏 혈맥이 통하고 있는 관계의 역학을 아는가. 용서할 수 없다, 용서할 수 없다는 분노의 고함이 쌓이고 쌓여 검은 어혈이 되었건마는 지금은 막 뚜껑을 연 항아리처럼 단 맛의 술로 변해 있음을 아는가. 실없이 몸져 누워 긴 날을 흘려 보내고 해저물녘 묘한 시장기같은 심정을 아는가. 젊은 날의 달력엔 미래의 날짜만 많더니 오늘의 달력엔 훨씬 더 많은 과거의 날짜가 압핀에 찔린 채 걸려있다. 이 느낌을 아는가. `분명코 광기이다. 이 홍역을 치루어 내면 또 다시 평정에 안기리라. 그 때까진 흙에, 피밭에, 맨몸으로 뒹굴어 살을 으깨며 울부짖을 수 밖엔 없다. 절상의 상쾌같이 야릇하고 횡포한 이 흥분.` 낡은 수첩엔 이러한 글귀들이 씌어있다. 그 시절은 젊었었다. ~~~~~~~~~~~~~~ 중략 ~~~~~~~~~~~~~~~~~ 김남조 에세이 집 "그가 네 영혼을 부르거든" 에서
김남조 에세이 "오월의 편지" 中
~~~~~~~~~~~~~ 중략 ~~~~~~~~~~~~~~~~~
밤에는 편지를 써라.
먼 곳에 가 있는 친구에게 한국의 봄 소식을 알려 주어라.
다정한 말씨로 정성껏 적어 보내어라.
사람은 어디를 가든지 최소한 자신의 영혼이
함께 있기 마련이며,
이 점이야말로 신이 주신 최초의위안,
그리고 마지만 위안일 듯싶구나.
그렇다면 이 말도 한 귀절 써 보태어라.
편지를 써라.
보낼이가 없거든 일기라도 써라.
편지보다 더 정직한 독백을 써서 모아라.
램프의 심지를 돋우고
어느 훗날 그대자신이 이를 읽으리니.
글을 쓴다는 건 좋은 일이다.
우선 쓰는 동안만이라도 생각을 다지게 된다.
열중하는 즐거움에 떠밀리며
흩어졌던 감정의 조각들을 수습하고 더하여
거울 앞에서처럼 매무새를 고치기도한다.
종이를 펴고 마음 속에 글씨들을 풀어 놓아라.
가려진 속마음을 헤쳐내고 새봄의 맥동으로 다시 채워라.
봄의 혈관에 더운 피가 부글거림을 아는가.
일 년 내내 만나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도
아직껏 혈맥이 통하고 있는 관계의 역학을 아는가.
용서할 수 없다, 용서할 수 없다는 분노의 고함이
쌓이고 쌓여 검은 어혈이 되었건마는
지금은 막 뚜껑을 연 항아리처럼
단 맛의 술로 변해 있음을 아는가.
실없이 몸져 누워 긴 날을 흘려 보내고
해저물녘 묘한 시장기같은 심정을 아는가.
젊은 날의 달력엔 미래의 날짜만 많더니
오늘의 달력엔 훨씬 더 많은 과거의 날짜가
압핀에 찔린 채 걸려있다.
이 느낌을 아는가.
`분명코 광기이다.
이 홍역을 치루어 내면 또 다시 평정에 안기리라.
그 때까진 흙에, 피밭에, 맨몸으로 뒹굴어
살을 으깨며 울부짖을 수 밖엔 없다.
절상의 상쾌같이 야릇하고 횡포한 이 흥분.`
낡은 수첩엔 이러한 글귀들이 씌어있다.
그 시절은 젊었었다.
~~~~~~~~~~~~~~ 중략 ~~~~~~~~~~~~~~~~~
김남조 에세이 집 "그가 네 영혼을 부르거든"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