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O패배 충격'' 이태현 앞으로 어떻게 될까?

김영종200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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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O패배 충격'' 이태현 앞으로 어떻게 될까?
''TKO패배 충격'' 이태현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이태현(31.팀이지스)은 프라이드에서 이대로 물러앉을 것인가?

10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열린 '프라이드 무차별급GP 2006 결승전' 데뷔무대에서 브라질의 히카르도 모라에스에게 일격을 당하고 수건을 던져야만 했던 이태현에게 한껏 기대를 걸었던 팬들로서는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80년대 씨름판의 최고봉 이만기 이후 '모래판의 황태자'로 굴림했던 천하장사 출신의 이태현이라 하더라도 프라이드FC 진출선언 33일만에 무대에 올랐던 이유와 짧은 훈련기간을 생각해보면 '싸움판'인 프라이드에서의 패배는 어쩌면 당연하다.

팬들이 기대했던 이태현은 탄탄한 몸에서 이어지는 파워풀한 '주먹'과 과감한 테이크다운으로 이어지는 '씨름기술'이었다. 사실 이 두가지만 가지고도 39세의 노장 모라에스를 단숨에 눕힐 수 있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미 예측했던 '경험'과 '기술' 부족이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 한국 팬들의 여론은 따가웠지만 이태현에 대한 믿음은 그를 발굴한 프라이드FC가 더 강하다.

프라이드 주관사인 DSE(Dream Stage Entertainment)측 관계자는 "이태현은 패배를 통해 프라이드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생긴 것"이라며 "좀더 세밀하게 관찰해 보면 이태현이 짧은 시간 이번 경기를 위해 노력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그는 이번 경기를 통해 더 큰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나마 이겼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바람은 한국팬들의 마음일 뿐이다. 이태현에 대한 섣부른 기대가 그를 더욱 부담스럽게 만든다면 건설적이지 못한 '비판을 위한 비판'만이 남을 뿐이다.

또하나, 이날 이태현이 경기 뒤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본 취재진들의 질문은 단조로웠다. 그를 잘 모르는 데다 출전선수들의 수준높은 경기에 비해 기대이하의 경기를 펼쳤기 때문이었다.

반면, 그를 더 잘 아는 한국 취재진들도 한국 팬들만큼이나 기대가 컸다. 무엇보다 본인이 경기내용에 더 속상했을 이태현에게 비수같은 질문들이 쏟아졌다. '경기 준비를 제대로 한 것이냐', '지금 수준으로 프라이드에 다시 설 수 있겠느냐', '앞으로 어떤 부분을 보완할 것이냐'는 등의 질문이 이어지자 이태현의 목소리는 점점 힘을 잃어갔고 한숨은 땅을 꺼트렸다.

그러나 이태현이 이번 경기에서 패배했다고 해서 쉽게 물러나지는 않을 것 같다. 올 해 안에 다시 프라이드 링 위에 서기는 힘들겠지만 쓴 맛을 본 이태현으로서도 '와신상담'의 기회가 돼 내년쯤 부활을 예고할 것이라는 분석이 강하다.

이번처럼 설익은 상태에서 프라이드 그랑프리와 같은 슈퍼파이트급 대회에 출전하기보다는 일본 선수나 새로운 신인들을 발굴하는데 중점을 둔 '무사도' 대회를 중심으로 착실하게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홍만과 같이 흥행성을 위해 K-1이 '보약'을 먹이는 것과 달리 오로지 실력만으로 정상에 올라서야만 하는 프라이드 무대에서 이태현이 굳건한 아시아의 간판 선수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기본기를 성실히 다져야만 한다.

자존심을 구긴 이태현으로서도 첫 경기에서의 '패배'라는 부담을 떨쳐버리고 실전같은 훈련을 통해 프라이드의 주축선수들인 브라질, 러시아, 일본 선수들의 특징과 경기운용 능력을 빠짐없이 모니터링 하고 보다 강한 트레이닝을 시작해야 한다.

한국 팬들도 경기직후 비난의 여론에서 이태현의 현실을 인정하고, 프라이드에서 한국의 자존심은 건 선수가 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는 의견으로 돌아서고 있다.

이태현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대구의 팀이지스 체육관에서 다시 훈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눈두덩의 찢어진 부위를 꿰맸고, 멍투성이인 몸을 정상적으로 회복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감안하면 적어도 2~3개월 후부터 본격적인 트레이닝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태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훈련은 실전이다!"

= 아픈 것은 맞아본 사람만이 안다. 이태현이 '얼굴을 처음 맞아봤다'며 털어놓은 이야기는 황당하다. 아무리 짧은 기간이었다지만 제대로 된 스파링 한번 없이 기술 트레이닝으로만 이번 데뷔무대를 준비했다는 것은 이태현의 경험만 생각하고 내보낸 소속팀의 훈련방법도 문제가 있다. 비슷한 체급의 실력있는 스파링 파트너를 여럿 붙여 강한 하드 트레이닝을 시켜야 한다.

주짓수와 레슬링, 복싱, 태권도, 킥복싱 등 모든 종합무술의 장점을 살린 기술이 필요하다. 씨름은 격투가 아닌 샅바 싸움이기때문에 보다 다양한 타격방법을 익혀야 한다. 수준급 외국선수들과의 지속적인 스파링은 이태현을 빠른 시일내 일정한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데 더없는 '보약'이 될 것이다.

▷"무겁다, 살을 더 빼라!"

= 현재 이태현의 몸무게는 130kg. 브라질 등의 비슷한 체급 선수들은 지방보다는 탄탄한 근육질로 이뤄져 있어 종합격투기룰인 스탠드와 레슬링에 근본적으로 강하다. 동양인 특성상 실바나 크로캅처럼 잘빠진 근육질 몸매를 만들기는 어렵지만 현재의 이태현은 너무 무겁다. 효도르처럼 온 몸이 실린 펀치도 나오지 않는다.

20~30kg 정도 감량을 통해 가볍고 빠른 몸놀림에 익숙해지고, 씨름이 아닌 격투를 위한 근육을 강화해 이태현 특유의 실전기법이 필요하다. 감량은 그라운드 기술에서도 중요하다. 브라질리안 선수들이 몸무게 90~100kg을 유지하며 빠르고 화려한 그래플링 기술을 구사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수준높은 프라이드 기술을 익혀라!"

= 프라이드가 겉으로 보면 싸움에 지나지 않는 것 같지만 격투 스포츠에도 과학이 숨어있다. 효도르의 '얼음주먹'은 타고나기도 했지만 100kg이 넘는 몸을 실어 정확히 상대를 가격한다. 이때문에 팔목에 고질적인 부상을 달고 있지만, 그를 오늘의 챔피언으로 이끈 기술이다.

유도 은메달리스트인 K-1 히어로스의 김민수가 초기 부진에서 벗어나 최근 부쩍 달라진 점은 복싱기술에 있다. 상대의 주먹이 날아와도 눈을 감지 않고 상대의 움직임을 읽으며 호흡의 완급을 조절하고 정확한 가격을 어깨가 아닌 몸에 실어 날리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종합격투기는 마무리가 중요하다!"

= 모든 기술의 마지막은 '마무리'다. 아무리 상대를 쓰러트렸다 하더라도 상대를 완전히 제압하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번처럼 그라운드 자세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부둥켜 앉고만 있다면 레프리의 경고감이다. 마운트 탑으로 가기위한 기술도 무시했다.

힘으로 상대를 제압해 무조건 마운트 탑으로 가서 KO시키는 선수는 없다. 상대의 방어기술 수준이 높으면 마운트를 뺐었다 해도 아무런 기술을 걸 수도, 파운딩을 할 수도 없다. 마운트 상태에서 상대의 다리를 풀고, 상대의 탑을 선점하고, 팔이나 상대의 방어가격을 제압한 뒤 유효한 그래플링 기술이나 마무리 파운딩으로 이어가는 'ABC' 단계부터 배워야 한다.

▷"씨름 기술을 잊어라!"

= 씨름은 상대의 샅바를 잡고 힘과 기술을 이용해 한번에 제압해 손이나 무릎 이상이 땅에 닿으면 지는 경기다. 이만기 이후 기술 씨름에서 힘의 씨름으로 변한 오늘날 화려한 기술, 격투기에서의 테이크다운 과 같은 기술은 잘 나오지 않는다. 지구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씨름에 익숙한 이태현의 몸은 호흡에서부터 달린다. 모라에스에 테이크다운을 두번이나 성공시키고도 완전히 퍼져버린 이태현. 아직 씨름 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 오히려 악재로 작용한 꼴이다. 씨름만의 독창적인 제압기술은 차용하되 완전히 새로운 '싸움의 기술'을 하루빨리 몸에 익혀야 할 것이다.